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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끝에서 신화를 만나다43화

별의 끝에서 신화를 만나다

별의 끝에서 신화를 만나다

43화: 지구라는 이름의 행성

[LOCATION: WHISPERING FOREST - DEEP BOUNDARY]

[TIME: NIGHT / ENCOUNTER WITH HIGH ELF RANGERS]

관문 유적 정상에서 분사된 청백색 양자 광선은 짙은 밤안개에 싸인 정령의 숲 심연을 일직선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이안, 리아, A-09 세 사람은 기계 음영과 마도 결계가 한데 뒤얽힌 수목 사이로 발걸음을 옮겼다. 숲 내부로 깊이 들어설수록 대기 중에 감도는 마력의 밀도가 급격히 높아졌고 가문 날의 번개처럼 미세한 정령 스파크가 허공에서 튀어 올랐다.

"이곳의 정령 마력은 왕국 영지와 차원이 다릅니다. 발걸음 하나하나에 고대 결계의 눈동자가 느껴지는군요."

리아가 지팡이를 단단히 쥐며 나직하게 말했다.

바로 그 순간 짙은 안갯속에서 가느다란 마도 궤적이 그어지며 푸른빛 선율이 이안 일행의 발밑을 가로막았다.

슉- 콰아앙!

지면에 꽂힌 것은 보통의 화살이 아니었다. 순수한 정령의 이슬을 굳혀 만든 옥빛 마도 순은 화살이었다.

"더는 발을 내딛지 마라, 이방인들이여."

나무 상층부의 울창한 잎사귀 사이에서 은색 갑주를 입은 엘프 정찰대원들이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들의 손에는 영롱한 마력이 깃든 은빛 활이 이안 일행의 심장을 향해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선두에 선 엘프 파수대장 실비아가 차가운 눈빛으로 이안을 노려보았다.

"금기된 성소의 관문 결계를 강제로 뚫고 들어온 철의 무장자라니. 수천 년간 숲의 안식을 침범한 자들에게 남은 것은 정령의 심판뿐이다."

"잠깐 기다리십시오! 우리는 숲을 훼손하러 온 파괴자가 아닙니다."

리아가 지팡이 끝을 아래로 내리며 서둘러 앞으로 나섰다.

"우리는 루미나르 마도학회의 조사단이며 이안 님은 고대 방주 아르카디아의 계승자이십니다. 대륙의 위기를 막고 상공의 은빛 달에 안치된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고대 서약을 찾아왔습니다."

실비아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방주의 계승자라고? 수천 년 전 하늘로 떠난 고대 신들의 방주를 언급하는 것이냐?"

A-09가 발걸음을 앞으로 옮기며 흉부의 퀀텀 코어를 점멸시켰다.

위잉-!

A-09의 손끝에서 흩뿌려진 백색 나노 입자들이 허공에서 거대한 아르카디아 문양을 형성하며 은은한 위상 파동을 분출했다.

그것은 단순한 마법이 아닌 정령의 숲 기반 결계와 정확히 동기화되는 고대 퀀텀 인가 신호였다.

엘프 정찰대원들의 활시위가 서서히 약해졌다. 실비아가 놀란 표정으로 허공의 문양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파동은... 성소 깊은 곳 제단에 흐르는 고대 기원의 마력과 완벽히 일치한다. 서약의 시각이 마침내 도달한 것인가."

실비아가 활을 거두고 고개를 숙였다.

"따라오라. 대장로님께서 너희를 기다리고 계신다."


[LOCATION: SACRED HEART OF THE HIGH ELF SANCTUARY]

[TIME: MIDNIGHT / AUDIENCE WITH HIGH ELDER ELROHIR]

엘프 파수대의 안내를 받아 도달한 정령의 숲 중심부는 언어로는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경이로운 장관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늘을 가릴 만큼 거대한 고대 세계수의 뿌리가 대지를 받치고 있었고 그 뿌리 틈새마다 수천만 년 전 고대 인류가 건조한 초합금 티타늄 기둥과 기계 구조물이 나무줄기와 완벽히 융합되어 있었다.

자연과 고도 과학 기술이 하나로 어우러진 신화 속의 성소였다.

세계수 중앙에 위치한 옥빛 제단 앞에는 길게 늘어진 백발과 그윽한 눈빛을 지닌 엘로히르 대장로가 서 있었다.

"어서 오게, 별의 저편에서 길을 돌아온 아르카디아의 아이들이여."

엘로히르 대장로의 우아한 음성이 성소 전체에 잔잔히 울려 퍼졌다.

"대장로님, 이미 저희의 방문을 알고 계셨습니까?"

이안이 가슴에 손을 얹어 인사를 건네며 물었다.

엘로히르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제단 표면의 마도 문양을 쓸어내렸다.

"수천만 년 전, 대멸망의 화염이 이 땅을 덮쳤을 때 우리 선조들은 하늘에서 내린 지혜자들과 서약을 맺었다. 선조 엘프들은 본래 고대 인류가 행성 생태계를 관리하고 수호하기 위해 탄생시킨 생체 테라포밍 관리자였지."

리아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엘프 선조들이... 고대 인류가 창조한 생체 관리자였다고요?"

" 그렇다. 그렇기에 인류의 방주 아르카디아 출항과 달 궤도 베이스 셀레나 봉인이 이루어질 때 선조들은 셀레나로 향하는 통제 열쇠를 이 성소 깊은 곳에 봉인하고 대대로 수호해 왔다."

엘로히르가 이안의 전술 장갑과 A-09를 바라보며 비장하게 말을 이었다.

