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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끝에서 신화를 만나다23화

별의 끝에서 신화를 만나다

별의 끝에서 신화를 만나다

23화: 봉인된 유적의 문

[LOCATION: LUMINAR KINGDOM - GRAND SPIRE / MID-LEVEL MAINTENANCE DECK]

[TIME: AFTERNOON / HIGH ALERT & MAG-BARRIER IN EFFECT]

지하 깊은 곳에서 발사된 고대 자력 승강 카고는 수직 관로를 따라 소음 없이 치솟았다.

시속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초고속 상승 속도 속에서도 승강 카고 내부에는 무중력 수준의 정적과 안도감이 감돌았다. 이안은 전술 단말기의 수직 위치 추적계를 눈으로 좇으며 레일거너의 동력 축전량을 정밀 점검했다.

단말기 화면 상에서 고도 수치가 빠르게 올라가 350미터 지점에 도달하자 인동 자기장의 둔탁한 감속 진동이 족저를 찌릿하게 자극했다.

"목적지인 성도 중앙탑 중간 정비 덱에 도달합니다. 승강문이 열리는 즉시 상층부의 에테르 감지 파동이 들이닥칠 테니 경계를 유지하십시오."

이안의 서늘한 경고와 함께 고대 강철 격벽문이 기체 압력 개방음과 함께 천천히 양옆으로 갈라졌다.

치이익-!

문 너머로 드러난 중앙탑 중간 정비 덱의 풍경은 기괴하면서도 웅장했다. 외부에서 바라본 성도 중앙탑은 우아한 백색 대리석과 금빛 마동 문양이 아로새겨진 신성한 탑이었지만 내부 골격은 가공되지 않은 고대 강철 프레임과 수십 괄약의 에테르 수송관이 어지럽게 뒤얽힌 마도 문명의 공업 지대였다.

승강장 전면 아치 화랑 너머에서는 지하 서고의 경보 전자기파를 감지한 묵빛 갑주 차림의 마도학회 경비 기사 4명과 마동 오토마톤 파수대 2대가 긴장한 기색으로 수색을 펼치고 있었다.

"승강 통로 가동 반응 감지! 정비 통로 3구역에 비인가 승강 카고가 도착했다! 즉시 제압하라!"

집행 기사의 날카로운 외침과 동시에 오토마톤들의 눈동자에서 붉은 마력 조준선이 뿜어져 나왔다.

이안은 망설이지 않고 전술 단말기의 광역 수신 파동 가스킹 스위치를 개방했다.

지잉-!

"크윽... 마력 감지 센서가...!"

눈에 보이지 않는 위상 전자기 펄스가 정비 덱 전체에 퍼져 나가자 오토마톤들의 조준 원진이 사방으로 산산이 흩어졌다. 집행 기사들이 주춤하는 찰나 리아가 지팡이를 허공에 둥글게 원을 그리며 나직하게 영창을 내뱉었다.

"바람의 숨결이여, 시선을 가려라. 굴절 굴곡 장막(Refractive Illusion Shield)."

투명한 바람의 수막이 삼인의 전면을 감싸 안자 집행 기사들의 눈앞에서 이안 일행의 형체가 안개처럼 감쪽같이 사라졌다. 기사단이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무작위로 지팡이를 휘두르는 사이 이안과 리아, A-09는 그림자처럼 정비 덱 측면의 은밀한 보수용 사다리로 빠져나갔다.


정비 덱의 정복 복도를 빠져나오자 통로는 점차 성도의 마법 건축 양식이 사라지고 완벽한 고대 인류의 군사 기지 구조로 바뀌어 갔다.

두터운 티타늄 아크 합성 합금으로 조성된 벽면에는 수천만 년의 세월을 견뎌낸 경고 문구들이 흐릿한 형광 도료 형태로 남아 있었다. A-09 소녀가 갈색 로브 소매 너머로 손을 뻗어 티타늄 벽면을 가볍게 쓰다듬자 소녀의 양자 광섬유가 미세한 푸른빛을 발산했다.

"오빠... 이 너머예요. 개척선 U.N.S. ARCADIA 7번 구역 통제실로 연결되던 고대 비상 통로예요."

소녀의 안내를 따라 꺾인 복도 끝에 다다르자 높이 8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흑철색 이중 격벽 문이 일행의 앞길을 완벽히 막아섰다.

