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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끝에서 신화를 만나다5화

별의 끝에서 신화를 만나다

별의 끝에서 신화를 만나다

5화: 구조 신호

외계 행성의 밤은 차갑고도 아름다웠다.

하늘에는 은빛으로 밝게 빛나는 제1위성과, 옅은 보라색 광채를 띤 제2위성이 나란히 떠올라 숲속을 비추고 있었다. 밤하늘의 배경을 채운 것은 지구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거대한 성운이었다. 푸르고 붉은 가스 구름이 마치 밤하늘에 거대한 유화 물감을 풀어놓은 듯 신비로운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풍경조차 임시 캠프의 긴장감을 누그러뜨리지는 못했다.

"팀장님, 복귀하셨습니까."

보안 대원 중 한 명인 한진우 대위가 다가와 이안에게 거수경례를 건넸다. 이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전술 헬멧을 벗어 콘솔 위에 놓았다. 그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밤바람에 식어갔다.

"주변 경계 상태는?"

"특이사항 없습니다. 드래곤으로 추정되는 개체도 더는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숲속의 야생 동물로 보이는 소형 생명체들이 센서 경계선 부근을 맴돌다 사라지는 일이 몇 번 있었습니다."

"경계를 늦추지 마라. 이 행성의 생명체들은 우리가 알던 생물학적 범주를 벗어난 힘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안은 4번 구역에서 목격한 푸른 불꽃의 스캔 데이터를 수색선의 메인 컴퓨터로 전송했다.

수색선 '루멘호'의 좁은 조종실 안에서, 윤하린은 전송된 데이터를 띄워놓고 뺨을 감싸 쥔 채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모니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그래프와 외계 수치들이 쉴 새 없이 반사되고 있었다.

"하린, 분석 결과는 좀 나왔나?"

이안이 조종실로 들어서며 묻자, 하린이 움찔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아, 팀장님. 방금 보내주신 데이터를 계속 돌려보고 있었어요. 정말이지... 볼수록 기가 막히네요. 이건 우리가 알던 물리 상수 자체가 국소적으로 비틀려 있는 결과물이에요. 마치 누군가가 그 공간에 대고 '여기서는 열이 밖으로 나가지 마라' 하고 명령을 내린 것 같아요."

"명령이라니. 프로그램 코드 같군."

"맞아요! 정확한 비유예요. 자연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어떤 고도의 연산 장치가 물리 법칙을 직접 편집해서 출력해 내는 결과물에 가까워요. 만약 이걸 다루는 주체가 생명체라면... 정말로 판타지 속 마법사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겠죠."

하린의 말에 이안은 팔짱을 꼈다.

인류의 과학기술은 광속 항해를 실현하고 인공지능 '세라프'를 창조할 정도로 발전했다. 하지만 우주선을 띄우고 물질을 가속하는 것 역시 엄밀한 물리 법칙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이었다. 물리 법칙 그 자체를 국소적으로 제어하고 비트는 힘은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신의 영역에 가까웠다.

그때였다.

띠링- 띠링- 띠링-.

조종실 콘솔의 통신 패널에서 나지막하지만 날카로운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하린의 손가락이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그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어...? 이 신호는 뭐지?"

"무슨 일인가?"

이안이 하린의 어깨너머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붉은색 파형이 모니터 하단에서 불규칙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아르카디아에서 내려온 통신인가?"

"아니요, 위성 궤도에 있는 본선과는 달라요. 이건... 지표면에서 발신되는 신호예요. 그것도 우리가 궤도 상에서 감시할 때는 전혀 잡히지 않던 주파수 대역이에요."

하린의 타자 소리가 빨라졌다. 그녀는 숲속의 전자기적 노이즈를 제거하기 위한 특수 필터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상하군. 분명 이 행성에 진입할 때 전자기적 소음이 전혀 없는 침묵의 행성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랬죠. 인공적인 전파 신호는 전혀 감지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 신호는... 방금 팀장님이 가져오신 '마법의 불꽃'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숲 전체에 깔린 특수한 에너지 간섭 패턴을 파악했잖아요? 그 간섭 신호를 역으로 상쇄시키는 필터를 통신기에 적용하니까, 그 뒤에 숨겨져 있던 미세한 신호가 잡히기 시작한 거예요!"

즉, 행성 전체를 뒤덮고 있는 미지의 에너지 장벽이 일종의 전파 방해막 역할을 하고 있었던 셈이었다. 그 장벽을 걷어내자, 비로소 은폐되어 있던 전파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게다가 이거... 양자 암호 신호도 아니고, 고대 인류가 사용하던 고전적 아날로그 라디오 주파수예요. 주파수 대역은 121.5메가헤르츠."

이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121.5MHz라면... 옛 지구의 국제 항공 비상 구조 주파수 아닌가?"

