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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의 요괴 계약자11화

백야의 요괴 계약자

백야의 요괴 계약자

11화: 결계와 도주

학교 정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와 대기를 흔드는 뇌전의 마력 진동은 4층 방송실의 유독 얇은 유리창을 위태롭게 흔들어 댔다.

창밖으로 눈길을 돌리지 않아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학교 사방의 경계선을 따라 솟구쳐 오른 투명한 금빛 장벽이 청파고등학교 전체를 돔 형태로 굳게 걸어 잠그고 있었다.

정령청 특수 수사대장 강현이 직접 전개한 격리 결계. 외부와의 통신과 물리적 출입은 물론, 공간적인 영류의 흐름마저 완벽하게 차단하는 거대한 감옥이었다.

"흑영, 서둘러라. 저 사냥개들이 이 계단 끝까지 들이닥치기 전에 끝내야 한다."

민우는 한 손으로 얼어붙은 최성준 교사의 굳은 머리채를 붙잡은 채 낮게 명령했다.

그의 왼팔 전완부에 새겨진 검은 나뭇가지 모양의 계약 인장이 욱신거리며 뜨거운 열기를 토해냈다. 민우의 그림자 밑바닥에서 아지랑이처럼 솟구쳐 오른 대여섯 가닥의 어둠 촉수들이 촉수 끝을 바늘처럼 가늘고 날카롭게 벼려냈다. 흑영이 지닌 어둠의 정밀 제어 능력이었다.

빙결 상태인 최성준의 목덜미와 벌어진 셔츠 깃 너머로, 기생종의 검붉은 주술 선로들이 미세하게 요동치며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었다.

여기서 아주 미세하게라도 힘의 조율을 잘못한다면 백랑의 얼음 장벽이 깨짐과 동시에 최성준 교사의 육체마저 유리처럼 산산조각이 날 것이 분명했다. 민우는 영안의 푸른 빛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얼어붙은 살갗 밑으로 흐르는 마력의 중심점을 낱낱이 파악해 들어갔다.

사각, 서걱…….

흑영의 차가운 그림자 침들이 최성준의 가슴팍, 심장 바로 아래에 단단히 또아리를 틀고 있던 요기의 심부를 향해 침투했다.

유리를 송곳으로 긁는 듯한 기분 나쁜 소름 끼치는 음향과 함께, 단단히 동결된 얼음 틈새로 질척하고 시커먼 기생종의 진액이 뿜어져 나왔다. 최성준의 벌어진 입술 사이로 스며 나오던 타르 같은 검은 연기가 흑영의 음기에 가로막혀 흩어졌다.

[주인님, 령핵의 고리를 포착했습니다. 즉시 인장으로 회수하겠습니다.]

뇌리를 찌르는 흑영의 음산한 속삭임과 동시에, 그림자 침들이 요괴의 령핵을 감싸 쥐고 얼음 틈새 밖으로 기어 나왔.

그것은 어른 손가락 한 마디 정도 크기의, 기괴하게 비틀린 타원형의 검붉은 결정체였다. 표면에서 검은 타르 같은 요기가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령핵(靈核)이었다.

민우가 령핵을 손바닥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그리고 영안으로 그 구조를 꿰뚫어 보았다.

일반적인 야생 요괴의 코어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구조였다. 령핵 한가운데에는 인위적으로 깎아 만든 듯한 짐승의 날카로운 눈동자 문양이 미세하게 새겨져 있었고, 그 주위를 십자 모양의 불길한 구속 주법이 얽어매고 있었다.

'이것은 자연 발생한 요괴가 아니다. 누군가가 식인귀의 주술을 모방하여 정교하게 빚어낸 인공적인 요괴의 씨앗이야…….'

민우는 령핵을 겉옷 주머니 안쪽에 깊숙이 밀어 넣었다.

