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15화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15화: 바닥에서 모으는 구슬

수요일과 목요일, 이틀 동안 대성메디컬 주식 시장은 그야말로 피비린내 나는 아수라장이었다.
블랙스톤 글로벌의 펀드매니저 제임스 강은 본격적으로 언론 플레이의 수위를 높였다.

― 美 바이오 매체, K-바이오 대성메디컬 췌장암 치료제 ‘판도라-Y’ 원천 기술 도용 및 특허 사기 가능성 제기
― 뉴욕 헤지펀드 관계자 “실체 없는 바이오 거품, 상장폐지로 갈 것” 경고

뉴욕발 악재 뉴스가 실시간으로 번역되어 한국 경제지 최상단을 장식하자, 개미들은 공포의 극치에 달했다.
주식 시장에서 가장 무서운 악재는 실적 부진이 아니다. 바로 ‘상장폐지’와 ‘거래 정지’에 대한 공포였다.
휴지 조각이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질린 개인 투자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주식을 내던졌다.

[대성메디컬 수요일 종가: 7,150원 (-9.0%)]
[대성메디컬 목요일 종가: 6,380원 (-10.7%)]

주가는 단 이틀 만에 8,000원 선에서 6,000원대 중반까지 힘없이 미끄러졌다.
시가총액은 순식간에 반토막이 났고, 주식 토론방은 말 그대로 한강 정모를 모집하는 글들로 가득 찼다.

하지만 서초동 트레이딩 룸의 도윤은 이 미친 듯한 폭락장을 가장 평온한 표정으로 즐기고 있었다.
오히려 주가가 7,000원 밑으로 떨어지자 도윤의 눈빛은 한층 더 탐욕스럽게 빛났다.

“싸다, 싸. 제임스 강이 아주 이쁘게 세일을 해주는구나.”

도윤은 상태창의 기밀 가이드를 나침반 삼아, 폭락하는 호가창 하단에 아주 은밀하게 매수 그물을 깔아 두었다.
한 번에 대량의 매수 주문을 넣으면 외인들의 감시망에 걸릴 수 있었기에, 5개의 차명 계좌를 활용해 500주, 1,000주 단위로 하루 종일 쪼개서 매수했다.

그 결과, 목요일 장 마감 시각인 오후 3시 30분, 도윤의 모니터에는 경이로운 수치가 찍혔다.

[대성메디컬 매집 현황 보고]

외인들이 개미들을 털기 위해 내던진 피 같은 주식 중 무려 45만 주가 도윤의 금고 안으로 차곡차곡 쌓인 것이다.

도윤의 눈앞에 파란색 상태창이 깜빡이며 메시지를 띄웠다.

[돌발 퀘스트 1단계 조건 충족 완료!]
[대성메디컬 455,000주 매집(평단가 7,310원)이 완료되었습니다.
외국계 헤지펀드 블랙스톤 글로벌의 예상 숏 포지션 청산 단가(12,000원) 대비 압도적으로 유리한 평단가를 확보하셨습니다.]

[결전의 타임라인 유출:

  1. 금요일 오전 8시 30분: 제임스 강은 장 개시 동시호가 타임에 50만 주의 마지막 공매도 폭탄을 기습 투하해 주가를 5,000원대로 짓밟으며 시작하려 함.
  2. 금요일 오전 10시 정각: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암연구소 저널을 통해 ‘대성메디컬 판도라-Y 임상 2상 완벽 성공’ 공식 논문이 전 세계에 릴리즈 예정.
  3. 오전 10시 01분: 가짜 뉴스가 100% 허위로 밝혀짐과 동시에 전 세계 기관 투자자들이 대성메디컬 주식을 미친 듯이 사들이기 시작할 것임.
  4. 공매도를 쳐둔 블랙스톤 글로벌은 주가가 폭등하면 빚을 갚기 위해 시장가로 주식을 급하게 되사야 하는 ‘쇼트 스퀴즈’ 패닉에 빠지게 됨.]

[결전의 제안:
내일 아침 제임스 강이 던질 50만 주의 공매도 폭탄을 역으로 당신의 남은 자금 29억 원과 레벨 8 신용 대출 한도를 총동원해 받아치십시오.
시초가에 세력의 매도를 완전히 뭉개버려 그들을 지옥으로 보내버릴 차례입니다.]

도윤은 침을 꿀꺽 삼켰다.
내일 오전 10시.
단 17시간 뒤면 대한민국 주식 역사에 길이 남을 거대한 전쟁이 시작될 터였다.

같은 시각, 여의도 IFC 빌딩 블랙스톤 글로벌 사무실.
제임스 강은 위스키 잔을 흔들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
“현재 대성메디컬 공매도 누적 이익만 150억이 넘는군. 내일 아침 시초가에 50만 주 더 던져서 완전히 기를 죽여놓고, 다음 주 월요일에 5,000원선에서 쇼트 커버링(주식을 사서 갚음)을 시작한다. 이번 작전도 아주 깔끔해.”
그는 자신들이 살포한 가짜 찌라시가 내일 오전 10시 전 세계에 탄로 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350만 주의 공매도라는 거대한 시한폭탄이 매달려 있었고, 그 폭탄의 기폭장치를 쥔 청년은 지금 서초동 꼬마 빌딩에서 조용히 미소 짓고 있었다.

도윤은 모니터의 전원을 끄고 의자 깊숙이 몸을 묻었다.
“제임스 강. 내일 아침, 네놈들이 모은 그 공매도 구슬이 어떻게 박살 나는지 똑똑히 보여주지.”

다가오는 금요일의 아침.
여의도를 송두리째 뒤흔들 거대한 쇼트 스퀴즈의 폭풍전야 속에서, 도윤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