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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주식은 무조건 오른다11화

내가 사는 주식은 무조건 오른다

내가 사는 주식은 무조건 오른다

11화: 회의실 B

회의실 B의 문은 생각보다 얇았다.

안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컵을 내려놓는 소리도 들렸다. 강진호는 문 앞에서 숨을 한 번 골랐다.

박태성이 먼저 손잡이를 잡았다.

"들어가면 내가 먼저 말한다. 너는 표 설명만 해."

"알겠습니다."

"쓸데없는 판단 붙이지 말고."

"네."

박태성은 만족한 얼굴이 아니었다. 하지만 불안한 얼굴도 아니었다. 자기 손에 줄을 쥐었다고 믿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강진호는 그 믿음을 깨지 않기로 했다.

문이 열렸다.

회의실에는 세 사람이 앉아 있었다. 전략기획실 남자 직원은 지난번 전화 목소리와 닮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직급이 더 높아 보이는 과장이 있었다. 끝자리의 여자는 노트북을 열어 놓고도 화면보다 강진호를 먼저 보았다.

과장이 말했다.

"재무기획팀 박태성 대리님이시죠?"

"네. 박태성입니다."

"강진호 씨."

강진호는 고개를 숙였다.

"네."

"앉으세요."

박태성이 먼저 앉고 강진호는 그 옆에 앉았다. 의자는 조금 낮았다. 일부러 그런 것 같지는 않았지만 회의실에서 낮은 의자는 사람을 작게 만든다.

과장이 출력물을 넘겼다.

"금갑건설 단기운영자금 표하고 금갑유통 매출채권 표. 두 자료를 같은 양식으로 맞춘 사람이 강진호 씨 맞습니까?"

"네. 제가 정리했습니다."

"왜 같은 양식으로 맞췄습니까?"

박태성이 바로 끼어들었다.

"제가 지시했습니다. 자료 수령 경위와 요청 부서를 한눈에 보려고 했습니다."

과장은 박태성을 보다가 다시 강진호를 보았다.

"강진호 씨가 답해 보세요."

칼날은 낮은 곳으로 들어온다.

강진호는 출력물의 첫 줄을 보았다.

수령 시간.

담당자.

요청 부서.

회람 여부.

"두 자료 모두 회람 전 원자료라서 내용 판단보다 수령 경위를 먼저 맞췄습니다. 양식이 다르면 요청 부서와 회람 여부를 비교하기 어려워 같은 열로 정리했습니다."

"비교하려고 했다는 말입니까?"

"수령 경위를 대조하려고 했습니다."

"대조와 비교가 뭐가 다릅니까?"

"판단을 붙이지 않았습니다."

짧은 침묵이 왔다.

전략기획실 남자 직원이 펜을 굴렸다.

"금갑건설 쪽은 단기운영자금 지급 조정이고 금갑유통 쪽은 매출채권 회수 예정입니다. 내용이 다른데 왜 같은 표에 넣었죠?"

"내용이 달라서 같은 표에 넣었습니다."

박태성의 손가락이 멈췄다.

강진호는 그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항목이 다르면 같은 요청 부서에서 왔는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지급인지 회수인지는 본문 내용이고 제가 정리한 것은 요청 경로입니다."

과장의 눈이 조금 가늘어졌다.

"강진호 씨는 요청 경로가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까?"

"박태성 대리님 지시가 요청 부서와 회람 여부를 빠짐없이 적으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강진호는 대답 끝에 숨을 남기지 않았다.

판단은 지시 뒤에 숨었다.

박태성은 그제야 어깨를 조금 폈다.

"신입에게 내용 판단을 시킨 건 아닙니다. 전략기획실에서 회람 전 자료를 찾으신다고 해서 누가 언제 받았는지 정리하라고 한 겁니다."

과장은 박태성의 말을 끊지 않았다.

그게 답이었다.

그들은 강진호가 뭘 아는지 확인하려고 불렀다. 하지만 박태성이 자기 지시를 들고 들어오면 칼날은 무뎌진다.

"전무실 메모는 봤습니까?"

