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34화: 월가의 폭격기
목요일 오전 9시 30분.
뉴욕 스카이캐피탈 본사의 45층 트레이딩 룸.
월가의 악명 높은 공매도 귀신 체이스 파커는 시가와 함께 한국 시장에 거대한 융단폭격을 개시했다.
그의 지시를 받은 뉴욕과 홍콩의 하위 찌라시 언론사들이 약속이나 한 듯 자극적인 영어 헤드라인 기사를 쏟아냈다.
― 홍콩 파이낸셜: K-재벌 태성그룹 인수한 신생 펀드 안티그라비티, 분식회계 및 불법 자금 해외 유출 의혹 조사 착수 임박
― 월스트리트 리포트: 한국 금융 시장의 불투명성…… 태성홀딩스 거래 정지 리스크 고조
이 뉴스가 국내 포털 사이트 메인에 번역되어 게재되자마자, 태성홀딩스의 주식 시장은 그야말로 지옥의 묵시록을 맞이했다.
그동안 횡령과 주가 조작에 신물이 나 있던 개미들과 기관 투자자들은 ‘거래 정지’와 ‘상장폐지’라는 단어에 패닉을 일으키며 물량을 사정없이 내던졌다.
[태성홀딩스 현재가: 18,200원 (-8.5%)]
[태성홀딩스 현재가: 16,100원 (-19.0%)]
주가는 미끄럼틀을 타듯 수직으로 급락해 하한가 목전까지 떨어졌다.
체이스 파커는 뉴욕 트레이딩 데스크에서 턱을 치며 오만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한국 시장은 가벼운 지라시 한 장이면 다 무너지는 모래성 같은 곳이군. 안티그라비티의 한도윤이 아무리 4천억을 쥐고 있어도, 레버리지 신용 반대매매 청산 가격인 14,000원까지 밀어버리면 5분 안에 다 청산당해 파산할 거다. 공매도 40만 주 추가로 던져!”
체이스 파커의 자인한 명령과 함께, 모건스틸 창구를 통해 10만 주 단위의 추가 숏 폭탄이 시장가로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초동 트레이딩 룸의 도윤은 이 공포스러운 폭락장에서 가장 차가운 미소로 상태창을 뚫어지라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눈앞에는 체이스 파커의 마우스 클릭 타이밍이 붉은색 카운트다운으로 실시간 출력되고 있었다.
[체이스 파커의 40만 주 추가 공매도 송출 감지!]
[예상 체결 가격대: 14,500원]
- 안티그라비티의 반대매매 청산가: 14,000원
- 상태창의 권장 행동:
지금 즉시 14,600원선에 안티그라비티의 우량 매수벽 45만 주를 대기시켜 그들의 최종 폭격을 완전히 흡수하십시오. 14,000원의 생명선을 지켜내면 숏 스퀴즈의 역습이 시작됩니다.
“송 본부장님, 그리고 최 실장님. 14,600원에 80억 원 상당의 철벽 매수 대기 주문을 즉각 배치하십시오. 단 한 주도 아래로 흐르지 않게 꽉 잠가버려야 합니다.”
도윤의 차갑고도 단호한 명령이 떨어졌다.
“예, 의장님! 즉시 주문 전송했습니다!”
최 실장이 자판을 맹렬히 두드렸다.
오전 9시 55분.
태성홀딩스의 주가는 하한가를 불과 몇 호가 앞둔 14,600원에 닿는 순간, 체이스 파커가 던진 40만 주의 대형 매도 폭탄이 떨어졌다.
그 물량이 떨어지자마자 호가창은 찢어지는 듯 요동쳤으나, 신기하게도 주가는 14,600원에서 단 10원도 밀리지 않고 굳건히 대기 물량을 전부 체결시켰다.
[체결 완료: 안티그라비티 파트너스 14,600원 450,000주 체결]
체이스 파커가 주가를 무너뜨리기 위해 던진 40만 주의 공매도 물량이, 도윤이 세워둔 강철 매수벽 속으로 몽땅 스며들듯 녹아내리며 사라진 것이다.
“……어?”
뉴욕 스카이캐피탈 본사.
체이스 파커는 들고 있던 위스키 잔을 멈춘 채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그의 잘생긴 미간에 깊은 균열이 생겼다.
“어떻게 된 거야? 40만 주를 시장가로 내리꽂았는데 어떻게 10원도 안 빠지고 보합으로 버티는 거지? 한국 연기금이 들어온 건가?”
“아닙니다, 체이스! 여전히 안티그라비티 가온증권 전용 창구입니다! 그들이 14,600원에 철벽 매수 주문을 깔아두고 저희 물량을 1초 만에 몽땅 삼켜버렸습니다!”
트레이더가 비명을 질렀다.
“이 미친 녀석들…… 끝까지 버티겠다는 건가?”
체이스 파커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도윤이 지켜낸 이 14,600원의 생명선이, 바로 내일 금요일 아침 체이스 파커와 레드드래곤 펀드의 목줄을 쥐고 흔들 거대한 쇼트 스퀴즈 단두대의 밑침목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도윤은 의장실 창문 너머 여의도 방향을 바라보며 시원하게 웃었다.
“체이스 파커. 뉴욕 폭격기가 한국 하늘에서 어떻게 격추되는지 똑똑히 감상해라. 내일 아침, 네놈들이 공매도 쳐둔 그 8,000억 원의 총탄을 고스란히 네 심장에 박아주지.”
월가의 거대 자본과 개미 군주 한도윤의 피할 수 없는 최종 승부의 아침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