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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28화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28화: 공직의 어두운 그림자

자산 평가액 2,340억 원.
종합 증권사인 가온증권과 대형 에너지 인프라 기업 AG에너지의 진짜 주인이 된 한도윤의 명성은 여의도를 넘어 대한민국 정·재계를 뒤흔들었다.
하지만 빛이 강할수록 어둠도 깊어지는 법이었다.

자신의 아들이 구속되고 대한국영가스의 경영권까지 빼앗긴 태성그룹의 수장 태성진 회장은 분노로 이빨을 갈았다.
“감히 평범한 개미 놈이 내 아들을 감옥에 처넣고 우리 지분을 털어갔어?! 법무법인 다 동원하고 정계 라인 가동해! 한도윤 그놈을 사회적으로 매장해 버려!”

태성그룹의 로비를 받은 인물은 여당의 막후 실세이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중진 의원 박형식(58세)이었다.
그는 금융위원회와 국세청 고위 관료들을 은밀하게 압박했다.
“안티그라비티 파트너스라는 듣보잡 사모펀드가 단기간에 수천억 대 자산을 불렸습니다. 100% 역외 탈세나 무자본 M&A, 주가 조작이 의심됩니다. 즉시 전면적인 특별 세무조사와 회계 감사를 실시해서 면허를 취소시키시오.”

국회의원 박형식의 청탁 직후, 기업들의 저승사자라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반이 동시에 소집되었다.

월요일 오전 10시.
서초동 안티그라비티 파트너스 빌딩 1층 로비에 검은 정장을 입은 국세청 조사관 12명과 금융위 직원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의 손에는 파란색 결재인이 찍힌 기습 특별 세무조사 및 감사 영장이 들려 있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이민우 과장입니다. 안티그라비티 파트너스의 탈세 및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해 긴급 영장을 집행하러 왔습니다. 모든 사무실의 문서 보관함과 하드디스크 이미징 작업을 개시하겠습니다!”

로비가 소란스러워지자 직원들이 당황했으나, 의장실에 있던 도윤은 다리를 꼬고 커피를 마시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의 눈앞에는 이미 사흘 전에 상태창의 경고음이 요란하게 번쩍이며 리스크를 완벽하게 브리핑해 둔 상태였다.

[금융·사법 수사 실시간 회피 레이더 작동 완료]

[스캔 완료된 카운터 기밀 정보]

  1. 국세청 이민우 과장이 지난달 태성건설 임원으로부터 강남의 룸살롱에서 3,000만 원 상당의 뇌물 및 성 접대를 받은 영수증과 현장 CCTV 녹화 파일 확보 완료.
  2. 금융위 차선우 서기관이 국회의원 박형식의 보좌관으로부터 ‘조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한도윤을 엮어주면 금융위 과장 승진을 보장하겠다’는 비밀 텔레그램 대화 내역 전체 백업 완료.

도윤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정장을 매만졌다.
“서 변호사님, 손님들이 오셨으니 VIP 접견실로 안내해 드려야죠.”
“예, 의장님. 자료 출력물 챙겼습니다.”
서은우 변호사가 차가운 눈빛으로 미소 지으며 앞장섰다.

도윤은 로비에서 직원들에게 윽박지르고 있는 국세청 이민우 과장과 금융위 차선우 서기관에게 다가갔다.
“이 과장님, 그리고 차 서기관님. 조사 열심히 하시는 건 좋은데, 먼지 많은 로비에서 이러지 마시고 조용하게 회의실로 가시죠.”
도윤의 너무나도 당당하고 여유로운 태도에 이 과장과 차 서기관은 묘한 찝찝함을 느꼈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어차피 모든 자료를 다 압수할 테니 어디서 얘기하든 상관없지요.”


4층 VIP 회의실.
문이 닫히자마자 이 과장이 굳은 얼굴로 합의서 파일을 꺼내려 했다.
그때, 도윤이 서은우 변호사가 들고 있던 서류 봉투 두 개를 테이블 위에 툭 던졌다.

