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26화: 세력의 심장부를 직격하다
“골드파트너스 최 실장이 잠적했다고?! 그게 무슨 개소리야!”
태성그룹 본사 부사장실.
태성민은 책상 위의 명품 크리스탈 스탠드를 바닥으로 쓸어 던지며 노호했다.
산산조각 난 유리 파편이 카펫 위로 사방에 흩어졌으나, 그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최 실장과 연락이 두절된 후, 부하들을 보내 강남의 골드파트너스 사무실을 털어보았지만 이미 그곳은 텅 비어 있었다. 주요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서류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
“부사장님, 조사 결과 최 실장은 지금 가온증권 본사의 VIP 보안 구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를 배신하고 안티그라비티의 한도윤 대표와 손을 잡은 것 같습니다.”
비서의 보고에 태성민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최 실장 그 쥐새끼 같은 놈이…… 감히 태성그룹을 배신해? 주가조작 모든 혐의를 덮어쓰기로 계약해 놓고 튀어?!”
하지만 태성민은 주저앉아 있을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재벌 3세의 오만함과 막대한 자금력으로 이 판을 밀어붙이기로 결심했다.
“안티그라비티가 15.2%를 샀다고 해서 대세가 바뀌진 않아. 국회 법안은 통과됐고 민영화는 확정이다. 우리가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지분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면 그만이야. 사재 통장 털고 계열사 자금 댕겨와. 월요일 장 개시와 동시에 600억 원 추가 투입해서 지분 무제한 매수해!”
태성민은 자신만만하게 소리쳤지만, 그의 대담한 자금 동원 계획은 실시간으로 도윤의 모니터 위에 출력되고 있었다.
도윤은 의장실 소파에 앉아 상태창의 해킹 정보를 조용히 훑어보았다.
[태성민의 자금 조달 리스크 해킹 완료]
- 조달 자금: 총 600억 원
- 출처 분석:
태성민의 개인 자산 300억 원 외에, 남은 300억 원은 태성그룹의 상장 계열사 ‘태성건설’의 공사 대금 유보금에서 일시적으로 단기 대여 형식으로 횡령하여 자사 차명 계좌로 불법 이체하려 함.
이는 재벌 대주주의 ‘업무상 배임 및 횡령’이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특경법) 위반 사항임.
[결전의 타임라인 및 행동 가이드:
월요일 오전 9시 20분: 태성민은 태성건설 자금 300억 원을 55개 차명 계좌 중 하나인 ‘우성인베스트’ 계좌로 송금할 예정임.
송금 즉시, 서은우 변호사가 준비한 특경법 위반 및 불공정 주식 거래 혐의 고발장을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특별수사단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부에 즉시 팩스 및 이메일로 발송하여 계좌를 실시간으로 동결 처리하십시오.
지분 싸움의 총탄(자금)을 원천 차단하여 그를 꼼짝 못 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서 변호사님, 서류 다 준비됐습니까?”
도윤이 물었다.
옆에 서 있던 서은우 변호사가 태성건설 법인 계좌 이체 약정 위반 조사서와 이 회장 일가의 배임 혐의 고발장 뭉치를 흔들며 시원하게 웃었다.
“완벽합니다, 의장님. 검찰 남부지검의 금융조사부 에이스 부장검사가 제 대학 선배입니다. 이 정도 증적 자료와 이체 내역이면 고발장 접수와 동시에 실시간 계좌 압류 및 동결 영장이 10분 안에 떨어질 겁니다. 주가조작은 물론이고 횡령 혐의까지 확정이라 태성민은 영장 실질심사를 피할 수 없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도윤의 눈빛이 포식자의 그것처럼 번뜩였다.
옆에 앉아 있던 최 실장은 도윤의 치밀하고도 잔혹한 설계를 지켜보며 내심 혀를 내둘렀다.
그가 만약 도윤과 손을 잡지 않고 끝까지 대립했다면, 지금쯤 자신 역시 차디찬 검찰 조사실에서 썩어가고 있었을 것이 뻔했다.
한도윤은 돈을 버는 능력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법적, 사회적으로 완벽하게 매장해 버리는 기괴할 정도의 냉혹함을 갖추고 있었다.
“최 실장님, 내일 오전 9시 30분에 태성민이 던질 차명 계좌의 매수 신호가 잡히면, 바로 우리 가온증권의 신용 공여 계좌로 그 자리를 선점해 버리십시오. 그들의 계좌가 묶이는 순간, 대한국영가스의 주가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상한가 랠리를 시작할 겁니다.”
도윤이 미소 지으며 지시했다.
“알겠습니다, 의장님. 준비 완료했습니다.”
월요일 아침이 밝아왔다.
오전 9시 정각, 주식 시장이 열림과 동시에 대한국영가스의 주가는 금요일의 폭풍 같은 호재를 이어받아 갭상승으로 강하게 출발했다.
[대한국영가스 현재가: 29,800원 (+6.4%)]
태성민은 부사장실 모니터를 보며 흡족하게 미소를 지었다.
“좋아, 자금 이체해. 우성인베스트 계좌로 300억 쏘고 바로 매수 주문 깔아!”
오전 9시 20분.
태성건설의 재무팀을 통해 300억 원의 공사 자금이 우성인베스트의 차명 증권 계좌로 입금되었다.
도윤의 모니터에 붉은색 송금 감지 알림이 번쩍였다.
[이체 신호 포착: 태성건설 → 우성인베스트 300억 원 송금 완료]
“서 변호사님, 쏘십시오.”
도윤이 턱짓했다.
“예, 영장 집행 가시죠.”
서은우 변호사가 전송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대동개발 사건 때보다 3배는 더 든든하게 준비된 특경법 위반 고발장이 남부지검과 금감원 특사경에 동시에 꽂혔다.
그로부터 불과 10분 뒤인 오전 9시 30분.
태성민이 추가 매수 주문을 넣으려던 찰나, 우성인베스트 계좌의 HTS 화면에 시뻘건 경고 창이 턱 하니 나타났다.
[알림: 본 계좌는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의 명령에 의해 임시 동결(거래 정지) 처리되었습니다. 상세 내용은 관할 검찰청으로 문의하십시오.]
“……어?”
태성민은 마우스를 쥔 손가락을 부들부들 떨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의 등 뒤로 식은땀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주식 시장의 거대 공룡인 태성그룹의 3세 부사장의 숨통을, 방구석 개미 출신 한도윤이 쳐둔 법망이 실시간으로 낚아채어 꼼짝 못 하게 묶어버린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