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39화: 여의도의 새로운 지배자
수요일 오전 10시. 여의도 전경련 회관 48층, 그랜드 자산운용 본사 대회의실.
평소라면 수십억 대 주식 거래 신호와 트레이더들의 고함소리로 가득했을 공간이 얼음 물을 끼얹은 듯 무겁고 조용한 정적에 잠겨 있었다. 회사의 모든 임직원, 펀드매니저, 트레이더들이 어깨를 웅크린 채 마른 침을 삼키며 회의실 문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어제 저녁, 회사 창업주이자 절대권력자였던 차형준 대표가 횡령 및 불법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 수사관들에게 수갑이 채여 끌려갔다. 그리고 오늘 아침, 회사의 경영 주체가 사모펀드 안티그라비티 파트너스로 강제 양도되었다는 소식이 사내 망을 통해 공식 공지된 터였다.
"듣보잡 펀드라고 비웃었는데, 결국 우리가 그 듣보잡 밑으로 들어가게 되는구나……."
"다 잘리는 거 아닐까? 원래 적대적 M&A 당하면 기존 직원들은 싹 쓸어버리는 게 구조조정의 기본이잖아."
불안 섞인 속삭임이 회의실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며 한 청년이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단정한 네이비색 수트 차림에 가벼운 미소를 띤 청년. 그 뒤로 날카로운 안경을 쓴 서은우 변호사가 보좌하며 들어왔다. 그 청년이 단상 중앙, 과거 차형준이 앉던 상석에 자연스럽게 주저앉았다.
그가 바로 월가의 용을 때려잡고 여의도의 포식자까지 꿀꺽 삼켜버린 안티그라비티 파트너스 의장 한도윤이었다.
도윤은 의자에 깊숙이 기댄 채 회의실에 모인 백여 명의 임직원들을 쭉 둘러보았다.
일반인들의 눈에는 그저 초조해 보이는 직장인들의 얼굴이겠지만, 도윤의 망막에는 그들의 머리 위에 반짝이는 독특한 프로필 카드들이 둥실둥실 떠 있었다. 레벨 24의 금융 군주가 되면서 더욱 디테일해진 능력 분석 창이었다.
[트레이더 김성환]
- 특기: 숏 포지션 청산 및 타이밍 포착 (A급)
- 멘탈: 스트레스 저항력 하(下), 귀가 얇음.
- 현재 심리: '오늘 잘리면 마누라한테 뭐라고 하지? 아파트 담보대출 이자 내야 하는데…….'
[분석팀장 정채원]
- 특기: IT/바이오 중소기업 가치 분석 및 발굴 (S급)
- 특이사항: 연봉에 대한 불만 최고조 (상(上)).
- 현재 심리: '인수 조건 거지 같으면 당장 사표 쓰고 경쟁사로 이직한다.'
도윤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차형준이라는 썩은 머리는 잘려 나갔지만, 그 밑에서 뼈 빠지게 일하던 실무진들의 능력치는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 특히 S급 애널리스트 정채원 팀장의 능력 카드는 놓치기 아까운 인재였다.
도윤이 마이크를 가볍게 두드렸다. 둔탁한 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회의실을 울리자, 전원의 시선이 도윤의 입술에 집중되었다.
"안녕하십니까, 안티그라비티 파트너스 의장 한도윤입니다. 오늘부로 그랜드 자산운용은 '안티그라비티 그랜드 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합니다. 대주주 변경으로 다들 걱정이 많으실 텐데,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인위적인 인원 감축이나 구조조정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순간 회의실 곳곳에서 참았던 숨을 토해내듯 헉하는 소리와 안도의 한숨이 교차했다.
"하지만 일하는 방식은 완전히 바뀔 겁니다. 앞으로 안티그라비티 그랜드는 중소 벤처기업들을 가짜 뉴스와 불법 공매도로 파산시켜 돈을 버는 양아치 짓은 일절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원천 기술을 가진 유망한 기업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방패가 되어주며 동반 성장하는 방식으로 여의도 1위 운용사로 올라설 겁니다. 그리고……."
도윤이 정채원 분석팀장을 똑바로 쳐다보며 미소 지었다.
"분석팀의 정채원 팀장님 이하 전 연구원들의 기본급을 오늘 부로 30% 인상합니다. 성과 인센티브 비율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보장해 드리죠. 어때요, 일할 맛 나겠습니까?"
정채원 팀장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커졌다. 그녀의 머리 위에 떠 있던 프로필 카드의 심리 상태가 순식간에 [현재 심리: 뼈를 묻겠습니다, 나의 빛이자 구원이신 한도윤 의장님!]으로 급변했다.
