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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끝에서 신화를 만나다7화

별의 끝에서 신화를 만나다

별의 끝에서 신화를 만나다

7화: 검과 레이저

콰아아앙!

대지를 울리는 폭음과 함께 늑대 괴수, 아루그가 다시 한번 포효했다.

비록 기습으로 기세가 꺾이긴 했으나, 숲의 왕이라 불리는 야수의 저력은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상처 입은 등가죽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내림과 동시에, 녀석의 온몸에 새겨진 붉은 룬 문자들이 더욱 광적으로 붉은빛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공기 중에 흐르는 마나를 강제로 끌어당겨 대기를 비트는 폭압적인 흐름이었다.

"조심해라, 세드! 이놈이 본모습을 드러내려 한다!"

하얀 로브를 걸친 마법사, 리아 벨렌이 지팡이를 움켜쥐며 외쳤다. 지팡이 끝에 박힌 붉은 보석이 거세게 점멸하며 그녀의 주변으로 서늘한 한기가 몰아쳤다.

"알고 있습니다, 리아 님! 하지만 저 정체불명의 사내들 덕에 뒤를 잡았으니 해볼 만합니다!"

세드라 불린 기사가 대검을 비스듬히 세우며 대답했다. 그의 검날 위로 푸른빛의 마나(Mana)가 물처럼 넘실거리며 검신을 휘감았다. 그것은 물리 법칙을 초월해 금속의 강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마도의 검기였다.

이안은 빠르게 상황을 판단했다.

슈트의 에너지는 30% 미만. 가슴 장갑판은 파손되었지만 기동 시스템은 다행히 살아 있었다.

"민우, 지원. 전열을 정비해라. 저 현지인들과 협동한다."

이안의 차갑고 단호한 목소리가 내부 통신망을 통해 흘러갔다.

"하지만 팀장님, 저들은... 마법을 씁니다. 제 눈이 이상한 게 아니라면 방금 저 처자는 허공에서 불꽃을 만들었습니다."

민우가 굳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 의문은 살아남은 뒤에 풀어라. 늑대의 장벽이 깨진 지금이 기회다. 화력 지원 준비."

이안의 지시와 동시에 보안팀원들이 엄폐물 뒤로 스르륵 몸을 숨기며 레이저 카빈을 조준했다.

"크어어어어-!"

아루그가 대지를 박차고 도약했다.

그 거구가 날아오른 순간, 주변의 대기가 진공 상태가 되며 강력한 흡입력이 발생했다. 녀석은 공중에서 세 갈래의 붉은 바람 칼날을 날려 보냈다. 대상을 찢어발기는 잔혹한 마법적 타격이었다.

"대지의 장벽이여, 우리의 방패가 되어라!"

리아가 지팡이를 바닥에 강하게 내리쳤다.

쿠구구구-!

그들의 앞으로 3미터 두께의 견고한 돌 장벽이 솟구쳐 올랐다. 늑대의 바람 칼날이 돌 장벽에 부딪히며 돌가루가 사방으로 튀었다. 엄청난 물리 충격을 견디며 대지의 베일이 버텨냈다.

그 찰나의 틈을 기사 세드가 파고들었다.

"하아앗-!"

세드가 대지를 힘차게 박차고 날아올랐다. 그의 푸른 검기가 궤적을 그리며 공중에서 내려치는 늑대의 앞발과 충돌했다.

캉-! 콰아아앙!

강철과 마수의 앞발이 부딪히는 소리라고는 믿기지 않는 금속음과 마찰음이 숲에 울려 퍼졌다. 충격파로 인해 주변의 거목들이 기둥째 꺾여 나갔다.

"지금이다! 사격 개시!"

이안의 명령과 함께 세 줄기의 순백색 레이저 광선이 공중을 갈랐다.

지이이이잉-!

고밀도로 압축된 광학 레이저가 아루그의 측면 가죽을 강타했다. 방어막이 붕괴된 야수의 맨살에 수천 도의 열선이 그대로 내리꽂히자, 칠흑의 가죽이 불타며 탄내가 진동했다.

"캬아아악!"

아루그가 비명을 지르며 착지했다. 레이저의 예리한 관통력과 고열은 마수의 두꺼운 생체 갑옷마저 뚫어버렸다.

"뭐지? 저 기묘한 빛의 마도구는... 캐스팅도 없이 저런 화력을?"

리아가 이안 일행의 사격을 보고 경악에 찬 혼잣말을 내뱉었다. 영창도 없고, 마나의 흔적도 느껴지지 않는 순수한 '빛의 줄기'가 야수의 몸에 구멍을 뚫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루그 역시 숲의 왕이라는 이명이 아깝지 않은 괴수였다.

분노가 극에 달한 야수의 눈이 완전히 피빛으로 물들더니, 이마에 새겨진 거대한 룬 문자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녀석의 상처에서 흘러나오던 피가 기화하여 붉은 안개가 되었고, 그 안개가 숲 전체로 퍼져 나갔다.

"흡입하지 마라! 마취성 성분이 섞여 있다!"

이안은 슈트의 독소 필터를 최대로 가동하며 경고했다.

붉은 안개 속에서 아루그의 실루엣이 흐려지더니, 갑자기 기사 세드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 공간 전송에 가까운 기동이었다.

"세드, 뒤쪽이다!"

리아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지만 이미 늦은 타이밍이었다. 세드가 검을 돌려 막으려 했으나, 아루그의 붉게 타오르는 앞발이 그의 흉부를 향해 짓눌러 들어갔다.