이번에는 여자가 물었다.

강진호는 바로 답했다.

"첨부된 것은 확인했습니다."

"이승준 전무님 이름도 봤겠네요."

심장이 뛰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얼굴이 먼저 움직이지 않았을 뿐이다.

"회람 전 검토 메모로 이해했습니다."

"그 이상은요?"

"신입인 제가 판단할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여자가 노트북에 뭔가를 적었다.

강진호는 그 움직임을 보았다.

이름이 다시 기록되고 있었다.

하지만 기록은 양날이다. 그들이 적는 순간 강진호도 알게 된다. 전략기획실은 아직 그를 치울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확인해야 할 특이점으로 본다.

과장이 출력물을 덮었다.

"앞으로 금갑건설과 금갑유통 관련 자료는 재무기획팀에서 박태성 대리님 창구로만 올려 주세요. 강진호 씨가 직접 회신하지 말고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박태성이 대답했다.

강진호도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회의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문을 나와 복도에 섰을 때 박태성은 바로 걸음을 멈췄다.

"너 방금 말 조심한 거 맞지?"

"네."

"내용이 달라서 같은 표에 넣었다는 말은 좀 위험했어."

"요청 경로 기준이라고 바로 설명했습니다."

박태성은 입술을 한번 눌렀다.

화를 내기에는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

그는 강진호를 노려보다가 목소리를 낮췄다.

"앞으로 전략기획실 관련 자료는 무조건 나한테 먼저 올려."

"알겠습니다."

"그리고 네가 직접 뭘 판단했다는 식으로 말하지 마."

"네."

박태성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강진호는 한 걸음 뒤에서 따라갔다.

방패는 스스로 방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가 앞에 섰다고 믿는다.

그 믿음이 오래가야 했다.


사무실로 돌아오자 김미나가 바로 고개를 들었다.

"괜찮아요?"

"네."

"또 그 말이네요."

박태성이 뒤에서 말했다.

"김미나 씨. 업무 중입니다."

"네."

김미나는 바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손은 서랍을 열고 있었다.

강진호가 자리에 앉자 작은 빵 하나가 책상 끝으로 밀려왔다.

"먹어요."

"괜찮습니다."

"괜찮으면 더 먹어도 돼요."

강진호는 빵을 보았다.

비닐이 조금 구겨져 있었다. 아침에 편의점에서 산 듯했다.

"감사합니다."

"감사 말고 뜯어요."

김미나는 더 보지 않는 척했다.

강진호는 비닐을 뜯었다.

박태성은 회의 내용을 정리하라며 메신저를 보냈다. 강진호는 한입을 삼킨 뒤 답장을 작성했다.

회의실 B 참석. 전략기획실 요청 사항: 금갑건설 및 금갑유통 관련 자료는 박태성 대리 창구로 일원화. 신입 직접 회신 금지.

그 이상은 쓰지 않았다.

전략기획실 여자가 이승준의 이름을 직접 꺼낸 것도 쓰지 않았다. 쓰면 박태성의 호기심이 움직인다. 박태성은 통제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너그러워진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서유리였다.

강진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료실 다녀오겠습니다."

박태성이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오래 걸리지 마."

"네."

강진호는 계단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자마자 전화를 받았다.

"말씀하십시오."

"두 사람에게 반응을 봤습니다."

서유리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다.

"건설 쪽 기자는요?"

"금갑건설 이름을 듣자마자 바로 쓰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지금 건설주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요. 대신 회사 쪽 해명 문구가 먼저 나오면 볼 만하답니다."

"해명 문구."

"네. 왜 단기차입이 늘었는지, 왜 매출채권 회전이 느려졌는지 회사가 어떻게 설명하는지 보겠대요."

강진호는 회의실의 여자를 떠올렸다.

자료는 안에서만 흔들리지 않는다.

밖에서 물으면 안에서도 문장이 흔들린다.

"채권 쪽 선배는요?"

"단기차입금 만기표만으로는 약하다고 했습니다. CP 차환이 어떻게 되는지 봐야 한답니다. 시장에서 새로 찍히는 어음이 부드럽게 팔리면 아직 버팁니다. 삐걱거리면 먼저 소리가 난대요."