그와 동시에 방송실 철제 문 바깥 복도 쪽에서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둔탁한 진동이 대기를 강타했다. 1층 현관 유리문을 부수고 진입한 정령청 수사 요원들이 이미 계단을 치고 올라와 4층 동편 복도의 폐쇄 구역까지 다다랐다는 증거였다.

"거기 있나, 미등록 계약자! 당장 무기를 버리고 모습을 드러내라!"

복도를 메우는 거친 요원들의 외침과 함께, 번개의 푸른 스파크가 방송실 바닥의 콘크리트 틈새를 타고 찌릿거리며 번져 왔다. 수사대장 강현의 전매특허인 주술 사슬 '천뢰'가 뿜어내는 가공할 마력이었다. 복도 전체의 대기가 타들어 가는 듯한 역한 오존 냄새가 문틈 사이로 밀려들었다.

지금의 민우로서는 강현과 마주쳐 대결을 벌일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했다. 그와의 정면 승부는 곧 확실한 죽음이자 파멸을 의미했다.

'도망쳐야 한다. 흔적을 남기지 않고.'

민우는 왼팔의 인장을 향해 자신의 영혼의 힘을 사정없이 쏟아부었다.

"그림자 도약(影步)."

우웅!

방송실 구석에 길게 드리워진 그늘이 살아 있는 괴물의 입처럼 벌어지더니, 민우의 육신을 어둠 속으로 강하게 잡아끌었다.

"크윽……! 컥!"

그와 동시에 그의 허리뼈와 갈비뼈가 안쪽에서부터 으스러지는 듯한 지독한 압박감이 전신을 덮쳤. 폐부 깊숙한 곳에서 백랑의 날카롭고 건조한 서릿발 한기와, 흑영이 지닌 끈적하고 어두운 음기가 조율되지 않은 채 충돌하며 혈관을 찢어 발겼다.

입안 가득 차오르는 뜨겁고 비린 선혈을 억지로 목구멍 아래로 밀어 넣으며, 민우는 복도 반대편 아래층 공간으로 몸을 던졌다.

소리도, 빛도 없는 그림자의 차원 속으로 그의 신체가 빨려 들어간 지 정확히 1초 뒤. 방송실의 두꺼운 철제 문이 엄청난 폭압의 번개 사슬에 의해 안쪽으로 산산조각이 나며 터져 나갔다. 요기 자욱한 방 안으로 요원들이 진입했으나, 그곳에 남은 것은 서늘하게 동결된 교사 최성준의 몸뚱이뿐이었다.


스우우.

청파고등학교 2층 서편 끝자락에 위치한 생물실 안쪽. 구석진 약품 보관함 뒷벽의 조그만 음지 속에서 민우의 일그러진 형상이 쏟아지듯 바닥으로 떨어졌다.

"턱! 우웁…… 콜록! 콜록!"

민우는 시멘트 바닥을 짚고 주저앉으며 결국 한 움큼의 시커먼 핏덩어리를 바닥에 쏟아내고 말았다.

차가운 타일 바닥으로 떨어진 선혈 위로 푸르스름한 요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다 스러졌다. 머리칼이 송두리째 뽑혀 나가는 듯한 극심한 두통과 함께, 오른손등의 백랑 인장이 연신 파란빛을 내뿜으며 그의 뇌리를 사정없이 때려댔다.

[크하하핫! 참으로 눈물겨운 꼴이구나, 애송이! 내 경고하지 않았더냐. 그릇만 믿고 얄팍한 육신으로 대요괴 둘의 힘을 과용하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짓이라고. 한 번만 더 그림자를 크게 건너려다간 네놈 심장이 먼저 서리 꽃처럼 얼어붙어 바스러질 터다.]

민우는 거칠게 소매 깃을 당겨 입가에 묻은 붉은 흔적을 훔쳤다. 전신이 사시나무 떨듯 떨려 왔고 손가락 끝의 감각이 마비되어 가고 있었다.