"의, 의장님! 실망시키지 않고 최고의 종목들만 발굴해 올리겠습니다!"
그녀가 벌떡 일어나 허리를 굽히자, 불안에 떨던 다른 직원들도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도윤은 가볍게 손을 흔들어 박수를 진정시킨 뒤, 서은우에게 눈짓했다.
"자, 훈훈한 인사는 여기까지 하고. 차형준이 질러놓은 똥부터 치워야죠. 김성환 트레이더님, 트레이딩 데스크로 복귀하십시오. 지금부터 나노센스 숏 커버링 들어갑니다."
"예! 알겠습니다!"
도윤은 의장실로 올라와 자신의 개인 모니터 앞에 섰다.
그랜드 자산운용이 노무라 증권을 통해 무차입으로 때린 나노센스 공매도 잔고는 620만 주. 현재 주가는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7,090원에 꽁꽁 묶여 있다. 이 물량을 장중 시장가로 긁어 갚으려 했다간 주가가 15,000원, 20,000원까지 폭등해 그랜드 자산운용 자체가 완전히 터져 나갈 판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최적화 엔진이 있지."
도윤은 새로 얻은 '여의도 금융 자산 실시간 숏 커버링 최적화 주문 엔진'을 실행했다.
스르륵-
컴퓨터 화면 위로 정교한 매매 알고리즘 창이 활성화되었다.
[숏 커버링 최적화 매칭 가동]
- 쇼티지 규모: 6,200,000주
- 보유 지분 매칭: 안티그라비티 1호 펀드가 보유한 나노센스 지분 600만 주 (매수단가 4,500원) 중 500만 주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거래로 그랜드 자산운용 계좌에 매칭 상환 처리.
- 잔여 120만 주: 기관 장외 풀(Pool)에서 우호 지분 대차 거래로 전환 후 점진적 분할 상환 최적화 경로 산출 완료.
- 예상 정산 이익: 안티그라비티 파트너스 +185억 원 실현 손익 확보. 그랜드 자산운용의 추가 손실 최소화 및 계좌 건전성 회복.
"완벽한 자폭 회피 로직이군."
도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안티그라비티가 주당 4,500원에 샀던 나노센스 주식을, 그랜드 자산운용에 주당 8,200원의 블록딜 가격으로 넘겨 숏 포지션을 강제로 청산시키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하면 안티그라비티는 주당 3,700원의 차익을 챙겨 앉은 자리에서 185억 원의 순수익을 실현하게 되고, 피인수 기업인 그랜드 자산운용은 장중 폭등세를 유발하지 않고 숏 포지션을 정리하여 추가적인 금융 붕괴를 막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도윤의 주머니는 두둑해지고, 사냥감의 숨통은 안전하게 끊어놓는 신의 한 수였다.
"최적화 주문 실행."
딸깍.
도윤이 마우스 버튼을 누르자, 장외 블록딜 창구와 싱가포르 노무라 증권의 청산 전산이 동기화되며 실시간으로 수치가 깎여 나갔다.
[블록딜 체결 완료: 5,000,000주 주당 8,200원에 대량매매 성사]
- 안티그라비티 파트너스 수익 확정: +185억 원
- 그랜드 자산운용 나노센스 숏 커버링 90% 완료!
- 나노센스 시장가 정상 거래 재개 유도 완료!
그동안 불법 무차입 공매도에 묶여 요동치던 나노센스의 주가는 숏 커버링이 완벽하게 정리되자, 30% 상한가 풀림과 동시에 장중 8,500원대에서 안정적인 우상향 흐름으로 안착했다.
그 순간 도윤의 뇌리에 화려하게 울리는 메인 퀘스트 완료 창이 번쩍였다.
[여의도 카르텔 격파 퀘스트 최종 대성공!]
[경험치 2,500 exp를 획득하여 레벨이 폭발합니다! (Lv. 24 → Lv. 26)]
- 최종 개인 자산 평가액: 5,120억 원 돌파!
- 성공 보상: 여의도 금융 감독망 해킹 백업 권한 획득, 안티그라비티 그랜드 자산운용 최종 합병 승인 완료.
- 신규 오픈 기능: 대한민국 내부자 거래 정보망 실시간 도청 권한 오픈.
도윤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눕히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여의도를 공포에 몰아넣던 불법 공매도 세력를 단 사흘 만에 집어삼키고, 이제는 5,000억 원의 순자산과 여의도의 대형 운용사까지 손에 넣은 거물 중의 거물이 된 것이다.
"자, 다음은 누구 차례인가."
그의 두 눈이 주식창의 시퍼런 상태창을 너머, 대한민국 금융계의 가장 깊고 어두운 심부를 향해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