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3화: 세력이 설계한 덫
“도윤아, 너 진짜 대성엔지니어링 샀던 거냐?”
다음 날 아침,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동기 준식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도윤의 자리로 달려왔다.
그의 손에는 대성엔지니어링의 아침 시초가 화면이 띄워진 스마트폰이 들려 있었다.
“어? 어…… 조금 샀지.”
도윤은 짐짓 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사실 그의 속마음은 이미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오전 9시 정각, 장이 열리자마자 대성엔지니어링은 어제 상태창의 예측대로 ‘점상한가(시작하자마자 상한가)’로 직행했다.
[현재가: 3,590원 (+29.84%)]
도윤은 장이 열리기 직전, 동시호가 타임에 이미 전량 시장가 매도 주문을 걸어두었다.
욕심을 부려 더 들고 갈 수도 있었지만, 상태창이 가르쳐준 ‘내일 아침 매도 타이밍’이라는 조언을 칼같이 따르기로 한 것이다. 잡주는 호재가 반영된 직후 세력의 차익 실현 물량이 쏟아지며 순식간에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했으니까.
[체결 완료: 대성엔지니어링 18,600주 전량 매도 완료. 평균 체결가 3,595원.]
[정산 금액: 66,867,000원]
[최종 수익률: +68.7%]
단 이틀 만에 4,000만 원이 안 되던 예수금이 6,700만 원에 육박하는 거금으로 불어났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속도였다.
“와, 대박이다. 너 얼마 넣었었는데? 한 백만 원 넣었냐?”
준식이가 부러움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그냥 소액으로…… 용돈 벌이 좀 했지 뭐.”
도윤은 멋쩍게 웃으며 대답을 피했다. 4,000만 원 올인이었다는 사실을 밝히면 준식의 심장이 멎을지도 몰랐다. 주식 시장에서 시드머니를 숨기는 것은 개미 투자자의 철칙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때 스마트폰 진동이 울렸다. 역시나 단톡방이었다.
[태호: 야, 한도윤. 대성엔지니어링 오늘 점상이네? 너 어제 진짜 샀냐?]
[민우: 샀겠냐 ㅋㅋㅋ 쫄보 새끼가 어제 손절하고 멘탈 나가서 아무 말이나 뱉은 거겠지. 인증 없으면 뭐다?]
[준식: 야, 도윤이 진짜 샀대. 나 방금 도윤이 자리에서 확인했음.]
[민우: ……진짜? 얼마 샀는데?]
[도윤: 그냥 조금 샀어. 소고기나 사 먹을 정도만.]
단톡방은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늘 도윤을 ‘한강 온도 체크 대변인’이라 놀려대며 우월감을 느끼던 민우는 한참 동안 답장이 없었다.
남의 불행은 꿀맛이지만, 동기 놈이 이틀 만에 수천만 원을 벌었다는 소식은 그들에게 쓰디쓴 독약과도 같을 터였다.
도윤은 조용히 단톡방 알림을 무음으로 돌려버렸다. 이제 그들의 시답지 않은 조롱에 일희일비할 단계는 지났다.
‘이제 시드가 6,700만 원이다. 다음 타깃은 뭘로 해야 하지?’
점심시간, 도윤은 회사 근처 조용한 카페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이켰다.
주위 승객들의 눈을 피해 어두운 구석진 자리에 앉은 그는 가슴을 쿵쾅거리며 상태창을 마음속으로 소환했다.
‘상태창 작동, 주가 예측 레이더!’
웅―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시야에 차가운 파란색 스크린이 펼쳐졌다.
레이더의 빔이 도윤의 동공을 스캔하더니, 이내 요란한 경고음과 함께 붉은빛의 해골 마크가 스크린 한가운데에 턱 하니 박혔다.
[! 경고: 고위험 작전주 감지 !]
[종목명: 신도정밀 (KOSDAQ 082330)]
[현재가: 12,400원 (3일 연속 상한가 기록 중)]
[상태 분석:
현재 시장에서 ‘차세대 초전도체 부품 공급 계약 임박’이라는 대형 지라시를 터뜨리며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종목입니다.
하지만 이는 작전 세력 ‘골드파트너스’가 설계한 전형적인 설거지 덫입니다. 초전도체 부품 공급 계약은 실체가 없는 허위 사실이며, 세력의 평단가는 4,500원선입니다. 이미 세력은 3배 이상의 수익을 올린 상태입니다.]