"맞아요. 인류가 우주로 진출하기 훨씬 전, 20세기부터 사용하던 지극히 원시적이고 기본적인 비상 채널이에요. 지금 아르카디아의 통신 프로토콜에서는 아예 레거시 카테고리에 처박혀 있어서 수신 대기조차 하지 않는 대역이라고요."

하린의 음성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는 서둘러 수신된 신호의 오디오 채널을 활성화했다.

지지지직- 찌익-.

처음에는 귀를 찢는 듯한 노이즈와 고주파 마찰음만이 조종실을 채웠다. 하린이 실시간 노이즈 캔슬링 알고리즘을 최대로 끌어올리자, 서서히 노이즈 너머로 사람의 음성이 겹쳐 들리기 시작했다.

『...여기는... 연방... 소속 개척선... 에스... 아니, 오디세...오스...호...』

이안의 등줄기에 서늘한 소름이 돋았다.

기계음이 섞여 뚝뚝 끊기는 목소리였지만, 그것은 분명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이자 인간의 목소리였다.

『...대기권 진입 중... 원인 불명의... 공간 왜곡 발생... 엔진 제어 불능... 지표면에... 비상 추락한다... 생존자들은... 구조를... 바란... 지지직...』

반복되는 음성. 그것은 실시간 통신이 아니었다. 자동 송신기에서 무한히 반복 출력되고 있는 비상 루프 신호였다.

"말도 안 돼..."

하린이 넋을 잃고 중얼거렸다.

"오디세우스호라고? 역사 데이터베이스에 존재하지 않는 이름인데. 게다가 인류의 마지막 개척선은 우리 아르카디아다. 우리보다 먼저 이 먼 외우주에 도달한 인류가 존재한단 말인가?"

이안의 질문에 하린은 떨리는 손으로 홀로그램 분석 창을 띄웠다.

"더 기가 막힌 게 있어요, 팀장님. 이 전파 신호의 마모 상태와 안테나 감쇠율을 물리적으로 시뮬레이션해 봤는데요..."

그녀가 침을 꿀꺽 삼키며 이안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깊은 공포가 서려 있었다.

"신호의 열화 수준으로 보아... 이 구조 신호가 발신되기 시작한 시점은..."

"얼마나 되었나?"

"최소... 수천만 년 전이에요."

조종실 안의 공기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인류가 우주선을 만들어 우주로 나아간 지는 고작 수백 년에 불과했다. 그런데 수천만 년 전에 송출된 인류의 구조 신호가 이 외계 행성의 숲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니.

이것은 물리적인 시공간의 법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모순이자, 인류의 존재 역사 자체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미스터리였다.

"수천만 년이라니. 타임슬립이라도 했다는 건가? 아니면 우리 역사에 지워진 초고대 인류의 선조라도 있었다는 건가?"

이안이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신호는 진짜 인간의 목소리이고, 발신지는 지금도 지표면 어딘가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하린이 조작 콘솔을 누르자, 홀로그램 지도 위에 구불구불한 산맥 지대의 입체 모델이 표시되었다. 그 산맥의 좁은 계곡 깊은 곳에서 붉은빛이 깜빡였다.

"발신 좌표는 이곳이에요. 우리의 현재 위치에서 북쪽으로 약 15킬로미터 떨어진 협곡 지대. 숲을 가로질러 험난한 산길을 넘어야 하는 곳이죠."

이안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밤하늘의 두 개의 달이 조종실 창문을 통해 그의 차가운 얼굴을 비추었다.

이 행성은 단순한 기회의 땅도, 단순한 판타지 세계도 아니었다. 마법이라는 미지의 물리 현상, 하늘을 나는 거대한 괴수, 그리고 수천만 년 전의 인류가 남긴 구조 신호까지. 모든 것이 얽히고설켜 거대한 수수께끼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보안 팀장으로서, 미지의 신호원을 향해 대원들을 이끌고 움직이는 건 극도로 위험한 결정이다."

이안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 신호를 무시하고서는 우리는 아르카디아의 임무를 완수할 수 없어. 이곳에 무엇이 있는지 밝혀내야 한다."

그는 조종실 벽에 걸린 소총을 굳게 쥐었다.

"전 대원에게 전한다. 장비를 정비하고 가동 준비를 마쳐라. 날이 밝는 대로 북쪽 협곡으로 이동한다. 목표는 구조 신호의 발신지다."

"예, 팀장님."

하린이 침을 삼키며 대답했다.

어둠이 지배하는 외계의 숲 너머, 수천만 년의 시간을 건너온 고대 인류의 목소리가 여전히 차가운 전파를 타고 허공을 떠돌고 있었다. 그들이 향해야 할 길은 이제 명확해졌지만, 그 길 끝에서 기다리고 있을 진실이 무엇일지는 그 누구도 짐작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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