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의 요괴 계약자

10화: 교실 속의 독기
청파고등학교의 교문을 들어서는 민우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유독 무거웠다.
아침 일찍 거울을 보며 단정하게 매만진 교복 조끼와 빳빳한 와이셔츠 칼라가 오늘따라 목줄이라도 된 양 목덜미를 강하게 조여왔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저 지루하고 평범한 일상의 상징에 불과했던 이 옷이, 이제는 이면 세계의 참혹한 혈투와 어두운 비밀을 감추기 위한 기만적인 위장막처럼 느껴졌다.
민우는 깊은 한숨과 함께 주변을 둘러본 뒤, 눈가에 서늘한 푸른빛의 영안(靈眼)을 켰다.
그 순간, 평온하고 활기차 보였던 등교길의 풍경이 순식간에 기괴한 이형의 공간으로 뒤틀렸다.
가을바람이 쓸고 지나가는 교정의 하늘 위로, 낮게 깔린 시큼하고 끈적한 회색 안개가 아지랑이처럼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등교하는 학생들의 목덜미와 뺨 주변을 유심히 바라보던 민우의 눈동자가 차갑게 굳어졌다.
학교 정문을 지나는 학생 세 명 중 한 명꼴로, 목덜미나 관자놀이 부근에 검붉은 실가닥 같은 주술적 선로들이 얽혀 있었다. 그것은 마치 징그러운 기생 식물의 뿌리처럼 피부 밑으로 파고들어 미세하게 고동치고 있었다. 흑영이 경고했던 정신 기생형 요괴의 씨앗, '기생종(Seed)'이 분명했다.
"야, 밀지 마라? 뒤지고 싶냐?"
"네가 먼저 발 걸었잖아, 새끼야. 눈 똑바로 안 뜨고 다니냐?"
중앙 현관으로 향하는 계단 쪽에서 갑작스럽게 거친 고성이 터져 나왔다. 평소라면 가벼운 어깨 부딪힘이나 오해로 웃어넘겼을 사소한 일에, 두 남학생이 서로의 멱살을 잡을 듯이 붉게 충혈된 눈을 치켜뜨고 있었다. 그들의 목덜미에 박힌 기생종이 주변의 부정적인 감정을 빨아들이며 한층 더 붉고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는 모습이 민우의 영안에 선명하게 포착되었다.
기생종은 인간의 분노와 증오, 짜증을 자양분 삼아 성장한다. 그리고 숙주의 감정을 강박적으로 증폭시켜 파멸적인 폭력성으로 인도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었다.
[크하핫, 꼴좋구나 애송이. 벌레 통 안에 가두어 둔 구더기들이 따로 없군. 저러다 조만간 서로의 살점을 뜯어내고 피칠갑을 하겠어. 인간이란 참으로 유약하고 어리석은 존재로다.]
민우의 그림자 밑바닥에서 백랑이 혀를 차며 차갑게 비웃었다.
"조용히 해, 백랑. 다른 녀석들이 눈치챌라."
민우는 가방끈을 고쳐 쥔 채 고개를 숙이고 교실로 향했다. 일상의 안식처라 믿었던 학교는, 이미 정체 모를 요괴가 교묘하게 쳐놓은 거대한 사육장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3학년 2반 교실.
조례 시간이 지나고 1교시 수업이 시작되었지만, 교실 내부의 분위기는 기괴할 정도로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칠판을 채워 나가는 수학교사의 목소리는 신경질적으로 갈라졌고, 평소 졸거나 딴청을 부리던 학생들조차 멍한 눈으로 책상을 뚫어져라 노려보거나 볼펜을 신경질적으로 돌리며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볼펜 촉이 책상을 탁, 탁, 탁 내리치는 소리가 신경을 긁었다.
민우는 창가 뒤편 가장자리에 앉아 턱을 괸 채, 책상 아래로 왼팔을 슬그머니 내렸다. 교복 소매 아래 가려진 흑영의 그림자 인장이 심장 박동에 맞춰 욱신거리며 뜨겁게 타올랐다.
