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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37화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37화: 숏 스퀴즈의 방아쇠

월요일 오전 9시 정각.
땡! 주식 시장의 개장을 알리는 벨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코스닥 종목 나노센스의 거래창이 미친 듯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동시호가판에 매도 잔량으로 쌓여 있던 400만 주의 대주주 반대매매 물량과 그랜드 자산운용이 깔아놓은 150만 주의 공매도 주문이 한도윤의 600만 주 시장가 매수 폭탄과 정면충돌했다. 결과는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나노센스 시초가 형성: 4,500원 (+7.1%)]

단 1초 만에 하한가 목전에서 플러스 7%로 날아오른 주가. 주식 차트는 밑바닥에 수직으로 솟구친 거대한 빨간색 기둥(양봉)을 띄우며 여의도 전체에 비명을 지르게 만들었다.

"시, 시초가 4,500원 체결 완료! 매수 잔량만 아직도 200만 주가 대기 중입니다!"
여의도 그랜드 자산운용의 트레이딩 룸은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차형준 대표는 붉으락푸르락하는 얼굴로 모니터를 움켜잡았다.
"말도 안 돼! 반대매매 물량이 다 소화됐다고? 안티그라비티 놈들, 대체 돈이 어디서 나서 이 껍데기뿐인 회사에 250억을 태운 거야! 당장 물량 더 던져! 노무라 창구로 200만 주 더 공매도 때려! 주가를 다시 4,000원 밑으로 짓눌러버려!"
"하, 하지만 대표님! 지금 시장에 주식이 없습니다! 유통 물량의 대부분을 저들이 다 받아 가 버려서, 대차 거래 자체가 꼬였습니다. 여기서 더 공매도를 치면…… 진짜 감당이 안 됩니다!"
"상관없어! 어차피 조 과장이 금감원 필터를 막아주고 있잖아! 그냥 숫자 입력해서 던져! 나노센스 오늘 무조건 반대매매 터트려야 해, 안 그러면 우리가 죽어!"

차형준의 눈이 뒤집혔다.
그가 빌리지도 않은 유령 주식으로 또다시 200만 주의 무차입 공매도를 발주하려는 순간, 그의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진동했다. 화면에는 금감원 조영식 과장의 이름이 떠 있었다.
"조 과장님! 지금 나노센스 창구 보셨습니까? 웬 미친 놈들이 물량을 다 받아먹고……."
[차, 차 대표!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전화기 너머 조영식 과장의 목소리는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었고,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다급한 소음이 고스란히 흘러나왔다.
[금감원 특별감찰반이랑 남부지검 검사들이 지금 내 사무실로 들이닥쳤어! 어떻게 된 건지 내 PC의 백업 원장하고 이메일, 계좌 거래 내역까지 싹 다 털리고 있다고!]
"네?! 검사들이 왜 거길 갑니까? 우리가 세팅해 둔 보안 필터는……."
[그 필터 조작 내역이 고스란히 담긴 로그 분석 보고서가 오늘 아침 8시 반에 감찰반장 컴퓨터로 직접 전송됐대! 나도 끝장이야! 차 대표, 네가 보낸 비밀 계좌 내역까지 다 털렸어! 으아악, 놓으시오! 내가 누군지 알고…… 읍! 읍!]

툭.
전화가 끊겼다.
차형준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가시며 허옇게 질려갔다.
"조 과장이…… 잡혀갔다고? 우리 비밀 거래 장부가 어떻게 감찰반에 들어갔지? 노무라 싱가포르 내부 장부를 볼 수 있는 사람은 본사 전산 팀장 말고는 없을 텐데……."

그는 알 턱이 없었다. 레벨 22의 금융 군주가 된 한도윤이 '글로벌 금융 기관 거래 내역 실시간 해킹 백업' 스킬을 사용해 단 5초 만에 싱가포르 지사의 비밀 원장을 복사해 대한민국 사법 당국의 메일함에 직송해 버렸다는 상상 초월의 진실을 말이다.


