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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47화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47화: 조 단위의 고지

"이 부회장님, 국책사업 심사위원단 중 과반수 포섭 완료되었습니다. 약속하신 100억 원의 무기명 채권은 싱가포르 비밀 금고로 잘 전달되었습니다. 한주테크의 특허가 아무리 우수해도, 기술 평가 기준 점수의 세부 항목 가중치를 조작해 탈락시키는 건 일도 아닙니다."
[수고했어, 임 위원장. 다음 주 수요일 최종 국책 사업자로 '대성전산'이 발표되는 순간, 우리 대성그룹이 기획한 반도체 클러스터 벨트 구축도 날개를 달게 될 거야. 대성전산 주가를 3배로 띄운 뒤, 공익 재단으로 지분을 증여하는 방식으로 불법 상속세를 해결할 걸세.]
"하하하, 계획대로 진행하겠습니다. 한주그룹 놈들은 자기네가 왜 떨어졌는지도 모르고 피눈물을 흘리겠군요."

도윤은 새로 임명된 한주그룹 본사의 공동 이사회 의장실 가죽 시트에 몸을 누인 채, 망막 위에 흘러가는 실시간 감청 텍스트를 지켜보고 있었다.
대화의 주인공은 대한민국 부동의 재계 1위이자 세계적인 테크 공룡 '대성그룹(Daeseong Group)'의 핵심 실권자, 이재현 부회장. 그리고 상대는 이번 정부가 추진하는 10조 원 규모의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 'K-반도체 벨트 허브 국책 사업'의 심사위원장 임만수였다.

도윤의 주식 상태창이 요란하게 회전하더니, 이윽고 눈부신 황금빛 광채와 함께 역사상 가장 거대한 SSS급 퀘스트 창이 솟아올랐다.

[퀘스트: 조 단위의 금융 제국 (금융 주권자의 왕좌)]
[난이도: SSS]
[퀘스트 내용: 대한민국 1위 재벌 대성그룹의 부회장 이재현과 국책사업 심사위원장 임만수의 100억 대 비자금 뇌물 담합 계약을 폭로하고, 한주테크의 10조 국책 사업 단독 수주를 성공시키십시오.]
[성공 보상: 경험치 6,000 exp를 획득하여 레벨이 폭발합니다. 대한민국 금융 주권자 칭호 획득 (국내 모든 금융 기관 및 대기업 지분 제한 완벽 해제, 세무 조사 및 법적 소송 영구 면제 혜택), 개인 자산 평가액 1조 1,000억 원 돌파 확정!]
[실패 페널티: 대성그룹의 사법, 언론, 행정 라인을 총동원한 무제한 보복 공격으로 안티그라비티 파트너스 영구 파산 및 도윤의 해외 추방.]

"조 단위의 금융 제국이라…… 1조 원 고지가 바로 눈앞에 왔네."
도윤의 두 눈이 매섭게 타올랐다.
평생 방구석 흙수저 개미 투자자로 살며 전세 자금 대출 이자에 짓눌려 절망하던 청년이, 이제는 1조 원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대한민국 전체의 지배자가 되는 최종 관문(Gateway)에 선 것이다.

그의 상대는 여의도의 하이에나나 일개 헤지펀드 따위가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사법과 정부 관료, 언론까지 쥐고 흔든다는 거대 제국 대성그룹의 1인자 이재현 부회장이었다. 만만치 않은 전투가 되겠지만, 그만큼 얻을 전리품 또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도윤은 즉시 서은우 변호사와 정채원 분석팀장을 호출했다.
"의장님, 부르셨습니까? 한주테크의 국책 사업 준비는 막바지 단계입니다만, 최근 여의도 소문으로는 대성전산 쪽으로 이미 내정이 끝났다는 지라시가 돌고 있어 내부 직원들의 사기가 말이 아닙니다."
정채원 팀장이 우려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도윤은 피식 웃으며 태블릿을 두드려 대성전산과 한주테크의 호가창을 나란히 띄웠다.

