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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주식은 무조건 오른다5화

내가 사는 주식은 무조건 오른다

내가 사는 주식은 무조건 오른다

5화: 익절의 칼날

다음 날 아침, 사무실 분위기는 전날과 달랐다.

어제만 해도 대묵바이오를 작전주라며 비웃던 사람들이 출근하자마자 증권 게시판을 열었다. 커피를 내려놓기도 전에 호가창을 새로고침하는 손이 있었고, 누군가는 자기 자리 전화기로 증권사 직원을 붙잡고 있었다.

"대묵바이오 오늘도 상한가래?"

"장 시작 전부터 매수잔량 장난 아니라는데."

"어제 살까 말까 했는데."

강진호는 자금 대용표를 펼친 채 펜을 들었다.

웃음이 욕심으로 바뀌는 데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시장은 늘 그랬다. 어제는 남의 미친 짓이던 것이 오늘 아침에는 나만 놓친 기회가 된다.

주머니 속 휴대전화가 짧게 울렸다.

[대묵바이오 시초가 상한가 예상. 매수잔량 급증]

강진호는 메시지를 보지 않았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첫 상한가 다음 날, 전날 비웃던 돈이 가장 먼저 달려든다. 그 돈이 쌓여야 문이 잠기고, 문이 잠겨야 나중에 빠져나갈 길도 생긴다.

진짜 싸움은 수익이 찍히는 순간부터였다.

박태성이 그의 책상 옆에 섰다.

"강진호 씨."

"네, 대리님."

"어제 말한 원자료. 오늘 네가 자금팀 가서 받아 와."

"알겠습니다."

"그냥 받아오지 말고 담당자 이름, 수정 일자, 요청 부서까지 확인해. 숫자 틀리면 네가 다시 뛰어야 하니까."

박태성은 강진호의 얼굴을 살폈다. 심부름을 시키는 눈이 아니었다. 줄을 짧게 잡는 눈이었다.

강진호는 고개를 숙였다.

"확인해서 오겠습니다."

대묵바이오는 그의 계좌를 밀어 올리고 있었다.

박태성의 지시는 그의 몸을 금갑 내부로 밀어 넣고 있었다.

둘 다 필요했다.


자금팀은 재무기획팀보다 더 조용했다.

프린터가 종이를 뱉는 소리, 계산기 버튼이 눌리는 소리, 낮게 통화하는 목소리만 얇게 깔려 있었다. 돈이 지나가는 부서는 늘 시끄러운 곳보다 조용한 곳이 더 위험했다.

강진호는 안내받은 책상 앞에 섰다.

담당자는 오래된 파일철을 뒤적이며 귀찮다는 듯 물었다.

"재무기획팀 신입이라고요?"

"네. 금갑건설 단기운영자금과 금갑물산 매출채권 회수 예정월 원자료 요청받았습니다."

"박 대리가 보냈나 보네."

담당자는 모니터를 보며 파일 하나를 검색했다. 강진호의 시선은 종이컵 위에 머무는 척했지만, 화면 오른쪽 아래에 뜬 파일명 하나를 놓치지 않았다.

KG_CONS_단기운영_전략기획실요청_0605

전략기획실.

짧은 다섯 글자가 목 안쪽에 걸렸다.

훗날 이승준이 사람을 심고 돈을 움직이던 통로의 초입이었다. 금갑건설의 빈칸은 단순한 정산 기준 문제가 아니었다. 이미 위에서 손을 댄 흔적이었다.

강진호는 보고도 보지 않은 척 시선을 내렸다.

"여기요. 복사본이고, 원본은 반출 안 됩니다."

"수정 일자와 요청 부서 확인 가능합니까?"

담당자가 눈썹을 올렸다.

"신입이 그런 것도 확인해요?"

"대리님 지시입니다. 숫자가 틀리면 제가 다시 와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성가신 사람 밑으로 갔네."

담당자는 피식 웃고 표지를 넘겼다.

"수정 일자는 어제 오후. 요청 부서는 전략기획실로 되어 있긴 한데, 이건 참고만 해요. 정식 회람 전이라."

"네."

강진호는 짧게 대답했다.

너무 많이 묻지 않는다. 너무 빨리 이해하지도 않는다. 신입이 볼 수 있는 것은 파일 표지와 수정 일자뿐이어야 했다.

그때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

[대묵바이오 상한가 안착]

강진호는 파일철을 받아 들었다.

돈과 단서가 같은 날 움직이고 있었다.


대묵바이오는 멈추지 않았다.

둘째 날 상한가.

셋째 날 상한가.

임상 2상 중간 결과 발표가 장 마감 뒤에 나오자, 넷째 날 아침에는 사무실 전체가 술렁였다. 게시판의 루머는 기사 제목으로 바뀌었고, 전날까지 비웃던 사람들은 자신이 원래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다는 듯 말투를 바꿨다.

"내가 바이오는 재료만 있으면 간다고 했잖아."

"이거 아직 시총 작아. 더 갈 수도 있어."

"오늘 풀리면 들어가야겠다."

강진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계좌는 이미 다른 숫자가 되어 있었다. 미수금은 주가 상승 앞에서 압박을 잃었고, 평가수익은 하루마다 불었다. 카드 현금서비스로 뽑아 넣은 돈도 더 이상 생활비를 갉아먹는 빚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더 위험했다.

처음에는 반대매매가 칼이었다.

이제는 욕심이 칼이었다.

상한가 잔량이 쌓일수록 사람은 착각한다. 이 문은 영원히 잠겨 있을 것 같고, 내가 팔기 전까지는 누구도 빠져나가지 못할 것 같다고. 그러나 시장에서 문은 늘 한순간에 열린다. 열린 뒤에는 늦다.