"우리가 수천 년 동안 기다려온 것은 숲을 침범하는 외인이 아니었다. 언젠가 방주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와 달의 봉인을 해제할 진정한 인류의 계승자였다."


[LOCATION: COVENANT ALTAR OF ANCIENT SECRETS]

[TIME: LATE NIGHT / UNSEALING THE LUNAR PASS AND PLANET NAME]

엘로히르 대장로가 성소 최심부의 지하 서약 제단으로 이안 일행을 안내했다.

제단 중앙에는 옥빛 정령 마력과 퀀텀 회로가 조화롭게 박혀 있는 사각형 단말 장치가 안치되어 있었다.

"이것이 선조들과 고대 인류 연구진이 함께 작성한 '생체 퀀텀 서약 제단'이다. 아르카디아 보안 인가 코드를 지닌 자만이 이 제단을 해금할 수 있다."

이안이 망설임 없이 발키리 프레임의 제어 장갑을 제단 중앙 인터페이스에 올렸다.

치지직- 위잉-!

[BIOMETRIC QUANTUM SYNCHRONIZATION INITIATED]

[SUBJECT: SECURITY OFFICER KASIAN - ARCADIA COMMANDER CODE]

[ACCESS GRANTED - UNLOCKING PRE-CATACLYSM PLANETARY HISTORY]

제단 전체가 옥빛과 백색 광채를 분출하며 성소 전체의 밤하늘로 3차원 성도 홀로그램을 쏘아 올렸다.

허공에 수많은 별자리와 함께 거대한 태양계 궤도가 펼쳐졌다. 세 번째 궤도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푸른 행성의 형상이 차오르더니 고대 인류의 입체 상형 문자 및 고대 퀀텀 언어가 선명하게 각인되기 시작했다.

[PLANET DESIGNATION: PLANET EARTH - GIA-01]

[HOME PLANET OF HUMANITY]

[행성 명칭: 지구 (EARTH)]

"지구..."

리아가 허공에 새겨진 백색 글자를 읊조리며 멍하니 바라보았다.

"우리가 마법과 정령이 살아 숨 쉰다고 믿었던 이 푸른 대륙의 원래 이름이... 수천만 년 전 인류가 시작되었던 고향, '지구'였다니."

실비아와 엘프 파수대원들 역시 허공에 펼쳐진 고대 대멸망 전 지구의 장엄한 전경과 푸른 바다의 영상 앞에서 깊은 충격과 감동에 젖어들었다.

이안은 가슴속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묵직한 전율을 느꼈다.

외우주를 향해 출항했던 탐사선 아르카디아가 수천만 년의 시공간 곡률을 넘어 다시 도착한 곳은 미지의 외계 행성이 아니었다. 인류가 탄생하고 멸망했으며 다시 마법이라는 이름으로 진화한 그리운 고향 지구 그 자체였던 것이다.

이안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타올랐다.


[LOCATION: ANCIENT ELEVATION TEMPLE - LOOKING TOWARD THE HEAVENS]

[TIME: DAWN / DIRECTION TO CELESTIAL SPIRE]

웅웅웅-!

제단 중심부에서 뿜어져 나온 백색 성옥의 마력이 응축되며 이안의 손바닥 위에 조그마한 영롱한 사파이어빛 퀀텀 구체가 형성되었다.

[LUNAR AUTHORIZATION KEY (LUNAR PASS) ACQUIRED]

[ORBITAL TRANSMISSION SPIRE COORDINATES UNLOCKED]

"이것이 바로 달 궤도 베이스 셀레나의 격리 요격망을 풀 수 있는 '달의 궤도 인가 열쇠(LUNAR PASS)'입니다."

A-09가 이안의 손 위에 떠오른 퀀텀 구체를 스캔하며 말했다.

동시에 제단 홀로그램이 대륙 북방의 거대한 산맥 정상, 구름을 뚫고 솟아오른 웅장한 금속 탑의 위치를 가리켰다.

"대륙 최고봉 천공의 칠흑 봉우리 상단에 위치한 지상 궤도 전송 탑 '셀레스티얼 스파이어'입니다. 저 전송 탑의 나노 반응로를 가동해야만 달 표면으로 궤도 전송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그 순간 상공의 은빛 달 방면에서 붉은 위상 오염 파동이 미세하게 진동하며 이안의 발키리 프레임 전술 스캐너에 경보를 울렸다.

삐- 삐- 삐-!

[WARNING: SELENA LUNAR BASE - UNSTABLE PHASE CORRUPTION DETECTED]

"달 내부의 오염원이 점차 활성화되고 있군. 망설일 시간이 없다."

이안이 달의 인가 열쇠를 보관함에 안치하고 퀀텀 대검의 자루를 단단히 쥐었다.

엘로히르 대장로가 이안의 어깨를 짚으며 비장한 눈빛으로 축복을 내렸다.

"지구의 진실을 품고 하늘로 오르는 영웅들이여. 정령의 축복이 그대들의 검과 함께할 것이다. 달에 숨겨진 멸망의 상흔을 씻어내고 이 행성에 새로운 새벽을 가져다주어라."

"감사합니다, 대장로님."

이안, 리아, A-09 세 사람은 성소를 나와 구름 너머 높이 솟아오른 천공의 궤도 전송 탑을 향해 힘차게 발걸음을 옮겼다.

동녘 하늘에서 푸른 새벽빛이 차오르는 가운데 태초의 행성 지구의 진실을 품은 그들의 위대한 우주적 여정이 달을 향해 고조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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