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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25화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25화: 태풍이 불어오는 날

목요일 오후 2시 15분.
국회 본회의장의 전광판에 녹색 불빛이 일제히 켜졌다.
[재석 245인, 찬성 182인, 반대 43인, 기권 20인]
정부의 국영 에너지 기업 구조조정 및 일부 민영화 완화 특별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여의도 태성그룹 본사 부사장실에서 이 화면을 지켜보던 태성민 부사장은 와인 잔을 가볍게 흔들며 나직하게 읊조렸다.

“로비 자금 수십억을 뿌린 보람이 있군. 이제 껍데기만 남은 대한국영가스를 우리 태성가스가 날로 먹을 시간이다.”
태성민은 곧바로 수화기를 들어 최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 실장, 법안 통과됐다. 쟁여뒀던 보도자료 일제히 엠바고 풀고, 내일 아침 개장과 동시에 주가 폭등시켜. 상한가 랠리로 일주일 내내 개미들 침 흘리게 만든 다음에, 다음 주 금요일 최고점에서 우리 물량 다 넘기고 설거지 끝내.”
― 예, 부사장님. 준비해 둔 자료 내일 아침 9시 정각에 일제히 배포하겠습니다.
수화기 너머 최 실장의 목소리는 차분했으나, 도윤의 방에서 지옥의 덫을 확인했던 그의 목소리 밑바닥에는 차가운 칼날이 벼려져 있었다.


금요일 오전 9시.
대한민국 모든 언론에 일제히 대형 단독 기사들이 실렸다.

[단독: 태성그룹, 대한국영가스 지분 전격 인수 및 경영권 획득 추진…… 가스 민영화 1호 수혜사 등극!]
[속보: 대한국영가스, 태성그룹 에너지 계열사와 합병 추진 및 친환경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신사업 추진 계획 발표]

그동안 6,400원선에서 횡보하던 대한국영가스의 주가는 장이 열리자마자 미친 듯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재벌 그룹 태성민 부사장이 직접 설계한 ‘불꽃놀이’의 시작이었다.

첫날인 금요일, 주가는 시작하자마자 상한가로 직행했다.
[대한국영가스 종가: 8,300원 (+28.6% 상한가 안착)]

이후 대한국영가스는 시장의 광풍 속에 연일 점상한가를 기록하며 폭주하기 시작했다. 월요일 10,700원, 화요일 13,900원, 수요일 18,000원을 거쳐 목요일에는 22,000원 선을 돌파했다.

그리고 금요일 오전, 작전 개시 6일째.
태성민이 개미들을 고점에 가두기 위해 자전거래를 돌려 인위적으로 차트를 아름답게 그려내자, 대한민국 모든 단타 개미들과 여의도 사설 펀드들이 불나방처럼 덤벼들었다.

오후 1시. 주가는 어느덧 22,000원 선에서 매매 공방을 벌이고 있었다.
태성민은 입가에 비열한 웃음을 띠며 비서에게 지시했다.
“오후 1시 30분 정각에 55개 차명 계좌에 묶인 우리 물량 400만 주 일제히 시장가로 던져라. 오늘 한 번에 다 털고 엑시트한다.”

그가 탈출 버튼을 누르려 준비하던 바로 그 시각.
가온증권 의장실의 도윤은 안경을 고쳐 쓰며 서은우 변호사를 바라보았다.

“서 변호사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서버에 연동해 둔 우리 공시 버튼 누르십시오.”
“예, 의장님. 지금 즉시 송출합니다.”

오후 1시 10분.
대성메디컬에 이어 다시 한번 여의도 전체를 송두리째 뒤흔들 메가톤급 대주주 변동 공시가 DART 화면에 등록되었다.

[대량보유상황보고서 (5% 룰 의무 공시)]

순식간에 주식 시장은 일시적 정적에 휩싸였다.
태성그룹이 조용히 먹어가던 대한국영가스에, 낯선 거대 사모펀드 연합인 ‘AG에너지홀딩스’가 지분 15.2%를 들고 턱하니 나타나 경영권 분쟁을 선포한 것이다.

자본시장법상 대량보유 보고의무의 기한이 ‘사유 발생일로부터 5영업일 이내’라는 점을 역이용해, 일주일 동안 철저히 매집 사실을 함구하다가 법적 한계 시점에 맞춰 기습적으로 공시를 터뜨린 완벽한 ‘스텔스 작전’이었다.

주식 시장에서 '경영권 분쟁'은 주가를 상상 초월로 폭등시키는 최고의 호재였다.
양측 세력이 주식을 한 주라도 더 뺏어오기 위해 시장의 물량을 마구 쓸어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주문이 호가창에 광풍처럼 밀려들기 시작했다.

주가는 22,000원에서 순식간에 26,000원, 28,000원을 향해 미친 듯이 솟구쳤다.

“이, 이게 뭐야?!”

태성그룹 부사장실의 태성민은 들고 있던 와인 잔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AG에너지홀딩스?! 15.2%?! 이 듣도 보도 못한 놈들이 어떻게 우리 지분만큼이나 대한국영가스 주식을 갖고 있는 거야! 최 실장, 이 새끼 어떻게 된 거야!”
태성민이 미친 사람처럼 최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수화기 너머에서는 ‘지금 거신 전화는 당분간 받을 수 없으며……’라는 차가운 안내음만이 흘러나왔다.

태성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사색이 되었다.
자신들이 개미들을 털어먹기 위해 설계한 판 위에, 오히려 자신들의 목덜미를 물어뜯을 더 거대한 포식자가 조용히 그물을 치고 대기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가온증권 본사의 도윤은 의자에 기대어 62억 현금에서 이제는 수백억 대 가치로 부풀어 오른 대한국영가스 평가 잔고를 보며 가볍게 미소 지었다.

“태성민 부사장님. 재벌 3세 딱지 떼고, 저랑 지분 싸움 한번 제대로 해보시죠. 사재 다 털어 넣을 준비는 되셨습니까?”

재벌 대기업 태성그룹의 지배 구조를 무너뜨리기 위한 한도윤의 거침없는 사냥 총성이 여의도 상공에 엄숙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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