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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42화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42화: 폭락의 서막

오전 10시 정각.
전국의 모든 언론사와 인터넷 포털 뉴스의 메인 화면이 마치 동기화라도 된 듯이 일제히 뒤집히기 시작했다. 붉은색의 '대형 특보' 딱지를 단 기사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 [특보] 진성메디컬 연구원 양심선언, "한강바이오텍 췌장암 신약 임상 2상 전원 부작용으로 최종 실패"
― [충격] 한강바이오텍 임상 대성공 보고서는 100% 위조…… 대기업 재벌 3세 주가조작 카르텔 개입 의혹 조사 착수
― 남부지검, 신우그룹 3세 신현태 및 진성메디컬 박지훈 출국금지 및 체포영장 발부

뉴스가 포털 사이트 메인에 노출된 지 단 30초 만에, 한강바이오텍의 종목 토론방은 그야말로 지옥의 묵시록으로 변했다. 상한가 10,660원에 주식을 매수해 인생 역전을 꿈꾸던 개미 투자자들은 얼어붙었고, 자동 매매 프로그램들이 미친 듯이 매수 주문을 취소하고 매도 주문을 내던지기 시작했다.

오전 10시 5분.
거래소에 의해 5분간 발동되었던 정적 변동성 완화장치(VI)가 해제되고 정규 거래가 재개되었다. 그 순간 호가창은 그야말로 대폭포처럼 무너져 내렸다.
신우그룹 신현태 일당이 주가를 지지하기 위해 상한가 10,660원에 깔아두었던 매수 잔량 600만 주는 취소할 시간조차 없이 시장의 패닉 셀 물량에 전부 체결되어 소멸해 버렸다. 그들이 기입한 1,000억 원의 매수 주문이 고스란히 최고점 상한가에서 쓰레기 주식과 맞교환된 것이다.

그리고 매수 벽이 완전히 부서진 호가창은 끝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였다.

[한강바이오텍 현재가: 9,500원 (-10.8%)]
[한강바이오텍 현재가: 8,300원 (-22.1%)]
[한강바이오텍 현재가: 7,460원 (-30.0% 하한가 직행)]

상한가에서 하한가까지 떨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단 3분이었다.
하루 만에 주가가 고점 대비 무려 60%가 요동치는 전대미문의 '롤러코스터' 장세가 펼쳐진 것이다. 하한가 잔량에만 이제는 팔고 도망치려는 1,500만 주의 매도 물량이 겹겹이 쌓였지만, 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청담동 '클럽 프레스티지' VVIP 룸.
샴페인 잔을 든 채 굳어버린 신우그룹 3세 신현태 상무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그의 이마에서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히다 못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소리야? 임상 실패 보고서가 유출됐다고? 지훈아! 네가 철통 보안이라고 서약서까지 받아뒀다며!"
박지훈 실장은 이미 넋이 나간 표정으로 모니터만 응시하고 있었다.
"그, 그럴 리가 없습니다. 연구소 메인 서버 보안은 대기업 수준으로 막아뒀는데…… 어떻게 원본 락이 풀려 기자들 메일함으로 들어간 건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작전 브로커 최준기 대표는 스마트폰을 연신 두드리다 비명을 질렀다.
"신 상무님! 망했습니다! 우리가 상한가에 걸어뒀던 매수 잔량 1,000억 원어치가 전부 체결되었습니다! 그리고 주가는 지금 하한가입니다! 우리 평가 손실만 벌써 300억 원이 넘어요! 게다가 이거 증권사 신용 대출이랑 사채 끌어다 쓴 자금이라, 내일 오전까지 담보 비율 못 채우면 반대매매로 남은 주식까지 싹 다 청산당합니다!"
"뭐, 뭐라고?! 1,000억이 전부 체결됐다고? 야, 최준기! 당장 주가 다시 올려! 사채 더 땡겨와서 하한가 물량 다 받아먹어!"
신현태가 최준기의 멱살을 잡고 울부짖었다. 하지만 최준기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채업자들이 미쳤습니까? 이미 임상 실패 기사가 정식 보도됐고 주작 카르텔 수사 들어간다는데 어떤 미친놈이 돈을 빌려줍니까? 우리 이제 끝났습니다…… 신우그룹이고 뭐고 감옥 가게 생겼다고요!"