"소리."

"표보다 먼저 나오는 소리죠."

강진호는 계단 창문 밖을 보았다.

금갑그룹 사옥 유리벽에 하늘이 비쳤다. 안에서 보면 단단하고 밖에서 보면 매끈하다. 하지만 돈줄은 유리처럼 보이지 않는다. 막힐 때까지 보이지 않는다.

"초안은 아직 돌리지 마십시오."

"당연하죠. 반응만 봤습니다."

"혹시 기자가 회사에 물을 가능성은요?"

"이름 없이 물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기자들은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금갑건설 홍보나 IR 쪽에 비슷한 질문이 들어갈 수는 있어요."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필요했다.

공격이 아니라 질문.

단정이 아니라 확인.

시장이 움직이기 전 회사가 먼저 문장을 고치게 만드는 작은 압력.

"좋습니다."

"좋다는 말은 여전히 빠르네요."

"아직 주문은 넣지 않았습니다."

"그건 잘했습니다. 그리고 옵션 계좌요. 열더라도 바로 특정 방향으로 몰지 마세요. 그건 너무 티가 납니다."

"기록을 먼저 만들겠습니다."

"무슨 기록이요?"

"제가 왜 건설업종 하락을 보기 시작했는지 설명할 수 있는 기록입니다."

서유리는 잠깐 조용했다.

"그 정도면 조금 느려졌네요."

"느려지는 중입니다."

전화가 끊겼다.

강진호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지 않고 메모장을 열었다.

해명 문구

CP 차환

질문이 먼저 흔든다

그는 마지막 줄을 더 적었다.

주문 전에 이유가 있어야 한다.


증권사 지점 직원은 강진호를 알아봤다.

"또 오셨네요."

"선물옵션 계좌 절차를 다시 확인하고 싶습니다."

"개설하시려고요?"

"준비만 하겠습니다."

직원은 안내문을 꺼냈다.

"기본 예탁금이 필요하고 위험고지 확인서에 서명하셔야 합니다. 교육 이수도 확인합니다. 계좌를 열 수는 있는데 신규 고객이 바로 큰 포지션을 잡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특정 업종 하락을 보려면 어떤 기록이 필요합니까?"

직원이 손을 멈췄다.

"기록이요?"

"나중에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설명해야 할 때 말입니다."

직원은 강진호를 한 번 더 보았다.

"보통은 본인이 본 리포트나 기사, 세미나 자료 같은 걸 남겨 두죠. 투자 판단 근거요. 그런데 그런 걸 왜 물으십니까?"

"계좌부터 열고 이유를 찾는 건 순서가 틀린 것 같아서요."

직원은 어색하게 웃었다.

"맞는 말씀입니다. 다들 반대로 하셔서 문제죠."

"건설업종 자료를 받을 수 있습니까?"

"지점 자료실에 최근 리포트 몇 개 있습니다. 세미나 참석 확인 같은 건 따로 발급되지는 않지만 접수 명단은 남습니다."

강진호는 그 말을 기억했다.

접수 명단.

작은 기록이다.

하지만 작은 기록들이 모여서 알리바이가 된다.

"그럼 계좌 개설 서류만 받아 가겠습니다. 오늘은 개설하지 않겠습니다."

"예탁금 준비되시면 오세요."

"그리고 금갑건설 대주 물량은요?"

직원은 종목을 조회했다.

"여전히 적습니다. 회수 위험도 있고요. 요즘 이쪽으로 보시는 분이 별로 없어서 물량이 더 안 나옵니다."

"알겠습니다."

"혹시 금갑건설을 아래로 보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강진호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지점의 전광판에는 건설주가 붉게 떠 있었다.

오르는 주식은 사람을 설득한다. 떨어질 주식은 먼저 이유를 요구한다.

"현금흐름을 보고 있습니다."

"이익 말고요?"

"이익은 늦습니다."

직원은 이해한 듯 아닌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호는 리포트 두 부와 계좌 개설 서류를 받아 지점을 나왔다.

