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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14화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14화: 공매도 전장의 포성

서초동 대검찰청 건너편, 도윤이 낙찰받은 4층짜리 꼬마 빌딩.
도윤은 건물 최상층인 4층을 자신의 개인 사무실 겸 트레이딩 룸으로 개조했다.
최고급 듀오백 의자, 모니터 4대를 거치할 수 있는 멀티 스탠드, 그리고 증권사 딜러들이 사용하는 초고속 광랜 회선을 직접 깔았다.
62억 원이라는 무지막지한 자산을 운용하기에, 더 이상 삐걱거리는 자취방 책상은 어울리지 않았다.

“준비 완료.”

화요일 오전 9시 30분.
도윤은 커피 한 잔을 손에 쥔 채 네 대의 모니터 화면을 응시했다.
메인 모니터에는 대성메디컬의 호가창이 띄워져 있었다.

[대성메디컬 현재가: 8,120원 (-4.3%)]

차트는 그야말로 처참한 절벽 모양이었다.
미국 헤지펀드 블랙스톤 글로벌의 악의적인 가짜 리포트 배포 이후, 주가는 일주일 연속 하락하며 15,000원대에서 반토막 수준인 8,000원 선까지 주저앉았다.
국내 주식 토론방은 말 그대로 피눈물 흘리는 개미들의 곡소리로 넘쳐나고 있었다.

[메디컬구조대: 대성메디컬 췌장암 신약 진짜 가짜냐? 나 평단 14,000원인데 마이너스 40%다. 부모님 노후 자금까지 다 들어갔는데 살려줘 제발……]
[개미의적외인: 외국계 펀드에서 대놓고 사기라고 리포트 썼는데 끝난 거지. 상폐 되기 전에 지금이라도 던져라.]
[하늘이돕는다: 공매도 세력 이 개자식들, 지옥에나 가라!]

개미들은 공포에 질려 물량을 던졌고, 그 물량을 블랙스톤 글로벌은 유유히 받아먹으며 숏 포지션(공매도)의 이익을 불리고 있었다.

도윤은 상태창의 '세력 포지션 해킹 레이더'를 켰다.
푸른색 스크린이 대성메디컬의 실시간 공매도 주문 동향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블랙스톤 글로벌 트레이딩 현황]
[담당 펀드매니저: 제임스 강 (한국계 미국인)]
[현재 포지션: 누적 공매도 360만 주]
[오늘의 작전 목표:
오후 1시 15분부터 약 1시간 동안 100만 주 상당의 숏 폭탄(공매도 물량)을 기습적으로 장에 내리칠 예정임.
8,000원에 걸려 있는 지지선을 완전히 파괴하여 개미들의 패닉 셀(공포 투매)을 극한으로 끌어내 주가를 7,000원 초반대까지 무너뜨리는 것이 목적.]

[대응 전략:
제임스 강이 숏 폭탄을 투하하는 오후 1시 15분, 7,800원~8,000원 사이에 촘촘하게 분할 매수 주문 20만 주를 깔아두십시오.
그들이 주가를 누르기 위해 던지는 물량을 역으로 우리가 다 받아먹어 지분을 모아야 합니다. 단, 당신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계좌 5개로 분산하여 주문을 실행하십시오.]

“제임스 강…… 개미들을 아주 뼈째 씹어 먹으려고 작정을 했구나.”

도윤의 눈빛이 매섭게 번뜩였다.
그는 미리 개설해 둔 신안은행 우대 계좌 5개를 HTS에 동시에 띄웠다.
각 계좌당 10억 원씩, 총 50억 원에 달하는 현금 실탄이 매수 준비 완료 상태로 대기하고 있었다.

오후 1시 10분.
대성메디컬의 주가는 8,020원 선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었다.
8,000원 라인에는 개미들이 기적을 바라며 걸어둔 약 15만 주의 매수 대기 물량이 필사적으로 진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1시 15분.

쿠콰콰쾅!

