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의 요괴 계약자

9화: 그림자의 실타래
지하 공사장 입구를 막아선 콘크리트 가벽 틈새로 한 줄기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민우는 무거운 철문을 밀어 닫으며 왼팔의 소매를 천천히 걷어올렸다. 끈적하고 어두운 마력이 요동치며 감돌던 전완부 피부 위에는 날카롭게 비틀린 나뭇가지 혹은 뱀의 형상을 한 검은색 계약 인장이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다. 대요괴 백랑에 이어, 신촌의 그림자 포식자 흑영을 굴복시키고 얻은 두 번째 예속의 주박이었다.
"흑영, 네 능력을 보여라."
민우가 마음속으로 나직하게 명령했다. 동시에 왼팔의 인장에서 찌릿하고 차가운 어둠의 마력이 방출되며 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번져 나갔다.
스우우우…….
그의 발밑에서 뻗어 나간 어둠이 겉옷과 신발을 감싸 안더니, 이내 민우의 신체 자체를 흐릿한 그림자 잔상처럼 흩뜨려 놓았다. 시야가 단순히 흐려진 것이 아니었다. 사방에 비치는 광원들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미세한 음영의 틈새 속으로 민우라는 존재 자체가 스며들어 동화되는 감각이었다. 3차원의 육신이 평평한 어둠의 단면으로 으스러져 차가운 표면에 밀착되는 듯한, 기묘하고 이질적인 촉감이 전신을 감쌌다.
[이것이…… 저의 은신이자 도약의 힘입니다. 주인님.]
뇌리로 흑영의 음침하고 비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랑을 처음 굴복시켰을 때보다 훨씬 더 고분고분하고 굴종적인 태도였다. 민우의 영혼 가장 깊은 곳에서 보았던 거대한 사슬과, 그 사슬에 묶여 있던 백랑의 압도적인 신격(神格)을 목격한 이상 흑영에게 반항할 용기 따위는 먼지만큼도 남아 있지 않은 터였다.
"나쁘지 않군."
민우는 흑영의 감각을 빌려 주변을 360도로 인지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시선이 미처 닿지 않는 등 뒤의 사각지대조차 주변 그림자의 왜곡과 미세한 기류 변화를 통해 선명하게 뇌리에 그려졌다.
그러나 그 능력을 개방한 지 불과 수십 초가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쿵, 쿵, 쿵!
민우의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질 듯한 작열통과 함께 크게 요동쳤다. 폐허 지하의 탁한 공기를 들이마실 때마다 척추 끝에서부터 전신을 얼려버릴 것 같은 백랑의 혹한과, 영혼을 잘게 쪼개어 어둠 속으로 끌고 들어가려는 흑영의 음기가 충돌하며 신체 내부를 무참히 헤집어 놓았다.
"윽……!"
민우는 벽면의 거친 콘크리트를 짚으며 턱 막힌 숨을 내뱉었다. 이마 위로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고, 영안의 시야가 일순간 붉게 충혈되었다.
[조심해라, 애송이. 두 마리의 상급 요괴를 동시에 령체에 속박해 부리는 것은 네놈의 그 보잘것없는 육신에 끊임없이 독을 붓는 것과 같다. 흑영의 은신을 너무 오래 가동하면 네놈의 심장이 먼저 얼어붙거나, 어둠 속에 녹아내려 자아를 잃을 게야.]
그림자 속에 조용히 똬리를 틀고 있던 백랑이 서늘하고 오만한 음성으로 경고했다.
"알고…… 있어. 이 정도로 쓰러지진 않아."
민우는 어금니를 사려 물었다. 영혼의 그릇이 넓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그 힘을 온전히 담아낼 육체적인 한계는 엄연히 존재했다. 민우는 들숨과 날숨의 박자를 의식적으로 늦추며 령격 압축을 극한으로 유지했다. 흑영의 은신 강도를 최소한으로 줄여, 영혼의 파동만 간신히 가려질 정도의 경계 상태를 유지했다.
이윽고 지하상가의 어두운 계단을 올라 차가운 실외 공기가 느껴지는 출구 부근에 다다랐을 때, 민우는 걸음을 멈췄다.
철컥, 위이이이잉.
골목 밖 사거리 너머에서 기계적인 모터 소음과 함께 익숙한 마력 파동들이 대기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민우는 조용히 기둥 뒤의 그림자 속으로 몸을 밀어 넣고 영안을 켜서 골목 밖을 내다보았다.
그곳에는 검은색 특수 방탄 재킷을 입은 정령청 수사 요원 서너 명이 사거리를 차단한 채 날카롭게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삼각뿔 모양의 은색 안테나가 달린 령격 탐지기들이 쉴 새 없이 회전하며 신촌역 방향에서 뿜어 나오는 미세한 영적 전파를 수집하고 있었다.
