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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주식은 무조건 오른다9화

내가 사는 주식은 무조건 오른다

내가 사는 주식은 무조건 오른다

9화: 하락에도 이름이 있다

강진호는 새벽 네 시에 눈을 떴다.

잠이 깬 것이 아니라 기다리던 몸이 먼저 반응한 것에 가까웠다. 방 안은 어두웠고, 책상 위 휴대전화는 아직 울리지 않았다.

그는 일어나지 않고 천장을 보았다.

서유리가 보내기로 한 것은 답이 아니었다.

검증이었다.

답은 강진호가 이미 알고 있었다. 금갑건설은 2008년 금갑그룹을 흔드는 축 중 하나가 된다. 문제는 그 결론이 2006년의 공개 숫자만으로도 보이느냐였다.

휴대전화가 짧게 떨렸다.

메일 알림이었다.

세 회사 비교 검토 1차 메모

강진호는 몸을 일으켰다.

첨부 파일은 없었다. 본문에 표 하나와 짧은 문장 몇 줄이 붙어 있었다.

금갑건설.

태운건설.

서린산업.

매출 증가율, 영업이익률, 영업활동현금흐름, 단기차입금 증가율, 매출채권 회전일수, 계열사 거래 비중.

서유리는 말을 많이 쓰지 않았다.

이익만 보면 태운건설이 더 비싸 보입니다.

현금흐름을 보면 금갑건설이 가장 불편합니다.

매출은 늘었는데 현금은 따라오지 않습니다. 단기차입금 만기가 짧고, 매출채권 회전일수는 길어졌습니다. 계열사 거래 주석도 작년보다 길어졌습니다. 설명이 길어지는 회사는 대개 표보다 먼저 흔들립니다.

강진호의 손가락이 멈췄다.

금갑건설.

그 이름이 외부인의 문장 안으로 들어왔다.

서유리는 금갑 내부 자료를 모른다. 금갑유통 매출채권 회수 예정일도, 금갑건설 단기운영자금 지급 조정도 모른다. 전무실 검토 메모도 모른다.

그런데 공개 자료만으로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강진호는 창문을 조금 열었다.

새벽 공기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미래를 아는 건 혼자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을 움직이는 건 혼자 할 수 없다.

하락에도 이름이 필요했다.

유동성 압박.

단기차입 만기 집중.

현금흐름 악화.

계열사 거래 리스크.

사람들이 같은 방향으로 겁을 먹게 만드는 이름.

강진호는 짧게 답장을 보냈다.

점심에 뵙겠습니다. 공개 자료 범위에서만 정리해 주십시오.

곧 답이 왔다.

내부 정보 냄새가 나면 안 씁니다.

강진호는 그 문장을 오래 보았다.

그래서 쓸 수 있다.

선을 아는 사람은 도구가 아니라 동선이 된다.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박태성이 그를 불렀다.

"강진호 씨."

"네."

"금갑건설 단기운영자금 대조표 다시 열어."

강진호는 가방을 내려놓기도 전에 의자에 앉았다.

"어제 정리본에 누락이 있었습니까?"

"누락은 아니고, 전략기획실에서 확인 전화가 왔어. 금갑건설하고 금갑유통 자료를 같은 사람이 봤는지 묻더라."

사무실 공기가 아주 조금 낮아졌다.

김미나가 옆자리에서 고개를 들었다. 강진호는 모니터만 보았다.

"자금팀 원자료 수령 업무로 확인했습니다."

"그건 내가 말했지. 그런데 왜 거기서 네 이름이 나와?"

"복사본 수령 확인란에 제 이름을 적었습니다."

"시키는 대로 했다는 말이군."

"네."

박태성은 불만과 만족 사이에서 잠깐 멈췄다.

강진호는 그 표정을 알고 있었다.

부하가 눈에 띄는 건 싫다. 하지만 자기 지시를 근거로 움직였다는 점은 마음에 든다. 관리자의 자존심은 의외로 얇은 방패가 된다.

"좋아. 그러면 오늘은 네가 본 것만 다시 정리해. 판단 쓰지 말고, 날짜랑 요청 부서랑 회람 여부만."

"알겠습니다."

"그리고 점심시간에 또 어디 가지 마."

강진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박태성이 눈을 좁혔다.

"왜."

"점심 전까지 1차 올리겠습니다."