"시끄러워, 백랑…… 내 한계는 내가 정해."

[흥, 허세는 여전하군. 네놈 목숨줄이 끊어지는 순간 나 또한 저 어두운 심연에 다시 처박힐 터이니 내 특별히 잔소리를 해두는 게야. 그나저나 밖을 둘러싸고 있는 금빛 돔은 심상치 않은 물건이다. 저 벼락잡이 대장이 제 영력을 결계 석에 직접 동조해 둔 령체 장벽이야. 저 장벽을 직접 두드리는 순간 네 영혼의 파동이 강현에게 실시간으로 전송될 게다.]

민우는 이빨을 악물며 창문 틈새로 운동장을 살폈다.

흑영 역시 그림자 밑바닥에서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불안한 어조로 거들었다.

[주인님, 백랑 님의 경고가 정확합니다. 격리 결계의 표면은 단순한 물리적 장벽이 아닙니다. 공간의 어둠마저 차단하고 있어, 그림자 도약으로 결계 경계선을 넘으려 시도하면 도약 좌표가 어긋나 차원의 틈새에 신체가 고립되거나 결계의 고압 전류에 타 죽게 됩니다.]

"탈출할 우회로가 아예 없다는 뜻인가?"

민우의 푸른 영안이 차갑게 번뜩였다. 그는 주머니 속에서 고동치는 기생종의 령핵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운동장 사거리 모퉁이마다 법륜 모양의 은색 안테나 장치들이 땅에 깊숙이 심겨 있었고, 그 주위를 정령청 요원들이 이중삼중으로 경계하고 있었다.

[우회로라기보단, 틈새를 강제로 만드는 법은 있지.]

백랑이 붉은 안광을 번뜩이며 내면에서 음흉하게 웃었다.

[저 금빛 돔은 결국 동서남북 사방에 매설된 네 개의 '결계 석'이 이루는 조화와 평형으로 지탱된다. 만약 그중 단 하나의 결계 석이라도 순간적인 과부하 상태에 빠뜨려 전체 평형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면…… 약 2초 남짓한 극히 짧은 찰나에 결계 장벽에 미세한 공백이 생길 게야. 그 균열을 타고 결계 밖의 그림자로 뛰어넘으면 된다.]

"과부하를 유도할 만큼 강한 령기 충격이 필요하겠군. 하지만 큰 마력을 노출하면 강현에게 즉시 발각될 거다."

[바로 그렇지. 그러니 네놈이 가진 얕은 잔머리를 굴려야 할 게다.]

민우는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가 조용히 뱉어냈다. 폐가 찢어지는 듯한 통증 속에서도 두뇌는 얼음처럼 차갑게 회전하고 있었다.

그는 서둘러 생물실 문을 조금 열고 밖의 정태를 살폈다. 복도 너머에서 요원들의 급박한 지시와 탐지기의 비프음이 들려왔다.

"2층 동편 구역 수색 완료! 특이 령기 흔적 없음! 령압 센서가 아래층으로 이동한 반응을 보였다! 1층 출입구 경계를 강화해라!"

요원들이 좁혀오는 포위망의 그물이 민우의 발목을 향해 다급히 다가오고 있었다.

민우는 흑영의 어둠 장막을 전신에 지극히 얇은 막처럼 둘러쳤다. 제 령기를 외부 먼지 입자 크기만큼 극소화하여 숨긴 뒤, 어두운 계단 난간 밑그림자와 벽면의 음지를 타고 물처럼 미끄러지듯 1층 뒷동 방면으로 이동했다.


1층 과학실 뒤편 테라스와 외부 화단이 연결된 후미진 뒷마당.

이곳은 가을날의 무성한 잡초와 큰 소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내어 낮에도 어두운 음지가 형성된 구석진 장소였다.

