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40화: 내부자들
"람보르기니 신형 계약금은 내일 들어오는 대로 송금하면 되지?"
"걱정 붙들어 매라고. 한강바이오텍 찌라시 도는 순간 시총은 2배로 뛸 테니까. 개미 새끼들, 바이오 임상 성공 소리만 나오면 눈이 뒤집혀서 전세금까지 털어서 사잖아. 하하하!"
도윤은 의장실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허공에 뜬 상태창의 텍스트를 흥미진진하게 읽어 내려갔다.
그가 레벨 26으로 오르며 활성화된 신규 스킬, '대한민국 내부자 거래 정보망 실시간 도청 권한'이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일반 사설 작전 세력의 대화방 정도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재계 3세들이 은밀하게 운영하는 텔레그램 비밀 단톡방의 대화 내역이 실시간으로 도윤의 눈앞에 텍스트 형태로 디코딩되고 있는 것이다.
그 텔레그램 방의 이름은 '프레스티지 VVIP'.
참여하고 있는 인물들의 프로필을 상태창이 친절하게 분석해 보여주었다.
[신우그룹 3세 신현태]
- 지위: 신우건설 상무 (재벌 3세)
- 특이사항: 사치 벽 매우 심함, 주식 작전을 통한 불법 상속 자금 마련 목적.
[진성메디컬 3세 박지훈]
- 지위: 진성메디컬 전략기획실장
- 특이사항: 한강바이오텍 임상 실패 비공개 문건 유출 장본인.
[사설 자문사 대표 최준기]
- 지위: 여의도 블랙머니 작전 설계자 (전과 2범)
- 특이사항: 이번 작전의 총괄 브로커.
도윤은 혀를 쯧쯧 찼다.
대한민국 주식 시장을 교란하고 개미 투자자들의 피눈물을 짜내는 주범들이 누구인가 했더니, 번듯한 대기업 타이틀을 달고 있는 금수저 도련님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우월한 정보와 자본력을 이용해 코스닥 바이오 벤처기업인 '한강바이오텍'을 사냥감으로 점찍고 주가조작 작전을 기획하고 있었다.
[종목명: 한강바이오텍 (102430)]
[현재 상태: 대형 재벌 3세 카르텔에 의한 주가 조작 작전 개시 임박]
[상태창 정보 분석]
- 내부 음모: 한강바이오텍의 췌장암 치료 신약 '넥시아-II'의 임상 2상은 실제 전원 부작용 및 효능 미달로 최종 '실패' 판정됨.
- 작전 계획: 박지훈이 빼돌린 가짜 '임상 2상 대성공 및 FDA 승인 임박' 조작 보고서를 메이저 경제지 3곳에 돈을 주고 배포. 주가를 현재 8,000원에서 80,000원 선까지 10배 띄운 뒤, 보유 지분을 전량 개인들에게 넘기고 먹튀할 계획. 현재 매집 완료 및 공시 송출 타이밍 조율 중 (목요일 오전 9시 30분 송출 예정).
- 추천 행동: 내부자 거래 내역 및 진짜 임상 실패 원본 보고서를 확보한 뒤, 선물 매도 및 풋옵션 매입, 그리고 대규모 합법 대차 공매도를 조합하여 작전 세력의 자금을 통째로 청소하십시오.
도윤의 눈동자가 시원하게 빛났다. 그와 동시에 귀가 번쩍 뜨이는 메인 퀘스트 알림창이 눈앞을 가득 채웠다.
[퀘스트: 내부자들의 최후]
[난이도: S]
[퀘스트 내용: 재벌 3세 카르텔 '프레스티지'의 한강바이오텍 주가 조작 음모를 무력화하고, 그들이 매집한 1,500억 원 상당의 작전 자금을 시장에서 합법적으로 약탈하십시오.]
[성공 보상: 경험치 3,500 exp, 서울지방국세청 특별조사국 세무조사 프리패스 데이터 권한, 1,500억 원 규모의 금융 차익 확보]
[실패 페널티: 신우그룹의 대대적인 로비 및 법적 소송 공세로 안티그라비티 파트너스 영업 정지 위기 직면]
"난이도 S라…… 보상이 1,500억 원 상당의 약탈이라고?"
도윤의 입꼬리가 슥 올라갔다.
월가 헤지펀드도 날려버린 그에게 재벌 3세 도련님들의 작전 놀음 따위는 애들 장난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가짜 임상 성공 뉴스로 개미들을 속여 인생을 망가뜨리려는 놈들이라면, 아주 뼈저린 참교육을 선사해 주는 것이 금융 군주로서의 도리였다.
도윤은 즉시 내선 전화를 들었다.
"서 변호사님, 그리고 정채원 분석팀장님. 의장실로 올라오세요."
3분 뒤, 의장실에 모인 두 사람에게 도윤은 한강바이오텍의 보고서를 내밀었다.
"정 팀장님. 코스닥의 한강바이오텍이라는 종목, 알고 있습니까?"
정채원 팀장은 안경을 치켜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의장님. 최근 차트 흐름이 심상치 않은 종목입니다. 거래량이 소리 소문 없이 늘어나면서 바닥권에서 횡보 중인데, 시장에서는 조만간 췌장암 치료제 넥시아-II의 임상 2상 발표가 나올 것이라는 찌라시가 돌고 있습니다. 바이오 전문 기관들 사이에서는 꽤 기대감이 높습니다."
"그래요? 그럼 이거 한번 보시죠."
