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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24화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24화: 재벌 3세의 덫

태성그룹의 3세 후계자이자 대한국영가스 인수 작전의 총책인 태성민 부사장(35세)은 여의도 최고의 펜트하우스에서 와인을 잔에 채우며 오만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의 비서가 태블릿 PC를 내밀며 보고했다.

“부사장님. 최근 가온증권을 인수한 안티그라비티 파트너스라는 신생 PEF의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대성메디컬 숏 스퀴즈로 시드를 크게 불린 개인 투자자 한도윤이 의장으로 앉아 있습니다. 혹시 이들이 대한국영가스 딜에 숟가락을 얹으려는 게 아닌가 우려됩니다.”
태성민은 콧방귀를 뀌며 와인을 한 모금 머금었다.
“한도윤? 대성메디컬 건은 그냥 운이 좋았던 졸개 개미일 뿐이야. 기껏해야 수백억 원 굴리는 풋내기가 감히 시총 4천억짜리 대기업과 국영 에너지 민영화 판에 끼어들겠다고? 그냥 짖게 놔둬. 최 실장 놈만 우리가 설계한 대로 꼬리 자르기로 쓰고 버리면, 금융감독원도 우리 태성그룹을 건드리지 못해.”

재벌 3세의 오만함은 완벽한 장막이 되어 그의 눈을 가리고 있었다.
그가 무시한 그 ‘풋내기 개미’ 한도윤은 지금 가온증권 본사 최상층 의장실에서 최 실장과 머리를 맞대고 태성그룹의 숨통을 조일 덫을 완성하고 있었다.

“대한국영가스 매집 전용 특수목적법인(SPC) ‘AG에너지홀딩스’ 법인 등록 완료했습니다, 대표님.”
서은우 변호사가 서류를 제출했다.
가온증권이 보유한 현금 자산 800억 원과 안티그라비티의 자금, 그리고 한성건설 등 법인 예수금을 합친 총 1,200억 원 규모의 사냥 전용 펀드가 결성된 것이다.

도윤은 의자에 기대어 상태창의 해킹 화면을 작동했다.

[태성그룹 차명 매집 동향 해킹 완료]

[상태창의 지시: 물량 가로채기 2차 작전]
최 실장의 지시를 받아 그들이 6,400원에 매도 주문을 내는 0.1초의 순간, 당신의 ‘AG에너지홀딩스’ 계좌를 활용해 6,410원에 매수 주문을 넣어 태성그룹의 차명 물량을 중간에서 가로채십시오.
그들의 자전거래를 무력화시키고 지분을 고스란히 빼앗아 오는 최적의 타이밍입니다.

“최 실장님, 내일 아침 트레이더들에게 6,400원선에 자전거래를 돌리라고 지시하십시오. 태성민이 보고서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절대 들키지 않게 아주 정교하게 물량을 털어와야 합니다.”
도윤이 지시했다.
최 실장은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의장님. 저희 트레이딩 룸의 모든 거래 내역과 주문 신호를 실시간으로 안티그라비티 서버와 동기화해 두었습니다. 태성민은 본인이 매집하고 있다고 착각할 겁니다.”


목요일 오전 9시 30분.
대한국영가스의 호가창은 조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골드파트너스의 트레이더들이 태성민의 명령에 따라 주가를 누르기 위해 10만 주 단위의 차명 매도 폭탄을 시장에 던졌다.

[대한국영가스 현재가: 6,420원 (-3.8%)]

태성민은 사무실에서 실시간 보고를 받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 6,400원 밑으로 내려서 물량을 싹 쓸어 담아.”

하지만 그는 호가창 아래에서 어떤 거대한 아가리가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골드파트너스의 계좌에서 6,400원에 10만 주의 매도 주문이 나가는 그 0.1초의 틈.
도윤의 매크로 서버가 정확히 반응하며 6,410원에 10만 주의 매수 주문을 가동했다.

[체결 완료: AG에너지홀딩스 6,410원 100,000주 체결]
[체결 완료: AG에너지홀딩스 6,390원 150,000주 체결]
……

태성그룹의 차명 계좌가 던진 물량은 그들이 다시 받아먹지 못하고, 고스란히 도윤의 SPC 법인 계좌인 'AG에너지홀딩스'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세력의 시스템에는 '자전거래 성공'으로 가짜 신호가 뜨도록 최 실장이 시스템을 미리 조작해 둔 상태였다.

그렇게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 동안, 대한국영가스의 주식 시장 밑바닥에서는 보이지 않는 지분 탈취 전쟁이 벌어졌다.
태성민이 “매집 잘 되고 있지?”라고 물을 때마다 최 실장은 “순조롭게 매집되고 있습니다, 부사장님.”이라며 위조된 보고서를 올렸다.

그리고 금요일 오후 3시 30분, 장 마감.

[대한국영가스 종가: 6,450원]

도윤은 이틀 만에 대한국영가스 전체 지분의 15%를 태성민의 코앞에서 훔쳐 오는 데 성공했다.
이제 태성민이 오는 목요일 국회 법안 상정 타이밍에 맞춰 대한국영가스의 지분을 대대적으로 터뜨리고 주가를 30,000원선으로 띄울 때, 그 상승의 꿀물과 경영권은 태성그룹이 아니라 도윤의 안티그라비티가 통째로 가져가게 될 터였다.

도윤은 의장실 창문 너머 여의도 IFC 빌딩을 바라보며 시원하게 웃었다.
“태성민 부사장님. 호의로 주가를 올려주신다니, 기쁘게 받아먹겠습니다.”

재벌 3세의 오만한 덫을 역으로 이용해 그들의 목을 교수대에 매다는 한도윤의 통쾌한 사냥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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