[작전 타임라인 유출:
- 금일 오전 10시 30분까지 의도적인 자전거래(동일 세력 간 주식 주고받기)를 통해 주가를 14,000원선까지 끌어올려 개미들의 추격 매수를 극한으로 유도할 예정.
- 오전 11시 정각, 골드파트너스의 설계자 최 실장이 확보한 차명 계좌 14개에서 일제히 시장가 매도(투매) 물량 120만 주를 쏟아낼 예정.
- 투매가 시작되는 즉시 주가는 하한가로 급락하며, 추격 매수한 개미들은 고점에 갇혀 파멸에 이르게 됨.]
도윤은 마른침을 삼켰다.
초전도체 지라시로 연일 뜨겁게 타오르던 신도정밀이었다. 주식 커뮤니티에서는 ‘지금 안 타면 인생 낙오자’, ‘텐배거(10배 상승 주식) 확정’이라며 광풍이 불고 있던 그 종목.
그것이 바로 세력의 거대한 덫이었던 것이다.
“오전 11시 정각에 투매라…….”
보통의 투자자라면 이 무시무시한 경고를 보고 기겁하며 도망쳤을 것이다.
하지만 도윤의 눈은 상태창 하단에 추가로 떠오른 퀘스트 메시지에 고정되었다.
[돌발 퀘스트: 세력의 뒤통수를 갈겨라!]
[퀘스트 내용:
작전 세력 ‘골드파트너스’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오전 9시 30분부터 10시 20분 사이의 ‘불꽃놀이’ 구간에 탑승하여 차익을 챙긴 뒤, 세력이 투매를 시작하기 직전인 10시 50분에 가장 먼저 탈출하십시오. 세력의 밥그릇에서 고기만 쏙 빼먹는 극강의 얄미운 단타를 선보이십시오.]
[퀘스트 성공 보상:
- 경험치 150 exp (레벨 업 가능)
- 신규 스킬: 세력 평단가 분석 레이더 오픈]
[퀘스트 실패 페널티: 고점 물림으로 인한 자산 반토막 및 계좌 동결]
“세력의 밥그릇에서 고기만 빼먹는다고?”
도윤의 입꼬리가 해괴하게 올라갔다.
미친 짓이었다. 3일 연속 상한가를 친 폭주 열차에 올라탔다가 제때 내리지 못하면 뼈도 못 추릴 터였다.
하지만 시간표가 내 손에 쥐여져 있다면 얘기가 달랐다.
세력의 설계자 최 실장이 11시 정각에 매도 버튼을 누른다면, 나는 10시 50분에 유유히 팔고 나오면 그만이었다. 그들이 개미를 유혹하기 위해 주가를 억지로 끌어올리는 달콤한 상승 구간만 쏙 빼먹는 것이다.
“시작은 내일 아침이군.”
도윤은 커피를 단숨에 들이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 오전 9시.
대한민국에서 가장 악랄하기로 소문난 작전 세력과, 오직 눈앞의 상태창 하나만 믿고 달리는 방구석 개미 한도윤의 소리 없는 전쟁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다음 날 오전 8시 50분.
도윤은 회사 회의실 구석에 노트북을 펼쳐놓고 앉았다. 다행히 아침에는 부서 회의가 없어 눈치를 볼 필요가 적었다.
HTS 화면에 신도정밀을 띄웠다.
예상대로 예상 체결가는 벌써부터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예상 체결가: 13,200원 (+6.45%)]
“역시 개미들이 미친 듯이 달려드는구나.”
오전 9시. 장이 시작되었다.
땡!
종소리와 함께 신도정밀의 거래가 개시되자마자 엄청난 거래량이 터지며 주가가 요동쳤다.
13,200원…… 13,400원…… 13,600원!
도윤은 심호흡을 하며 타이밍을 노렸다. 상태창이 예고한 상승 구간은 9시 30분부터 본격화된다고 했다.
그는 일단 13,500원 선에서 대기했다.
9시 25분.
주가가 잠시 숨고르기를 하며 13,300원으로 내려앉는 순간, 도윤은 결단을 내렸다.
“내 전 재산, 6,600만 원. 시장가 매수!”
[신도정밀 4,960주 시장가 매수 체결 완료. 평균 체결가 13,300원.]
진입 완료.
이제 남은 시간은 단 1시간 20분.
그 안에 도윤은 세력의 뒤통수를 치고 도망쳐야 했다. 과연 도윤은 무사히 이 지옥 같은 작전주에서 돈을 갈취해 탈출할 수 있을 것인가. 도윤의 손가락이 초조하게 키보드 위를 두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