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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41화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41화: 설계의 완성

목요일 오전 9시 정각.
코스닥 시장이 열리자마자 한강바이오텍의 주가는 보합권인 8,200원 선에서 잔잔하게 횡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티그라비티 그랜드 자산운용의 트레이딩 룸에 흐르는 공기는 폭풍전야처럼 차갑고 팽팽했다.
분석팀의 정채원 팀장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모니터를 주시하며 헤드셋을 고쳐 썼다. 그녀는 도윤의 지시를 받고 밤을 새워 여의도의 모든 연기금, 자산운용사, 외국계 창구의 주식 대차 풀(Pool)을 샅샅이 뒤졌다. 그 결과 한강바이오텍 주식 600만 주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합법적 대차 잔고를 은밀하게 확보해 두는 데 성공한 상태였다.

"의장님,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여의도 기관 풀에서 빌려온 한강바이오텍 600만 주, 우리 법인 계좌에 장전해 두었습니다. 언제든 방아쇠만 당기시면 시장에 공매도 포탄으로 투하할 수 있습니다."
정채원 팀장의 보고에 도윤은 커피를 홀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상대가 쏘아 올릴 신호탄을 느긋하게 기다려 보죠."

오전 9시 30분 정각.
약속이라도 한 듯, 대한민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3대 경제지의 메인 페이지에 동시에 메가톤급 단독 기사가 도배되었다.

― [단독] 한강바이오텍, 췌장암 신약 '넥시아-II' 임상 2상 대성공! 완치율 82% 기록!
― 한강바이오텍, FDA 패스트트랙 승인 절차 돌입…… 글로벌 빅파마와 3조 원대 라이선스 아웃 협상 중

이 뉴스가 송출되는 순간, 호가창은 그야말로 핵폭탄을 맞은 듯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동안 임상 발표만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던 개미 투자자들과 단타 세력들이 미친 듯이 매수 버튼을 누르며 달려들었다. 주가는 단 3분 만에 수직으로 솟구쳤다.

[한강바이오텍 현재가: 9,200원 (+12.2%)]
[한강바이오텍 현재가: 10,100원 (+23.1%)]
[한강바이오텍 현재가: 10,660원 (+30.0% 상한가 직행)]

주가는 단숨에 상한가로 직행해 차트의 천장을 뚫어버렸다.


같은 시각, 청담동의 VVIP 전용 멤버십 라운지 '클럽 프레스티지'.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에서 신우그룹 3세 신현태 상무와 진성메디컬 박지훈 실장, 그리고 작전 브로커 최준기 대표가 돔 페리뇽 샴페인을 터뜨리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하하하! 형님, 보셨습니까? 기사 나가자마자 점상으로 꽂힙니다. 개미 새끼들 침 흘리며 들어오는 속도 좀 보십시오. 오늘 상한가 매수 잔량만 최소 천만 주는 쌓이겠는데요?"
박지훈이 모니터를 가리키며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최준기 브로커가 샴페인 잔을 흔들며 거들었다.
"신 상무님, 계획대로 상한가 단가인 10,660원에 우리 프레스티지 연합의 자금 1,000억 원을 매수 주문으로 쫙 깔아두었습니다. 1,000억 원(약 930만 주)짜리 거대한 철벽 매수 벽이 버티고 있으니, 개미들은 절대 이 상한가가 깨지지 않을 거라 굳게 믿고 눈이 뒤집혀서 상한가라도 사겠다고 시장가 주문을 던져댈 겁니다."
신우그룹의 신현태는 소파에 깊숙이 기댄 채 지라시 뉴스로 가득 찬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비열하게 웃었다.
"아주 좋아. 이대로 이틀만 상한가 유지하면서 개미들한테 물량 찔끔찔끔 떠넘겨서 청산하면, 이번 작전으로 세전 1,200억 원은 가볍게 땡기겠군. 지훈아, 청담동 빌딩 가계약금 보낼 준비 해라."

그들은 자신들이 쳐놓은 1,000억 원짜리 매수 잔량이 먹음직스러운 쥐덫이라는 사실을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그들이 쥐덫에 놓아둔 1,000억 원의 현금 덩어리는, 사냥꾼 한도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털어먹기 좋은 황금 노다지였다.


오전 9시 40분. 안티그라비티 그랜드 자산운용 의장실.
도윤의 망막 위로 파란색 상태창이 실시간으로 Prestige 카르텔의 통화와 대화 내용을 송출해 보여주었다.

