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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끝에서 신화를 만나다38화

별의 끝에서 신화를 만나다

별의 끝에서 신화를 만나다

38화: 정령의 격노

[LOCATION: SILVERMIST VALLEY - STRATEGIC JUNCTION]

[TIME: DAWN / SECONDARY SWARM APPROACHING]

쿠구구구구-!

지휘기 아이언 타이탄 커맨더의 파쇄된 잔해가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바닥으로 쓰러졌지만 계곡 전체의 진동은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동북쪽 산맥 너머와 암반 균열 사이에서 핏빛 센서를 빛내는 불길한 레이저 광선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WARNING: SECONDARY IRON HIVE SWARM DETECTED]

[HOSTILE UNITS: APPROXIMATELY 12,000 COMBATANTS]

[SIEGE WALKER CANNON BATTALIONS ADVANCING]

"이안 님! 후속 기병대뿐만 아니라 중장형 공성 포병대까지 계곡 입구를 포위하고 있습니다! 놈들의 2차 공세 규모는 1차 선봉대의 세 배가 넘습니다!"

리아가 옥빛 지팡이를 단단히 쥐고 소리쳤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짙은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지팡이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로라 마력 장막 위로 주황색 퀀텀 레이저 포탄들이 우박처럼 쏟아지며 가혹한 충격파를 만들었다.

콰콰콰콰쾅-!

"카엘 기사단장, 루미나르 기사단의 방어 진형을 십 미터 후방으로 후퇴시켜라! 암반 붕괴 구역을 방패 삼아 버틴다!"

이안은 어깨의 에테르 바스터 포문을 가동하며 사방으로 분사되는 레이저 탄환들을 퀀텀 대검으로 비껴냈다. 황금빛 전술 입자가 공중에서 선을 그리며 침투해 오던 자율 살상 드론 수십 대를 연속으로 베어 넘겼다.

투콰아앙-!

"전원 방패를 고정하라! 절대로 전선이 무너지게 둬선 안 된다!"

카엘 기사단장이 붉은 성채의 신호를 받으며 은빛 장갑 방패를 땅에 내리찍었다. 루미나르 마도기사들이 일제히 마력 장막을 겹쳐 쌓아 쏟아지는 포격을 겨우 막아섰지만 쇄도하는 기계 군세의 압도적인 숫자에 방어선은 삐걱거리며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크아아아앙-!

상공을 맴돌던 검은 용 니드호그가 수직 하강하며 초고열 나노 드래곤 파이어를 퍼부었다. 청백색 화염이 공성 포병대 선두를 쇳물로 녹여버렸지만 뒤따라온 비행 살상 드론 편대가 니드호그의 날개를 향해 집중 고주파 빔을 쏘아대며 수호룡의 움직임을 제한했다.

"A-09! 타이탄 지휘 코어 분석은 끝났나? 지하 요새 진입로의 위치는 어디냐!"

이안이 퀀텀 대검으로 적 기병의 흉부를 관통하며 부스터를 역분사했다.

은발 소녀 A-09가 추출한 코어 모듈을 붉은 성채 궤도 데이터 망에 연동하며 단조롭지만 뚜렷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휘 코어 모듈 내의 암호화 회로 해독을 완료했습니다. 대륙 지하 3천 미터에 위치한 '아이언 포트리스' 메인 반응로로 내려가는 직통 수직 하강 샤프트가 바로 앞 암벽 내부 고대 초합금 관제문에 숨겨져 있습니다."

A-09의 손가락이 공중의 홀로그램 좌표를 가리켰다. 계곡 가장 안쪽, 거대한 고대 암벽 틈새에 매설된 십 미터 크기의 초합금 장갑문이 불길하게 빛나고 있었다.

"문제는 전방의 포위망을 뚫고 샤프트 문을 개방하는 동안 뒤쪽에서 쏟아지는 수만 대의 철갑 병기를 막아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정도 밀도라면 샤프트 탑승 승강장이 순식간에 함락될 것입니다."

A-09의 객관적인 분석에 계곡 전선의 기사들과 마도사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LOCATION: SILVERMIST FOREST - ANCIENT NEXUS]

[TIME: MORNING / AWAKENING OF THE SPIRITS]

바로 그 순간 수림 외곽 전체를 둘러싸고 있던 백은색 정령 안개가 소름 끼칠 정도의 고요 속에서 진동하기 시작했다.

웅- 웅- 웅-!