[종목명: 대성전산 (029300)]
[현재가: 45,000원 (+12.4% 국책 사업 수주 유력설)]

[종목명: 한주테크 (004830)]
[현재가: 15,000원 (-5.2% 탈락 루머 고조)]

대성전산은 이미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을 활용한 세력들의 선취매로 주가가 4만 5천 원 선까지 급등해 있었고, 진정한 원천 기술을 가진 한주테크는 억울하게 탈락한다는 소문 탓에 주당 15,000원 선까지 주저앉아 있었다.
"정 팀장님. 이 판은 대성전산 폭락 숏과 한주테크 폭등 롱의 하이브리드 플레이로 갑니다. 양방향으로 대성그룹의 뺨을 갈겨버릴 겁니다."
도윤의 확신에 찬 어조에 정채원 팀장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하이브리드 플레이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하시려는 건가요?"
"우선 우리 안티그라비티 그랜드 자산운용의 실탄 4,000억 원을 동원해서, 주당 15,000원에 처참하게 저평가된 한주테크 지분을 매일 비밀리에 장내 매집합니다. 금요일까지 약 15%의 지분을 추가로 쓸어 담아 우리 한주그룹 연합의 지배력을 50% 이상으로 공고히 해둡니다. 동시에 대성전산 주식에 대해서는 주가가 최고조에 달한 화요일 장마감 직전에 대규모 숏(공매도 및 선물 매도) 포지션을 구축합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서은우 변호사가 마른 침을 삼켰다.
"의장님, 그렇다면 이재현 부회장과 임만수 심사위원장의 100억 무기명 채권 뇌물 송금 내역과 조작 지침 파일을 폭로하시는 디데이는 언제입니까?"
"최종 후보 선정 및 언론 공식 발표가 예정된 다음 주 수요일 오전 9시 30분입니다."
도윤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대성전산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었다는 공식 공시가 뜨고 주가가 상한가로 직행해 최고점을 찍는 바로 그 타이밍, 이 부회장이 승리를 확신하고 청와대에 보고서를 올리는 바로 그 찰나에……."

도윤의 목소리가 한층 차갑고 매섭게 벼려졌다.
"그들의 100억 대 비자금 뇌물 계약 실시간 녹취록과 임만수의 싱가포르 비밀 금고 인증서 원본을 청와대 사정비서관실과 대검찰청 특별수사단에 즉시 직송할 겁니다. 대한민국 모든 언론사 사회부 톱 뉴스로 뿌려지는 건 물론이고요."
서은우 변호사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렇게 되면 국책 사업 선정이 원천 무효 처리되고, 차점자인 한주테크가 단독 사업자로 즉각 긴급 정정 승인되겠군요. 대성전산은 주가조작 및 뇌물 공여 혐의로 즉시 거래 정지 및 하한가 폭락을 맞이하게 될 테고요."
"맞습니다. 대성전산은 주당 45,000원에서 단숨에 5,000원짜리 상장폐지 직전의 쓰레기 주식으로 추락할 것이고, 숏을 쳐둔 우리는 천문학적인 차익을 얻게 됩니다. 반대로 국책 사업자로 정정된 한주테크는 주당 15,000원에서 50,000원, 100,000원 이상으로 솟구치게 되죠. 헐값에 매집해 둔 우리의 롱 포지션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폭발하게 됩니다."

대성그룹이라는 거대한 거인이 쳐둔 덫을, 오히려 그 거인의 목을 매다는 잔혹하고 아름다운 단두대로 개조해 버리는 극단적인 복수 설계였다.
"이번 게임은 국가의 부를 독점하고 온갖 불법으로 상속을 감행하려던 대한민국 최상위 재벌 가문을 무릎 꿇리는 전투입니다. 안티그라비티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십시오."
"예! 의장님! 목숨 걸고 한주테크 지분 매집과 대성전산 숏 세팅을 완수하겠습니다!"
정채원 팀장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의장실을 나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도윤은 마우스 휠을 천천히 돌렸다.
대한민국 경제의 정점에 서서 모든 법 위에 군림하던 대성그룹의 거대한 성벽. 그 성벽의 가장 깊숙한 안방에서, 금융 군주 한도윤의 찬란한 칼끝이 이재현 부회장의 심장을 정확하게 조준하고 있었다.
"이재현 부회장님. 대한민국 주식 시장이 당신들의 개인 현금 인출기가 아니라는 걸, 다음 주 수요일에 뼈저리게 알게 해드리겠습니다."

1조 원의 고지를 향한 한도윤의 마지막 금융 전쟁이, 마침내 그 서막을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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