박태성은 그 말을 허락을 구하는 말이 아니라 결과를 약속하는 말로 들었다.

"올려."

강진호는 파일을 열었다.

금갑건설 단기운영자금 지급 조정.

금갑유통 매출채권 회수 예정.

전략기획실 요청.

전무실 검토.

그는 내부 자료의 날짜 옆에 아무 판단도 쓰지 않았다.

대신 개인 노트에는 다른 표를 만들었다.

공개 자료로 말할 수 있는 것

내부 자료가 있어야 보이는 것

두 칸은 절대 섞이면 안 된다.

섞는 순간 서유리도, 강진호도 약점이 된다.

"진호 씨."

김미나가 낮게 불렀다.

"네."

"오늘 점심도 밖이에요?"

"잠깐만 다녀오겠습니다."

"돈 문제예요?"

강진호의 손이 멈췄다.

김미나는 바로 덧붙였다.

"대답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요. 그냥 얼굴이 계속... 빚 독촉 받는 사람 같아서."

"비슷합니다."

"진짜요?"

"갚아야 할 게 있습니다."

김미나는 더 묻지 않았다.

대신 작은 초콜릿 하나를 책상 위에 놓았다.

"그럼 적어도 당 떨어져서 쓰러지진 마요."

강진호는 초콜릿을 보았다.

이 사람은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한다.

"고맙습니다."

그 말이 생각보다 늦게 나왔다.


점심시간, 강진호는 회사에서 두 블록 떨어진 카페로 들어갔다.

서유리는 이미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노트북은 열려 있지 않았다. 대신 종이 한 장이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프린트는 두고 가겠습니다."

그녀가 먼저 말했다.

"메일로도 보내 주시면 됩니다."

"메일은 남습니다."

"종이도 남습니다."

"그래서 한 장만 뽑았어요."

강진호는 자리에 앉았다.

서유리는 종이를 바로 밀지 않았다.

"금갑건설이 제일 불편합니다."

"이유는요?"

"겉으로는 좋습니다. 매출 늘고, 수주 늘고, 시장도 좋아 보이고. 그런데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이익을 못 따라갑니다. 매출채권 회전일수는 늘었고, 단기차입금 비중도 커졌어요. 계열사 거래 설명은 작년보다 길어졌고요."

"그게 하락 이유가 됩니까?"

"아직은 아닙니다. 아직은 좋은 리포트가 더 많을 겁니다."

정확했다.

강진호는 커피잔을 만지지 않았다.

"그럼 무엇이 필요합니까?"

"이름이요."

"이름?"

"시장은 숫자를 바로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숫자에 이름이 붙으면 무서워하죠. 유동성 압박, 단기차입 만기 집중, PF 회수 지연, 계열사 거래 리스크. 같은 숫자라도 이름이 붙어야 사람들이 서로 같은 걸 보고 있다고 믿습니다."

강진호는 그 말을 천천히 받아들였다.

대묵바이오는 이름이 있었다.

임상 2상.

폐암 치료제.

연속 상한가.

상승은 기대의 이름을 먹고 자랐다.

하락도 마찬가지였다.

공포에 이름을 붙여야 한다.

"리서치 메모를 쓸 수 있습니까?"

"공개 자료 기준으로는 쓸 수 있습니다. 단, 금갑건설을 망한다고 쓰진 않습니다."

"그럼요?"

"비교표로 씁니다. 세 회사 중 현금흐름과 만기 구조가 가장 취약한 곳. 현재 주가가 그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곳. 단정이 아니라 점검입니다."

"충분합니다."

"강진호 씨한테는 충분하겠죠."

서유리가 처음으로 종이를 밀었다.

강진호는 종이를 보았다.

제목은 조심스러웠다.

건설 3사 유동성 비교 메모

어디에도 내부 자료라는 냄새는 없었다.

공시에서 뽑은 숫자.

감사보고서 주석.

기사에 나온 PF 문장.

누구나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누구나 같은 결론에 도착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제 질문에는 아직 답 안 했습니다."

서유리가 말했다.

"무엇입니까?"

"이거 단순 투자 질문 아니죠?"

강진호는 종이 아래쪽의 회사명을 내려다보았다.

"아직은 투자 질문입니다."

"어제도 그랬죠."

"오늘도 그렇습니다."