그것은 단순한 마력의 흐름이 아니었다. 수천년 동안 이 수림을 지켜온 고대 대지와 바람, 물과 정령의 넥서스 전체가 철의 군대가 뿜어내는 기계 오열과 환경 파괴 파동에 반응하여 분노로 비명을 지르는 소리였다.

"이건... 숲의 마력 넥서스가 완전히 각성하고 있어요!"

리아가 눈을 커다랗게 뜨며 자신이 쥐고 있던 옥빛 지팡이를 바라보았다. 지팡이 끝의 옥빛 보석이 스스로 공명하며 수림 깊은 곳에서 몰려드는 거대한 자연의 의지와 접속하고 있었다.

"고대 인류의 나노 환경 제어 입자들이 수천년의 시간 동안 이 땅의 정령들과 완벽히 융합되어 있었어. 철의 군대가 대지를 짓밟고 자연 생태계를 훼손하자 수림 자체가 자율 방어 프로토콜을 넘어선 격노를 터뜨리고 있는 거다!"

리아는 옥빛 지팡이를 대지 깊숙이 내리찍으며 자신의 마력을 숲의 중심 넥서스로 한계까지 개방했다.

"정령들이여! 이 땅을 더럽히는 쇠붙이의 군세를 쓸어버리세요!"

콰아아아앙-!

수림 깊은 곳에서 거대한 에메랄드빛 오로라 폭풍이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올랐다.

쿠구구구구-!

계곡 전역의 대지가 거칠게 갈라지며 엄청난 크기의 정령 사도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순수한 청백색 플라즈마 바람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수호 정령과 대지의 초합금 암반을 뒤집어쓴 십오 미터 크기의 대지 정령 거신들이 수십 대나 일제히 각성한 것이다.

하늘을 찢는 듯한 바람 정령들의 비명과 함께 수림 전역에서 거대한 에메랄드빛 태풍이 불어닥쳤다.

콰콰콰콰쾅-!

공중에 떠서 레이저 포격을 퍼붓던 기계 드론 수천 대가 정령의 칼날 바람에 휩싸여 서로 충돌하며 산산조각이 났다. 대지 정령 거신들은 거대한 바위 주먹을 내리쳐 진격하던 공성 포병대의 장갑을 쇳가루로 빻아버렸다.

"정령들의 격노다! 고대 수림이 우리를 돕고 있다!"

카엘 기사단장이 검을 쳐들며 환호했다.

철의 군대가 자랑하던 막강한 기계 화력조차 수림 전체가 뿜어내는 자율 자연 정령의 폭풍 앞에서는 갈지자로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초고열 플라즈마와 바람의 참격이 계곡 전체를 덮치며 2차 철갑 대군세의 허리를 완벽하게 분쇄했다.


[LOCATION: SUBTERRANEAN SHAFT GATE]

[TIME: MORNING / BREACHING THE ENTRANCE]

"정령들이 포위망을 흩뜨려 놓은 지금이 기회다! 샤프트 문으로 돌격한다!"

이안은 결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발키리 전술 프레임의 제트 부스터를 점화하며 계곡 안쪽 초합금 장갑문을 향해 쾌속 돌진했다.

파아앙-!

이안의 뒤를 따라 리아와 A-09가 정령들의 호위를 받으며 신속히 침투했다. 니드호그와 카엘 기사단장은 계곡 입구에 배수의 진을 치고 후방에서 기어 나오는 잔당 기병들을 철저히 차단했다.

쿠웅-!

이안 일행이 고대 암벽 틈새의 초합금 장갑문 앞에 도달했을 때 문 앞을 지키고 있던 높이 6미터의 최정예 경비 수호자 '아이언 게이트키퍼(IRON GATEKEEPER)' 두 대가 핏빛 렌즈를 빛내며 아공간 칼날을 빼 들었다.

아이언 게이트키퍼가 양손의 고주파 칼날을 번개처럼 내리쳤다.

카아앙-!

이안은 퀀텀 아크 대검을 비스듬히 세워 녀석의 칼날을 비껴낸 뒤 어깨의 바스터 포를 근접 사격했다.

콰앙-!

타격 여파로 게이트키퍼의 상체가 휘청거리는 순간 A-09가 신속하게 게이트키퍼의 다리 관절 사이로 손을 밀어 넣었다.

[SECURITY OVERRIDE - INJECTING TITAN MASTER CODE]

은발 소녀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황금빛 해킹 코드가 게이트키퍼의 중앙 센서 회로를 마비시켰다. 녀석들의 움직임이 일시적으로 멈칫하자 이안은 부스터의 한계 출력을 가동해 공중으로 도약했다.