쿵, 쿵, 쿵.
그와 동시에 가슴 한가운데를 얼음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격렬한 작열통이 몰려왔다.
민우는 이빨을 악물고 오른손으로 가슴께를 움켜쥐며 나직하게 신음했다. 혈관 속에서 백랑의 절대 영도의 냉기와, 흑영의 끈적하고 깊은 어둠의 마력이 사정없이 부딪히고 있었다. 영혼의 그릇이 아무리 거대하고 튼튼하다 할지라도, 아직 뼈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의 육신은 두 마리의 상급 요괴가 내뿜는 방대한 기운의 충돌을 감당해 내지 못해 삐걱거리는 중이었다.
"윽…… 콜록!"
민우는 급히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 입을 틀어막았다. 격렬한 기침과 함께 터져 나온 침에는 푸르스름한 요기와 함께 검붉은 선혈이 끈적하게 섞여 있었다. 하얀 손수건이 순식간에 붉게 얼룩졌다.
[흐흥, 꼴좋구나. 내가 경고하지 않았더냐. 두 마리의 요괴를 거느린 대가는 네 얕은 숨통을 끊임없이 갉아먹는 독이다. 흑영의 령격을 계속해서 부리고 싶다면, 네놈 몸뚱이의 그릇부터 물리적으로 단련해야 할 게야. 그러지 않으면 기생충을 잡기도 전에 네 심장이 먼저 터져버릴 터다.]
뇌리로 울리는 백랑의 서늘한 목소리에는 비아냥과 함께 일말의 초조함이 섞여 있었다. 민우가 여기서 과부하로 쓰러지는 순간, 계약의 사슬로 묶인 백랑 역시 영혼의 감옥에 영원히 속박되거나 동반 소멸할 운명이었기 때문이다.
민우는 핏물이 묻은 손수건을 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고 입가를 거칠게 훔쳤다.
"참을 수 있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흑영."
민우가 발밑의 어둠을 향해 의지력을 뻗으며 마음속으로 속삭였다.
"그림자를 넓혀라. 이 학교 건물 전체를 은밀하게 뒤져서, 이 기생종들의 검은 마력이 시작되는 가장 짙은 종착지를 찾아내."
[……알겠습니다, 주인님. 즉시 어둠의 발을 사방으로 뻗치겠습니다.]
민우의 발밑에 드리워진 그늘이 살아 있는 액체처럼 출렁이더니, 이내 교실 바닥의 틈새와 책상 다리의 어두운 음지를 타고 스르륵 번져 나갔다. 360도로 그림자의 감각을 인지하는 흑영의 시야가 민우의 뇌리와 완벽하게 동조되었다. 청파고등학교 건물 전체의 물리적 구조와 모든 음지가 그의 머릿속에 입체적인 어둠의 지도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교실 문턱을 넘어 복도를 지나고, 계단의 꺾임 장치를 타고 올라가며, 흑영은 교내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발밑 그림자를 짓밟고 나아갔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목덜미에 심어진 기생종의 독한 파동이 민우의 신경을 직접 자극해 깨질 듯한 두통을 유발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과학실과 도서실을 지나 4층 동편 복도 끝에 다다랐을 때, 흑영의 령격 파편이 일순간 크게 동요했다.
[찾았습니다, 주인님. 학교 내부의 영맥 지하에서 솟구친 독기가 가장 질척하게 고여서 썩어 들어가는 웅덩이…… 4층 동편 끝에 위치한 방송실입니다. 기이하게도 요괴의 독기가 단순한 영적 오염이 아닌, 물리적인 스피커 스크린 음향 전파와 결합하여 학교 전체로 미세하게 송출되고 있습니다.]
"방송실이라고……."
민우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번뜩였다.