마치 폭격을 퍼붓듯, 매도 창구에 블랙스톤 글로벌의 차명 증권사인 ‘모건스틸’와 ‘골드만삭스’ 창구를 통해 5만 주, 10만 주짜리 매도 폭탄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개미들이 걸어둔 8,000원 매수 잔량은 불과 10초 만에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대성메디컬 현재가: 7,950원 (-6.4%)]
[대성메디컬 현재가: 7,880원 (-7.2%)]

주식 토론방은 말 그대로 초토화되었다.
“8,000원 깨졌다! 진짜 지옥 간다! 던져!”
개미들의 비명과 함께 투매 물량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이때다. 입 벌려라.”

도윤은 마우스 매크로 프로그램을 가동해 분산된 5개 계좌에서 동시에 매수 주문을 집어넣었다.
7,900원, 7,850원, 7,820원 이하의 호가창에 도윤이 쪼개놓은 수만 주짜리 매수 주문들이 촘촘하게 박혔다.

블랙스톤 글로벌이 누르기 위해 던지는 공매도 물량과 공포에 질린 개미들의 패닉 셀 물량이 도윤이 쳐놓은 그물망으로 고스란히 빨려 들어왔다.

[체결 완료: 1번 계좌 대성메디컬 32,000주 체결]
[체결 완료: 3번 계좌 대성메디컬 41,000주 체결]
……

보통 주가가 폭락할 때는 매수세가 없어 호가가 텅텅 비기 마련이지만, 이상하게도 대성메디컬은 7,800원선에 도달하자마자 엄청난 매수 에너지가 쏟아지는 물량을 블랙홀처럼 흡수했다.

같은 시각, 여의도 IFC 빌딩 38층에 위치한 블랙스톤 글로벌 한국 지사.
“제임스! 뭔가 이상합니다!”
트레이딩 룸의 수석 트레이더가 당황한 목소리로 모니터를 가리켰다.
“뭐가? 주가는 예정대로 8,000원 깼잖아.”
턱을 괴고 커피를 마시던 제임스 강이 시큰둥하게 물었다.
“그게 아닙니다! 저희가 1시 15분부터 던진 숏 물량 60만 주 중 40만 주 이상이 특정 창구들(신한금융, 미래에셋 등)을 통해 아주 순식간에 체결되었습니다. 주가가 7,800원 이하로 밀리지 않고 강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마치 누군가 밑에서 고의로 물량을 다 쓸어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임스 강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누구지? 국내 연기금인가? 아니면 대주주 우호 지분인가?”
“조사해 보니 연기금이나 국내 기관계의 매수 공시는 잡히지 않습니다. 개인 투자자 계좌들로 분산되어 들어오는 것 같은데, 매수 규모가 너무 조직적입니다.”
제임스 강은 컵을 내려놓으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흥, 그래봤자 쥐뿔도 없는 한국 개미들이겠지. 췌장암 가짜 뉴스가 뉴욕 언론사 헤드라인에 걸리는 순간 다 끝날 텐데 말이야. 내일 아침 추가 숏 물량 준비해. 내일은 아예 6,000원대로 처박아 주지.”

하지만 제임스 강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그가 던지는 피 같은 공매도 물량을 받아먹으며, 도윤은 대성메디컬 전체 지분의 상당량을 조용히 확보해가고 있었다.

오후 3시 30분, 장 마감.

[대성메디컬 종가: 7,860원 (-7.5%)]
[도윤의 오늘 매집 물량: 185,000주]
[소요 금액: 약 14억 5,000만 원]

도윤은 만족스럽게 기지개를 켜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들이켰다.
“제임스 강, 내일도 시원하게 던져봐라. 내 통장에는 아직 47억 원의 실탄이 더 대기 중이니까.”

개미들의 피눈물이 흐르는 공매도 전장 한복판에서, 포식자 한도윤의 은밀한 그물망이 세력의 목을 향해 서서히 좁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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