쿵-!
그때, 룸의 굳게 닫힌 강철문이 거칠게 걷어차이며 열렸다.
남부지검 금융조사부 소속 수사관 10여 명과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선두에 선 부부장 검사가 차가운 눈빛으로 체포영장을 치켜들었다.
"신우건설 상무 신현태 씨, 그리고 진성메디컬 실장 박지훈 씨. 자본시장법 위반(주가조작 및 부정거래)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횡령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가 있고……."
"이봐!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나 신우그룹 3세 신현태야! 내 아버지가 누군지 알고 이딴 영장을 디밀어!"
신현태가 악을 쓰며 저항하자, 검사는 차가운 헛웃음을 지었다.
"신 상무님, 착각이 심하시네. 신우그룹 신 회장님께서 오늘 아침 9시 50분에 이미 비서실을 통해 '신현태의 개인적 주가조작 일탈 행위에 대해 그룹 차원의 비호는 일절 없으며, 법의 심판을 엄중히 받아야 마땅하다'고 검찰에 직접 선을 그으셨습니다. 꼬리 자르기 당하신 거라고요. 데려가세요."
"뭐, 뭐라고?! 아버지가 나를 버렸다고?! 아아아악! 이거 놔! 놓으란 말이야!"

소리 지르며 수갑이 채워진 채 끌려 나가는 신현태와 주저앉아 오열하는 박지훈. 화려하던 청담동 VVIP 룸은 단숨에 범죄 현장으로 몰락해 버렸다.


같은 시각, 서초동 안티그라비티 의장실.
도윤은 모니터 화면 가득 쏟아지는 빨간색 하락 수치들을 보며 편안하게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의 귀에는 그 어느 때보다 황홀하고 찬란한 오케스트라 효과음과 함께 퀘스트 진행 상태창이 떠올랐다.

[띵동! '내부자들의 최후' 퀘스트 최종 대성공!]

"하루 만에 1,120억이라."
도윤은 소리 내어 웃었다.
최고점 상한가에서 600만 주를 공매도 쳐둔 덕분에, 주가가 하한가인 7,460원으로 추락하면서 발생한 평가 이익만 해도 190억 원에 달했다. 여기에 레버리지를 극대화해 둔 선물 매도와 풋옵션에서 발생한 수익이 더해지자 최종 정산 금액은 무려 1,12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로 불어났다.
반면 신현태 일당은 상한가에 걸어둔 1,000억 원의 자금을 고스란히 날리고 사법 단두대에 목이 매달렸다.

똑똑.
서은우 변호사가 태블릿을 들고 들어오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의장님, 나노센스 김민석 대표 측과의 500억 규모 투자 및 우호 지분 공동 경영 계약이 정식 체결되었습니다. 나노센스는 대주주 경영권을 안전하게 지켰고, 당사의 든든한 우군이 되었습니다. 또한, 한강바이오텍 작전 세력이 파멸하면서 그들이 담보로 잡혔던 우량 주식 자산들이 경매 시장에 나오게 되는데, 저희 안티그라비티 그랜드 자산운용이 우선 매수권을 행사해 헐값에 쓸어 담을 수 있게 세팅해 두었습니다."
"완벽하군요, 서 변호사님."
도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개인 투자자들의 전세금과 땀 흘린 피돈을 훔치려던 자들의 주머니를 털어, 대한민국 최고의 기술 벤처기업을 구하고 여의도 제도권 금융의 왕좌에 우뚝 서게 된 것이다.

도윤의 머릿속 상태창은 이제 여의도를 넘어, 청와대와 대기업 본사들이 밀집한 대한민국 최상층부의 어두운 권력 지도를 그리며 새롭게 번쩍이고 있었다.
"가자. 다음 사냥터는 재벌가 본사들이다."

흙수저 개미에서 시작해, 이제는 6,000억 원의 실탄과 자산운용사를 지배하는 금융 군주 한도윤의 찬란한 진격은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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