문 전면에는 고대 인류의 선명한 직인 표식이 새겨져 있었다.

[SECTOR 7 CONTROL GATE - EMERGENCY LOCKDOWN]

그러나 그 거대한 인류의 기술 문 위에 마도학회 상층부의 거장들이 덧씌워 놓은 붉은색 삼중 룬 결계석(TRIPLE RUNE BINDING)들이 기괴하게 주렁주렁 매달려 진동하고 있었다. 룬 문단에서 방출되는 붉은 에테르 파동은 고대 문 자체의 중앙 제어반을 강제로 동결시키고 외부에서의 물리적접근을 완벽히 차단하고 있었다.

리아가 지팡이 끝을 룬 결계석 근처에 대고 마력 흐름을 정밀하게 분석하더니 찌푸린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마도학회 거장들이 최고급 금기 마법으로 걸어둔 삼중 봉인입니다. 결계 내부의 마동을 강제로 꼬아놓아 외력으로 파괴하려 하면 중앙 제어반 자체가 폭발하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왜 거신 건조 도크로 들어가는 유일한 유적 문을 이토록 겹겹이 봉인해 둔 것입니까?"

이안의 물음에 A-09가 서글픈 눈빛으로 격벽 문에 이마를 대며 응답했다.

"이 문 너머에... 아르카디아 7번 구역 보조 융합로의 중앙 제어 단말이 있어요. 세라프 AI의 안전 제어 프로토콜도 저 제어반 안에 들어 있어요. 마도학회 거장들은 융합로가 폭주하는 것을 막는 안전 제어 프로토콜을 누군가 재가동하지 못하도록 통제실 문을 봉인한 채, 오직 외부 동력관으로 마동만 강제 수탈해 들이붓고 있는 거예요."

리아의 얼굴에 경악과 분노가 동시에 얽혔다.

"원전의 안전장치를 완벽히 봉인해 버리고 오직 파괴를 위한 에테르만 수탈해 쏟아붓고 있었다니... 마도학회가 추진하는 프로젝트 메카 타이탄은 성도 전체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위에 올려놓은 짓이나 다름없습니다!"

이안은 전술 단말기의 스캐너를 켜고 격벽 문과 룬 결계의 접촉점을 정밀하게 레이저로 조준했다.

"안전 장치를 되찾고 '철의 거인'의 동력을 쇄결하기 위해서는 이 문을 반드시 열어야 합니다."


봉인된 유적의 문을 여는 작업은 칼날 위를 걷는 듯한 극한의 정밀도를 요구했다.

마법 봉인과 고대 과학 보안 시스템이 겹겹이 꼬인 상태였기에 어느 한쪽이라도 절차가 틀어지면 룬 결계의 폭발이나 고대 격벽의 자동 열 가공 플라즈마 방출 체계가 작동할 위험이 컸다.

이안이 먼저 전술 단말기에 인류 개척선 보안 관리자 코드를 입력하며 지시를 내렸다.

"리아, 제가 신호를 보내면 룬 결계석 세 개의 마력 순환 주파수를 0.1초 동안 상쇄시켜 주십시오. 마동 순환이 멈추는 바로 그 순간 제가 고대 제어반의 위상 오버라이드 클램프를 플라즈마 토치로 잘라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안 님. 정령의 역위상 마동 동기화를 준비하겠습니다."

리아가 긴 지팡이를 똑바로 세우고 정령 마력을 서서히 끌어올렸다. 지팡이 끝에서 맑은 옥빛 정령 광채가 솟아올라 붉은 룬 결계석들의 진동 주파수에 완벽히 맞춰지기 시작했다.

A-09 소녀는 갈색 로브 소매 속에서 뻗어 나온 굵고 미세한 양자 광섬유들을 격벽 문 측면의 데이터 인터페이스 포트에 직접 직결 연결했다. 소녀의 눈동자가 고대의 푸른 빛으로 영롱하게 빛났다.

"세라프 AI 생체 신호 접속... 고대 보안 회로 백도어 통로 개방... 준비 완료예요."

이안이 전술 단말기의 고열 마이크로 플라즈마 토치를 켜며 나직하게 카운트다운을 세었다.

"3... 2... 1... 지금입니다!"