스우우웅-!

그 직전, 백색의 섬광이 안개를 뚫고 질주했다.

쾅!

이안이 쏜 고출력 플라즈마 융합탄이었다. 가공할 열량의 푸른 불꽃이 늑대의 안면에 직격했고, 엄청난 열에너지의 폭발이 녀석의 궤도를 강제로 틀어놓았다.

"끄으으..."

공격의 궤적이 빗나가며 세드는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세드는 뒤로 구르며 이안을 향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전투의 흐름 속에서 전사로서의 유대감이 형성되고 있었다.

"저 짐승 놈의 룬 마법이 폭주하고 있어요! 이대로 두면 숲 전체가 마나의 역류로 날아갈 겁니다!"

리아가 이안의 곁으로 다가오며 소리쳤다. 그녀의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이안의 슈트 헬멧을 똑바로 응시했다.

이안은 헬멧의 번역 모듈을 최대한 가동했다. 비록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녀가 사용하는 언어의 고대 지구 문법적 규칙을 파악한 AI 세라프가 실시간으로 의미를 필터링해 이안의 귓가에 들려주었다.

[분석 완료: '야수의 폭주', '마력의 폭발', '핵(Core)을 파괴해야 함'.]

"약점이 어디지?"

이안이 슈트의 외부 스피커를 통해 기계음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리아는 그의 괴상한 기계 목소리에 순간 멈칫했으나, 이내 아루그를 가리키며 외쳤다.

"이마의 제3안! 저곳에 녀석의 모든 마력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외피가 너무 단단해 제 마법이나 세드의 검기로는 외막을 뚫을 시간이 없어요!"

"외벽을 뚫어주면 되는 건가?"

이안이 카빈을 어깨에 밀착시키며 자세를 잡았다.

"그래요! 단 한 순간이라도 틈을 만든다면 내가 가진 모든 마력을 모아 저 눈을 관통해 보이겠어요!"

이안은 헬멧 내부 콘솔을 향해 명령했다.

"민우, 지원. 카빈의 출력을 150%로 오버차지해라. 냉각기가 터져도 상관없다. 내 신호에 맞춰 일점사한다."

"알겠습니다!"

"세라프, 오토 타겟팅 시스템 가동. 목표는 야수의 이마 중앙."

[경고. 카빈 오버차지 시 무기 영구 손상 가능성 87%. 진행하시겠습니까?]

"진행해."

이안의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카빈의 총구 끝에서 보라색 전자기 스파크가 사납게 튀기 시작했다. 에너지를 한계까지 끌어모은 총신이 비명을 지르며 과열 경고등을 깜빡였다.

아루그가 마지막 폭주를 시작했다. 녀석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빨간 광선들이 사방으로 난사되며 숲을 초토화시켰다.

"지금이다! 쏴라!"

이안의 외침과 함께 세 줄기의 초고출력 보랏빛 레이저가 일직선으로 뻗어 나갔다.

쿠구구구구-!

빛의 속도로 날아간 파괴의 광선들이 아루그의 이마 중앙, 단단하기 그지없는 마력 보석을 정확히 직격했다. 레이저의 고열과 에너지가 집중되자 미세한 균열이 생기며 파열음이 일었다.

파지직-! 쨍그랑!

마침내 아루그의 이마를 보호하던 마력 장벽과 외피가 산산조각 나며 붉은 눈동자가 허공에 노출되었다.

"하늘의 심판이여, 멸망의 빛으로 내리꽂혀라-!"

리아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지팡이를 허공으로 치켜올렸다.

그녀의 온몸에서 백색의 마나가 번개처럼 뿜어져 나와 지팡이 끝에 거대한 낙뢰의 형상으로 뭉쳐졌다. 그리고 그 번개는 지체 없이 아루그의 노출된 제3안을 향해 내리꽂혔다.

콰르릉- 쾅!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숲의 왕 아루그의 거대한 신체가 뇌광 속에서 격렬하게 떨렸다. 이윽고 이마에 새겨져 있던 붉은 룬 문자들이 하나둘 불꽃을 잃고 사그라들었다.

쿠우우웅...

지진이 일어난 듯한 충격과 함께 거대한 늑대의 사체가 대지 위로 쓰러졌다. 사체에서는 더 이상 마법적인 기운도, 어떠한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적막이 다시 한번 찾아왔다.

타버린 흙 냄새와 번개가 남긴 탄내가 공기 중에 자욱하게 퍼져 나갔다.

이안은 뜨겁게 달아오른 레이저 카빈을 천천히 내렸다. 슈트의 온도 경고등이 서서히 꺼지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천천히 움직여, 몇 걸음 앞에 서서 거친 숨을 몰아쉬는 현지인들을 향했다. 세드는 검을 집어넣지 않은 채 경계하는 눈빛이었고, 마법사 리아는 신기한 듯 이안의 나노 슈트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검과 마법, 그리고 레이저.

어울리지 않는 힘의 결합이 가져다준 첫 번째 승리였다.

리아가 지팡이를 비스듬히 쥔 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당신들은... 대체 누구죠? 그리고 그 옷과 빛의 무기는 무엇입니까?"

이안은 헬멧의 바이저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강인하고 냉정한 그의 얼굴이 노출되자 리아의 눈이 살짝 커졌다.

"나는 아르카디아 수색대의 강이안이다."

외계의 먼지 속에서, 마침내 두 세계가 공식적인 첫 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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