"그럼 내일은요?"

강진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서유리는 한숨을 쉬지 않았다. 대신 펜으로 종이 아래쪽을 두드렸다.

"방향만 맞고 시간이 틀리면 먼저 죽습니다. 대주거래 물량, 담보율, 회수 위험, 옵션 계좌. 다 확인하세요. 공포는 늦게 오지만, 반대매매는 먼저 옵니다."

"확인하겠습니다."

"그리고 제 이름으로 나가는 메모는 공개 자료만 씁니다."

"그 선은 지키겠습니다."

"강진호 씨도 지키세요."

그 말은 충고가 아니라 경고였다.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페를 나오자마자 그는 증권사 지점으로 향했다.

지난번 직원이 그를 알아보았다.

"대주거래 문의하셨던 분 맞죠?"

"금갑건설 대주 가능 물량 확인하고 싶습니다."

직원은 종목코드를 입력하다가 그를 한 번 보았다.

"건설주 보시네요."

"조건만 확인합니다."

"개인 대주는 물량이 자주 바뀝니다. 오늘 가능해도 내일 회수될 수 있고요. 담보율도 넉넉히 잡으셔야 합니다. 주가가 오르면 추가 담보 요구가 들어갑니다."

"가능 물량은요?"

직원이 화면을 확인했다.

"현재는 많지 않습니다. 주문 가능하더라도 원하는 수량 전부 체결은 어렵겠습니다."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 듣는 것과 노트에 쓰는 것은 다르다.

"지수 풋옵션 계좌는요?"

"선물옵션은 별도 계좌와 교육 확인이 필요합니다. 예탁금도 있어야 하고, 위험고지 서류도 작성하셔야 합니다."

"서류 받겠습니다."

직원은 안내문을 건넸다.

"처음 하시는 거면 조심하세요. 방향 맞혀도 시간 못 맞추면 손실 큽니다."

오늘 두 번째로 같은 말을 들었다.

강진호는 종이를 접어 가방에 넣었다.

아직 주문을 넣을 때가 아니었다.

하락은 매수 버튼처럼 누를 수 없다.

상승은 재료 하나로 달릴 수 있지만, 하락은 의심이 쌓여야 움직인다. 의심이 이름을 얻고, 이름이 기록을 얻고, 기록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때 비로소 가격이 무너진다.

금갑건설은 아직 높이 서 있었다.

그러니 먼저 흔들어야 하는 건 주가가 아니었다.

믿음이었다.


강진호가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박태성은 자리 전화기를 내려놓고 있었다.

"강진호 씨."

"네."

"전략기획실에서 또 전화 왔다."

김미나의 손이 키보드 위에서 멈췄다.

강진호는 가방끈을 놓았다.

"무슨 내용입니까?"

"금갑건설 자료랑 금갑유통 자료를 같은 날 조회한 사람이 누구냐고 묻더라."

"자금팀 원자료 수령 업무입니다."

"그건 나도 알아."

박태성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문제는 그쪽에서 왜 그걸 따로 묻느냐는 거야."

강진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면 판단이 된다.

박태성은 잠시 그를 보다가 말했다.

"오늘 올릴 표에 네가 자금팀에서 받은 시간, 담당자, 수령 사유까지 추가해. 그리고 앞으로 전략기획실 전화 오면 무조건 나한테 넘겨."

"알겠습니다."

"네가 뭘 잘못했다는 뜻은 아니야."

그 말이 더 위험했다.

잘못하지 않은 사람을 확인하기 시작하면, 조직은 이미 이름을 적어 둔 것이다.

강진호는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메일 알림이 떠 있었다.

서유리.

제목은 짧았다.

금갑건설 유동성 점검 초안

강진호가 메일을 열기 직전, 사무실 전화가 울렸다.

이번에는 그의 자리 전화였다.

한 번.

두 번.

세 번.

박태성의 시선이 날아왔다.

강진호는 수화기를 들었다.

"재무기획팀 강진호입니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처음 듣는 남자였다.

"전략기획실입니다. 방금 올린 표, 강진호 씨가 직접 작성했습니까?"

강진호는 모니터에 뜬 서유리의 메일 제목을 보았다.

밖에서는 하락의 이름이 생기고 있었다.

안에서는 그의 이름이 불리고 있었다.

"네. 제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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