[VVIP 프레스티지 작전 계좌 정보 감지 완료]

"1,000억 원이나 예쁘게 깔아두셨네. 진짜 도련님들이라 통이 아주 큽니다."
도윤은 실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 팀장님, 방아쇠 당기세요. 빌려온 600만 주, 상한가 10,660원에 전량 매도 주문 집어넣습니다."
"예! 의장님! 한강바이오텍 600만 주, 지정가 10,660원에 공매도 주문 발주합니다!"

정채원 팀장의 엔터 키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내려앉았다.
그 순간, 한강바이오텍의 호가창에 전례 없는 초대형 매도 폭탄이 떨어졌다. 단일 계좌에서 발송된 600만 주(약 640억 원 규모)의 매도 물량이 상한가 매수 벽을 무자비하게 짓밟으며 체결되어 나갔다.

퍼버벙-!
시각적인 연출이라도 일어난 듯, 상한가 잔량 930만 주 중 무려 600만 주가 눈 깜짝할 사이에 깎여 나가며 매수 벽이 반 토막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뭐, 뭐야?!"
청담동 라운지에서 샴페인을 마시던 최준기 브로커가 잔을 떨어뜨리며 모니터로 달려갔다.
"대,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상한가 매수 벽에 600만 주짜리 매도 폭탄이 떨어져 체결되었습니다! 우리 매수 잔량이 순식간에 300만 주로 줄었습니다!"
"뭐라고?! 어떤 새끼가 상한가에 640억 원어치를 던진 거야? 한강바이오텍 대주주 일가가 배신하고 던진 거 아냐?"
신현태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소리쳤다.
"아닙니다! 대주주 지분은 보호예수로 묶여 있습니다. 창구를 보니…… 안티그라비티 그랜드 자산운용 창구입니다! 기관 대차 물량을 싹 긁어모아서 대규모 공매도를 친 겁니다!"
"공매도?! 상한가에 공매도를 600만 주나 쳤다고? 미친놈들 아냐? 주가가 여기서 더 오르면 숏 스퀴즈로 파산할 텐데 제정신이냐?!"
박지훈이 어이없다는 듯 비웃었다.
하지만 최준기는 펀드매니저 출신 특유의 불길한 촉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아닙니다…… 안티그라비티 한도윤은 태성그룹과 체이스 파커를 단 하루 만에 골로 보낸 괴물입니다. 그런 놈이 이유 없이 상한가에 600만 주 공매도를 칠 리가 없습니다. 설마…… 우리 정보를 알고 있는 건……."

"어이, 최 대표. 쫄지 마."
신현태가 코웃음을 치며 최준기의 어깨를 툭 쳤다.
"어차피 임상 2상 성공 기사는 팩트 대성공으로 나갔고, 오늘 오후에는 FDA 승인 신청서 공문 이미지까지 찌라시로 돌릴 예정이야. 놈들이 공매도를 쳐봤자 결국 주가는 내일도 상한가다. 300만 주 매수 벽 더 보강해! 저 새끼들 숏 스퀴즈로 숨통을 조이게 만들어주지."
"예, 예…… 알겠습니다. 300억 원 추가로 매수 지지벽 보강하겠습니다."

그들이 300억 원의 자금을 추가로 밀어 넣어 매수 벽을 600만 주로 복구하는 사이, 서초동 의장실의 도윤은 시계를 바라보았다.
오전 9시 55분.
"서 변호사님, 한강바이오텍 선물 매도와 풋옵션 매입 수량은 얼마나 잡혔습니까?"
"예, 의장님. 선물 시장에서 한강바이오텍 선물 매도 계약 2,000계약 확보했고, 풋옵션도 50억 원어치 매입 완료했습니다. 주가가 하락할 때 거둘 수 있는 레버리지 수익 극대화 세팅이 끝났습니다."
"좋습니다."
도윤이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책상 위에 놓인 마우스를 쥐었다.
"오전 10시 정각입니다. 서 변호사님, 대한민국 모든 메이저 언론사 사회부 기자들과 남부지검 금조부, 그리고 금감원 감찰과에 준비해 둔 비밀 패키지를 송출하십시오."

도윤이 엔터 키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재벌 3세들의 더러운 탐욕이 만들어낸 위조 뉴스 사기극의 종말이, 단 5분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금수저 도련님들. 그동안 개미들 돈으로 호의호식하느라 참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부로 청담동 빌딩 가계약금은 날아가신 걸로 알겠습니다."

정확히 오전 10시 정각.
도윤의 손가락이 가볍게 내려앉았다. 여의도를 향해 벼려둔 단두대의 칼날이 마침내 낙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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