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별의 끝에서 신화를 만나다34화

별의 끝에서 신화를 만나다

별의 끝에서 신화를 만나다

34화: 고대의 전송 장치

[LOCATION: ANCIENT TRANSMISSION SHAFT - SUB-SPACE ELEVATOR]

[TIME: UNKNOWN / DEEP CORE DESCENT]

쿠아아아아아-!

고대 전송 관문에서 분출된 황금빛 차원 승강 필드가 행성의 칠흑 같은 수직 암반 통로를 사정없이 뚫고 강하했다. 초고속으로 떨어지는 승강 데크 주변으로 시공간 왜곡에 따른 거센 퀀텀 바람과 묵직한 중력 가속도가 일행의 전신을 압박했다.

"승강 필드 내부 중력 유동 극심! 모두 데크 중앙의 퀀텀 고정 노드에 밀착하세요!"

리아가 옥빛 지팡이를 바닥에 굳건히 박아 넣으며 소리쳤다. 그녀의 지팡이 끝에서 펼쳐진 오로라 빛깔의 퀀텀 마력 막이 강하 도중 발생하는 마찰열과 진동을 완만하게 흡수해 냈다.

그러나 강하는 순탄치 않았다.

수천 미터 아래 지하 심층부에서 뿜어져 나온 기분 나쁜 핏빛 마기가 차원 통로의 내벽을 온통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이어 통로 벽면의 차원 균열 사이에서 칠흑 같은 연기를 흩날리는 형체 없는 괴수들, 즉 심연의 퀀텀 유령들(Abyssal Quantum Specters)이 수십 마리나 솟구쳐 올랐다.

키아아아아악-!

기괴한 비명을 지른 유령들이 황금빛 전송 빔을 부수기 위해 승강 데크를 향해 붉은 마기 손톱을 들이밀었다.

"전원 방어 전계 형성! 니드호그, 12시 방향의 차원 균열을 차단하라!"

이안은 발키리 프레임의 바이저 HUD를 적색 전투 모드로 전환하며 대검을 높이 빼 들었다. 어깨의 에테르 바스터 포문에서 연사된 청백색 플라즈마 탄환들이 공중에서 덮쳐오던 심연 유령들의 흉부를 꿰뚫어 사방으로 분산시켰다.

크아아아앙-!

검은 용 니드호그가 퀀텀 날개를 넓게 펼치며 승강 데크의 상공을 선회했다. 녀석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초고열의 청백색 퀀텀 드래곤 파이어가 차원 통로 내벽에 달라붙어 전송 빔을 침식하려던 검은 덩굴과 유령들을 한 줌의 재로 만들어 버렸다.

"전송 경로 파동 정렬률 98% 유지. 심층 코어 성소 방격벽 진입까지 남은 거리 500미터."

A-09가 은빛 손끝을 승강 제어반에 접속한 채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상황을 보고했다.

이안은 발키리 프레임의 제트 부스터를 미세하게 분사하여 중심을 잡으며 대검의 퀀텀 회로를 최대로 가동했다. 붉은 마기 유령 몇 마리가 전송 빔을 뚫고 데크 내부로 침투하자 이안의 대검이 호선을 그리며 잔상을 남겼다.

서걱-! 쿠웅!

단 한 번의 검격에 심연 유령들이 정밀하게 토막 나며 공중에서 안개처럼 사라졌다.

"심층 코어 성소 외곽 퀀텀 방격벽 돌파. 전송 승강기 감속을 시작합니다."

A-09의 안내와 함께 강렬한 황금빛 차원 광채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눈이 부신 양자 빛무리가 걷히자 수천만 년 동안 행성 밑바닥에 숨겨져 있던 인류 초고도 문명의 진정한 심장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LOCATION: EARTH CORE SANCTUARY - ANTIMATTER CONTROL CHAMBER]

[TIME: UNKNOWN / CORE SANCTUARY]

스아아아아-!

승강 데크가 천천히 정지하며 일행의 발밑에 고대 초합금으로 주조된 웅장한 중앙 광장이 펼쳐졌다.

아파트 50층 높이에 달하는 웅장한 도체형 지하 성소 천장에는 백색 희귀 금속 기둥들과 빛나는 푸른 퀀텀 에너지 회로들이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성소의 중앙 공중에는 지름 10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은빛 구체, 즉 고대 인류가 만든 아공간 반물질 반응로(SUB-SPACE ANTIMATTER REACTOR)가 장엄하게 떠 있었다.

그러나 광경은 아름다움보다 끔찍한 위기감을 품고 있었다.

