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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주식은 무조건 오른다6화

내가 사는 주식은 무조건 오른다

내가 사는 주식은 무조건 오른다

6화: 전략기획실의 문

대묵바이오를 판 다음 날, 강진호는 은행 문이 열리자마자 안으로 들어갔다.

창구 직원은 입금 전표와 상환 신청서를 번갈아 보았다. 며칠 전 현금서비스를 전액 뽑아 갔던 젊은 사원이 이번에는 잔액을 한 번에 갚겠다고 앉아 있었다.

"전액 상환 맞으세요?"

"네."

"중도상환 수수료는 없고, 이용 이자는 일할 계산됩니다."

"처리해 주세요."

강진호는 설명을 끝까지 들었다. 듣는 척이 아니라 정말 들었다. 돈은 벌 때보다 빠져나갈 때 더 많은 흔적을 남긴다.

미수 결제 내역.

카드 현금서비스 이용 기록.

며칠 사이 커진 예수금.

지금은 작은 숫자들이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마음먹고 뒤지면, 작은 숫자도 목줄이 된다.

창구 직원이 영수증을 건넸다.

"처리됐습니다."

강진호는 종이를 접어 지갑 안쪽에 넣었다.

첫 수익은 끝났다.

빚도 정리했다.

그래도 몸은 가벼워지지 않았다. 돈은 사라진 압박만큼 더 큰 판을 끌고 왔다.


재무기획팀은 여전히 대묵바이오 이야기로 들떠 있었다.

"어제 장중에 풀렸을 때 살 걸 그랬다니까."

"아직 재료 살아 있잖아. 오늘 다시 잠기면 늦어."

"바이오는 원래 한 번 붙으면 끝까지 가."

강진호는 자리에 앉아 자금 대용표를 열었다.

그들이 사고 싶어 하는 물량 중 일부는 어제 그의 계좌에서 나갔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알아서도 안 됐다.

김미나가 책상 옆에 커피를 내려놓았다.

"오늘은 얼굴이 좀 돌아왔네요."

"그렇습니까."

"돈 문제였어요?"

강진호의 손이 멈췄다.

김미나는 바로 시선을 피했다.

"캐묻는 건 아니에요. 그냥 며칠 동안 너무 버티는 얼굴이라서."

"정리할 게 있었습니다."

"정리됐어요?"

"일부는요."

"그럼 밥은 먹어요. 정리하다가 사람 먼저 정리되겠어요."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강진호는 커피잔을 보았다. 미래의 그는 누군가가 건네는 이런 걱정을 전부 귀찮아했다. 쓸데없는 간섭이라고 밀어냈고, 끝내 주변에는 필요할 때 부를 이름만 남았다.

이번 생에서도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방식으로는 다시 같은 곳에 선다.

"먹겠습니다."

김미나는 못 믿겠다는 얼굴로 그를 보다가 돌아섰다.

그때 박태성이 서류철을 들고 다가왔다.

"강진호 씨."

"네, 대리님."

"금갑유통 매출채권 회수 예정월. 이것도 자금팀 가서 원자료 받아 와."

박태성은 표지의 빈칸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담당자 이름, 수정 일자, 요청 부서, 회람 여부. 빠짐없이 적어."

"알겠습니다."

"그리고 자금팀에서 뭐라고 하든 판단하지 마. 네가 볼 건 숫자랑 절차야."

그 말은 신입에게 하는 주의처럼 들렸다.

강진호에게는 목줄의 길이를 알려 주는 말이었다.

박태성은 그를 자기 시야 안에 묶어 두려 했다. 자금팀 담당자 얼굴을 익히게 하고, 원자료를 받게 하고, 다시 자기 책상 앞으로 가져오게 한다.

쓸 만한 신입.

감시해야 할 신입.

둘 다 맞았다.

다만 박태성은 아직 몰랐다. 손안으로 들어온 것이 먹잇감인지 칼날인지는 잡아 본 뒤에야 안다.

"다녀오겠습니다."

강진호는 서류철을 들고 일어섰다.


자금팀으로 이어지는 복도는 사무실보다 조용했다.

유리문 너머로 낮은 통화 소리와 계산기 버튼 소리만 새어 나왔다. 돈이 지나가는 부서는 늘 이랬다. 크게 떠드는 사람은 없지만, 작은 클릭 하나로 억 단위 숫자가 방향을 바꾼다.

오주환 과장이 강진호를 보고 턱을 들었다.

"재무기획팀?"

"네. 강진호입니다. 금갑유통 매출채권 회수 예정월 원자료 받으러 왔습니다."

