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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끝에서 신화를 만나다24화

별의 끝에서 신화를 만나다

별의 끝에서 신화를 만나다

24화: 철의 거인의 태동

[LOCATION: LUMINAR KINGDOM - GRAND SPIRE / DOCK ZERO]

[TIME: LATE AFTERNOON / HIGH ALERT & CORE OVERLOAD]

300미터 높이의 거신 건조 도크(DOCK ZERO) 내부를 뒤흔드는 긴급 경보 사이렌이 붉은 룬 광채와 함께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도크 중앙 허공에 반중력 마법 원진과 흑철 강철 프레임으로 얽매인 12,000톤급 '철의 거인'은 흉곽 중앙에 박힌 아르카디아 7번 구역 보조 융합로에서 붉은 에테르 열풍을 미친 듯이 뿜어내고 있었다. 융합로 표면에 점등된 붉은 디지털 출력계는 어느덧 87%라는 위태로운 임계 수치를 가리키며 둔탁하게 박동했다.

"사격 개시! 침입자들을 결코 중앙 제어반 전면에 접근시키지 마라!"

수석 정비 집행관의 포효와 함께 마동 오토마톤 4대가 거대한 마동 방패를 앞세우며 포화를 터뜨렸다. 오토마톤의 흉부 총열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마력 탄환들이 웅웅거리는 소리와 함께 난간 바닥을 잘게 부수며 들이닥쳤다. 동시에 묵빛 중갑을 입은 특무 기사 6명이 마동 장검을 꼬나쥐고 측면 계단을 통해 이안 일행을 향해 사납게 쇄도했다.

이안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전술 단말기의 측면 버튼을 눌렀다. 단말기 전면에서 고출력 마이크로 EMP 섬광탄이 눈부신 백색 광륜을 뿜어내며 허공에서 터졌다.

콰아아앙-!

"크아악! 눈이...!"

"오토마톤 관절 서보 제어계 오작동! 정찰 렌즈 센서가 교란되었다!"

EMP 섬광과 고주파 전자기 파동이 정비 덱 사방으로 퍼지자 쇄도하던 특무 기사단은 비틀거렸고 마동 오토마톤 4대의 정밀 조준원도 허공으로 어지럽게 흩어졌다. 오토마톤 내부에서 삐걱거리는 고주파 기계 마찰음이 터져 나왔다. 이안은 오토마톤의 관절 서보 모터가 아르카디아 개척선의 유체 동력 구조를 악의적으로 모방하여 조립되었음을 순식간에 파악했다.

"리아, 오른쪽 시야를 봉쇄하십시오! A-09, 난간 하단 보수 통로로 우회합니다!"

"네, 이안 님! 돌풍의 벽이여, 적의 칼날을 밀어내라!"

리아가 지팡이를 크게 휘두르자 억센 정령의 바람이 폭풍처럼 불어닥쳐 비틀거리던 특무 기사단을 도크 하층 난간 너머로 밀어냈다. 그 틈을 타 은발의 A-09 소녀는 잔상처럼 빠른 생체 반응으로 난간 하단 보수 사다리를 타고 제어반 전면을 향해 은밀히 빠져나갔다.

이안은 레일거너의 점사 스위치를 가동했다. 레일거너 표면의 청백색 자기장 코일이 고속으로 회전하며 오토마톤들의 동력 집적 노드를 정확히 조준했다.

콰앙! 콰앙!

수천 미터 초속의 중탄소 탄환들이 0.1초의 간격도 없이 오토마톤 2대의 에테르 수용체 중앙을 꿰뚫었다. 푸른 마동 불꽃과 함께 10미터 높이의 거대 오토마톤 둘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도크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그러나 남은 오토마톤 2대와 특무 기사단의 전열을 뚫고 중앙 제어반으로 접근하려는 순간 플랫폼 중앙을 묵직한 중력 파동이 가로막았다.

쿠구구구-!

묵빛 중갑과 거대한 마동 대검을 든 수석 정비 집행관이 직접 관제 플랫폼 전면으로 뛰어내렸다. 그가 거대 대검을 바닥에 꽂아 넣자 강철 난간 전체가 기괴하게 일그러지며 이안과 리아의 발을 묶었다.

"학회의 위대한 유산을 더럽히는 쥐새끼들아! 감히 신의 영역에 발을 들이려느냐!"

집행관은 대검 자루에 장착된 마동 밸브를 강제로 비틀어 열었다. 그러자 철의 거신의 흉곽에 직결된 대형 에테르 수용관 4개가 동시에 진동하며 지하 마력 저장고에서 에테르를 미친 듯이 수탈해 융합로에 쏟아부었다.

위잉-! 위잉-!