은빛 반응로 구체의 표면 전체를 핏빛 검은 심연 덩굴들이 온통 사슬처럼 옭아매고 있었다. 붉은 마기가 초고도 반물질 제어 필드를 갉아먹을 때마다 성소 전체가 굉음을 울리며 피처럼 붉은 비상 경보등을 사정없이 분출했다.

[CRITICAL WARNING: ANTIMATTER CONTAINMENT FIELD FAILURE]

[CORE TEMPERATURE AT 94% - IMPENDING MELTDOWN COUNTDOWN]

"이것이... 고대 인류 조상들이 만든 지심 반응로인가요?"

리아가 성소 중앙에 떠 있는 거대한 반응로를 바라보며 숨을 죽였다. 문명의 위대한 유산이 핏빛 덩굴에 짓눌려 비명을 지르는 모습은 기괴함 그 자체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반물질 반응로 너머, 성소 깊은 곳의 칠흑 같은 아공간 봉인 구역 내부에서 산더미보다 거대한 검붉은 형체가 일렁이고 있었다. 수천만 년 전 대지에 봉인되었던 S급 심연의 군주(S-CLASS ABYSSAL LORD) 본체의 환영이었다. 녀석의 핏빛 거대 거신 눈동자가 차원 막을 사이에 두고 이안 일행을 차갑게 노려보고 있었다.

성소 전체의 기계 회로와 퀀텀 입자망을 타며 묵직한 심연의 텔레파시 음성이 일행의 뇌리를 강타했다.

"반물질 자기장 봉인 해제율 94%. 이대로 180초가 지나면 지심 반응로의 아공간 반물질이 연쇄 임계 폭발을 일으킵니다."

A-09가 중앙 제어반 전술 스크린의 붉은 시계를 가리키며 담담하게 보고했다.

"반물질 반응로가 폭발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이안이 서늘한 음성으로 묻자 A-09가 단조로운 목소리로 답했다.

"행성 대륙 전체의 아공간 구조가 붕괴하며 지각 전체가 붕괴합니다. 아르카디아 개척선이 도달했던 이 푸른 행성 표면의 모든 생명체가 완전히 사멸할 것입니다."

리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지만 지팡이를 쥔 손에는 더욱 힘이 들어갔다.

"절대로 그렇게 두지 않겠어요. 인류가 남긴 이 보물을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 대지를 저 괴물이 파괴하게 둘 순 없습니다!"

이안은 발키리 프레임의 대검을 고쳐 잡으며 전방의 제어반 플랫폼을 향해 첫발을 내디뎠다.

"중앙 제어반으로 진격한다. 반응로 오버로드를 저지한다!"


[LOCATION: EARTH CORE SANCTUARY - MAIN REACTOR CONSOLE]

[TIME: UNKNOWN / MAIN CONSOLE PLATFORM]

쿠구구구구-!

이안 일행이 공중에 떠 있는 중앙 제어반 플랫폼에 올라서자 심연의 군주가 텔레파시 포효를 내질렀다.

콰아아아앙-!

성소 바닥과 아공간 봉인 구역에서 굵기 수 미터에 달하는 핏빛 검은 촉수들이 솟구쳐 올랐다. 동시에 반물질 반응로 주변에서 심연의 오염에 물든 고대 방어 로봇들, 즉 붉은 눈의 흉포한 기계 수호체(Corrupted Core Guardians) 수십 대가 일행을 향해 강하했다.

"A-09는 제어반 접속에만 집중해라! 측면과 전방은 우리가 맡는다!"

이안이 고함을 지르며 발키리 프레임의 제트 부스터를 최대로 분사했다.

투웅-!

공중으로 솟구친 이안의 대검에 청백색 퀀텀 마스터 모듈의 빛무리가 사방으로 번져나갔다. 이안은 전방으로 뻗어 나온 심연의 거대 촉수 세 줄기를 단칼에 베어 넘겼다. 베어진 촉수 절단면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불쾌한 비명이 뿜어져 나왔다.

크아아아아앙-!

검은 용 니드호그가 날개를 활짝 펼치며 공중으로 솟구쳤다. 니드호그는 쇄도하던 붉은 눈의 기계 수호체 두 대를 강철 발톱으로 부숴버리고 입에서 뿜어낸 초고열 퀀텀 브레스로 수호체 군집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마도 결계 공명 쉴드 - 전면 전개!"

리아가 지팡이 끝을 중앙 제어반 표면에 내리찍었다. 그녀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고대 문자와 퀀텀 공식이 융합된 주문이 오로라빛 다층 결계를 형성하여 A-09의 주변을 철통같이 감쌌다. 쏟아져 내리던 심연 마기 화염탄들이 리아의 오로라 결계에 부딪혀 스파크를 튀기며 산산이 부서졌다.

