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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주식은 무조건 오른다12화

내가 사는 주식은 무조건 오른다

내가 사는 주식은 무조건 오른다

12화: 문장이 먼저 움직였다

서유리의 메일에는 같은 회사의 답변이 두 개 붙어 있었다.

첫 번째는 기자가 오전에 받은 답변이었다. 금갑건설의 현금흐름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통상적인 영업활동에 문제가 없다는 짧은 문장뿐이었다.

두 번째는 오후에 다시 온 답변이었다. 앞 문장 아래에 한 줄이 더 붙어 있었다.

일시적 운전자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내부 조정입니다.

강진호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숫자가 아니었다. 손익계산서도 아니고 차입금 표도 아니었다. 회사가 바깥의 질문을 받자마자 제일 먼저 고친 것은 문장이었다.

"기자가 처음에 뭘 물었습니까?"

서유리의 목소리는 전화기 너머에서도 낮고 또렷했다.

"단기차입금 만기랑 매출채권 회전일수요. 금갑건설만 묻지는 않았고 건설업종 전반을 묶어서 물었어요."

"그런데 답은 운전자금입니다."

"네. 보통은 계절적 자금 수요나 공사 진행에 따른 변동이라고 정리하죠. 그런데 차환은 말하지 않았어요."

진호는 수첩을 열었다. 전날 적어 둔 질문이 먼저 붙는다라는 문장 아래에 두 답변의 도착 시간을 적었다.

오전 열한 시 십이 분. 오후 세 시 사십팔 분.

두 시간 사이에 금갑건설 안에서는 누군가가 질문을 읽고 답변을 고쳤다. 그 사이에 들어간 사람과 회의 내용은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것을 적어 넣으면 기록은 곧 구멍이 된다.

그는 알고 있는 것만 남겼다.

질문: 단기차입 만기, 매출채권 회전일수.

답변 변경: 일시적 운전자금 수요.

미답: 차환 계획, 만기 분포.

"이걸로 기사를 쓸 수 있습니까?"

"못 써요."

서유리는 망설이지 않았다.

"이 문장 하나로 회사가 위험하다고 쓰면 그게 더 이상해요. 공개 자료로도 아직 단정할 단계는 아니고요."

진호는 펜 끝을 멈췄다. 마음 한쪽에서는 지금 당장 시장이 알아차리기를 바랐다. 금갑건설의 주가가 꺾이고 그 아래에 숨은 돈줄이 드러나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 바람은 미래의 결말을 아는 사람의 조급함이었다.

"그럼 뭘 봐야 합니까?"

"다음 질문이요. 운전자금이 일시적이라면 만기는 어떻게 넘기는지 물어봐야죠. CP를 새로 찍는지 다른 자금으로 막는지. 답을 안 해도 괜찮아요. 답을 피하는 방식이 남으니까요."

그 말이 진호의 조급함을 눌렀다.

시장은 무너지는 회사의 비명을 한 번에 듣지 못한다. 먼저 사소한 말투가 달라지고 설명의 순서가 흐트러진다. 그 흔적을 다른 사람이 같은 공개 자료에서 읽을 수 있어야 비로소 다음 발을 뗄 수 있었다.


점심이 되자 김미나가 그의 자리 옆에 종이봉투를 올려놓았다.

"이번에는 빵만 먹고 끝내지 마세요."

"고맙습니다."

"고맙다는 말 말고요. 어제도 저녁 안 먹었죠?"

진호는 봉투 안의 삼각김밥과 우유를 내려다봤다. 미나는 답을 기다리지 않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모르는 척하는 배려가 오히려 마음에 걸렸다.

그는 우유를 한 모금 마신 뒤 가방을 들었다.

증권사 지점의 채권 창구에는 전날보다 사람이 많았다. 진호는 번호표를 뽑고 벽에 붙은 회사채 수익률 표를 훑었다. 숫자만 보고도 미래를 말할 수는 없었다. 오늘은 숫자가 어디에서 불편해지는지를 확인하러 온 것이었다.

"저번에 건설업종 리포트를 받은 사람입니다."

창구 직원이 진호를 알아보고 의자를 권했다.

"선물옵션 계좌는 생각해 보셨어요?"

"그 전에 하나만 여쭤보겠습니다. 기업어음은 만기 때마다 새로 발행하면 되는 겁니까?"