[WARNING: AUXILIARY CORE OUTPUT AT 92%... SYSTEM TEMPERATURE RISING]

전술 단말기 화면에 붉은 경고문이 점등하며 출력 수치가 92%까지 급격히 치솟았다. 융합로 주변에서 방출되는 미친 듯한 고열 전자기 열풍이 도크 전체를 용광로처럼 달구기 시작했다.

"놈들은 미쳤습니다!"

리아가 뜨거운 열풍 속에서 눈을 겨우 뜨며 소리쳤다.

"이 정도 에테르 밀도를 억지로 들이붓는다면 성도 루미나르 전체의 마력 생태가 파괴되고 지하 마동맥이 폭발할 것입니다! 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광기를 부리는 것입니까!"

집행관은 거대 대검을 쳐들며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성도 하나쯤 잿더미가 된다 한들 무슨 상관인가! 이 '철의 거인'이 완전히 눈을 뜨는 순간 우리 마도학회는 저 미개한 수인 자치령과 엘프의 숲을 단번에 짓밟고 이 대륙 전체의 절대 지배자로 군림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고대 신들이 남긴 진정한 의지다!"

이안의 눈빛이 극도로 서늘해졌다.

"고대 인류의 기술은 당신들의 저열한 정복욕을 만족시키기 위해 만든 전쟁 무기가 아니다."

이안은 전술 단말기의 고열 마이크로 플라즈마 토치를 전술 장갑 전면에 가동했다. 섭씨 수천 도의 초고열 플라즈마 칼날이 이안의 오른손에서 푸른 궤적을 그리며 뿜어져 나왔다.

집행관이 고함을 지르며 마동 대검을 가로로 거세게 휘둘렀다. 묵직한 중력 칼날이 공간을 찢으며 이안의 목을 노렸다. 이안은 전술 반사 신경을 극대화하여 몸을 꺾어 피함과 동시에 플라즈마 토치로 집행관의 대검 측면 마력 코어를 정확히 타격했다.

콰지직-!

"크윽...!"

플라즈마의 초고열이 대검의 마동 순환관을 순간적으로 녹여 버리자 대검을 둘러싸고 있던 중력 장막이 산산이 파쇄되었다. 이안은 망설임 없이 레일거너를 집행관의 흉부 중갑에 바짝 대고 영점 충격 파동을 발사했다.

쾅-!

수석 정비 집행관은 중갑 상판이 사방으로 찢겨 나가며 도크 벽면에 거세게 부딪혀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다. 집행관이 강제로 열어둔 에테르 밸브 때문에 융합로 코어의 과부하 출력은 멈추지 않았다.

[WARNING: AUXILIARY CORE OUTPUT AT 95%... PHYSICAL AWAKENING IMMINENT]

치이이익-!

도크 중앙 허공에 묶여 있던 12,000톤급 '철의 거인'의 거대한 머리가 기괴한 기계음과 함께 삐걱거리며 아래를 향해 내려다보았다. 텅 비어 있던 거신의 투구 안쪽 눈동자 슬릿에서 붉은 마동 불꽃 두 줄기가 이글거리며 타올랐다.

쿠구구구구-!

거신의 거대한 오른팔이 얽혀 있던 백색 대리석 프레임과 강철 케이블을 무자비하게 뜯어내며 허공을 향해 들려졌다. 거대한 강철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성도 중앙탑 300미터 공업 지대 전체가 대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요동쳤다. 사방의 천장에서 대리석 파편과 철골 구조물들이 빗물처럼 쏟아져 내렸다.

"거신의... 본체 장갑이 스스로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리아가 지팡이를 세워 떨어지는 돌더미를 옥빛 정령 장막으로 막아냈지만 거신의 첫 미동이 일으키는 전자기 충격파는 인간의 힘으로 견디기 힘들 만큼 압도적이었다.

그 순간 은발의 소녀 A-09가 무너져 내리는 난간을 차고 올라 중앙 제어반 콘솔 전면으로 단숨에 도약했다.

소녀의 갈색 로브 소매 속에서 수십 가닥의 굵은 양자 광섬유 케이블들이 채찍처럼 뻗어 나와 제어반의 메인 데이터 인터페이스 포트에 사정없이 침투했다.

투콰아앙-!

"세라프 AI 메인 관제 포트 접속... 7번 구역 보조 융합로 비상 차단 프로토콜 개방!"

A-09의 투명한 은발이 허공에서 흩날리며 소녀의 눈동자가 깊은 푸른빛으로 진동했다. 그러나 마도학회가 걸어둔 유압 암호 체계가 소녀의 생체 백도어 진입을 막아서며 과부하 경고 음성이 도크 전체에 퍼졌다.

