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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12화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12화: 개미가 삼킨 고래

“회장님,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법무법인 측에서도 저 한도윤이라는 자가 내부 장부를 쥐고 흔들기 시작하면 경영권 방어는커녕 형사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거라고 합니다.”
대동개발 김대식 부사장의 목소리는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김대동 회장은 담배를 연거푸 피워대며 붉게 충혈된 눈으로 벽면의 지도를 노려보았다. 사흘 뒤면 자신들을 대한민국 신흥 재벌 반열에 올려놓을 강남 재개발 지도였다.
하지만 저 방구석 개미 한도윤이 내민 칼날은 그들의 목줄을 정확하게 겨누고 있었다.

“주당 8,000원에 빌딩 40억…… 빌어먹을 놈. 거의 60억 원에 가까운 현금을 일시에 뜯어가겠다는 거 아니냐!”
김 회장이 책상을 쾅 쳤다.
“만약 거절해서 그자가 장부 열람 가처분을 내고 비자금 건을 터뜨리면, 금요일 재개발 공시가 뜨기도 전에 검찰 수사가 시작되어 주가는 거래 정지 처분을 받을 겁니다. 그러면 재개발이고 뭐고 다 날아갑니다. 지금은 저 자식 입을 돈으로 막는 수밖에 없습니다.”
김 부사장의 끈질긴 설득에, 김 회장은 결국 하얗게 타버린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계약 진행해. 당장 쫓아내 버려!”


금요일 오후 2시.
대동개발 본사 15층 귀빈 회의실.
도윤은 신안은행 서초남지점장이 소개해 준 M&A 전문 변호사 두 명을 대동하고 회의실 테이블 상석에 앉아 있었다.
맞은편에는 눈 밑에 검은 그늘이 짙게 내려앉은 김대식 부사장과 대동개발 측 변호인단이 초조하게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합의서 내용 확인했습니다. 한도윤 대표님이 보유하신 대동개발 주식 645,000주를 주당 8,000원에 대동에셋이 시간 외 블록딜로 인수합니다. 또한 서초동 빌딩의 소유권을 대동개발로 이전하는 대가로 40억 원을 지급합니다.”
양측 변호사가 계약서 합의 사항을 낭독했다.

도윤은 펜을 들어 계약서 서명란에 거침없이 사인을 남겼다.
“도장 찍으시죠.”
김 부사장 역시 떨리는 손으로 인감을 찍었다.

사인이 끝남과 동시에 도윤의 스마트폰 진동이 요란하게 울렸다. HTS 앱의 실시간 입금 알림음이었다.

[체결 알림: 대동개발 645,000주 블록딜 매도 체결 완료. 입금액 5,160,000,000원]
[입금 완료: 서초동 빌딩 매각 대금 4,000,000,000원 대동개발로부터 입금 완료]

도윤은 신안은행 경락잔금대출 10억 5,000만 원과 개인 신용 대출 3억 원을 즉시 전액 상환했다.
그리고 중개 수수료와 양도소득세 등을 넉넉히 제외하고 통장에 최종적으로 남은 순수 현금 자산을 조회했다.

[계좌 예수금 잔고: 6,245,800,000원]

62억 원.
불과 2주일 전, 영끌 대출을 갚지 못해 소주병을 불며 자취방에서 울부짖던 대기업 사원 한도윤의 계좌에 찍힌 최종 잔고였다.
흙수저 개미 투자자가 마침내 여의도의 거대 고래인 중견 기업 대동개발의 목덜미를 물어뜯고, 62억 원이라는 거대한 살점을 뜯어내는 데 성공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한 대표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시는 저희 대동개발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아 주십시오.”
김 부사장이 이가 갈리는 목소리로 악수를 청했다.
도윤은 62억 계좌를 보며 세상에서 가장 환하고 무해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물론입니다, 부사장님. 사업 번창하십시오.”

회의실을 나선 도윤의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오후 4시 정각, 도윤이 탄 택시가 서초동 사거리를 지날 때 라디오 뉴스에서 다급한 앵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속보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오늘 오후 강남 서초동 및 역삼동 일대를 '강남 도심 재개발 특별 구역'으로 공식 지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수혜 기업인 대동개발의 주가는 시간 외 단일가 거래에서 즉시 상한가로 직행하고 있으며……

도윤은 창밖의 강남 빌딩 숲을 바라보며 나직하게 웃었다.
이미 대동개발 주가가 상한가를 가든 말든 도윤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는 이미 가장 안전한 현금 62억 원을 손에 쥐고 탈출했기 때문이다.

그때, 도윤의 눈앞이 황금빛으로 번쩍이며 시스템 메시지가 거대하게 폭발했다.

[메인 퀘스트: ‘빌딩주의 첫걸음’ 대성공!]
[경험치 500 exp를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폭발적으로 상승합니다! Lv. 6 → Lv. 8]
[보유 자산: 6,245,800,000원]

[신규 보유 스킬 오픈: 세력 포지션 해킹 레이더 (Lv. 1)]
[설명: 이제 일반 작전 세력뿐만 아니라 여의도 헤지펀드, 외국계 투자은행(IB) 등 거대 기관 투자자들의 실시간 매매 포지션과 주문 내역을 해킹하여 미리 예측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 메시지: 축하합니다, 인간. 당신은 이제 개미들의 신(神)이라 불릴 자격을 갖췄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급작스러운 자산 증식과 거래 패턴이 금융감독원의 이상 거래 감지 시스템과 여의도의 진짜 포식자들의 레이더에 포착되기 시작했습니다. 거대한 폭풍이 다가옵니다.]

도윤은 주머니 속에서 사직서가 들어 있는 하얀 봉투를 만지작거렸다.
“금융감독원이든 외국계 헤지펀드든 올 테면 와보라지. 62억짜리 실탄이 장전되어 있으니까.”

그는 스마트폰을 켜서 회사 단톡방을 조회했다.
여전히 김 부장의 업무 지시와 잡일 독촉이 올라오고 있었다.

[김 부장: 한도윤 씨, 월요일 아침 회의 자료 미리 준비해 놨지? 월요일 아침 8시까지 회의실 세팅 끝내놔.]

도윤은 입가에 비열하면서도 유쾌한 미소를 띠며 답장을 타이핑했다.

[도윤: 부장님, 월요일 아침 8시에 회의실 세팅 대신 제 사직서를 세팅해 두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스마일 이모티콘)]

자취방으로 돌아가는 길, 도윤은 콧노래를 불렀다.
월급쟁이 노예 사원에서 여의도의 전설적인 개인 투자자, 아니 '세력 사냥꾼'으로 거듭난 한도윤의 위대한 머니 게임의 제1막이 완벽하게 내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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