단순히 영적인 접촉을 통해 기생종을 퍼뜨리는 것이 아니었다. 학교 곳곳에 설치된 교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미세한 고주파 음향 진동에 요괴의 영적 파동을 실어 보내, 전교생을 한꺼번에 감염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범인은 방송실을 마음대로 독점하고 제어할 수 있는 자. 즉, 방송부원 중 한 명이거나 방송실 열쇠를 독점하고 있는 담당 교사 중 하나가 핵심 숙주일 터였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 2시경.
5교시 예체능 수업을 알리는 시끄러운 차임벨이 울린 직후였다. 갑자기 교내 전역의 스피커에서 찌이이이이익— 하는 고막을 찢을 듯한 날카롭고 기분 나쁜 소음이 흘러나왔다.
일반적인 학생들은 그저 마이크 선로가 꼬인 혼선음이라 생각하며 귀를 막았지만, 민우에게는 그것이 영혼의 령벽을 강타하는 요괴의 비명처럼 들렸다.
"아악! 머리 아파! 귀 찢어질 거 같아!"
"이씨, 조용히 안 해? 방송부 새끼들 일 똑바로 안 하냐?!"
순간 교실 곳곳에서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감싸 쥐고 뒹굴었다. 그들의 목덜미에 박혀 있던 기생종들이 일제히 검붉은 빛을 내뿜으며 굵은 핏줄처럼 징그럽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쾅! 콰당탕!
복도 너머에서 유리창이 깨지고 책걸상이 자빠지는 둔탁한 소음이 연이어 들려왔다. 민우가 교실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자, 복도는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눈동자가 완전히 검붉은 핏빛으로 충혈된 학생들이 괴성을 지르며 서로를 사정없이 밀치고 폭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기생종이 완전히 만개해 이성을 상실한 숙주들이 복도 사방에서 서로를 난타하는 끔찍한 광경이었다.
"이대로 두면 학교 전체가 피바다가 되겠어. 정령청이 이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움직이기 전에 끝내야 한다."
민우는 가방을 들쳐 메고 복도로 뛰쳐나갔다.
그러나 4층 방송실로 향하는 중앙 계단은 날뛰는 학생들과 이를 제지하려다 도리어 오염되어 폭주하는 교사들로 빽빽하게 가로막혀 있었다. 정면으로 이 인간 장벽을 뚫고 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뿐더러, 불필요한 마찰을 빚어 자신의 영력을 노출할 위험이 컸다.
'어둠을 건넌다. 그림자를 밟아라.'
민우는 왼팔의 그림자 인장을 강하게 작동시켰다.
스우우우.
사방의 불규칙한 조명과 날뛰는 인간들의 발밑 그늘 속에서, 민우의 몸 주위로 짙은 어둠의 장막이 피어오르며 그의 신체를 검은 실루엣으로 으스러뜨려 감싸 안았다.
'그림자 도약(影步).'
콰드득!
순간 척추 끝에서부터 뇌간까지 얼어붙는 듯한 지독한 충격이 민우의 폐부를 강타했다. 한 번에 계단 두 층 분량의 물리적 좌표를 도약하려 하자, 몸 안에 갇힌 백랑의 얼음 마력과 흑영의 어둠의 마력이 그의 신체 조직을 안쪽에서부터 잘게 쪼개어 부수려 들었다. 민우는 어금니가 깨져라 물며 비명을 삼킨 채, 3층 복도 끝 사물함의 짙은 그늘 속으로 몸을 던졌다.
스슥.
소리도, 바람도, 궤적도 남기지 않은 채 민우의 육신이 바닥의 그림자 속으로 흐물거리며 스며들었다. 그리고 다음 찰나, 그는 4층 동편 복도 구석, 방송실 문앞의 짙은 어둠 속에서 불쑥 솟구쳐 올랐다.
"하아, 하아……! 윽!"