김미나가 커피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진호 씨, 요즘 잠 못 자요?"

"조금 바쁩니다."

"바쁜 사람치고는 너무 조용해요."

강진호는 그녀를 보았다.

김미나는 웃지 않았다. 오전의 은행 봉투, 점심을 거른 날들, 갑자기 굳어지는 손끝. 그녀는 조각을 다르게 맞추고 있었다.

"돈 문제면 말하라는 뜻 아니에요."

그녀가 낮게 말했다.

"그냥, 혼자 너무 오래 참는 얼굴이라서요."

말은 가볍지 않았다.

강진호는 대답을 고르다가 짧게 말했다.

"정리되면 괜찮아집니다."

"그 정리가 끝나긴 해요?"

끝나지 않는다.

금갑그룹을 무너뜨릴 때까지는.

하지만 그 말은 아직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다.

"끝내야죠."

김미나는 더 묻지 않았다. 대신 커피를 조금 더 그의 쪽으로 밀어 놓고 돌아섰다.

박태성은 멀찍이서 그 장면을 보다가 서류를 들고 다가왔다.

"강진호 씨."

"네."

"자금팀 자료 받는 거 적응됐지?"

"네."

"그럼 내일부터는 금갑유통 쪽도 네가 받아. 담당자들 얼굴 익혀 놔."

통제가 넓어지고 있었다.

동시에 길도 넓어지고 있었다.

강진호는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박태성은 만족한 듯 돌아섰다. 그는 강진호를 자기 손안으로 끌어당긴다고 생각할 것이다.

틀린 생각은 아니었다.

다만 손안으로 들어온 것이 먹잇감인지 칼날인지는 아직 모를 뿐이었다.


일곱 번째 상한가가 가까워졌을 때, 사무실 사람들은 더 이상 대묵바이오를 비웃지 않았다.

이제는 모두가 샀거나, 사고 싶어 했거나, 샀다고 거짓말했다.

"오늘도 잠기면 진짜 미친 거다."

"한 번 풀리면 시장가로 박을 거야."

"풀리겠냐. 물량이 없는데."

강진호는 시계를 보았다.

오후 2시 47분.

기억 속의 마지막 구간이었다.

그는 컵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김미나도 그가 물을 뜨러 가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아는 눈치였다. 그래도 붙잡지는 않았다.

비상계단 문이 닫히자 사무실 소음이 잘렸다.

강진호는 개인 노트북을 열었다. 무선 모뎀 불빛이 깜박였고, HTS 창이 늦게 떠올랐다. 그 몇 초 동안에도 휴대전화에는 증권사 알림이 쌓였다.

대묵바이오.

매수잔량은 산처럼 쌓여 있었다.

강진호는 그 산을 믿지 않았다. 산은 무너지기 전까지 가장 단단해 보인다.

여기까지였다.

더 갈 수도 있다. 내일 한 번 더 튈 수도 있고, 장중에 고점을 더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기억이 아니라 욕심의 영역이었다.

강진호는 매도 창을 열었다.

전량 매도 버튼에 손을 올리지 않았다. 물량을 쪼갰다. 잔량이 받아 줄 때, 탐욕이 아직 뜨거울 때, 다른 사람들이 사지 못해 안달 난 순간에 넘겨야 했다.

첫 주문.

체결.

두 번째 주문.

체결.

세 번째 주문.

체결.

체결음이 낮게 이어졌다. 보유수량이 줄고, 예수금 예정액이 불었다. 몇 분 전까지 계좌를 채우던 붉은 평가수익이 실제 돈으로 바뀌고 있었다.

마지막 물량이 빠져나갔을 때, 강진호는 새로 고침을 눌렀다.

처음의 몇 배가 아니었다.

거의 열 배.

사회초년생의 전 재산과 카드 현금서비스, 미수까지 긁어모은 돈이 금갑그룹을 겨냥할 첫 전쟁 자금으로 바뀌어 있었다.

강진호는 한참 동안 화면을 보았다.

웃음은 나오지 않았다.

돈을 벌었다는 감각보다, 이제 더 큰 판에 들어갈 입장권을 얻었다는 감각이 먼저 왔다.

손바닥 안쪽이 늦게 젖어 있었다.

그는 그제야 자신이 매도하는 동안 숨을 거의 쉬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화면 속 돈은 조용했지만, 그 돈을 만들기 위해 건너온 며칠은 한 번만 삐끗해도 목이 잘리는 줄 위였다.

처음으로 숫자가 그의 편이 되었다.

하지만 숫자는 편이 되어도 주인이 되어 주지는 않는다. 방심하는 순간, 가장 먼저 등을 돌리는 것도 숫자였다.

계단 아래에서 직원들의 목소리가 올라왔다.

"대묵바이오 아직도 못 샀어?"

"풀리면 그냥 시장가로 박을 거야. 이건 더 간다니까."

강진호는 노트북을 닫았다.

그들이 사려고 하는 물량은 방금 자신이 넘긴 물량일지도 몰랐다.

그는 휴대전화에 남은 체결 문자를 모두 지웠다. 사무실로 돌아가면 그는 여전히 첫해 신입사원이어야 했다. 자금팀 원자료를 들고 뛰어다니고, 박태성의 지시를 받아 적고, 김미나의 걱정 앞에서 말을 아껴야 했다.

하지만 계좌는 더 이상 신입사원의 계좌가 아니었다.

첫 수익은 끝났다.

첫 번째 사냥도 끝났다.

강진호는 비상계단 문고리를 잡았다.

금갑그룹을 무너뜨리기에는 아직 작다.

하지만 금갑그룹 안으로 들어갈 칼을 사기에는 충분했다.

그는 문을 열고 사무실의 소음 속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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