직원은 웃지 않았다. 질문을 가볍게 받지 않는 표정이었다.

"새로 발행할 수 있으면요. 기업어음은 만기가 짧으니까 시장이 계속 받아 줘야 합니다. 금리가 조금씩 올라가도 넘길 수는 있어요. 문제는 발행 조건이 나빠지거나 투자자가 망설이기 시작하는 때죠."

"그건 공시로 알 수 있습니까?"

"전부는 못 봅니다. 발행 공시와 재무제표에 남는 부분을 보면서 추정하는 거죠. 만기가 한쪽에 몰렸는지 단기차입 비중이 커졌는지. 회사가 설명을 자주 바꾸는지도 시장에서는 봅니다."

진호는 수첩에 네 항목을 적었다.

발행 공시.

만기 집중.

조달 금리.

설명 문구 변화.

"회사 이름을 정해 두고 물으시는 겁니까?"

직원의 질문에 진호는 수첩을 덮었다.

"건설업종을 보고 있습니다."

"그럼 한 회사만 보지 마세요. 다른 건설사들이 어떤 말로 자금을 조달하는지도 같이 보셔야 합니다. 한 곳만 이상하면 회사 문제일 수 있고 여러 곳이 같이 흔들리면 시장 문제일 수 있으니까요."

그 조언은 단순했다. 그래서 더 쓸 만했다.

미래에서 그는 금갑건설이 무너진 뒤에야 같은 업종의 숫자를 되짚었다. 이번에는 무너지기 전에 비교표를 만들 수 있었다. 단 한 회사의 비밀을 잡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균열의 순서를 쌓는 방식이었다.

지점을 나와 골목 끝 벤치에 앉았을 때 서유리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채권 쪽 선배한테 답 왔어요. 통화 가능해요?

진호가 전화를 걸자 서유리는 곧바로 말했다.

"선배가 그러는데 차환이 되느냐 안 되느냐만 보는 건 늦대요. 처음에는 웬만한 회사도 다 넘긴대요. 대신 조건을 묻는 사람이 늘고 답변이 길어지면 그때부터 분위기가 바뀐다고요."

"금갑건설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닙니다."

"네. 그래서 더더욱 이 문구 하나를 공격 재료로 쓰면 안 돼요. 다만 기자가 단기차입을 묻자 운전자금이라고 답한 기록은 남았어요. 다음에 CP 만기를 물었을 때 같은 말을 반복하면 그건 또 다른 기록이고요."

진호는 벤치의 차가운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미래가 알려 준 것은 2008년의 붕괴였다. 그러나 붕괴로 가는 매일의 표정까지 대신 보여 주지는 않았다. 그 사이를 메우는 것은 이런 통화와 공시와 질문이었다.

"질문을 정리해 주세요. 회사가 답하지 않아도 되는 범위로요."

"알겠어요. 월별 만기 비중을 바로 달라고 하면 피할 수 있으니까 먼저 차환 예정 자금의 조달 방식과 단기차입 관리 원칙을 묻죠. 공개 자료에서 확인 가능한 부분과 비교해서요."

"그걸 기자에게 바로 보내도 되겠습니까?"

"제가 먼저 문장 만들어서 보낼게요. 기자가 자기 판단으로 묻게 해야죠. 진호 씨는 거기 끼면 안 되고요."

서유리는 언제나 선을 먼저 그었다. 진호는 그 선이 답답하면서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부탁합니다."


오후에는 선물옵션 창구로 갔다.

직원은 새 서류 묶음을 펼쳐 놓고 예탁금과 위험고지 확인 항목을 하나씩 설명했다. 손실이 예탁금보다 커질 수 있다는 문장은 검은 글씨로 두 번 인쇄되어 있었다.

"계좌를 개설해도 바로 거래가 되는 건 아닙니다. 교육 확인과 입금 확인이 끝나야 하고요. 종목별로 방향을 잡는 건 더 신중하셔야 합니다."

"건설업종이 내려갈 거라고 보면 어떤 상품을 사면 됩니까?"

직원은 화면을 돌려 주지 않았다.

"지수 풋옵션도 있고 개별 종목과 연동된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특정 종목 공매도는 대주 물량과 회수 조건이 별개예요. 대주가 나왔다고 계속 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처음부터 한 방향만 보지 마세요."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아는 것과 설명을 들은 기록은 달랐다.

