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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11화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11화: 협상 테이블 위의 개미

경영 참여 공시가 나간 이튿날 오전.
도윤의 예상대로 대동개발 측에서 연락이 왔다.
다만 예상과 달랐던 것은, 일개 대리나 과장급 실무자가 아니라 회장의 친동생이자 대동개발의 2인자인 김대식 부사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는 점이었다.

“한도윤 대표님이십니까? 대동개발 김대식 부사장입니다. 저희 대주주 일가와 서초동 빌딩 낙찰 건, 그리고 지분 보유 건에 대해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오늘 저녁 강남의 한정식집 ‘비원’에서 뵙고 싶군요.”

도윤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묵직한 중저음의 목소리를 들으며 피식 웃었다.
“좋습니다. 저녁 7시에 뵙죠.”

전화를 끊은 도윤은 즉시 상태창을 활성화해 오늘 저녁 마주할 적의 속내를 투시하기 시작했다.

[타깃 정보 스캔: 김대식 (대동개발 부사장, 54세)]
[내부 전략 유출:
김 부사장은 당신이 대동개발의 아킬레스건인 '강남 도심 재개발 특별 구역 지정' 호재를 미리 알고 움직인 것인지 떠보려 함.
또한 분쟁을 조기에 종식하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의 타협안을 제시할 계획임.

[중요 힌트 및 타임라인:
대동개발이 국토교통부로부터 획득한 ‘강남 특별 재개발 지정 승인’ 공식 발표 예정일은 단 3일 뒤인 금요일 오후 4시(장 마감 직후)입니다.
발표 즉시 대동개발의 주가는 최소 8,000원선까지 급등할 것이며, 서초동 빌딩의 실제 가치는 40억 원 이상으로 폭등합니다.
절대 김 부사장의 푼돈 타협안에 넘어가지 마십시오. 그들이 제안하는 가격의 두 배 이상을 불러 상대방을 압박하십시오.]

“3일 뒤 금요일 오후 4시…… 주당 8,000원에 빌딩 가치 40억이라.”

도윤은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
김 부사장의 제안은 얼핏 보면 사흘 만에 약 12억 원에 달하는 무지막지한 차익을 안겨주는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평범한 개미라면 당연히 침을 흘리며 도장을 찍었을 터였다.
하지만 진짜 노다지가 어디 묻혀 있는지 아는 도윤에게는 그저 세력이 던지는 푼돈 미끼에 불과했다.


저녁 7시.
강남의 최고급 한정식집 ‘비원’의 독방.
은은한 가야금 선율이 흐르는 방 안으로 도윤이 들어서자, 미리 와서 앉아 있던 김대식 부사장의 눈에 묘한 경악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아무리 공시 보고서에서 나이를 확인했다고는 하지만, 청바지에 편안한 셔츠 차림을 한 이십 대 후반의 청년이 대동개발을 코너로 몬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눈앞에서 마주하니 새삼 충격적인 모양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한 대표님. 생각보다 훨씬 젊으시군요.”
김 부사장이 정중하게 악수를 청하며 미소를 지었다.
“반갑습니다. 한도윤입니다.”
도윤은 악수를 나눈 뒤, 방석 위에 가볍게 털썩 주저앉았다. 대기업 중역 앞이었지만 도윤의 자세에는 한 치의 위축됨도 없었다. 오히려 제 방에 누워 있는 듯 여유로웠다.

고급 코스 요리와 술이 상에 깔리고, 몇 차례의 형식적인 대화가 오간 뒤 김 부사장이 슬그머니 본색을 드러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한 대표님이 이번 서초동 빌딩을 낙찰받고, 저희 회사 지분을 5% 이상 쓸어 담으신 목적이 무엇입니까? 회계 장부 열람 가처분 신청까지 예고하셨던데…… 저희와 경영권을 두고 싸우시겠다는 겁니까?”
김 부사장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도윤은 묵묵히 갈비찜을 씹어 삼킨 뒤, 물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대답했다.
“경영권 싸움이라뇨. 제가 무슨 대기업 회장도 아니고, 그냥 돈 벌려고 들어온 투자자일 뿐입니다.”
“투자자라……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김 부사장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며, 품안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 도윤의 앞에 밀어 놓았다.

“그렇다면 서로에게 이익이 될 제안을 드리지요. 한 대표님이 대동개발 지분을 매집하는 데 쓰신 돈이 대략 신용 대출을 포함해 20억 원 선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 대동에셋이 그 지분 전량을 주당 4,500원에 장외 블록딜로 인수해 드리겠습니다. 투자 원금 대비 무려 9억 원에 달하는 차익입니다. 게다가 서초동 빌딩 역시 낙찰가에 프리미엄 3억 원을 더 얹어서 16억 원에 저희가 즉시 매수하겠습니다.”
김 부사장은 자신만만한 태도로 찻잔을 들었다.
“단 사흘 만에 순수익 12억 원을 벌 수 있는 기회입니다. 웬만한 자산가들도 평생 만지기 힘든 돈을 이 합의서 한 장으로 가져가시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김 부사장은 도윤이 눈을 크게 뜨고 즉시 사인을 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도윤은 합의서를 힐끗 쳐다보더니, 픽 하고 실소를 터뜨렸다.

“부사장님, 장난하십니까?”
“……예?”
김 부사장의 찻잔을 든 손이 멈칫했다.
도윤은 허리를 뒤로 기대며 김 부사장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금요일 오후 4시에 터질 강남 도심 재개발 특별 구역 지정 공시 가치가 겨우 12억 원짜리입니까?”

그 순간, 김 부사장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심하게 흔들렸다.
찻잔을 들고 있던 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재개발 특별 구역 지정은 국토교통부 내에서도 극소수 라인과 대동개발 대주주 일가 단 세 명만 알고 있는, 그야말로 국가 기밀 수준의 극비 정보였다.
날짜와 시간까지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이 청년의 정보 출처는 대체 어디란 말인가.

“그, 그걸 어찌……”
김 부사장은 겨우 목구멍 밖으로 소리를 쥐어짜 냈다.
도윤은 여유롭게 시계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합의는 없습니다. 대동개발 주당 8,000원. 그리고 서초동 빌딩은 40억 이하로는 거래하지 않습니다. 대동개발 대주주 일가가 횡령한 비자금 내역과 장부 조작 혐의로 검찰에 고발장 접수당하기 싫으시면, 금요일 오후 4시 전까지 제 요구 조건을 수용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도윤은 굳어버린 김 부사장을 방에 남겨둔 채 문을 열고 걸어 나왔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방 안에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김 부사장은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낼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마치 괴물을 마주한 듯한 공포 서린 눈빛으로 도윤이 떠난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방구석 개미 한도윤이 쏘아 올린 탄환이, 대동개발이라는 거대한 성벽의 심장부를 정확하게 꿰뚫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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