"정령의 의지여, 흐름을 멈추어라! 역위상 상쇄(Phase Inversion Neutralization)!"

리아의 지팡이에서 분사된 옥빛 마동 파동이 세 개의 붉은 룬 결계석을 한꺼번에 타격했다.

치지직-!

붉게 타오르던 룬 문자들이 순간적으로 마력 공급을 잃고 감색으로 암전된 바로 그 0.1초의 찰나였다.

이안은 플라즈마 토치를 룬 결계석의 고정 핀에 정확히 들이대어 마법 코어를 분리해 냈다. 동시에 A-09가 양자 광섬유로 개척선 긴급 해제 명령어를 융합로 통제실 데이터 버스에 강제 주입했다.

쿠구구구-!

격벽 문 내부의 거대한 유압 장치와 인동 자기장 락 핀들이 차례대로 툭툭 풀려 나가는 거친 기계음이 고요한 복도 전체를 울렸다.

[SECURITY OVERRIDE COMPLETE: SECTOR 7 CONTROL GATE UNLOCKED]

[WARNING: AUXILIARY CORE OUTPUT AT 87%... OVERLOAD CRITICAL]

전술 단말기의 스피커 너머로 수천만 년 전 인류 문명의 메인 AI 세라프의 변형된 전자 음성이 짧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마침내 굳게 닫혀 있던 '봉인된 유적의 문'이 둔탁한 중저음의 기계음과 함께 양옆으로 슬라이딩되며 거대한 개방의 길을 열어젖혔다.


문이 완전히 열리는 순간 문 너머의 거대 공간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에테르 전자기 열풍이 일행의 로브 자락을 거세게 흔들었다.

"이건...!"

리아의 입에서 절절한 탄성이 새어 나왔다.

'봉인된 유적의 문' 너머에 펼쳐진 공간은 성도 중앙탑 내부 300미터를 털어 만들어낸 거대한 직경의 거신 건조 도크(DOCK ZERO)였다.

도크 중앙의 허공에는 반중력 마법 원진과 거대한 강철 고정용 프레임에 얽매인 채 웅장한 위용을 드러내고 있는 12,000톤급 거신—'철의 거인'의 거대한 상반신이 솟아 있었다. 묵빛의 고대 장갑판과 마도학회의 붉은 금빛 룬 장식이 아로새겨진 거인의 거대한 흉곽 중앙에는 아르카디아 개척선의 7번 구역 보조 융합로가 붉은 혈류 같은 에테르 관들을 사방으로 뻗친 채 미친 듯이 박동하고 있었다.

수십 괄약의 거대한 마동 관로가 성도 지상과 지하에서 수탈한 에테르 수용체들의 마력을 융합로로 강제 주입하고 있었으며 융합로 표면의 디지털 출력계는 이미 87%라는 위험천만한 임계치 수치를 붉게 점등하고 있었다.

그때 거신 하단의 중앙 관제 플랫폼에 서 있던 묵빛 중갑 차림의 수석 정비 집행관과 수십 명의 마도 기술학자들이 들이닥친 이안 일행을 발견하고 일제히 소리쳤다.

"비상! 비상! 제7 통제실 관로 봉인이 해제되었다! 침입자들이 융합로 제어반으로 접근한다!"

위잉-! 위잉-!

도크 사방의 대리석 벽면에서 거대한 방어용 마동 오토마톤 4대와 정예 학회 특무 기사단이 무기를 꼬나쥐며 중앙 제어반 전면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수석 정비 집행관이 거대 마동 대검을 들어 이안 일행을 가리키며 고함을 질렀다.

"학회의 위대한 거신 완성 직전에 감히 성역을 더럽히는 자들이냐! 주 동력원에 손을 대기 전에 모두 재로 만들어라!"

이안은 서늘한 눈빛으로 레일거너의 조준경을 집행관들의 중앙 제어반에 맞추며 전술 단말기의 동력 차단 바이러스 코드를 대기시켰다.

리아는 지팡이를 들어 거신 주변의 마동 관로들을 조준했고 A-09는 양자 광섬유를 허공에 채찍처럼 교교히 드리웠다.

마침내 봉인의 문은 열렸고 아르카디아의 보조 융합로와 철의 거인을 둘러싼 성도 중앙탑 최후의 대결전이 막을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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