"홍대 방면에서 반응이 있었다고 했는데, 왜 이곳 신촌 외곽 결계망까지 간섭 파동이 잡히는 거지?"
탐지기를 들고 있던 젊은 요원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홍대 쪽에 배치된 본대에서 령격 주파수가 교란되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그 교란 주파수의 원류가 이 근처 공사장일 가능성이 있어. 탐지 범위를 좁히고 대기 중의 음지에 반응이 없는지 꼼꼼히 확인해."
무전기 너머로 지시를 내리는 요원의 목소리가 단호했다.
민우는 손바닥에 고인 차가운 땀을 닦아냈다. 홍대로 돌려놓았던 가짜 신호가 완벽하게 시간을 끌어주고는 있었지만, 수사팀 내부의 정예 주술사들은 이미 발신 장치 개조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색 범위를 넓히고 있었다. 포위망의 입구가 바로 눈앞이었다.
'그림자 도약(影步)을 사용해 요원들의 등 뒤로 넘어간다.'
민우는 왼팔의 인장에 다시 영력을 집중했다.
스슥.
요원들이 서 있는 아스팔트 바닥 위, 가로수와 가로등이 만들어낸 짙은 그림자들 사이로 가느다란 검은 선로들이 그어졌다. 민우의 육신이 그림자 속으로 흐물거리며 빨려 들어갔고, 다음 순간 그는 소리 소문 없이 사거리 요원들의 등 뒤 삼십 미터 지점에 위치한 어두운 건물 벽 틈새에서 다시 솟아올랐다.
발걸음 소리 하나, 옷깃이 스치는 소리조차 나지 않는 완벽한 은밀 탈출이었다.
민우는 요원들이 령격 탐지기를 들고 엉뚱한 방향을 뒤적이는 모습을 뒤로한 채, 인파가 붐비는 대로변으로 빠르게 걸어 들어갔다.
오후 3시경, 경의선 숲길 인근의 한적한 고가교 밑 폐허 터.
기차 선로가 지나가던 옛 터 위로 수풀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었고, 거대한 콘크리트 다리가 머리 위를 가로막고 있어 대낮임에도 짙은 그늘이 드리워진 조용한 장소였다. 가끔 산책로를 지나는 민간인들의 발걸음 소리만이 저 멀리서 아득하게 들릴 뿐이었다.
민우는 쓰러진 통나무 위에 더플백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전신을 옥죄던 령격 압축을 느슨하게 풀자, 참았던 기침이 울컥 터져 나왔다.
"하아, 하아……."
손바닥으로 입을 막자, 푸르스름한 요기가 섞인 침이 묻어 나왔다. 두 계약 요괴의 힘을 동시에 조율하는 부작용이 몸 안에 쌓이고 있었다.
[흐흥, 꼴좋구나 애송이. 두 번째 벌레 놈의 껍데기를 주워 먹더니 벌써부터 오장육부가 다 뒤틀리는 모양이로군. 역시 네놈의 그 유약한 육체로는 한 마리 이상의 령격을 버티는 게 한계다.]
그림자 틈새에서 차가운 서리와 함께 백랑의 거대한 백색 늑대 머리가 일시적으로 실체화되었다. 백랑은 비웃는 듯했지만, 붉은 안광은 민우의 호흡 주기를 기민하게 감시하며 안정시키고 있었다.
"곧 적응할 거야. 그보다……."
민우는 발밑의 짙은 그늘을 내려다보았다.
"흑영, 실체를 드러내라."
그의 명령에 따라, 바닥의 그림자가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더니 인간의 형상을 모방한 검은 아지랑이의 모습으로 솟구쳤다. 흑영은 백랑의 오만한 서릿발 기운에 짓눌려 납작하게 엎드린 채,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말해라, 그림자 벌레야.]
백랑이 흑영의 령격을 찢어발길 듯이 으르렁거리며 짓밟았다.
[네놈이 신촌 일대의 하급 요괴들을 쓸어 담고 다니며 령격을 포식하던 이유가 무엇이냐? 내 보기엔 그저 힘을 키워 날뛰려는 들개 짓으로만 보이진 않았다만. 불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네놈의 그 보잘것없는 그림자 가루를 씹어 삼켜주마.]
흑영은 몸을 더욱 웅크리며 기괴하게 변조된 음성으로 사르르 떨며 대답했다.
[위대한 백랑이시여, 그리고 계약자님이시여…… 제 탐욕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신촌의 영맥 지하에서 비정상적인 영적 흐름이 감지되었습니다. 사신(四神)의 흔적이 느껴졌기에…… 저는 그 파편을 삼켜 완전한 신격을 취하려 했을 뿐입니다.]
