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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끝에서 신화를 만나다20화

별의 끝에서 신화를 만나다

별의 끝에서 신화를 만나다

20화: 새로운 동맹

[GATE ZERO: MAIN CORE ACCESS CHAMBER]

[SECURITY LEVEL: MAXIMUM / TRIPLE ETHEREAL WARD ACTIVE]

육중한 두께의 중장갑 특수 강철 문이 사방으로 스파크를 내뿜으며 천천히 위로 올려졌다.

문이 열리자마자 뿜어져 나온 것은 숨을 턱 막히게 만드는 고농도의 에테르 폐열과 서늘한 고대 인류의 전자기 미풍이었다.

이안은 레일거너를 나직하게 다잡은 채 방격 자세로 조심스럽게 문턱을 넘어섰다. 리아는 지팡이 끝에 정령의 빛무리를 밝히며 이안의 뒤를 밀착 커버했고 A-09 소녀는 은발 끝자락에 푸른 빛을 감돌게 한 채 사방의 전자기 스펙트럼을 민감하게 감지했다.

문 너머의 전경은 단순한 기계실이 아니었다.

수십 미터 높이의 거대한 원형 돔 형태를 띤 통제실 공간 내부에는 수백 개에 달하는 마법 원진이 공중에 층층이 떠돌고 있었다. 그 마법 진형들의 중심부에는 직경 10미터가 넘는 고대의 양자 제어 단말기 콘솔이 웅장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이곳이... 학회 본부 지하 최심부 통제실이군요."

리아가 긴장으로 침을 삼키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공중에 떠 있는 마법 원진들은 통제실 전체를 촘촘히 덮고 있는 삼중 마도 방어 결계였다. 승인되지 않은 생명체가 발을 내딛는 순간 무수한 에테르 방전이 몰아칠 위태로운 구조였다.

이안은 전술 단말기의 스펙트럼 분석 모드를 켜고 허공의 에테르 흐름을 다각도로 스캔했다.

"결계 파형의 간격이 비대칭입니다. 마력 집중도가 떨어지는 사각지대가 3초 간격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제가 정령의 상쇄 마력으로 그 사각지대의 결계를 일시적으로 둔화시키겠습니다."

리아가 지팡이를 부드럽게 내젓자 옅은 바람의 정령 마력이 공중의 마법 원진 한구석으로 스며들며 붉은 방전 파형을 조용히 잠재웠다.

A-09 소녀 역시 벽면의 고대 연결 포트에 손가락을 대고 양자 광섬유를 연결했다.

"통제실의 자동 센티널 시스템... 해킹 신호로 응답을 고정시켰어요."

삼인은 서로의 능력을 조화롭게 겹치며 통제실 중앙의 양자 제어 콘솔을 향해 무소음으로 신속히 이동했다.

하지만 콘솔에 접근한 이안의 눈에 이상한 흔적이 포착되었다.

제어반에 새겨진 고대 티타늄 표면 위에 누군가가 억지로 마법 지팡이의 끝으로 그어놓은 비상 바이패스 수동 문양들과 붉은 에테르 상쇄 진형이 또렷하게 덮여 있었다.

"누군가 이미 이곳에서 메인 코어의 추출을 강제로 멈추려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이안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콰아아앙-!

통제실 최상단 캣워크 그림자 속에서 강렬한 주황색 마법 방전이 불꽃을 튀기며 삼인의 발앞을 때렸다.

"거기까지다, 마도황학회의 수하들!"

울려 퍼지는 둔탁하고 굳건한 목소리와 함께 통제실 사방의 어둠 속에서 수십 개의 마법 지팡이 팁과 고대 엘프의 룬 활시위가 일제히 삼인을 향해 조준되었다.

캣워크 위에서 로브를 깊게 뒤집어쓴 장년의 마법사 한 명이 마도 지팡이를 꽉 쥔 채 서늘한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검은 기사 갑주를 입은 탈영 학회 기사들과 상부 교각에서 경계선을 선언했던 엘프 파수대의 정예 아처들이 삼중으로 대형을 갖추고 있었다.

"감히 마도황학회의 핏빛 추출 장치를 지키기 위해 여기까지 내려온 것이냐? 더 이상 성도 지하의 혈맥을 쥐어짜 내게 두지 않겠다!"

장년 마법사의 지팡이 끝에서 거대한 정쇄 마법 원진이 피어오르며 당장이라도 화염을 뿜어낼 기세를 보였다.

이안은 순식간에 레일거너를 어깨에 얹고 전술 단검을 역쥐며 냉정하게 상대의 전력을 파악했다.