민우는 차가운 시멘트 문틀을 짚고 서서 격렬하게 기침을 토해냈다. 입안 가득 비린 핏물이 고였지만 억지로 삼켜내며 눈앞의 문을 응시했다.
방송실의 두꺼운 철제 문은 안쪽에서 쇠빗장으로 굳게 잠겨 있었고, 문틈 사이로 끈적하고 시커먼 타르 같은 안개가 스멀스멀 스며 나오고 있었다.
"흑영, 잠금장치를 녹여버려."
[의지대로.]
민우의 그림자에서 뻗어 나온 서너 개의 검은 어둠의 가시들이 철문의 열쇠 구멍 속으로 부드럽게 밀려 들어갔다. 차가운 쇠붙이를 순식간에 산화시켜 버리는 강력한 부식성 음기가 기어 내부를 완전히 녹여 버렸다.
툭, 철컥.
잠금장치가 뭉개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민우는 문을 밀치며 끈적한 어둠이 요동치는 방송실 내부로 발을 내디뎠다.
방송실 안은 지독하게 썩은 냄새와 매캐한 요기가 안개처럼 가득 차 있었다. 오직 조작 콘솔 기계들의 파란색과 빨간색 LED 불빛만이 먼지 낀 탁한 공기 사이로 음산하게 명멸하고 있었다.
그 어두컴컴한 방의 한가운데, 방송용 마이크와 믹서 콘솔 앞 의자에 한 사내가 주저앉아 있었다.
청파고등학교 방송부 담당 교사이자 수학 교사인 최성준이었다.
그의 고개는 뼈가 어긋난 듯 기괴한 각도로 오른쪽으로 꺾여 있었고, 셔츠의 단추는 전부 뜯겨 나가 있었다. 목덜미와 가슴팍 피부 위로 검은색 혈관 같은 요괴의 촉수들이 수십 갈래로 돋아나, 방송용 콘솔 마이크의 헤드와 뒤편 배전반 속으로 징그럽게 플러그처럼 박혀 있었다.
최성준이 민우의 진입을 느끼고 목뼈를 삐걱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동자는 흰자위조차 보이지 않고 온통 칠흑 같은 액체로 채워져 있었다.
"결교…… 결국 쥐새끼 한 마리가 파이프를 타고 기어 들어왔군."
최성준의 찢어진 입술 사이로 날카로운 기계 혼선음과 맹수의 그르렁거림이 뒤섞인 기괴한 이중 음성이 흘러나왔다.
"이 학교의 모든 인간들이 내뱉는 생기와 증오는 전부 나의 제물이다. 방해하게 두지 않겠다, 하찮은 인간 계약자 놈!"
스콰아아악!
최성준의 등 뒤에서 돋아난 검은 촉수 수십 개가 일제히 창끝처럼 날카롭게 뻗어 나오며 사정없이 민우의 안면을 향해 쇄도했다. 그와 동시에 최성준의 목구멍에서 검은색 기생종 포자들이 독무처럼 뿜어져 나와 좁은 방송실 내부를 가득 메웠다. 숨 한 번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영혼의 그릇이 썩어 문드러지는 치명적인 역병의 장막이었다.
[이따위 하찮은 잡귀의 요독쯤이야, 내 숨결 한 자락이면 흔적도 없이 지워버릴 수 있지!]
민우의 오른손등에 새겨진 백랑의 낙인이 푸른빛을 발하며 핏빛 안광을 뇌리에 투사했다.
민우는 오른손의 황금빛 계약 인장을 높게 치켜들고 주먹을 단단히 쥐었다.
"얼려버려, 백랑!"
콰아아아아아앙—!
민우의 주먹 끝에서부터 해방된 청백색의 폭발적인 빙결 마력이 방송실 내부를 휩쓸었다.
살점을 도려낼 듯한 절대 영도의 서릿발이 파도처럼 뻗어 나가며, 사방을 메우고 있던 검은 기생종 포자들을 미세한 얼음 결정으로 바꾸어 바닥으로 투두둑 떨어뜨렸다.
