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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끝에서 신화를 만나다4화

별의 끝에서 신화를 만나다

별의 끝에서 신화를 만나다

4화: 마법의 불꽃

거대한 침엽수림의 그늘 아래, 제1탐사대의 임시 캠프는 무거운 침묵 속에 잠겨 있었다.

아르카디아에서 사출된 수색선 '루멘호'는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은색 침엽수들 사이에 교묘하게 몸을 숨기고 있었다. 선체 표면을 덮은 광학 위장막이 주변의 풍경을 실시간으로 투사하고 있었지만, 승무원들의 마음속에 서린 긴장감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바로 몇 시간 전, 성층권을 가르며 유유히 날아갔던 황금빛 괴수—드래곤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초거대 생명체 때문이었다.

그 압도적인 형체와 열역학적 법칙을 비웃는 존재감은 탐사대원들에게 깊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보안 책임자인 강이안은 즉각 아르카디아와의 무선 통신을 최소화하고 캠프의 모든 에너지를 보존 모드로 전환했다. 미지의 행성에서 살아남기 위한 첫 번째 규칙은 언제나 은폐였다.

스슥.

이안은 군용 전투화 아래에서 으스러지는 은빛 솔잎 소리를 죽이며 캠프 주변의 외곽 경계선을 따라 걸었다. 검은색 전술복 위로 덧댄 방탄 장갑복이 그의 다부진 체격을 감싸고 있었다. 얼굴을 가린 전술 바이저의 홀로그램 화면에는 실시간으로 주변 지형의 입체 지도와 열 감지 센서의 신호들이 복잡하게 명멸했다.

"팀장님, 센서 그리드 4번 구역에서 변칙적인 에너지 반응이 감지되었습니다."

이어셋을 통해 들려온 것은 윤하린의 목소리였다. 수색선 안에서 통신 콘솔을 지키고 있는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 옥타브 높았다. 긴장과 흥분이 뒤섞인 어조였다.

"생체 반응인가? 아니면 숲에 서식하는 포식자 종류인가?"

이안이 나지막이 물으며 허리춤의 전자기 소총으로 손을 가져갔다.

"아니요, 유기체 신호는 잡히지 않아요. 하지만... 열에너지 파형이 비정상적이에요. 기존의 물리적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그 어떤 연소 반응과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신호가 고도로 밀집되어 있어요."

"좌표를 전송해라. 내가 직접 확인하겠다."

"전송했습니다. 현재 위치에서 서쪽으로 약 180미터 지점입니다. 조심하세요, 팀장님. 에너지의 집적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습니다."

바이저 화면의 오른쪽 구석에 붉은색 마커가 표시되었다. 이안은 소총을 가슴 앞으로 비껴들고 신속하게 수풀 사이로 몸을 움직였다.

이 외계 행성의 대기는 지구보다 산소와 수증기 농도가 미세하게 높았다. 숨을 쉴 때마다 코끝을 스치는 서늘한 공기에서는 묘하게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흙내음이 났다. 겉보기에는 지구의 북미 대륙에 존재하는 원시림과 다름없어 보였지만, 이곳은 밤하늘에 두 개의 달이 뜨고 상식을 초월한 생명체가 군림하는 이계(異界)였다.

이안은 발소리를 죽이며 거대한 은색 침엽수 기둥들 사이를 헤쳐 나갔다. 마침내 목적지에 가까워지자, 빽빽하던 나무들이 사방으로 물러나며 지름 10미터 남짓한 작은 공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안은 아름드리나무 뒤에 몸을 밀착한 채 총구를 전방으로 겨누며 공터 중앙을 주시했다.

그의 눈동자가 이채를 띠며 가늘어졌다.

"이건..."

공터 한가운데에는 짙은 자줏빛 이끼로 덮인 커다란 바위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바위 위, 공중 약 1미터 높이에 무언가 떠 있었다.

그것은 불꽃이었다.

아무런 연소 매체도 없었다. 타오를 장작도, 공급되는 가스관도 없었다. 허공에 홀로 정지한 채 고요하게 타오르는 푸른색 불꽃. 흔들림 없는 그 불빛은 마치 스스로 박동하는 심장처럼 미세하게 커졌다 작아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안은 전술 바이저의 정밀 분석 모드를 활성화했다. 푸른색 스캔 레이저가 허공의 불꽃을 훑고 지나가자, 이안의 시야에 수많은 수치들이 쏟아져 내렸다.

[대상 분석 중...]
[중심 온도: 섭씨 1,200도]
[방출 열량: 0 cal/s (측정 불가)]
[주변 열전도율: 0%]
[산소 소모율: 0%]
[원인 물질: 감지되지 않음]

"하린, 센서 데이터가 수색선 모니터에도 전송되고 있나?"

이안이 나직하게 통신을 넣었다. 잠시 후, 하린의 헛바람 들이켜는 소리가 수신기를 타고 들려왔다.