"박 대리가 보냈나 보네."

"네."

오주환은 귀찮다는 듯 파일철을 꺼냈다. 강진호는 책상에서 한 걸음 떨어져 섰다. 신입은 남의 모니터를 오래 보면 안 된다.

대신 볼 수 있는 순간을 놓치면 안 된다.

오주환이 파일 목록을 열었다.

KG_DIST_매출채권_전략기획실_수정본_0607

강진호는 눈꺼풀을 한 번 내렸다 올렸다.

금갑건설 단기운영자금.

금갑유통 매출채권.

서로 다른 계열사의 서로 다른 항목 위에 같은 이름이 붙어 있었다.

전략기획실.

단순한 기준일 착오가 아니었다. 돈이 들어오는 날짜와 나가는 날짜를 누군가 한곳에서 맞추고 있었다.

"복사본만 가져가요. 원본은 반출 안 됩니다."

"수정 일자 확인 가능합니까?"

오주환이 그를 올려다봤다.

"신입이 그런 것도 확인해?"

"박태성 대리님 지시입니다. 담당자 이름, 수정 일자, 요청 부서, 회람 여부까지 확인하라고 하셨습니다."

"피곤한 사람 밑으로 갔네."

오주환은 표지를 넘겼다.

"수정 일자는 6월 7일. 요청 부서는 전략기획실. 회람은 아직 정식으로 안 돌았어."

"회람 메모도 확인 가능합니까?"

"그건 왜?"

"회람 여부를 적어 가야 해서요. 확인 불가면 확인 불가로 적겠습니다."

말은 낮췄다. 판단하지 않았다. 박태성이 시킨 절차만 반복했다.

오주환은 혀를 차고 포스트잇이 붙은 장을 돌려 보여 줬다.

전무실 검토 후 재무기획 공유

그 아래, 작은 글씨가 있었다.

이승준.

손끝이 차가워졌다.

강진호는 서류철 가장자리를 누른 손에 힘을 뺐다. 힘을 주면 종이가 구겨진다. 종이가 구겨지면 오주환이 본다.

옥상 난간.

USB를 받아 들던 손.

살려 달라는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던 얼굴.

너무 많이 알고 있잖아.

그 목소리가 잠깐 귀 안쪽을 긁고 지나갔다.

강진호는 고개를 숙였다.

지금 알아보면 안 된다.

지금 미워해도 안 된다.

2006년의 신입사원 강진호는 이승준이라는 이름에 반응할 이유가 없다.

"확인했습니다."

그는 평범하게 말했다.

오주환이 복사본에 수령 도장을 찍었다.

바로 그때 자금팀 문이 열렸다.

깔끔한 감색 양복을 입은 남자가 들어왔다. 재무기획팀 직원들과는 걸음이 달랐다. 손에 직접 장부를 들고 뛰는 사람의 걸음이 아니라, 장부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하는 사람의 걸음이었다.

"오 과장님."

오주환의 얼굴이 굳었다.

"전략기획실에서 나왔습니다. 금갑유통 자료 아직 회람 전 아닙니까?"

남자의 시선이 강진호의 손에 들린 복사본에서 멈췄다.

"그 자료, 지금 나가면 안 됩니다."


공기가 얇아졌다.

오주환은 도장을 쥔 손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재무기획팀 박 대리 요청 건입니다."

"정식 회람 전에 공유하지 말라고 내려갔을 텐데요."

전략기획실 직원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다. 그래서 더 불편했다. 설명이 아니라 회수 통보였다.

그가 강진호를 보았다.

"이름이?"

"재무기획팀 강진호입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죠?"

"네."

"절차를 잘 모르는 것 같은데, 그 자료는 두고 가세요. 필요한 내용은 전략기획실에서 정리해서 재무기획팀으로 내려보내겠습니다."

친절한 말투였다.

서류를 빼앗는 손은 친절할수록 더 위험하다.

강진호는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는 박태성 대리님 지시로 담당자, 수정 일자, 요청 부서, 회람 여부를 확인한 복사본을 받아오라고 전달받았습니다."

"그러니까 두고 가면 됩니다."

"원본은 반출하지 않습니다. 복사본 수령 도장은 이미 자금팀에서 받았습니다."

전략기획실 직원의 눈이 가늘어졌다.

강진호는 한 박자 늦게 말을 이었다.

"회수 지시가 있으시면 담당자 성함과 회수 사유를 적어 가겠습니다. 대리님께 그대로 보고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오주환도 강진호를 봤다.