같은 시각, 나노센스 본사 사장실.
나노센스의 창업주이자 대표인 김민석은 책상에 머리를 처박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자신이 청춘을 바쳐 개발한 반도체 센서 특허가 불법 공매도 세력의 장난질에 넘어가고, 대주주 지분마저 반대매매로 뺏기게 된 현실. 한강 다리 위를 서성여야 하나 고민하던 바로 그 순간, 그의 개인 비서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대, 대표님! 살았습니다! 나노센스 주가가 급등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반대매매 단가 아래로 떨어져서 시장가 청산이 나갔을 텐데 어떻게 급등을 해?"
"동시호가에 누군가 600만 주를 단번에 쓸어 담았습니다! 시초가가 무려 4,500원에 잡혔고, 지금 주가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안티그라비티 파트너스라는 곳에서 대표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안티그라비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수화기를 건네받은 김민석 대표의 귓가에 차분하고 신뢰감 넘치는 청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갑습니다, 김민석 대표님. 안티그라비티 파트너스의 의장 한도윤입니다."
"아…… 예, 한 의장님. 저희 회사 주식을 사주신 분이 맞습니까? 하지만 왜 이런 위기의 회사에……."
"위기라뇨? 세계 유일의 나노 입자 감지 센서 특허를 가진 초우량 기업이 왜 위기입니까. 도둑놈들이 훔쳐 가려고 담벼락을 허물어놓은 것뿐이죠. 김 대표님의 지분 400만 주는 저희 안티그라비티가 전량 인수하여 안전하게 보관 중입니다. 경영권 걱정은 하실 필요 전혀 없습니다."
"정말입니까? 제 지분을 돌려주신다는 건가요?"
김민석의 목소리가 격하게 떨렸다.
"물론입니다. 저희는 악질 공매도 놈들의 불법 공매도의 숨통을 끊으러 온 것이지, 열심히 일하는 벤처기업의 기술을 뺏으러 온 게 아닙니다. 조만간 공동 경영 및 연구 자금 500억 원 추가 유치에 대한 계약서를 보낼 테니 검토해 주십시오. 그리고…… 이제 편안하게 팝콘이나 드시면서 구경하시면 됩니다."
"구경이라뇨?"
"오늘 여의도 하이에나 한 마리가 완전히 가죽이 벗겨지는 축제가 열릴 예정이거든요."

전화를 끊은 도윤은 옆에 서 있는 서은우 변호사를 바라보았다.
"서 변호사님, 보도자료 배포하시죠."
"예, 의장님. 즉시 송출하겠습니다."

오전 9시 15분.
대한민국 모든 경제 뉴스의 메인 화면에 안티그라비티 파트너스의 공식 입장문이 탑재되었다.

[공식 보도자료: 안티그라비티 파트너스, 코스닥 기술 벤처 '나노센스' 지분 18.2% 인수 및 적대적 공매도 카르텔에 대한 전면전 선포!]
[내용 요약: 안티그라비티는 그랜드 자산운용이 불법적인 '무차입 공매도'를 통해 나노센스의 주가를 고의로 하락시키고 기술을 편취하려 한 명백한 증거를 확보하였으며, 이를 금융감독원 특별감찰반 및 서울남부지검에 고발 접수 완료함.]

이 뉴스가 뜨자마자 주식 시장은 그야말로 초대형 탄도미사일을 맞은 듯 폭발했다.
그동안 불법 공매도에 눈물 흘리던 수백만 명의 개미 투자자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나노센스 주식 매수 버튼을 난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노센스 매수 주문 폭발! 상한가 매수 잔량만 800만 주 돌파!"
[나노센스 현재가: 5,460원 (+30.0% 상한가 직행)]

점상한가.
거래 시작 단 20분 만에 주가는 상한가로 직행해 자물쇠를 채운 듯 꽁꽁 잠겨버렸다.
그랜드 자산운용이 불법으로 쳐둔 620만 주의 공매도 포지션은 고스란히 단두대 위에 올려진 꼴이 되었다.

주가가 4,200원에서 5,460원으로 수직 상승함에 따라, 그랜드 자산운용의 평가 손실액은 단 20분 만에 80억 원을 돌파했다. 문제는 주식을 사서 갚아야(숏 커버링) 포지션이 청산되는데, 상한가 매수 잔량만 쌓여 있어 주식을 단 한 주도 살 수 없다는 점이었다. 주가가 내일도, 모레도 상한가를 치며 올라갈 때마다 그들의 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것이 자명했다.

"체, 청산이 안 됩니다! 매도 물량이 씨가 말랐습니다! 이대로 3일만 지나면 우리 그랜드 자산운용은 자본 잠식으로 파산입니다!"
트레이더의 비명 섞인 외침에 차형준 대표는 책상 위에 있던 모든 모니터를 집어던지며 발광했다.
"아아아악! 말도 안 돼! 안티그라비티이이이!"

그 비명 소리가 여의도 고층 빌딩 사이로 흩어질 무렵, 서초동 의장실의 한도윤 머릿속에서는 청아한 황금빛 벨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여의도 카르텔 격파 퀘스트 1단계 진행률 50% 돌파!]

"벌써 레벨 23인가."
도윤은 컵에 남은 커피를 마시며 미소 지었다.
"차형준 대표님, 주말에 조 과장님이랑 드신 스시 값은 아주 톡톡히 치르셔야겠습니다. 이제 진짜 매운맛은 시작도 안 했거든요."

여의도 사냥꾼 한도윤의 거침없는 진격이, 이제 여의도의 썩은 뿌리 자체를 흔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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