도윤이 태블릿 PC를 돌려 화면을 보여주었다. 화면에는 진성메디컬 연구소 내부 서버에서 실시간으로 해킹 백업해 온 '넥시아-II 임상 2상 최종 실패 보고서' 원본 파일이 띄워져 있었다.
정채원 팀장은 화면의 문건들을 읽어 내려가다 동공을 크게 확장했다.
"이, 이건……! 전원 부작용 발생에 유효성 입증 실패잖아요? 임상이 완전 폐기 수준으로 박살 났는데요?"
"맞습니다. 이게 진짜 한강바이오텍의 성적표입니다. 하지만 신우그룹 신현태와 진성메디컬 박지훈이 이 실패 문건을 숨기고, 내일 아침 '임상 성공 및 FDA 승인 임박'이라는 위조 보고서를 언론에 뿌려 주가를 폭등시킬 계획입니다."
"세상에…… 완전히 사기극이군요!"
정채원 팀장은 분노로 부르르 떨었다. 주가조작 세력들이 흔히 쓰는 바이오 작전의 가장 더러운 단면이었다.
옆에서 묵묵히 듣고 있던 서은우 변호사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의장님, 그렇다면 이 진짜 임상 실패 보고서를 언론과 금융감독원에 먼저 제보해서 작전을 무산시키실 생각입니까?"
"제보요? 에이, 서 변호사님. 우리가 무슨 정의의 사도입니까?"
도윤이 소리 내어 웃었다.
"그냥 제보만 하면 저 녀석들은 깜빵 몇 년 살다 나오는 걸로 끝납니다. 횡령한 돈은 스위스 계좌에 묻어둔 채로요. 저는 그 도련님들이 평생 땀 흘려 번 돈이 주식 시장에서 어떻게 단 하루 만에 가루가 되는지 제대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들이 준비한 1,500억 원짜리 판때기, 우리가 통째로 먹을 겁니다."
"판을 통째로…… 어떻게 말입니까?"
"내일 오전 9시 30분에 저들이 가짜 뉴스를 뿌리면 주가는 즉시 상한가로 뛰겠죠. 개미들도 미친 듯이 달려들 테고요. 저 도련님들은 주가를 올리기 위해 시가에 매수 벽을 대량으로 깔아두며 주가를 지지하려 할 겁니다. 바로 그 최고점 타이밍에……."
도윤이 차가운 눈빛으로 책상을 짚었다.
"우리가 가진 안티그라비티 그랜드 자산운용의 제도권 창구를 이용해, 한강바이오텍 주식에 대한 대규모 합법 대차 공매도와 선물 매도를 때릴 겁니다. 단가는 최고점 상한가 부근에서요. 신현태와 박지훈이 주가를 받치기 위해 밑에 깔아둔 매수 주문 백만 주를 우리가 위에서 폭격하듯 때려 박아 체결시킬 겁니다."
"하지만 의장님, 주가가 계속 상한가에 묶여 있거나 세력들의 매수세가 더 강하면 손실이 날 위험이 있습니다."
서은우가 조심스럽게 지적했다.
"그 세력들이 매수 벽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오직 가짜 '임상 성공' 뉴스 덕분이죠. 우리가 공매도 주문을 전부 체결시켜 1,500억 원어치 숏 포지션을 구축하는 바로 그 직후인 오전 10시 정각에……."
도윤이 입꼬리를 한껏 올리며 말했다.
"진성메디컬 내부 실패 보고서 원본과 위조 보고서 작성 경위, 텔레그램 도청 내역이 담긴 수사 자료를 대한민국 모든 언론사와 검찰, 금융위에 동시에 전격 배포할 겁니다. 공시 창에는 임상 실패 공시가 공식 번복되어 올라오겠죠."
정채원 팀장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렇게 되면 뉴스 발표 단 5분 만에…… 주가는 하한가로 직행하게 되겠군요."
"직행 수준이 아니죠. 연속 3일 하한가를 맞아도 주식을 팔아 탈출할 수 없을 겁니다. 세력 놈들이 주가를 올리기 위해 질러둔 현금 수천억 원은 최고점 꼭대기에서 우리의 공매도 물량을 받아내는 담보금으로 묶인 채 고스란히 날아가게 됩니다. 반대로 최고점에서 공매도를 쳐둔 우리 안티그라비티는 주가가 바닥으로 추락할 때 천문학적인 차익을 거두며 숏 커버링을 완수하게 되죠."
남의 돈을 훔치려던 도둑들의 호주머니를, 최고점에서 합법적으로 털어버리는 잔인하고 정교한 설계였다.
"준비되셨습니까? 정 팀장님은 오늘 밤새도록 한강바이오텍 주식 대차 물량을 여의도 기관 풀에서 끌어 모을 수 있는 대로 긁어모으세요. 겉으로는 조용히 매집하는 척 숨겨두고요."
"예! 의장님! 여의도 전역의 기관 대차 풀을 뒤져서 한강바이오텍 주식 500만 주 이상의 대차 잔고를 확보해 두겠습니다!"
정채원 팀장의 두 눈이 전투 의지로 불타올랐다.
"좋습니다. 서 변호사님은 내일 폭로할 사법 자료 정리 및 검찰 금융조사부 인맥 라인 대기시켜 두시고요. 내일 아침, 여의도 금수저 도련님들의 지갑을 털러 갑니다."
도윤의 목소리가 조용하고 묵직하게 방 안을 채웠다.
대한민국 주식 시장의 모든 룰을 비웃는 거대한 내부자들의 머리 위에, 그보다 한 차원 높은 지배자가 왕좌에 앉아 채찍을 준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