그는 계좌 개설 신청서에 이름을 적었다. 교육 확인서와 위험고지 확인서에도 서명했다. 직원이 건설업종 리포트와 계좌 신청 접수증을 건네자 파일에 넣었다.

주문 화면은 열지 않았다.

지점을 나와 자취방 근처 문구점에 들른 그는 두꺼운 노트 한 권을 샀다. 첫 장에는 날짜를 쓰고 다섯 줄을 남겼다.

옵션 계좌 개설 신청.

예탁금 입금 전.

건설업종 리포트 수령.

금갑건설 대주 및 옵션 주문 없음.

판단 근거는 공개 자료와 외부 분석으로만 정리.

마지막 줄을 쓰는 손이 잠시 멈췄다.

예전의 그는 거래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법을 몰랐다. 이승준이 시키는 대로 숫자를 넘기고 돈이 움직이면 그 뒤를 정리했다. 그 결과는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끝났다.

이번에는 반대였다.

움직이지 않은 것도 적는다. 주문하지 않은 이유도 남긴다. 누군가 나중에 그의 손을 들여다보더라도 빈틈 대신 순서를 보게 만들 생각이었다.


다음 날 오전 박태성이 진호의 자리를 지나가다 멈췄다.

"강진호 씨. 잠깐 들어와 봐."

팀장 자리 옆 작은 회의 테이블에는 금갑건설 자료철이 놓여 있었다. 박태성은 자료철을 열지 않은 채 진호를 바라봤다.

"어제 외부에서 금갑건설 관련 질문이 들어왔다는 말을 들었어."

진호의 목덜미가 단단해졌다. 서유리와 기자의 이름을 떠올렸지만 얼굴에는 드러내지 않았다.

"공개 자료를 보면 나올 수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질문을 누가 만들었는지 아나?"

"모릅니다."

"강진호 씨가 만든 건 아니고?"

"외부에 회사 자료를 전달하거나 질문을 요청한 적 없습니다."

박태성은 한참 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책상 위의 자료철이 둘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지금부터 금갑건설 관련 자료는 내가 볼 때까지 손대지 마. 전략기획실에서 뭐가 오든 바로 나한테 올리고. 전에 말했지?"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시장 알아보는 건 상관없는데 회사 일과 섞이지 않게 해. 신입이 괜히 눈에 띄면 좋을 거 없어."

진호는 고개를 숙였다.

"주의하겠습니다."

회의 테이블을 나와 자기 자리로 돌아오는 동안 그는 박태성의 말을 곱씹었다. 감시였다. 동시에 방패이기도 했다. 전략기획실이 다시 그를 직접 불러 세우려 해도 박태성의 창구를 넘어야 했다.

그 방패는 오래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더 바깥의 기록이 필요했다.

점심 무렵 김미나가 그의 책상 위에 빈 우유팩이 놓인 것을 보고 말했다.

"오늘은 먹었네요."

"네. 미나 씨 덕분입니다."

"그렇게 말하면 내일도 챙겨야 하잖아요."

미나는 투덜거리면서도 웃었다. 진호는 그 웃음이 잠시 사무실의 공기를 느슨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다시 모니터를 켰다.

새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서유리가 기자에게 보낼 질문 초안을 붙여 보냈다.

단기차입금 관리 원칙과 기업어음 차환 예정 자금의 조달 방식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질문은 짧았다. 금갑건설의 내부 숫자를 하나도 담지 않았다. 공시와 기존 답변을 읽은 사람이면 누구나 물을 수 있는 범위였다.

진호는 문장을 세 번 읽었다. 그 뒤에 월별 만기 집중 여부를 묻는 문장을 덧붙일지 고민하다가 지웠다.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면 회사는 답을 닫아 버린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답이 아니었다.

어디까지 피하는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그는 서유리에게 답장을 보냈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기자 판단으로 보내 주세요.

답장은 십 분 뒤에 왔다.

보냈어요. IR에서 답변을 정리해 회신하겠다고 했습니다.

진호는 새 노트를 펼쳤다. 오늘 적은 기록 아래에 마지막 한 줄을 더했다.

시장이 묻기 전에 회사가 먼저 문장을 고친다.

주문은 없었다.

그러나 금갑건설은 이미 다음 문장을 고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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