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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끝에서 신화를 만나다2화

별의 끝에서 신화를 만나다

별의 끝에서 신화를 만나다

2화: 침묵의 행성

행성의 심장부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빛의 광주기가 밤하늘을 찢고 외우주를 향해 뻗어 나갔던 그 순간, 아르카디아호의 함교는 일순간 붉은 경고등의 바다로 변했다.

삐이이이이! 삐이이이이!

[경고. 외부 전자기장의 급격한 왜곡 감지. 아르카디아호 보조 동력 차단 장치 및 비상 차폐막 가동.]

메인 컴퓨터이자 함선의 인공지능인 '세라프'의 경고음이 고막을 찔렀다.
다행히 수백 년의 성간 항해 동안 온갖 우주 방사선과 성간 물질에 단련된 함체는 무너지지 않았다. 다중 전자기 차폐 장치가 정상 작동하며 시스템은 금세 안정세를 되찾았다.

하지만 함교의 분위기는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방금 그건... 대체 뭐였지?"

윤하린 수석 항법사가 떨리는 손으로 홀로그램 콘솔을 쓸어내렸다.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 복구된 센서 데이터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수치들은 그야말로 비현실적이었다. 열역학 법칙을 가볍게 조롱하는 에너지의 집적과 방출. 인류가 수백 년 동안 쌓아 올린 물리학 공식으로는 도저히 해독할 수 없는 기묘한 파형들이 화면을 가득 메웠다.

"에너지 방출원을 특정할 수 있나?"

보안 책임자 강이안이 권총집에서 손을 떼며 낮게 물었다.
그의 매서운 눈동자는 여전히 푸른 행성, 겉보기에는 지구와 너무나도 닮아 평화롭게만 보이는 그 대지에 고정되어 있었다.

"좌표 분석 완료됐습니다. 행성의 북반구, 위도 45도 부근의 거대한 침엽수림 지대입니다. 그런데... 기묘한 일이 발생했어요."

하린이 화면의 한 구역을 가리켰다.

"에너지가 방출된 직후, 그 지역 일대의 모든 전자기 반응이 다시 거짓말처럼 사라졌어요. 전파 노이즈도, 열 신호도 없습니다. 완벽한 침묵이에요."

"완전한 침묵이라..."

이안이 단단한 턱선에 손을 올렸다.

이 행성은 상식적이지 않았다. 생명 반응이 차고 넘치고, 심지어 아까는 길이 300미터가 넘는 거대한 비행 생명체까지 포착되지 않았던가. 하지만 전파 소음은커녕 열에너지의 흐름조차 부자연스러웠다. 행성 전체가 마치 외부의 침입자를 경계하며 자신의 존재를 숨기는 거대한 유기체처럼 느껴졌다.

그때 함선의 통신망을 통해 선장실과 개척 위원회의 공동 명령서가 이안의 전술 패드로 전송되었다.

[긴급 명령: 행성 개척 가능 여부 판정을 위한 선발 탐사대 파견.]

아르카디아호는 절박했다.
광속 항해의 연료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고, 냉동 수면 장치의 노후화로 인해 이주민들의 해동 주기마저 앞당겨진 상태였다. 안전한 관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우주에서 손을 놓고 기다릴 여유 따위는 없었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더라도, 인류는 이 행성에 발을 디뎌야만 했다.

"내가 직접 내려간다."

이안이 차분하게 말했다.

"팀장님, 그 괴수를 보셨잖아요. 물리 법칙을 무시하고 비행하는 생명체라니요. 아직 위험이 검증되지 않은 곳입니다."

하린이 그를 만류하려 했으나, 이안의 결심은 단단했다.

"그러니까 내가 가는 거다. 위험을 가장 먼저 마주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보안팀의 일이니까. 하린, 넌 함교에서 통신 상태 유지하고 데이터 수집에 집중해 줘."

이안은 하린의 어깨를 한 번 가볍게 쥐어준 뒤, 신속한 걸음으로 함교를 벗어났다.


아르카디아호 하부 격납고.

쿠웅, 철컥!

육중한 금속 음과 함께 이안의 전신을 감싸는 전술 슈트가 가동되었다.
나노 탄소 섬유와 티타늄 합금으로 제작된 전술 슈트는 외부의 물리적 충격과 환경 독소를 차단해 주는 최첨단 장비였다. 슈트가 기동하자 투구 안쪽의 HUD(전술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푸른색 정보창들이 켜졌다. 산소 잔량, 중력 분포 수치, 슈트의 열 핵융합 배터리 상태가 일목요연하게 정렬되었다.

이안은 주 무장인 중전술 레일 라이플을 들어 올렸다.
탄창을 결합하자 총신 내부의 초전도 코일이 가볍게 떨리며 청아한 충전 음을 흘려보냈다. 마하 7의 속도로 운동 에너지를 탄환에 실어 보내는 무기였다. 이 거친 미지의 세계에서 그가 믿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생명줄이었다.

"대원들, 주목해라."

이안이 격납고에 모인 세 명의 정예 대원들을 바라보았다.
수석 전투 요원인 민우, 기술 및 분석 담당인 지아, 그리고 돌격 대원인 현태였다. 그들의 눈빛에는 긴장감과 두려움이 교차하고 있었다.