[UNAUTHORIZED OVERRIDE ATTEMPT... CORE OUTPUT REACHING 96%]

"이안 오빠! 제어반 하단 수동 인터럽트 핀을 끊어야 해요! 인류 보안 인가를 직접 인쇄해야 해요!"

이안은 보수 난간을 단숨에 넘어 A-09의 옆으로 도약했다. 이안은 자신의 오른쪽 팔목에 내장된 보안 관리자 직인 단말기를 제어반 메인 회로 기판에 찍어 눌렀다. 동시에 레일거너의 동력 제어 코드를 데이터 버스에 직접 직결시켰다.

"아르카디아 보안 감독관 강이안. 7번 구역 보조 융합로 긴급 정지 명령을 승인한다! 비상 안티매터 바이러스 격리 프로토콜, 가동!"

지잉-!

이안과 A-09의 이중 승인 데이터가 제어반 회로를 관통하는 순간 도크 허공을 채우던 붉은 경보음이 순간적으로 정지했다.

[SECURITY OVERRIDE CONFIRMED: ARCADIA SECURITY CODE ACCEPTED]

[AUXILIARY CORE ISOLATION PROTOCOL ENGAGED... FORCE COOLING START]

치이이이익-!

철의 거인의 흉곽에서 뿜어져 나오던 붉은 에테르 열풍이 파란색 영하 질소 냉각 가스로 급격히 바뀌며 사방으로 분사되었다. 96%까지 치솟았던 출력 수치가 둔탁한 소리와 함께 80%, 60%, 30%로 급속히 떨어지며 거신의 붉은 투구 눈동자가 천천히 암전되었다.

얽혀 있던 강철 프레임을 부수고 들어 올려졌던 거신의 거대한 오른팔도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툭 떨어지며 본래의 보수용 프레임에 둔탁하게 굳어졌다.


거신의 폭주가 멈추고 도크 내부에 서서히 차가운 냉각 가스와 안도가 감돌았다.

리아는 지팡이를 짚고 가쁜 숨을 내쉬며 난간에 기대섰다.

"해냈군요... 융합로의 폭주를 막고 거신의 동력을 동결시켰습니다..."

이안은 레일거너의 열을 시키며 제어반 단말기 화면에 뜬 융합로 안전 상태를 확인했다.

"동력 수탈 회로는 완전히 차단되었습니다. 세라프 AI의 안전 제어 프로토콜이 보조 코어를 잠금 모드로 전환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 무너진 도크 벽면에 쓰러져 있던 수석 정비 집행관이 기괴하게 피를 흘리며 킥킥거리기 시작했다.

"후후후... 과연 아르카디아의 유산답구나... 하지만 너희가 멈춘 것은 오직 보조 동력 코어일 뿐이다..."

"무슨 소리지?"

이안이 서늘한 눈빛으로 레일거너를 그에게 겨누었다. 집행관은 품속에서 붉게 타오르는 마동 직인 룬 돌을 꺼내 자신의 피로 적시며 제어반 하단 구동용 마동 원진에 내던졌다.

콰아아앙-!

"거신의 참된 주인이신 마도황제 폐하께서... 최상층 성소에서 기다리고 계신다! 주 동력원을 지키지 못할 바엔 너희를 직접 폐하의 발밑으로 바치마!"

쿠구구구구-!

집행관의 혈마동 원진이 발동하자 이안 일행이 서 있는 중앙 제어반 플랫폼과 멈춰 선 12,000톤급 '철의 거인'을 받치고 있던 거대 반중력 승강 도크 전체가 강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도크 외곽의 굳건한 마동 락 핀들이 일제히 해제되며 직경 수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제어 승강 플랫폼이 수직 관로를 따라 폭발적인 속도로 위로 치솟기 시작했다.

고도 350미터의 중간 정비 덱을 뚫고 성도 중앙탑의 구름을 뚫고 오르는 미친 듯한 상승 전자기풍이 삼인의 로브 자락을 사납게 흔들었다.

"이 승강 플랫폼은... 성도 중앙탑 최고 상층부로 치솟고 있습니다!"

리아가 솟구치는 상승풍 속에서 소리쳤다. A-09는 이안의 소매를 꼭 쥐며 성도 중앙탑 정상부의 백색 사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안은 치솟는 승강 플랫폼 위에서 레일거너의 동력 축전지를 새로 교체하며 정면 상공을 노려보았다.

보조 융합로의 폭주는 멈추었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성도 중앙탑 최상층 마도황제의 성소이자 고대 전쟁의 거대한 진실이 기다리는 성역이었다. 승강 플랫폼은 마침내 구름을 뚫고 최고 상층부의 문을 향해 도약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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