"네, 보고 있어요... 팀장님. 이거 말도 안 돼요. 중심 온도가 섭씨 1,200도에 육박하는데, 불꽃 주변 5센티미터만 벗어나도 온도가 상온인 섭씨 16도로 떨어져요. 열전도가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어요. 열역학 제2법칙은 어디로 간 거죠?"

하린의 목소리에는 학자로서의 당혹감과 공포가 서려 있었다.

실제로 그랬다. 불꽃 바로 아래의 자줏빛 이끼들은 타들어가기는커녕, 맺혀 있는 아침 이슬방울조차 증발하지 않은 채 그대로 빛나고 있었다. 불꽃 주변의 공기조차 대류 현상으로 흔들리지 않았다. 열에너지가 보이지 않는 완벽한 구형의 차단막 안에 갇혀 있는 것 같았다.

이안은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천천히 공터로 발을 들여놓았다.

그가 불꽃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기묘한 고요함이 피부를 엄습했다. 이안은 장갑을 낀 손을 뻗어 불꽃의 경계선에 가져다 댔다. 뜨거운 열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숲바람의 서늘함만이 장갑 표면에 닿을 뿐이었다.

그는 주변 바닥에서 마른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 들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가지 끝을 푸른 불꽃을 향해 밀어 넣었다.

나뭇가지 끝이 허공의 어떤 무형의 경계선에 닿는 순간이었다.

화르륵.

연기도 없었고, 탁탁 튀는 소리도 없었다. 나뭇가지는 불에 타들어 가는 일반적인 과정도 거치지 않고, 경계선에 닿자마자 분자 구조가 해체되듯 즉각 미세한 회색 재가 되어 바닥으로 흩날렸다.

순식간에 손잡이 부분만 남은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이안의 턱밑 근육이 딱딱하게 굳었다.

"연소 반응이 아니야. 대상을 직접 분해해서 소멸시키는 형태의 에너지 전달이다. 그런데도 외부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아. 물리적인 파괴력은 존재하지만, 물리 법칙은 따르지 않는군."

"팀장님, 그건 물질의 고유 진동수를 강제로 왜곡해서 붕괴시키는 파동에 가까워요. 우리의 현대 과학 지식으로는 그런 효율과 제어가 불가능해요. 그 조그만 불꽃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대체 어디서 공급되는 거죠?"

하린의 다급한 질문에 이안은 허리춤에서 탐사용 다목적 티타늄 프로브를 꺼냈다. 전투용 우주선 선체 외벽에도 사용되는 고융점의 티타늄 합금이었다.

이안은 프로브를 뻗어 불꽃의 중심부에 밀어 넣었다.

치이익-!

강철보다 단단한 티타늄 프로브의 끝부분이 불꽃에 닿는 순간, 마치 뜨거운 프라이팬 위의 버터처럼 허망하게 흘러내렸다. 이안은 즉각 손을 뒤로 뺐다. 녹아내린 은빛 티타늄 액체가 바닥의 이끼 위로 뚝뚝 떨어지며 즉시 굳어버렸다. 이끼는 여전히 멀쩡했다.

"이 행성의 에너지는 우리가 알던 기초 과학과 궤를 달리하는군."

이안이 중얼거렸다. 그의 눈동자에 일렁이는 푸른 불꽃의 그림자가 맺혔다.

"이 현상을 과학적 용어로 설명하려는 시도 자체가 무의미할지도 모르겠군. 차라리 고대인들의 단어를 빌리는 게 직관적이겠어."

"그게 무슨..."

"마법(Magic)."

이안의 차가운 목소리가 공터의 정적을 깨뜨렸다.

"이건 마법의 불꽃이야, 하린. 이 세계는 우리가 알던 우주의 물리 법칙이 아닌, 다른 규칙에 의해 프로그래밍되어 있어."

냉철한 현실주의자이자 보안 책임자인 그의 입에서 나온 그 단어는 가볍지 않았다. 인류가 수백 년 동안 쌓아 올린 과학 문명의 자부심이, 허공에 떠 있는 조그만 푸른 불꽃 앞에서 무력하게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

우주를 건너 도달한 외계 행성.

그곳은 과학의 빛이 미치지 않는, 신화와 마법이 실재하는 불가해한 대지였다.

"팀장님, 불꽃의 에너지 파형이 미세하게 변화하고 있어요. 노이즈의 강도가 강해집니다. 주변의 전자기 안전 필터가 견디지 못할 수도 있으니 일단 기지로 복귀해 주세요."

하린의 다급한 목소리에 이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좌표를 마킹하고 복귀한다."

이안은 마지막으로 푸른 불꽃을 깊게 응시한 뒤 몸을 돌렸다. 숲의 어둠이 짙어질수록 푸른 불꽃은 더욱 찬란하게 빛나며 마치 그를 조롱하듯 허공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기지로 돌아가는 이안의 등 뒤로 은색 침엽수림의 긴 그림자가 늘어졌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 경이롭고도 기괴한 불꽃은, 이 침묵의 행성이 숨기고 있는 거대한 진실의 아주 작은 예편에 불과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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