비닐 파일 안에는 종이가 몇 장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종이를 바로 주문보다 무겁게 느꼈다.

미래를 아는 사람은 서두르고 싶어진다.

시장을 이기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판은 수익만 남기면 끝나지 않는다.

누가 물어도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왜 그때였는지.

왜 그 회사였는지.

왜 그 방향이었는지.

답이 없으면 수익은 증거가 아니라 약점이 된다.


퇴근 무렵 박태성은 강진호를 불렀다.

"오늘 회의 메모 다시 올려. 전략기획실 전달용 말고 우리 팀 보관용으로."

"같은 내용으로 작성하면 됩니까?"

"조금 더 자세히. 하지만 판단은 빼."

"알겠습니다."

"그리고 금갑건설 자료는 당분간 네가 만지지 마. 내가 시키는 것만 해."

"네."

강진호는 자리로 돌아왔다.

만지지 말라는 말은 금지처럼 들리지만 동시에 방향을 알려 준다.

전략기획실은 금갑건설 자료를 민감하게 본다.

박태성은 그 민감함을 자기 통제 안에 넣으려 한다.

그 틈에서 강진호는 움직일 수 있다.

직접 만지지 않으면 된다.

대신 밖에서 물으면 된다.

김미나가 낮게 말했다.

"오늘은 진짜 퇴근해요?"

"해야죠."

"한다는 말 믿어도 돼요?"

"노력하겠습니다."

"노력 말고 퇴근."

강진호는 빵 봉지를 접어 쓰레기통에 넣었다.

"빵 잘 먹었습니다."

"내일은 밥 먹어요."

"네."

거짓말이 될 가능성이 컸다.

그래도 그는 대답했다.

사람은 완전히 끊어 내면 더 위험해진다. 걱정은 의심보다 오래 남는다.

그날 밤 자취방에서 강진호는 낮에 받은 서류를 펼쳤다.

선물옵션 계좌 개설 신청서.

위험고지 확인서.

건설업종 리포트.

금갑건설 유동성 점검 초안.

그는 새 페이지를 열고 제목을 적었다.

회의실 B 이후

첫 줄에는 안쪽 기록을 썼다.

전략기획실: 자료 창구 박태성으로 일원화

두 번째 줄에는 바깥 기록을 썼다.

기자 반응: 해명 문구 필요

세 번째 줄에는 시장 기록을 썼다.

채권 반응: CP 차환 분위기 확인

네 번째 줄에는 자신의 움직임을 썼다.

옵션 계좌: 서류 수령. 개설 보류. 주문 없음.

강진호는 마지막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주문 없음.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도 기록이 된다.

미래를 아는 손이 매수와 매도만 눌러서는 안 된다. 때로는 누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필요하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서유리였다.

"늦게 죄송합니다."

"말씀하십시오."

"아까 말한 기자가 금갑건설 IR 쪽에 아주 일반적인 질문을 넣었답니다."

"반응이 있었습니까?"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업황 호조와 수주 증가 얘기만 했대요. 그런데 단기차입 만기와 매출채권 회전일수를 같이 묻자 답변 문구를 다시 보내겠다고 했답니다."

강진호는 펜을 멈췄다.

"다시 보낸다고요."

"네. 그리고 방금 기자에게 온 문구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어떻게요?"

"현금흐름은 안정적이라는 말 뒤에 일시적 운전자금 수요라는 표현이 붙었습니다."

강진호는 노트의 세 번째 줄을 보았다.

질문이 먼저 흔든다.

그는 천천히 말했다.

"문구가 움직였군요."

"아직 문구뿐입니다."

"문구가 먼저입니다."

서유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강진호는 노트 아래에 한 줄을 더 적었다.

금갑건설: 일시적 운전자금 수요

그 문장은 아직 시장을 무너뜨리지 못한다.

하지만 닫힌 문 안쪽에서 누군가 처음으로 말을 고친 흔적이었다.

강진호는 펜을 내려놓았다.

주문은 아직 넣지 않았다.

대신 금갑건설이 스스로 첫 문장을 바꾸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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