[QUANTUM ARC OVERDRIVE]

콰아앙- 서걱-!

황금빛 참격이 두 대의 게이트키퍼 흉부 코어를 사선으로 정확히 베어냈다. 기계 거신 두 대가 둔탁한 비명과 함께 차례로 무너지며 장갑문 앞을 비워냈다.

A-09가 추출했던 타이탄 지휘 코어 모듈을 중앙 제어반 콘솔에 삽입하자 단단히 봉인되어 있던 수직 샤프트의 거대한 초합금 문이 마찰음을 내며 열렸다.

쿠구구구구-!

문이 열리자 까마득한 지하 깊은 곳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철분 냄새와 열압력 바람이 뿜어져 나왔다. 지하 3천 미터를 향해 직선으로 뚫려 있는 거대한 수직 하강 엘리베이터 승강장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LOCATION: SUBTERRANEAN TRANSIT SHAFT]

[TIME: MORNING / DESCENT INTO THE ABYSS]

"모두 승강 플랫폼에 올라타라! 샤프트 하강을 개시한다!"

이안, 리아, A-09가 원형 초합금 플랫폼에 올라서자마자 A-09가 하강 제어 명령을 승인했다.

[DESCENT SEQUENCE ACTIVATED]

[TARGET: SUBTERRANEAN IRON FORTRESS - LEVEL 3000M]

쿠웅-!

거대한 승강 플랫폼이 순식간에 중력을 거스르며 아래로 급하강하기 시작했다. 위쪽의 초합금 장갑문이 단단히 닫히며 지상의 소음과 정령의 포효 소리가 순식간에 차단되었다.

치이이이익-!

승강기가 초속 수십 미터의 속도로 지하 깊은 곳을 향해 떨어지는 동안 하강 통로 벽면에 매설되어 있던 자율 포탑들이 붉은 센서를 빛내며 기상했다.

위잉- 콰콰콰쾅-!

벽면 사방에서 고주파 플라즈마 탄환들이 플랫폼을 향해 집중 분사되었다.

"리아, 장막!"

"네! 오로라 프리스마 결계!"

리아가 지팡이를 휘두르며 플랫폼 전면을 감싸는 입체 옥빛 마력 장막을 펼쳤다. 쏟아지는 포탄들이 장막에 부딪혀 튕겨 나가는 사이 이안은 퀀텀 대검을 들고 플랫폼 밖으로 튀어나오는 추격 살상 드론들을 공중에서 하나씩 쳐냈다.

서걱- 콰앙-!

황금빛 칼날이 비치는 불빛 속에서 이안의 눈동자는 차갑게 빛났다.

"하강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현재 지하 2천 미터 통과. 주변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A-09가 전송 패널의 상태를 확인하며 보고했다.

마침내 승강 플랫폼이 지하 3천 미터 경계막을 뚫고 내려간 순간 사방을 둘러싸고 있던 암벽 샤프트 통로가 사방으로 넓게 열리며 입이 떡 벌어지는 광경이 펼쳐졌다.

[ARRIVAL: SUBTERRANEAN IRON FORTRESS]

그곳은 단순한 지하 기지나 반응로가 아니었다.

지하 3천 미터에 형성된 거대한 고대 지열 암공 전역에 끝없이 펼쳐진 수만 개의 기계 빌딩과 퀀텀 에너지 파이프라인, 그리고 끊임없이 핏빛 붉은 빛을 내뿜는 거대 기계 도시 그 자체였다.

그리고 도시 한가운데, 붉은 빛의 중앙 파동을 뿜어내며 대륙 전역의 철의 군대를 조종하는 거대한 기계 핵 메인 반응로 '아이언 포트리스 하이브 코어'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것이... 고대 인류가 지하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철의 도시이자 메인 반응로인가..."

이안이 플랫폼 난간을 잡으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승강기가 지하 기계 도시의 메인 승강장에 충격음과 함께 착지하며 거대한 핏빛 거인이 눈을 뜨듯 아이언 하이브의 메인 관제 경고음이 지하 도시 전체에 울려 퍼졌다.

[UNAUTHORIZED ENTRY DETECTED AT MAIN FORTRESS]

[PURGE PROTOCOL - LEVEL MAXIMUM]

이안은 퀀텀 대검을 들쳐 메고 지하 기계 도시의 불빛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대륙의 사멸을 막고 진실을 쥐기 위한 지하 3,000m 심연에서의 최종 결전이 비로소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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