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46화: 격파
월요일 오전 8시 30분. 여의도에 위치한 한 대형 호텔의 콘퍼런스 룸.
오리가미 캐피탈의 다나카 켄지 대표는 수십 명의 기자들 앞에서 단상에 올라 번듯한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안녕하십니까, 국내 언론인 여러분. 오늘 오리가미 캐피탈은 대한민국 대표 유통 기업인 한주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글로벌 스탠다드 부합을 위해, 지주회사인 '한주홀딩스'의 주식을 주당 35,000원에 공개매수할 것을 공식 선언합니다. 우리는 이미 대주주 가문의 핵심 일원과 뜻을 함께하고 있으며……."
다나카 켄지가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오만한 미소로 발표를 이어가던 그 순간.
회의실 뒷문이 벌컥 열리며 검은 정장을 입은 금융위원회 소속 서기관들과 법무부 국제형사과 수사관들, 그리고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단상으로 거침없이 걸어와 다나카 켄지의 마이크를 빼앗아 쥐었다.
"오리가미 캐피탈 한국지사 대표 다나카 켄지 씨. 당신을 외국환거래법 위반, 테러자금 및 극우 자금 불법 세탁, 외국인투자촉진법 위반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합니다!"
"무, 무슨 소립니까! 난 일본 외교관들과도 친분이 있는 오리가미 캐피탈의 대표입니다! 이딴 무례한……."
"무례한 건 당신들이지."
금융위 서기관이 차가운 눈빛으로 공식 행정 명령서를 다나카의 얼굴 앞에 들이밀었다.
"금융위원회와 법무부의 합동 긴급 처분에 의거하여, 오리가미 캐피탈이 보유한 한주홀딩스 지분 14.8%의 의결권을 이 시간부로 전부 '동결' 및 '제한' 처리합니다. 또한, 오리가미 캐피탈의 국내 모든 금융 계좌 및 예치 자산에 대한 일시 동결령을 가동합니다. 당신들이 끌어온 돈은 일본 극우 의원 사토 헤이조의 불법 비자금으로 최종 확인되었습니다."
카메라 플래시가 다나카 켄지의 하얗게 질린 얼굴에 쉴 새 없이 터져 나갔다.
그를 돕기로 했던 차남 한성훈 상무 역시 마포 한주그룹 본사 집무실에서 검찰 수사관들에게 배임 및 기술 유출 미수 혐의로 긴급 체포되었다는 급보가 동시에 뉴스 하단 자막으로 흘렀다.
거기에 불을 붙이듯, 오전 8시 45분.
대한민국 모든 주식 정보 창구와 공시 시스템에 안티그라비티 파트너스의 공식 발표가 업로드되었다.
[공식 발표: 안티그라비티 파트너스, 한주홀딩스 지분 20%에 대한 '역공개매수(Counter Tender Offer)' 전격 실행 선언!]
[공개매수 가격: 주당 40,000원]
[명분: 국가 핵심 기술인 하이브리드 반도체 패키징 특허를 불법 국외 유출하려는 악질적 해외 적대적 자본으로부터 국내 기업과 원천 기술을 수호하기 위한 애국적 구원 투자.]
이 뉴스가 송출되는 순간, 시장은 그야말로 거대한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오리가미 35,000원은 의결권 묶인 나가리 펀드고, 안티그라비티가 40,000원에 사준단다! 애국 투자자 한도윤 만세!"
개미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한주홀딩스의 지분을 쥐고 눈치를 보던 연기금과 메이저 기관 투자자들까지 약속이라도 한 듯 안티그라비티 측에 지분을 던지기 위해 줄을 섰다.
오전 9시 정각.
주식 시장이 열림과 동시에 한주홀딩스의 호가창은 한도윤의 역공개매수 가격을 향해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한주홀딩스 시초가 형성: 40,000원 (+28.8%)]
단 1초의 망설임도 없는 폭발적인 수직 급등세였다.
안티그라비티가 목표로 한 20%의 우호 지분은 장 개시와 동시에 기관들과 개인 주주들의 청약 폭주로 조기에 전량 확보 완료되었다. 이로써 안티그라비티는 한주쇼핑의 25% 지분에 이어, 지주사인 한주홀딩스의 20% 지분을 확보하며 장남 한동훈 사장(28%)에 이은 명실상부한 공동 경영 지배주주로 우뚝 서게 되었다.
오전 10시, 서초동 안티그라비티 의장실.
도윤은 가죽 소파에 기대어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의 망막 위에 황금빛 퀘스트 완료 이펙트가 축제처럼 찬란하게 쏟아져 내렸다.
[띵동! '한주그룹 구원 및 국가 핵심 기술 유출 저지' 퀘스트 최종 대성공!]
- 오리가미 캐피탈의 불법 자금 출처 폭로 성공!
- 한성훈 상무 및 다나카 켄지 세력 사법 단두대 박제 완료!
- 한주홀딩스 지분 20% 조기 확보 성공!
- 보상: 경험치 4,000 exp를 획득하여 레벨이 폭발합니다! (Lv. 29 → Lv. 32)
- 특별 보상: '대한민국 애국 투자자' 칭호 획득!
- 효과: 국내 기업 M&A 및 지분 취득 시 금융당국 심사 기간 80% 단축, 국세청 정기 세무조사 면제 확률 상(上) 부여.
- 최종 누적 정산 차익: +1,600억 원 상당의 지분 가치 평가액 확보 완료!
- 플레이어 한도윤 총자산 평가액: 7,852억 원 돌파!
"레벨 32에 7,800억 돌파라……."
도윤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일개 방구석 흙수저 개미 투자자에서 시작한 자산이, 이제는 8,000억 원에 육박하는 초거대 자금으로 불어나 대한민국 10대 재벌의 생사여탈권을 쥐락펴락하는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거기에 '애국 투자자' 칭호까지 얻었으니 향후 국내 지분 싸움에서 그를 막아설 규제 장벽은 아무것도 없었다.
똑똑.
서은우 변호사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채 회의실에서 들어와 허리를 숙였다.
"의장님, 방금 마포 한주그룹 본사에서 급보가 왔습니다. 코마 상태에서 기적적으로 깨어나신 한태수 회장님께서 병상에서 직접 결재 서류에 서명하셨습니다. 차남 한성훈을 즉각 해임하고 가문에서 영구 추방하셨으며, 장남 한동훈 사장을 정식 차기 회장으로 추대하셨습니다. 또한……."
서은우가 안경을 지켜 올렸다.
"안티그라비티 파트너스 한도윤 의장님을 한주그룹의 '정식 공동 이사회 의장'으로 모시고 싶다는 뜻을 전해오셨습니다. 이번 주 수요일에 구치소에 있는 한성훈의 담보 지분 강제 경매가 진행되는데, 한 회장님께서 직접 안티그라비티에 우선 인수해 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
"공동 이사회 의장이라."
도윤은 소리 내어 웃었다.
"일본 놈들한테 나라 기술 팔아넘기려던 매국노 놈 주식 뺏어 먹는 것만큼 유쾌한 일도 없죠. 당장 인수 준비하세요."
도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여의도를 지나, 저 멀리 남산과 청와대 본관이 위치한 서대문 방향의 하늘이 맑게 개어 있었다.
그의 주식 상태창은 이제 재벌 대기업의 벽을 넘어, 대한민국 경제계 전체를 그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채 거대하고 위대한 황금빛 전설의 대미를 장식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가자. 이제 1조 원 고지가 머지않았다."
금융의 지배자 한도윤의 찬란하고도 위대한 금융 제국 건설의 속도가, 마침내 광속으로 휘몰아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