"LEVEL-5 관리자 관리 코드 인식 완료. 반물질 자기장 봉인 오버라이드 프로토콜을 개시합니다."

A-09의 은빛 눈동자 속에서 무수한 바이패스 코드가 빛의 속도로 갱신되었다. 콘솔 표면의 붉은 오염 회로가 은빛 퀀텀 빛무리로 조금씩 정화되기 시작했다.

[OVERRIDE PROGRESS: 45% ... 60%]

"시간이 얼마 없다! 막아라!"

이안은 발키리 프레임의 체중을 실어 접근하는 강철 수호체의 가슴 중앙 동력 코어를 퀀텀 대검으로 깊숙이 찔러 넣었다. 차가운 플라즈마 폭발과 함께 수호체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LOCATION: EARTH CORE SANCTUARY - ANTIMATTER REACTOR CORE]

[TIME: UNKNOWN / CRITICAL OVERRIDE]

위잉-! 위잉-!

제어반 스크린의 타이머가 불길하게 카운트다운을 새겼다.

[WARNING: IMPENDING MELTDOWN - 15 SECONDS REMAINING]

남은 시간 단 15초.

자신의 부활 공작이 가로막힐 위기에 처하자 봉인 속 S급 심연의 군주가 마지막 발악을 감행했다. 녀석의 거대한 핏빛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온 차원 붕괴 빔이 반응로 코어 중앙을 향해 사정없이 쏘아졌다. 제어반 정화와 상관없이 반응로를 직접 타격해 즉시 폭발시키려는 섬뜩한 수작이었다.

"어림없다!"

이안이 고함을 지르며 성검 레벨 4 퀀텀 아크 출력을 최대로 개방했다.

"니드호그! 지금이다!"

크아아아앙-!

이안이 대검을 쳐들며 방출한 황금빛 퀀텀 아크 파동과 니드호그가 온 힘을 다해 뿜어낸 청백색 아펙스 브레스가 공중에서 하나로 융합했다.

콰아아아아아앙-!

황금빛과 청백색이 얽힌 위대한 퀀텀 멸균 광선이 심연의 군주가 쏘아 올린 검붉은 차원 붕괴 빔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공기가 비명을 지르고 시공간이 비틀리는 격렬한 퀀텀 폭발 속에서 심연의 빔이 완벽하게 상쇄되어 사라졌다.

그 순간 A-09가 제어반 엔터 노드를 강력하게 내리찍었다.

[LEVEL-5 EMERGENCY OVERRIDE COMPLETE]

[ANTIMATTER CONTAINMENT FIELD RE-ESTABLISHED]

[SYSTEM PURGE & COOLING INITIATED]

파아아아아앙-!

성소를 온통 피로 물들이던 붉은 경보등이 일제히 꺼지고, 맑고 차분한 청백색 퀀텀 가동등이 켜졌다. 반응로 표면을 옭아매고 있던 핏빛 심연 덩굴들이 정화의 은빛 광채 속에서 기괴한 비명과 함께 산산조각으로 타들어 갔다.

[CORE TEMPERATURE COOLING DOWN: 94% -> 42% -> STABLE]

폭발 직전까지 치달았던 아공간 반물질 반응로가 안정 상태로 되돌아오며 지각 붕괴의 위기가 완벽히 저지되었다.

"해냈어요...! 반응로가 안정되었어요!"

리아가 땀방울이 맺힌 이마를 훔치며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안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쿠구구구구구-!

반응로가 정화되면서 발생한 거대한 퀀텀 역파동이 성소 깊은 곳의 아공간 봉인 구역을 오가는 고대 결계를 강타했다. 쩌저적-! 쩌적-!

성소 벽면 너머 S급 심연의 군주를 가두고 있던 고대 문자의 아공간 결계 표면에 거대한 균열이 뱀처럼 사방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성소 전체를 사정없이 흔드는 심연의 군주의 영혼 포효와 함께 아공간 봉인의 문이 삐걱거리며 열리기 시작했다.

이안은 서늘한 눈빛으로 발키리 프레임의 대검을 고쳐 잡으며 균열이 가는 아공간 문을 정면으로 노려보았다.

"반물질 반응로는 지켜냈다. 이제 남은 것은 저 괴물 본체를 멸각하는 것뿐이다."

황금빛 퀀텀 광채를 발하는 이안의 대검 끝이 다가오는 최종 결전을 향해 당당히 빛나고 있었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