"사신의 흔적?"
민우의 눈가에 있는 영안이 차갑게 번뜩였다.
"신촌에 사신의 파편이 흘러들어왔다는 뜻인가?"
[그것이…… 아주 미약하지만 날카롭고 기괴한 독기가 지하 영맥을 타고 번져 나가고 있었습니다. 그 기운은 일반적인 귀물들의 요기와 달리, 숙주의 정신을 무참히 지배하고 령격을 좀먹는 기생형의 성질을 띠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숙주들의 영혼이 완전히 파괴되어 사멸하기 전에, 그들이 흘린 영적 찌꺼기를 흡수해 강해지려 했습니다.]
흑영의 말에 민우는 미간을 깊게 좁혔다.
"정신 기생형 요괴…… 숙주가 누구지? 신촌 일대라면 설마 대학가인가?"
[아닙니다. 영맥의 독기가 가장 짙게 이어지는 종착지가 존재합니다. 저는 그곳을 추적하려다 계약자님의 덫에 걸린 것입니다. 그 독기의 근원은…….]
흑영이 대답을 망설이자, 민우는 왼팔의 인장에 살짝 힘을 실었다. 인장이 황금빛과 핏빛으로 엉키며 작동했고, 흑영의 령격 핵심이 조여들며 검은 연기가 고통스럽게 뿜어져 나왔다.
[아아악! 말하겠습니다! 제발 멈추어 주십시오! 그 독기의 기운이 향한 곳은…… 서대문구에 위치한 '청파고등학교' 내부입니다!]
순간 민우의 숨통이 턱 막혔다.
"청파고등학교?"
그곳은 민우 자신이 다니는 고등학교였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친척들의 외면 속에서 간신히 하루하루를 버티며 다녀왔던,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일상을 지탱해 주던 유일한 최소한의 보루.
[크하핫! 이거 아주 재미있게 되었구나, 애송이여!]
백랑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광소했다.
[네놈이 정령청의 눈을 피해 쥐새끼처럼 숨어들 궁리를 하던 그 안식처 한복판에, 숙주의 령격을 파먹어 치우는 끔찍한 기생충 놈이 둥지를 틀었다는 것 아니냐! 그 학교라는 곳에 기생충이 번식하고 있다면, 조만간 정령청의 주술 사냥개들이 온 학교를 이 잡듯 뒤지며 모든 인간의 영혼을 검문할 터다. 네놈의 위장 신분 따위는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되겠군!]
백랑의 조소는 비정상적으로 냉혹했지만 틀린 구석이 없었다.
기생형 요괴는 인간의 정신을 지배해 폭주시키거나 기괴한 이상 행동을 유발한다. 학교라는 밀집된 공간에서 그런 일이 지속된다면, 정령청의 대대적인 특수 수사반이 투입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민우가 목숨을 걸고 지키려 했던 가짜 고등학생 신분은 즉시 발각되고 만다.
"흑영, 기생형 요괴의 독기가 학생들 사이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퍼지고 있지?"
민우가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 요괴는 자신을 감추는 은폐 주술이 극도로 뛰어납니다. 평소에는 숙주의 뇌리에 은밀히 기생하여 주변인들에 대한 살기를 유도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한없이 증폭시켜 영적 에너지를 가로챕니다. 이미 몇몇 학생과 교사의 마음속에 그 요괴의 '기생종(parasite seed)'이 단단히 뿌리를 내린 상태입니다. 기생종이 완전히 만개하는 순간 숙주는 자아를 잃고 다른 이들을 무참히 해치게 될 것입니다.]
흑영의 설명에 민우는 가방끈을 세게 쥐었다.
도망자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정령청의 경계망 밖에서 존재를 숨겨야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존재를 숨기기 위한 최고의 위장막이었던 '학교'를 지키기 위해서는 요괴들이 날뛰는 싸움터 한복판으로 다시 제 발로 걸어 들어가야만 했다.
"백랑, 흑영. 내일 아침 등교한다."
민우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흥, 스스로 기생충 굴로 기어 들어가겠단 말이냐?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셈법이로다.]
백랑이 콧방귀를 뀌며 혀를 찼고, 흑영은 발밑의 그늘 속으로 다시 스르륵 녹아들며 대답했다.
[주인님의 의지대로…… 그림자 속에서 대기하겠습니다.]
민우는 깊어가는 오후의 햇살을 바라보았다. 멀리서 도시의 소음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소년은 뒤돌아보지 않고 철길 터를 벗어나, 자신이 가야 할 다음 전장을 향해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같은 시간, 신촌의 폐쇄된 지하상가 공사 현장.