"경계 모드 전환. 하지만 사격은 대기한다."

리아가 정령의 장막을 치며 장년 마법사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깜짝 놀라며 지팡이를 내렸다.

"잠깐만요! 당신은... 학회 고위 학술원 소속의 케일럼 수석 조사학자님이 아니십니까?"

지팡이를 조준하고 있던 장년의 마법사 케일럼이 흠칫하며 리아를 바라보았다.

"너는... 벨렌 가문의 3급 조사학자 리아 벨렌인가?"

"예! 케일럼 학자님! 3년 전 성도 하부의 에테르 남용이 지각을 파괴한다는 보고서를 상층부에 제출했다가 의문스럽게 실종되셨던 바로 그분..."

케일럼의 눈동자에 짙은 경악과 번민이 교차했다.

"리아... 네가 왜 학회가 '금기 구역'으로 지정한 이곳 지하 통제실에... 그리고 저 기이한 무장을 한 자와 은발의 아이는 누구란 말이냐?"

엘프 파수대원들 역시 시위의 긴장을 완화하지 않은 채 이안과 A-09를 경계했다.

통제실 내부에는 일촉즉발의 고요함과 팽팽한 긴장감이 실내를 짓눌렀다.


이안은 조용히 레일거너를 낮추며 가슴 안쪽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푸른 수정 결정체 '신의 파편'을 꺼내 들었다.

"우리는 마도황학회의 추격대가 아닙니다. 오히려 학회가 강제로 끌어 쓰고 있는 이 행성의 고대 동력 관로를 차단하러 온 사람들입니다."

지잉-!

이안이 '신의 파편'(DATA CORE #1)을 제어반 중앙 결합구에 묵직하게 밀어 넣었다.

그러자 푸른 수정 결정을 중심으로 찬란한 고대 아르카디아의 입체 홀로그램 스크린이 허공 전체로 와르르 흩어져 펼쳐졌다.

[SERAPH AI AUTHENTICATION COMPLETE: OVERRIDE CODE ENGAGED]

[GAIA MAIN CONDUIT 00 STRESS ANALYTICS]

[ABYSSAL PULSE MAGNITUDE: CLASS-4 / CRUST BREAKDOWN IMMINENT]

허공에 떠오른 홀로그램 영상에는 성도 왕립 학회가 지상으로 강제 추출하고 있는 에테르의 무자비한 양과 그 여파로 인해 대지 까마득한 지하 심연에서 깨어나고 있는 검은 전자기 파동의 실체, 그리고 지각 속 고대 방어 인공지능들이 마력 오염으로 붕괴하는 참혹한 정밀 데이터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이건... 고대 문명의 정밀 관측 데이터...?"

케일럼 학자가 지팡이를 쥔 손을 파르르 떨며 허공의 스크린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우리가 지하에서 룬 문자로 어렴풋이 추정해 오던 지각 붕괴의 위협이... 단순한 징후가 아니라 실재하는 재앙이었다니..."

A-09 소녀가 걸음을 앞으로 내딛으며 나직하고 투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땅 밑에서 괴로워하고 있어요... 고대의 파수꾼들이... 마도학회가 끌어쓰는 붉은 오염 때문에... 미쳐가고 있어요. 그대로 두면 이 대륙 전체가 심연 속으로 꺼져 버릴 거예요."

소녀의 은발에서 피어난 푸른 광섬유 파형이 케일럼과 엘프 파수대원들의 가슴속 마력 회로에 은은하게 와닿았다. 거짓 없는 고대 생체 단말의 감응 신호가 파수대원들의 의구심을 단번에 씻어내렸다.

엘프 파수대의 장교가 시위를 거두며 케일럼을 바라보았다.

"케일럼 님... 저들의 말은 진실입니다. 숲과 대지가 울부짖던 그 소리가 저 홀로그램 데이터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케일럼은 깊은 숨을 내쉬며 지팡이를 거두었다. 그리고 이안을 향해 깊이 고개를 숙였다.

"오해해서 미안하네. 나는 학회 상층부 마도황학회의 탐욕에 절망하고 뜻을 함께하는 학자들과 엘프 동맹원들을 모아 지하 성소에서 은밀히 결사를 결성했던 케일럼이라 하네."

"강이안입니다. 아르카디아 탐사대 보안 담당입니다."

이안이 손을 내밀어 케일럼의 손을 단단히 잡았다.

마침내 아르카디아의 기술, 현지 왕국의 개혁파 학자, 그리고 대지의 오래된 엘프 파수대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새로운 동맹'을 결성하는 순간이었다.