"우리가 조사할 구역은 아까 그 정체불명의 에너지가 방출된 숲이다. 착륙 즉시 방어선에 경계를 강화하고 환경 스캔을 시작한다. 명심해라. 이 행성의 법칙은 우리가 알던 지구와 다르다. 눈에 보이는 현상을 기존의 과학적 고정관념으로 해석하려 들지 마라. 아주 사소한 이질감이라도 포착하면 즉시 보고한다."

"알겠습니다, 팀장님!"

대원들의 복창 소리가 격납고를 울렸다.

네 명의 탐사대원과 네 기의 전술 정찰 드론을 실은 탐사 셔틀 '가디언-3'호가 우렁찬 엔진음을 토해내며 아르카디아호의 베이를 빠져나갔다.

칠흑 같은 우주 공간을 지나, 셔틀은 행성의 대기권으로 돌입했다.
창밖이 대기 마찰로 인한 붉은 불꽃으로 뒤덮였다. 격렬한 진동이 선체를 흔들었다. 수백 년의 방랑을 마친 인류의 발자국이, 마침내 새로운 대지를 향해 추락하듯 나아가고 있었다.

"고도 1만. 5천. 3천... 역추진 분사구 가동!"

조종사의 다급한 외침과 함께 엄청난 감속 중력이 대원들의 가슴을 짓눌렀다.

마침내 구름 장막을 돌파한 순간, 창밖의 풍경이 드러났다.

"말도 안 돼..."

현태가 넋을 잃고 중얼거렸다.

그것은 아름다우면서도 기괴한 광경이었다.
지상의 침엽수들은 하나같이 지름이 수십 미터에 달하고 높이가 수백 미터에 이르는 거인들이었다. 숲의 틈새로 흐르는 강물은 은은한 에메랄드빛으로 스스로 발광하고 있었으며, 대기 중에는 정체불명의 푸른빛 미립자들이 안개처럼 흩날리며 숲을 채우고 있었다.

스스스스...

셔틀이 거대한 나무들 사이의 평지에 착륙했다. 엔진이 정지하자, 격납고 내부에는 기묘할 정도의 적막이 들어찼다.

치이익-

기압 조정 밸브가 열리며 셔틀의 해치가 열렸다. 외부의 공기가 슈트의 센서를 통해 분석되기 시작했다.

"대기 성분 분석 완료. 질소 73%, 산소 24%, 기타 희귀 기체로 구성. 유해 독소 및 미지의 병원균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필터 없이 호흡 가능합니다."

지아의 보고가 끝나기 무섭게 이안은 헬멧의 바이저를 밀어 올렸다.

상쾌하면서도 묘하게 달콤한 숲의 내음이 폐부 깊숙이 밀려들었다. 지구가 오염되기 이전에 존재했을 법한, 극도로 맑고 순수한 공기였다.

그러나 이안은 총구를 아래로 겨누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너무 조용해."

그의 목소리가 고요한 숲으로 퍼져 나갔다.

이토록 거대한 삼림지대라면 바람에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나 곤충들의 울음소리, 혹은 숲을 돌아다니는 생명체의 소음이 나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마치 모든 소리가 진공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처럼 철저한 침묵 속에 갇혀 있었다.

"드론 가동. 반경 1킬로미터 영역을 정찰한다. 센서 링크 활성화해."

이안의 지시에 네 기의 소형 구형 드론이 웅웅거리는 소리와 함께 상공으로 솟구쳤다.

하지만 드론들이 수풀 위로 흩어지자마자, 이안의 HUD에 붉은색 노이즈가 끼기 시작했다.

[경고. 대기 중의 미상 무선 간섭 발생. 데이터 전송률 30% 저하.]

"팀장님, 드론과의 연결이 불안정합니다. 방해 전파 같은 게 아닙니다. 대기 중의 푸른 미립자들이 센서의 양자 얽힘 통신을 미세하게 교란하고 있습니다."

기술 담당 지아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화면을 두드렸다.

이안은 웅웅거리며 낙하하는 푸른색 잎사귀 하나를 손으로 받아냈다. 잎사귀의 잎맥을 따라 은은한 푸른빛이 혈관처럼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물리적인 열도, 전자기적인 전하도 띠지 않았지만, 확실히 어떤 에너지를 보존하고 있었다.

"화학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에너지원이라..."

이안은 그 에너지를 만지는 순간, 손끝이 찌릿하게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

이것이 마도학이나 마법이라고 불리는 초자연적인 현상의 원천일까. 과학의 눈으로 바라본 신비는 경이로우면서도 동시에 위협적이었다.

바로 그때, 상공으로 보낸 드론 중 하나가 급격한 경보음을 올려대기 시작했다.

삐비빅! 삐비빅!

"팀장님! 동쪽 상공에서 미지의 에너지 반응 급상승! 비행체가 빠르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지아의 날카로운 외침과 동시에, 숲을 덮고 있던 짙은 구름 장막이 기이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바람 한 점 없던 침묵의 숲에, 기어이 모든 것을 찢어발길 듯한 폭풍의 굉음이 밀려들고 있었다. 하늘의 거대한 존재가 개척자들의 착륙을 알아차린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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