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16화: 결전의 금요일
금요일 오전 8시 30분.
대한민국 주식 시장의 장 개시 전 동시호가가 시작되었다.
도윤의 트레이딩 룸 모니터 화면 4대가 일제히 빠르게 깜빡이며 숫자를 토해냈다.
블랙스톤 글로벌의 트레이더들은 제임스 강의 지시에 따라 장이 열리기도 전에 시장가로 50만 주의 공매도 폭탄을 쏟아부었다.
호가창 좌측의 예상 체결가는 그야말로 수직 낙하하고 있었다.
[예상 시초가: 5,900원 (-7.5%)]
[예상 시초가: 5,500원 (-13.7%)]
개미들이 걸어둔 얇디얇은 매수 잔량은 장이 열리기도 전에 찢겨 나갔고, 예상 가격은 하한가 부근까지 위태롭게 밀려내려 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도윤은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제임스 강, 마지막 총알까지 아주 탈탈 털어 넣는구나.”
오전 8시 55분.
장이 열리기 단 5분 전, 도윤은 대기시켜 두었던 5개의 계좌를 열었다.
남아 있던 29억 원의 현금 실탄에 레벨 8 특혜로 열린 300% 신용 한도를 풀로 당겼다. 화면에 찍힌 매수 가능 금액은 무려 85억 원에 달했다.
“전부 받아먹는다. 시초가 시장가 매수!”
도윤이 마우스 클릭을 쏘아 올렸다.
순식간에 80억 원에 달하는 거대한 매수 주문이 동시호가 창으로 빨려 들어갔다.
화면의 예상 체결가 그래프가 지진계 바늘처럼 격렬하게 요동치더니, 순식간에 하한가 근처에서 보합권으로 튀어 올라왔다.
[예상 시초가: 6,300원 (-1.2%)]
같은 시각, 여의도 블랙스톤 글로벌 트레이딩 룸.
“제임스! 동시호가 창에 정체불명의 거대 매수 벽이 들어왔습니다!”
트레이더가 비명을 질렀다.
“뭐라고? 우리가 50만 주나 던졌는데 어떻게 가격이 방어되는 거야?! 국내 기관인가?”
제임스 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닙니다! 여전히 분산된 개인 계좌들인데, 들어온 물량이 무려 80억 원어치입니다! 시초가가 보합권에서 출발하려고 합니다!”
제임스 강은 어금니를 깨물었다.
“이 좀비 같은 놈들……! 장 열리자마자 남은 물량 더 던져! 오늘 어떻게든 6,000원 선을 붕괴시키고 하한가로 밀어버려!”
오전 9시 정각.
땡! 하는 종소리와 함께 장이 개시되었다.
[대성메디컬 시초가: 6,350원 (-0.4%)]
장이 열리자마자 블랙스톤 글로벌의 추가 공매도 물량이 사정없이 쏟아졌다.
주가는 6,350원에서 6,200원, 6,100원까지 빠르게 밀렸다.
도윤은 쏟아지는 물량을 신용 레버리지를 활용해 묵묵히 받아냈다.
그의 통장에 찍힌 신용 매수 총액은 어느덧 60억 원을 돌파하고 있었다. 주가가 1% 떨어질 때마다 평가 손실이 수천만 원씩 늘어나는 공포의 구간이었지만, 도윤의 시선은 오직 화면 우측 상단의 시계에만 고정되어 있었다.
오전 9시 55분.
오전 9시 58분.
오전 9시 59분.
도윤의 눈앞에 상태창의 카운트다운 타이머가 붉은빛을 뿜으며 초읽기를 시작했다.
[3…… 2…… 1……]
오전 10시 정각.
갑자기 도윤이 모니터링하던 포털 사이트 경제 섹션과 증권사 뉴스 창이 폭발하듯 붉은색 속보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속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암연구소, K-바이오 대성메디컬 ‘판도라-Y’ 임상 2상 성공 공식 발표!]
[단독: 대성메디컬, 글로벌 초대형 제약사 ‘화이자’와 2조 1천억 원 규모 기술 이전(L/O) 계약 체결 완료!]
그 순간, 대성메디컬의 호가창이 단 1초 만에 굳어버렸다.
정적에 휩싸인 듯 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VI(정적 변동성 완화 장치)가 발동된 것이다.
호가창 아래에 깔려 있던 매도 물량들은 마법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반대로 매수 호가창에는 100만 주, 300만 주, 500만 주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전 세계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주문이 해일처럼 밀려들기 시작했다.
대성메디컬의 가짜 뉴스가 100% 사기였음이 밝혀짐과 동시에, 2조 원짜리 화이자 기술 이전이라는 울트라 메가톤급 호재가 터진 것이다.
“이, 이게 무슨……!”
여의도 IFC 빌딩 38층.
제임스 강은 들고 있던 위스키 잔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유리 파편과 함께 갈색 액체가 고급 카펫을 적셨으나, 그는 그것을 인지하지도 못했다.
그의 눈은 모니터 화면에 찍힌 ‘화이자 2조 기술 이전’ 속보에 고정되어 있었다.
“임상 성공이라고? 화이자가 기술을 사갔다고?! 말도 안 돼! 리포트 분석 결과 분명 사기였는데!”
“제임스! 큰일 났습니다! 전 세계 기관들이 대성메디컬 주식을 긁어모으고 있습니다! 매수 대기 물량만 800만 주가 쌓였습니다! 주가가 점상한가로 직행합니다!”
트레이더들이 패닉에 빠져 소리를 질렀다.
“우리의 숏 포지션은?! 공매도 360만 주는 어떻게 되는 거야!”
제임스 강이 트레이더의 멱살을 잡고 절규했다.
“파, 갚아야 합니다! 주가가 폭등하기 전에 시장가로 사서 갚아야(숏 커버링) 하는데, 지금 상한가 매수 잔량이 너무 쌓여서 주식을 단 한 주도 살 수 없습니다! 월요일 장이 열리면 갭상승으로 점상이 이어질 텐데, 그렇게 되면 저희 펀드는…… 파산입니다!”
쇼트 스퀴즈.
공매도를 쳐둔 세력이 주가 폭등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을 막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주식을 비싼 값에 시장가로 쓸어 담아야 하는, 공매도 세력에게는 지옥의 사형 선고와 같은 현상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형 집행장의 꼭대기에는,
대성메디컬의 지분을 바닥에서 가장 저렴하게 45만 주나 쓸어 담아 쥐고 있는 한도윤이 서 있었다.
도윤은 모니터 너머 여의도 방향을 바라보며 시원하게 웃었다.
“자, 제임스 강. 이제 주식을 사서 갚아야 할 텐데, 과연 내 주식을 주당 얼마에 사갈 테냐?”
세력을 사냥하는 개미 한도윤의 통쾌한 반격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