그 흙바닥 중앙에, 은빛으로 매끄럽게 다듬어진 정령청의 법륜 모양 결계 석이 박혀 있었다. 결계 석 주변의 공기는 고압 전류가 흐르듯 찌릿한 금빛 마력 선들로 가득 차 하늘로 솟구치고 있었다.

그 앞을 지키는 것은 삼단봉과 부적 총을 든 두 명의 정령청 경비 요원이었다.

민우는 소나무 아래 무성한 수풀 그림자 속에 완전히 스며들어 숨을 죽였다.

그의 영안 감각망 속으로, 저 위층에서 수색대장 강현이 2층 생물실 바닥의 핏자국을 발견하고 아래쪽을 향해 급히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주파수 대화가 포착되었다.

시간이 없었다. 단 몇십 초 내로 결계를 흔들고 결계 밖으로 신체를 던져야만 했다.

민우는 주머니에서 기생종의 령핵을 꺼내 들었다. 령핵은 그의 손안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심장처럼 불길한 검붉은 박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것을 미끼이자 폭탄으로 쓴다.'

민우는 령핵 본체를 완전히 파괴하지 않은 채, 흑영의 어둠 침을 제어하여 령핵 표면의 껍데기를 아주 얇게 깎아냈다. 깎아낸 요기 파편은 손톱 크기 정도였지만 그 안에는 기생 요괴 특유의 부정적 생기 흡수력이 강하게 응축되어 있었다.

민우는 그 미세한 요기 파편에 오른손등의 낙인을 밀착하고, 백랑의 날카롭고 매서운 절대 영도 빙결 마력을 미량 주입했다.

상극의 힘이 결합하자 손바닥 안의 공기가 급격한 온도 차로 인해 비틀리며 치직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무한히 팽창하려는 요기와, 모든 분자 운동을 멈추려 하는 빙결의 에너지가 결합해 팽팽한 마력의 임계점을 형성한 것이다.

"흑영, 저 결계 석 바로 밑바닥에 박힌 대지의 음지 속으로 이 파편을 던져라."

[명령하신 대로…….]

민우가 마력 구체를 허공에 가볍게 띄우자, 화단의 짙은 그림자가 촉수처럼 솟구쳐 그것을 채어간 뒤 바닥의 그늘 속으로 신속하게 스며들어 사라졌다.

그림자의 경로를 따라 결계 석 바로 밑바닥의 령맥 연결부에 도달한 마력 구체는, 민우의 신호와 동시에 억눌려 있던 에너지를 사방으로 터뜨렸다.

파콰아아아앙!

순간 결계 석 바로 아래의 대지에서 짙은 청색의 빙결 서릿발과 검붉은 요기가 기괴하게 뒤섞인 주술 폭발이 터져 나왔다.

"크억?! 결계 석 하부에서 돌발 령기 폭발이다!"

"적습! 경계 태세…… 아악!"

결계 석을 수호하던 두 요원이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폭발 한기와 파편들에 휘말려 비틀거리며 뒤로 나가떨어졌다.

폭발로 인한 강력한 상극의 간섭 주파수가 결계 석의 은색 본체를 직격하자, 네 모퉁이가 유지하던 마력의 조화가 순간적으로 완전히 붕괴되었다. 돔 모양의 금빛 장벽이 격렬하게 명멸하더니, 민우가 서 있던 화단 울타리 앞 결계 표면에 세로로 길게 찢어진 미세한 틈새가 발생했다.

"지금이다!"

민우는 남은 영력을 쥐어짜며 허공의 균열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림자 도약!"

스우우우!

수풀의 그림자 속으로 스며든 민우의 령체가 갈라진 결계 벽의 틈새를 뚫고, 학교 담장 밖 어두운 뒷골목 주택가의 전신주 그림자를 향해 한 번에 공간을 건넜다.

콰드드득! 콰직!

