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48화: 거인의 반격
화요일 오전 10시, 대성그룹 서초동 사옥 42층 부회장 집무실.
대한민국 재계의 태양이라 불리는 대성그룹의 실권자 이재현 부회장은 창밖의 강남 빌딩 숲을 내려다보며 시가를 깊게 빨아들였다. 그의 책상 맞은편에는 대성그룹 비서실장과 보안 정보팀장이 긴장된 표정으로 서류를 들고 서 있었다.
"부회장님, 최근 한주테크의 지분을 야금야금 쓸어 담고 있는 창구가 포착되었습니다. 서초동에 본사를 둔 신생 사모펀드 안티그라비티 파트너스입니다. 그들은 지난 이틀간 무려 300억 원어치의 한주테크 주식을 장내 매집하여 지분율을 12%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보안팀장의 보고에 이재현 부회장의 눈썹이 가볍게 꿈틀거렸다.
"안티그라비티라…… 태성그룹을 단숨에 부수고, 마포의 한주쇼핑 부도까지 막아낸 그 한도윤이라는 애송이의 펀드 말인가?"
"예, 맞습니다. 게다가 이상한 점은, 그들이 당사의 IT 계열사이자 이번 국책 사업 수주가 유력한 '대성전산'의 주식 대차 거래를 대규모로 의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의도 메이저 증권사들을 통해 대성전산 주식 500만 주 이상의 공매도 실탄을 확보해 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이재현 부회장은 시가 연기를 허공에 뿜어내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
"하하하! 공매도를 500만 주나 쳐두겠다고? 내정이 끝난 국책 사업주인데, 대놓고 숏을 치겠다니.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딱 그 꼴이로군."
그는 안티그라비티가 여태껏 거둔 승리들을 '운이 좋은 애송이의 장난질' 정도로 치부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전체의 정관계와 금융계를 주무르는 대성그룹의 힘에 비하면, 안티그라비티의 수천억 자산 따위는 솜사탕에 불과했다.
"비서실장. 대성생명과 대성증권의 우회 자금 2,000억 원 준비해."
"2,000억 원은 어떤 용도입니까, 부회장님?"
"오늘 장마감 직전부터 내일 시가까지 대성전산의 주가를 강제로 65,000원 선까지 끌어올릴 걸세. 국책 사업 사전 수주 완료라는 찌라시를 언론에 살짝 유포하면서 말이야. 주가가 폭등하면 안티그라비티 놈들의 공매도 포지션은 담보 비율이 터져 숏 스퀴즈(숏 커버링 강제 청산)를 맞게 될 거고, 그들의 펀드 자금은 우리 대성 계열사들의 매수 벽 아래 깔려 고스란히 증발하게 되겠지. 애송이의 버릇을 아주 톡톡히 고쳐주겠어."
"과연 부회장님이십니다. 즉시 2,000억 원의 자금 세팅 및 언론 플레이를 실행하겠습니다."
거대 재벌의 무자비한 자금력과 정보력을 동원한 잔혹한 역공작이었다. 주가를 고의로 폭등시켜 공매도 세력을 파산으로 몰고 가는 '숏 스퀴즈 트랩'.
같은 시각, 서초동 안티그라비티 의장실.
도윤은 실시간으로 그의 상태창 망막에 디코딩되는 이재현 부회장의 음모를 보며 허리를 꺾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아, 배고프던 찰나에 2,000억 원짜리 한우 세트를 통째로 배달해 주시네! 이재현 부회장님, 스케일이 진짜 재벌 1위답게 화끈하십니다!"
도윤의 눈앞에는 붉은색 경고 창과 함께 대성그룹의 상세 자금 이동 루트가 실시간으로 매핑되고 있었다.
[경보! 대성그룹의 '숏 스퀴즈 역공작' 자금 유입 포착!]
- 작전 세력: 대성생명, 대성증권 프라이빗 웰스(PW) 창구 연합
- 투입 실탄: 2,000억 원
- 타깃 가격: 대성전산 주가를 화요일 시간외 및 수요일 시가에 주당 65,000원으로 강제 펌핑 시도.
- 추천 행동: 대성그룹의 2,000억 원 펌핑 자금이 고점을 터치하는 65,000원 구간에 미리 설계해 둔 500만 주 공매도 주문 및 선물 예약 매도를 완벽하게 대기시켜 체결을 유도하십시오. 수요일 9시 30분에 뇌물 자료가 폭로되면, 그들의 2,000억 원은 최고점 꼭대기에 묶여 단 10분 만에 지옥으로 수직 낙하하게 됩니다.
"서 변호사님, 정 팀장님."
도윤이 무선 통신기를 통해 단호하게 지시했다.
"대성전산 주식 500만 주 공매도 대기 수량을 전부 주당 65,000원 지정가 매도로 예약 장전하세요. 추가로 대성전산 개별주식 선물 5,000계약도 65,000원에 예약 매도로 세팅합니다. 놈들이 2,000억 원을 밀어 넣어 가격을 65,000원까지 올릴 텐데, 그 2,000억 원을 우리가 고점에서 싹 다 체결시켜 받아먹을 겁니다."
정채원 분석팀장의 턱이 툭 떨어졌다.
"의장님…… 상대가 2,000억 원을 투입해 주가를 올린다면, 우리 공매도 포지션은 일시적으로 엄청난 평가 손실을 보게 됩니다. 65,000원 선까지 주가가 올라가는 동안 리스크 관리실 경고등이 터질 텐데요."
"어차피 수요일 아침 9시 30분에 폭로가 터지면 단 5분 만에 하한가로 내려앉을 차트입니다. 단 1시간의 평가 손실 따위는 리스크 관리실 필터에서 수동 예외 처리하면 그만입니다. 대성이 고마운 마음으로 주가를 65,000원 꼭대기까지 모셔다 준다는데, 우린 편안하게 에스코트나 받으면서 고점 매도를 꽂으면 됩니다."
도윤의 잔인하고도 유쾌한 반격 계획에 서은우 변호사가 경외 가득한 안경을 추켜올렸다.
"알겠습니다, 의장님. 금융위에 접수할 임만수 심사위원장 100억 채권 뇌물 원본 서류와 대성그룹 내부 지침 문건 패키지는 이미 모든 사법 기관 송출 대기를 마쳤습니다. 다음 주 수요일 오전 9시 30분 정각에 전송 버튼을 누르도록 세팅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대성그룹 도련님들이 쏘아 올릴 불꽃놀이를 신나게 구경해 보죠."
화요일 오후 3시, 정규 장이 마감되자마자 여의도 찌라시 채널들을 통해 일제히 속보 기사들이 배포되었다.
― [단독] 대성전산, 10조 규모 반도체 국책 사업 최종 선정 내정…… 정부 극비 보고서 유출
이 찌라시가 돌자마자 시간외 단일가 시장에서 대성전산의 주가는 폭등하기 시작했고, 대성 계열사들의 2,000억 원대 매수 폭탄이 유입되며 주가는 수요일 오전 시가 형성 단계를 향해 65,000원 선으로 무섭게 솟구치기 시작했다.
대성의 실권자 이재현은 자신들이 안티그라비티의 목을 졸라 죽이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2,000억 원은, 이미 65,000원이라는 꼭대기에 설치된 한도윤의 거대한 금융 맷돌 속으로 제 발로 굴러 들어오고 있을 뿐이었다.
거인 대성그룹이 자랑하는 2,000억 원의 방패가, 금융 지배자 한도윤의 1조 원짜리 도끼날 아래 놓여 부서질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