사방을 메우고 있던 빙경 광결계의 투명한 얼음 거울들은 난반사의 마력이 다하자 차가운 물방울이 되어 바닥으로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찰방, 찰방.
고급 가죽 구두가 젖은 콘크리트 바닥을 밟는 소리가 어두운 광장 안에 울려 퍼졌다.
"대장님, 이쪽입니다."
요원의 안내를 받으며 걸어 들어온 사내는 검은색 정령청 특수 수사대 제복 위에 회색 롱코트를 단정하게 걸치고 있었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흑발 사이로 스며 나오는 차갑고 서늘한 기운이, 주변의 공기를 물리적으로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그가 발을 디딜 때마다 주변에 있던 하급 요원들은 숨통이 막히는 듯 가슴을 쥐어짜며 비틀거렸다. 공간을 지배하는 압도적인 령격의 무게감이었다.
정령청 특수 수사대장, 강현.
그는 사방을 둘러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의 허리춤에 매달린 은색 사슬 모양의 주술 도구 '천뢰(天雷)'가 아직 지워지지 않은 강력한 요기에 반응하여 파르르 떨며 청아한 금속음을 냈다.
"대단하군."
강현이 기둥 위에 서린 얇은 얼음 막을 손끝으로 쓸어내렸다. 그의 손끝에 닿은 서리가 순간 푸른 뇌전의 불꽃을 일으키며 칙 소리를 내며 흔적도 없이 증발했다.
"빙결 능력의 대요괴, 백랑의 흔적입니다. 그리고 이곳에 남은 또 다른 왜곡 파동은 신촌에서 출몰하던 그림자 귀물 '흑영'의 마력 선로군요. 령격 탐지기의 분석 결과로는 두 귀물이 격렬하게 충돌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부하 요원이 서류 판을 덜덜 떨리는 손으로 붙들며 정중하게 보고했다.
"충돌이라고?"
강현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비틀어졌다. 그의 눈동자에 깃든 예리한 주술적 영안이 공기 중에 남아 있는 마력의 입체적인 흐름을 재구성하고 있었다.
"아니다. 흑영은 저항했지만 결코 대등한 싸움이 아니었어. 이 얼음의 거울들은 흑영이 도망칠 모든 음지를 지워버리기 위해 극도로 치밀하게 계산된 각도로 배치되어 있었다. 백랑 혼자서 할 수 있는 제어가 아니야. 야수의 힘에는 이런 정교하고 아름다운 주술 설계가 깃들 수 없으니까."
강현이 허리를 가볍게 굽혀 흑영의 핵심(core)이 짓눌려 흔적을 남긴 바닥을 응시했다.
"그리고 흑영의 령격은 소멸하지 않았다. 흡수되었지. 백랑에게가 아니라…… 훨씬 더 거대하고 깊은 영혼의 통로 속으로 강제로 끌려 들어간 흔적이 있어."
"그, 그렇다면…… 설마 요괴들과 예속 계약을 맺은 '계약자'가 이곳에 있었다는 말씀이십니까?"
요원의 목소리가 크게 흔들렸다.
현대 사회에서 요괴와契約을 맺는 주술사는 극히 드물었고, 그마저도 정령청의 철저한 감시와 통제 아래에 존재했다. 대요괴 백랑과 그림자 포식자 흑영을 동시에 제어하는 미등록 계약자의 존재는 정령청 총본부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대사건이었다.
"서울 한복판에 이런 괴물이 쥐새끼처럼 숨어 돌아다니고 있었군."
강현이 몸을 일으켰다. 그의 코트 자락이 미세한 바람을 일으키며 펄럭였고, 온몸에서 푸른 번개 형태의 마력 불꽃이 파스스 튀어 올랐다.
"수색 범위를 신촌과 서대문구 전체로 확대해라. 홍대의 발신 주파수 변조는 시간을 끌기 위한 미끼였다. 녀석은 멀리 가지 못했을 터. 신촌 일대의 모든 CCTV를 확보하고, 최근 24시간 동안 이 구역 내에서 비정상적인 영적 마찰을 겪은 이들의 신원을 샅샅이 대조해."
"예! 알겠습니다!"
요원들이 일시에 경례하고 서둘러 광장을 빠져나갔다. 강현의 무시무시한 영적 압박에서 드디어 벗어난 안도감에 그들의 발걸음은 다급했다.
홀로 남겨진 강현은 어두운 천장을 올려다보며 오른손을 가만히 쥐었다. 손바닥 사이로 푸른 뇌전의 마력이 스파크를 일으키며 웅웅거렸다.
"백랑의 계약자라…… 조만간 목을 꺾어주지."
그의 서늘한 음성이 차갑게 내려앉은 지하 광장에 낮게 메아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