결계 벽을 통과하는 그 짧은 0.1초의 순간, 결계에 흐르던 금빛 고압 전류의 잔류 에너지가 민우의 어깨와 등줄기를 매섭게 할퀴고 지나갔다. 등 전체의 살점이 타들어 가는 듯한 극심한 화끈거림과 함께 뇌수가 하얗게 마비되는 듯한 고통이 몰려왔다.

쿵!

민우의 육신이 학교 담장 밖 회색 아스팔트 골목길 바닥 위로 힘없이 굴러떨어졌다.

"아악……! 후우, 웁…… 컥!"

그는 흙먼지 가득한 바닥을 손톱으로 문지르며 다시 한번 마른기침과 함께 붉은 핏방울들을 길바닥에 뿌렸다. 교복 셔츠는 군데군데 찢어지고 살갗은 터져 피가 비쳤지만, 소년은 이빨을 악물고 비틀거리는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등 뒤로 보이는 금빛 결계의 균열은 이미 흐트러짐 없이 메워져 있었다. 탈출에 성공한 것이었다. 민우는 어깨를 움켜쥔 채, 어두컴컴한 주택가 골목길 안쪽으로 신속하게 몸을 감추었다.


결계 석 하부에서 폭발 신호가 발생한 지 불과 수 초 뒤.

쿠르릉!

가공할 만한 푸른 번개 더미를 휘감은 회색 롱코트의 사내, 강현이 화단 위로 가볍게 내려앉았다. 그의 손등에서 불꽃을 튀기는 은빛 사슬 '천뢰'가 쉭쉭 소리를 내며 주변의 자욱한 연기를 가차 없이 찢어발겼다.

강현은 은색 결계 석 주변의 처참한 흔적을 조용히 응시했다.

그슬린 흙바닥 위에는 채 녹지 않은 청백색의 단단한 서릿발과, 기생종 특유의 검붉은 요기 찌꺼기가 한데 섞여 이상한 거품을 내며 녹아내리고 있었다.

강현의 미간이 깊게 패였다.

"이 지독하게 서늘하고 오만한 마력 흔적은…… 단순한 기생 요괴의 자폭이 아니군."

그는 얼음 조각 하나를 검지로 쓸어 올려 제 입가에 가져갔다. 손끝이 아릿할 정도의 절대 영도. 고대의 백색 늑대가 부리는 신성하면서도 잔혹한 빙결의 힘이었다.

"학교 내부에 대요괴를 거느린 미등록 계약자가 존재하고 있었군. 그리고 결계 석의 간섭을 유도해 탈출을 감행했다라……."

요원 한 명이 무전기를 쥔 채 다급하게 보고했다.

"대장님! 결계의 일시 균열 발생 부위 바로 너머, 담장 밖 주택가 방향 골목길에서 령격 이동 좌표의 소실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강현은 고개를 들어 밤하늘보다도 어두운 청파동의 골목길 구릉지대를 바라보았다. 그의 손등을 감싸 쥔 사슬이 불길하게 우지끈 소리를 내며 빛났다.

"수색 범위를 청파동 전역으로 넓혀라. 분석반에 이 빙결 흔적과 어둠 도약의 잔류 마력을 즉시 전송하고, 도심 내에 등록되지 않은 이 정도 급의 고위 계약자 리스트를 샅샅이 대조해."

강현의 가라앉은 서늘한 지시가 주술적으로 진동하며 주위 대기를 얼려버렸다.

"내 결계를 찢고 눈앞에서 달아났다라…… 제법 흥미로운 쥐새끼군."

같은 시각, 민우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좁고 어두운 주택가 계단길을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가슴을 찌르는 통증과 등 뒤의 화상 자국이 끊임없이 고통을 호소했지만, 가방 주머니 속에서 차갑게 가라앉은 기생종의 령핵이 그의 손끝에 닿았다.

추적자들의 사냥망은 이제 펼쳐졌을 뿐이었다. 소년은 차가운 가을바람을 뚫고, 더 깊은 어둠의 그림자 속으로 유령처럼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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