신입이 똑똑한 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 신입이 책임을 위로 올린 것이다. 판단하지 말라는 박태성의 지시를 그대로 방패로 세웠다.

전략기획실 직원은 잠시 침묵했다.

"강진호 씨라고 했죠?"

"네."

"재무기획팀에 따로 확인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강진호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등 뒤가 서늘했다.

이름이 남았다.

전략기획실에.

이승준의 문 앞에.

하지만 문틈도 생겼다. 문은 닫혀 있을 때보다, 닫히려는 순간에 안쪽이 더 잘 보인다.


박태성은 보고서를 받아 들고 첫 장부터 끝까지 넘겼다.

"전략기획실에서 회수하려고 했다고?"

"네."

"넌 뭐라고 했고."

"원본은 두고, 복사본 수령 도장을 받은 상태라고 했습니다. 회수 지시가 있으면 담당자와 사유를 적어 보고드리겠다고 했습니다."

박태성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말귀는 알아듣네."

칭찬이 아니었다.

자기 지시를 어디까지 수행하는지 확인하는 말이었다.

"이건 내가 볼 테니까, 너는 금갑건설 단기운영자금 표 다시 맞춰. 유통 자료랑 날짜 겹치는 부분 표시하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전략기획실에서 직접 뭐라고 물으면 네가 대답하지 마. 무조건 나한테 먼저 보고해."

"네."

박태성은 강진호를 자기 줄에 묶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강진호도 그 줄을 잡았다.

다만 그는 줄 끝에 누가 있는지 알고 있었다.

김미나가 멀리서 그를 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입모양만 움직였다.

괜찮아요?

강진호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지 않았다.

괜찮아질 생각도 없었다.

그는 자리에 앉아 금갑건설과 금갑유통 자료를 나란히 놓았다. 단기운영자금의 빈칸. 매출채권 회수 예정월의 수정. 전략기획실 요청. 전무실 검토.

날짜가 겹치는 부분에 연필로 작은 점을 찍었다.

6월 5일.

6월 7일.

6월 말 회수 예정.

7월 초 지급 조정.

돈은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들어오는 날짜를 미루고, 나가는 날짜를 당기고, 빈칸을 만들어 다른 이름을 붙일 공간을 만들고 있었다.

아직은 얇은 선이었다.

하지만 훗날 금갑그룹을 무너뜨릴 선은 언제나 이런 얇은 흔적에서 시작했다.

퇴근 시간이 지나자 사무실 불이 하나둘 꺼졌다. 박태성은 일부러 그런 듯 야근 지시만 남기고 먼저 나갔다.

김미나가 가방을 들고 그의 책상 옆에 섰다.

"진호 씨."

"네."

"오늘은 정말 밥 먹어요."

"먹겠습니다."

"그 말 믿어도 돼요?"

강진호는 잠시 그녀를 보았다.

"오늘은 믿어도 됩니다."

김미나는 조금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완전히 믿지는 않는 얼굴이었다.

"너무 혼자 오래 있지 말고요."

그녀가 나가자 사무실은 더 조용해졌다.

강진호는 회사 자료를 덮고 개인 노트를 펼쳤다. 회사 PC에는 남길 수 없는 메모였다.

2008 전조

건설 유동성

금갑건설 CP

공매도 준비

대묵바이오로 번 돈은 한 번 더 급등주를 잡기 위한 돈이 아니었다. 금갑그룹이 숨기려는 유동성 위기를 먼저 읽고, 그 위에 칼을 세우기 위한 돈이었다.

그는 연필 끝으로 금갑건설 CP에 밑줄을 그었다.

2008년 금융위기는 아직 멀었다.

하지만 위기는 터지는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부실한 회사는 훨씬 전부터 숨을 얕게 쉰다. 금갑건설도 그랬다. 나중에는 모두가 알게 될 자금 경색이, 지금은 전략기획실의 작은 메모와 회람 전 자료 속에 숨어 있었다.

그때 자리 전화기가 울렸다.

강진호는 움직이지 않았다.

퇴근 후 사무실.

그의 자리.

첫 번째 벨.

두 번째 벨.

세 번째 벨.

그는 수화기를 들었다.

"재무기획팀 강진호입니다."

잠깐의 침묵 뒤, 낯선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전략기획실입니다. 오늘 자금팀에서 자료 받아 간 신입 맞습니까?"

강진호는 펜 끝을 노트 위에 세웠다.

첫 수익으로 산 것은 주식이 아니었다.

원수의 문을 두드릴 자격이었다.

"네. 강진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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