“자료 압수하시기 전에 이것부터 확인해 보시죠. 이 과장님 전용 봉투, 그리고 차 서기관님 전용 봉투입니다.”
“이게 뭡니까? 주가 조작 시인서라도 쓴 겁니까?”
이 과장이 콧방귀를 뀌며 자신의 봉투를 열었다.

첫 페이지를 넘긴 이 과장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싹 가셨다.
그 안에는 강남 룸살롱의 은밀한 밀실에서 태성그룹 측 임원에게 돈다발 봉투를 받고 있는 자신의 고화질 사진들과, 당시 접대했던 여성들의 진술서가 꼼꼼하게 편철되어 있었다.

“어, 어떻게 이걸……!”
이 과장의 손이 눈에 띄게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차 서기관 역시 자신의 봉투를 열어보고는 턱이 빠질 듯 경악했다.
텔레그램의 보안 대화방에서 박형식 의원의 보좌관과 승진 청탁을 모의하며 ‘한도윤의 혐의를 억지로 조작해서 엮어보겠다’고 보낸 자신의 문자 메시지 캡처본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인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도윤은 소파에 깊숙이 기대어 팔짱을 꼈다.
“이 과장님, 그리고 차 서기관님. 국회의원 박형식의 똥개 짓을 해주러 오신 대가로 감옥에서 10년 동안 콩밥 드실 준비는 되셨습니까? 뇌물수수죄에 공무상 비밀누설, 무고죄까지 합산하면 아주 이쁜 형량이 나올 텐데 말입니다.”

회의실 안은 단숨에 숨 막히는 정막이 감돌았다.
방금 전까지 ‘기업의 저승사자’처럼 날뛰던 두 공무원은, 이제 사시나무 떨듯 떨며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의장님, 이건…… 오해입니다. 저희는 그저 위에서 지시가 내려와서……”
차 서기관이 덜덜 떨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변명했다.
도윤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쏘아보았다.

“오해는 법정에서 판사에게 하시고. 선택권을 드리죠. 지금 즉시 모든 세무조사와 금융위 감사 인력을 철수하십시오. 그리고 국세청장과 금융위원장에게 ‘안티그라비티는 역대급으로 투명하게 운영되는 초우량 펀드이며, 오히려 태성그룹 측의 음해 청탁으로 무리한 조사가 기획된 정황이 확인되어 조사를 무혐의 종결한다’고 공식 서면 보고서를 올리십시오.”
도윤이 가볍게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오늘 오후 2시까지 완료하십시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이 서류들은 대검찰청 특수부와 대한민국 상위 3대 방송사의 9시 뉴스 메인 헤드라인으로 직통 전송됩니다. 아시겠습니까?”

이 과장과 차 서기관은 서로를 쳐다보며 절망적으로 침을 삼켰다.
도윤의 정보력은 공권력마저 장난감처럼 손바닥 위에서 쥐고 흔드는 절대적인 차원이었다.

“……알겠습니다, 의장님. 즉시…… 즉시 철수하고 보고서 올리겠습니다.”
이 과장이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빌었다.

회의실 문을 열고 나온 국세청 팀원들과 금융위 조사반은 팀장들의 다급한 “전원 철수! 장비 다 챙겨!”라는 명령에 영문도 모른 채 허겁지겁 짐을 싸서 도망치듯 빌딩을 나섰다.

빌딩 밖으로 나가는 조사 요원들의 꽁무니를 내려다보며, 도윤은 다음 사냥감을 마음속으로 결정했다.
“국회의원 박형식…… 태성그룹의 꼬리를 자르고 남은 몸통을 치기 전에, 먼저 권력이라는 방패막이부터 치워버려야겠군.”

권력의 핵심부를 직격하는 한도윤의 세 번째 머니 게임이, 서초동 안티그라비티 파트너스 빌딩 위에서 잔혹하게 조준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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