민우의 코앞까지 들이닥쳤던 징그러운 검은 촉수들 역시 푸른 서리가 서리며 쩍쩍 얼어붙었고, 이내 거대한 고드름처럼 굳어져 허공에 멈춰 섰다.
"아, 아아아……! 이 차가운 기운은…… 대체 어떤 대요괴의 힘이냐!"
최성준의 몸을 찬탈하고 있던 기생 요괴가 상상조차 하지 못한 한기에 비명을 지르며 몸을 떨었다.
민우는 얼어붙은 촉수들을 구두굽으로 가볍게 짓밟아 깨뜨리며 최성준 앞으로 성큼 다가섰다. 그의 눈가에 깃든 푸른 영안이 요괴의 령격 핵심이 박힌 위치—최성준의 심장 바로 아래 부근을 정확하게 관통하여 응시하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위이이이이잉—! 위이이이이잉—!
학교 정문과 운동장 방향에서 고막을 찢는 듯한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와 함께, 공기를 찢고 령격을 증발시키는 강력한 뇌전의 마력 진동이 방송실 통유리창을 격렬하게 흔들었다.
민우는 미간을 깊게 찌푸리며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청파고등학교 교문 앞 편도 4차선 도로.
검은색 특수 령격 차단 장치가 부착된 정령청의 특수 방탄 SUV 서너 대가 도로를 전면 폐쇄하며 급제동해 멈춰 서 있었다. 차 문이 열리며 검은색 특수 가죽 제복을 입은 수사 요원 수십 명이 일시에 쏟아져 나와 청파고등학교 건물의 사방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들고 있는 은색 법륜 모양의 결계 석들이 사거리 모퉁이마다 박힐 때마다, 거대하고 투명한 금빛 장벽이 청파고등학교 전체를 돔 형태로 빈틈없이 감싸 안았다. 외부와 내부의 영적 물리적 출입을 완벽히 차단하는 격리 결계였다.
그리고 그 요원들의 선두에는 회색 롱코트를 차갑게 펄럭이는 사내가 서 있었다.
정령청 특수 수사대장, 강현.
그가 오른손을 가볍게 치켜들자, 허리춤에 매달려 있던 은색 사슬 모양의 주술 무기 '천뢰(天雷)'가 푸른빛의 가공할 번개를 사방으로 뿜어내며 허공의 요기를 사납게 불태워 날려 보냈다.
"격리 결계망 전개 완료. 학교 내의 모든 영적 생명체의 이동을 완전히 차단한다."
강현의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주술적으로 변조되어 학교 전체의 대기를 타고 4층 방송실 안의 민우의 귀에까지 명확하게 도달했다.
"지금부터 이 구역 내부에 존재하는 미등록 계약자 및 요괴의 전면 수색을 시작한다. 저항하는 모든 귀물은 현장에서 소멸 처리한다."
[크하하! 이거 아주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는구나, 애송이!]
백랑이 민우의 내면에서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즐거운 듯 광소했다.
[사냥개 요원 놈들이 기어코 냄새를 맡고 이 잡듯 학교를 묶어버렸어. 쥐새끼 구멍을 완전히 틀어막은 게지. 자, 이제 어찌할 테냐? 눈앞의 귀물 놈을 씹어 삼켜 힘을 불린 뒤 저 벼락 사슬 놈의 목을 치겠느냐, 아니면 다시 비굴하게 그림자 틈새로 숨어들어 탈출을 꾀하겠느냐?]
민우는 얼어붙은 채 몸부림치는 최성준의 머리채를 한 손으로 움켜쥔 채, 창밖 아래의 강현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정령청의 특수 수사 요원들이 건물의 현관 유리문을 깨부수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는 거친 군화 소리가, 1층 복도 너머에서부터 소년의 예민한 영안 감각을 타고 웅웅거리며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포위망의 끈이 소년의 목덜미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조여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