"상황이 급박하네."

케일럼이 제어반의 동력 그래프를 가리키며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학회 상층부의 마도황학회 거장들이 지상 중앙탑에서 강제 오버라이드 승인을 내렸네. 지하 통제실의 조작만으로는 저 메인 추출관을 완벽히 멈출 수 없네. 그들은 에테르를 쥐어짜 내 지상 성도의 부유탑과... 그들이 은밀히 건조 중인 고대 병기 '철의 거인'의 동력으로 쏟아붓고 있단 말일세."

"철의 거인...?"

리아가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되물었다.

"학회가 고대의 기계 거인을 복원하고 있었단 말입니까?"

"그렇네. 그들은 대지의 재앙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대륙 전체를 지배할 무력에만 미쳐 있지."

이안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지상 상층부와의 전쟁은 피할 수 없겠군요. 하지만 우선 지금 당장 대지의 붕괴를 늦춰야 합니다."

이안은 전술 단말기를 케일럼의 지하 통제반에 직접 케이블로 결합했다.

"세라프 AI의 데이터 코어 암호와 케일럼 학자님의 비상 봉인 마법을 융합하겠습니다. 메인 추출 관로의 밸브를 강제로 60% 이상 닫아버립니다."

"좋은 생각이다! 내가 마법 봉인 원진을 덮어씌우겠네!"

케일럼이 지팡이를 높이 들어 올리며 웅장한 주문을 외웠고 이안은 전술 단말기의 고주파 펄스 신호로 고대 추출 밸브의 제어 락을 과감히 쇄결했다.

위잉-! 콰콰콰콰쾅-!

통제실 바닥 전체가 거세게 흔들리며 지하 주 관로를 감싸고 있던 수백 개의 검붉은 마동 추출관들이 비명을 지르며 하나씩 차단되기 시작했다.

[GAIA MAIN CONDUIT 00: EXTRACTION RATE DROPPED TO 38.2%]

[ABYSSAL PULSE STABILIZED / TEMPORARY CRUST SAFETY SECURED]

스크린에 주황색 경고등이 꺼지고 푸른색 안도 신호가 떠올랐다.

지각 깊은 곳에서 불길하게 울려 퍼지던 검은 전자기 맥동음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

"해냈군요...! 메인 추출량이 4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리아가 기쁨에 차 감탄했다.

케일럼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안과 리아, A-09를 바라보았다.

"당신들 덕분에 대륙의 붕괴를 일시적으로 막아내었네. 하지만 학회 상층부는 곧 지하 통제실의 이상을 눈치채고 대규모 특무대를 파견할 걸세."

케일럼이 통제실 뒤편의 비밀 고대 전송 관로를 가리켰다.

"이 전송관은 성도 외곽의 루미나르 왕국 본토와 연결되는 고대 비밀 통로라네. 나와 엘프 파수대가 지상 특무대의 추격을 지하에서 저지할 테니 자네들은 상층부 루미나르 왕국으로 올라가 마도황학회의 야욕을 저지해 주게!"


지하의 어둠 속에서 푸른 수정 데이터 코어의 빛과 마법 장막의 잔영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이안은 전술 단말기에 케일럼이 넘겨준 왕국 루미나르 성도의 지상 지도와 '철의 거인' 관련 기밀 좌표 데이터를 저장했다.

[DATA UPDATED: LUMINAR KINGDOM SURFACE MAP & ANCIENT WEAPON COORDINATES]

[CHAPTER 1: THE EDGE OF STARS - COMPLETED]

1부 '별의 끝'에서 시작되었던 외우주 개척선 아르카디아의 고독한 탐사와 생존의 투쟁은 마침내 현지 세계의 진실을 밝혀내고 새로운 조력자들과의 굳건한 동맹을 이루어냈다.

리아가 결연한 표정으로 지팡이를 거두었다.

"가요, 이안 님. 학회가 숨겨둔 진짜 진실과 '철의 거인'을 막으러 지상 왕국으로 향합니다."

A-09 소녀가 이안의 옷자락을 꼭 쥐며 나직하지만 명확한 목소리로 말했다.

"함께 갈게요... 별의 끝에서 마주한 이 세계를... 지켜내겠어요."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비밀 전송 게이트의 슬라이딩 도어를 젖혔다.

전송관 너머로 성도 지상의 푸른 하늘과 루미나르 왕국의 거대한 대륙 전경이 아득한 빛무리가 되어 그들을 맞아들이고 있었다.

이안 일행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빛의 통로를 향해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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