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의 요괴 계약자

3화: 청파동의 식인귀
쨍그랑!
날카로운 마찰음과 함께 옥탑방의 유리창이 통째로 산산조각 나며 흩어졌다. 깨진 유리 파편들이 비명 같은 소리를 내며 방바닥 위로 쏟아져 내렸다. 그 뒤를 이어 밤새 내리던 차가운 빗줄기와 밤안개가 깨진 창틀 사이로 거침없이 들이쳤다.
"으윽……!"
민우는 본능적으로 침대 밑 바닥으로 몸을 날려 굴렀다.
바닥에 부딪치는 순간, 낮에 백랑의 날카로운 발톱에 찢겼던 옆구리의 부상이 다시 벌어지는 감각이 선명하게 전해졌다. 불로 지지는 듯한 뜨거운 통증이 옆구리를 타고 척추를 꿰뚫었다. 티셔츠 위로 붉고 뜨거운 피가 빠르게 배어 나왔지만, 지금은 그 통증에 비명을 지를 여유조차 없었다.
방 안으로 스며든 존재는 결코 평범한 짐승이나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지를 기이한 각도로 꺾은 채 거미처럼 벽을 타고 기어오른 생명체. 녀석의 얼굴에는 눈이 있어야 할 위치 대신, 수십 개의 검붉은 눈알이 불규칙하게 박힌 채 제각각 꿈틀거리고 있었다. 녀석의 벌어진 아가리에서 점액질의 침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침이 닿은 바닥 장판지가 치익 소리를 내며 녹아내렸다. 피와 썩은 고기가 한데 뒤섞인 듯한 지독한 악취가 비좁은 옥탑방 안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그것은 식인귀였다. 백랑의 고대 봉인이 파괴되며 뿜어져 나온 거대한 마력의 냄새를 맡고 찾아온, 도심의 어둠 속에 기생하는 굶주린 귀물.
[흐흐흐, 하찮은 필멸자 놈. 계약을 맺은 첫날 밤부터 시체 골짜기의 거름이 되겠구나. 저런 하급 귀물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목가죽이 찢겨 나가다니, 대요괴의 주인이랍시고 설친 놈치고는 참으로 허망한 최후로다.]
민우의 그림자 속에 고여 있는 짙은 어둠 속에서 백랑의 비웃음 가득한 목소리가 뇌리를 직접 때렸다. 백랑은 계약의 지배력 때문에 민우를 직접 공격할 수는 없었지만, 민우가 다른 요괴에게 물어뜯겨 소멸하는 것까지 막아줄 의무는 없었다. 오히려 민우가 죽으면 계약 자체가 파기되거나 자신도 임시 봉인 상태로 돌아갈 뿐이기에, 민우의 죽음을 은근히 방관하며 비웃고 있는 것이었다.
"닥쳐, 백랑."
민우가 이를 악물며 천장에 달라붙은 식인귀를 쏘아보았다.
영안(靈眼)을 부릅뜨자, 평범한 시야 뒤에 가려져 있던 이면의 세계가 펼쳐졌다. 식인귀의 기형적인 신체 내부를 흐르는 탁하고 붉은 영력의 궤적이 마치 핏줄처럼 훤히 들여다보였다. 녀석은 민우를 단숨에 덮쳐 뼈째 씹어 먹기 위해 뒷다리 관절에 영력을 쏟아붓고 있었다.
이 좁고 사방이 막힌 방안에서 녀석과 정면으로 맞붙는 것은 자살 행위였다. 옆구리의 통증으로 기동력도 제한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싸우다간, 건물이 붕괴해 잔해에 깔리거나 사지가 찢길 게 뻔했다.
"한기를 내뿜어 녀석을 둔하게 만들어. 명령이다."
민우가 오른손을 내뻗으며 차갑게 중얼거렸다. 손등에 새겨진 황금빛 계약의 인이 핏빛처럼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흥, 내가 왜 네놈의 부하 녀석처럼 움직여야 하지? 죽으려거든 고이 죽어 나에게 자유를 돌려다오.]
"내가 죽으면 너 또한 저 어둡고 차가운 지하실 불상 밑으로 강제 환원된다는 걸 벌써 잊었나 보군!"
민우는 온 영혼의 그릇을 강하게 움켜쥐며 계약의 지배력을 한계까지 발동시켰다.
지이이이잉!
순간 민우와 백랑의 영혼이 쇠사슬로 강하게 얽히며, 불덩이를 삼킨 것 같은 극심한 고통이 두 존재를 동시에 덮쳤. 영혼의 가장 깊은 곳이 찢겨 나가는 듯한 고통에 민우는 핏물이 울컥 섞인 마른침을 뱉어냈지만, 이를 악물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소년의 서늘한 안광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배의 의지가 백랑의 오만한 저항을 기어코 눌러버렸다.
[크으윽……! 이 지독한 애송이가!]
백랑의 신음과 함께, 민우의 그림자에서 폭풍 같은 은빛 안개가 사방으로 폭발하듯 뿜어졌다.
콰과과광!
순식간에 옥탑방의 벽면과 천장이 하얗게 서리로 덮이며 얼어붙기 시작했다. 깨진 유리창을 통해 들이치던 빗방울마저도 공중에서 은빛 눈꽃으로 변해 흩날릴 정도의 잔인한 저온이었다.
천장에 매달려 도약하려던 식인귀가 갑작스러운 극한의 추위에 몸을 크게 떨었다. 녀석의 거미 같은 다리 관절들이 하얀 성에로 뒤덮이며 움직임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지금이다."
민우는 옆구리의 고통을 억누르며 바닥을 박차고 깨진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다.
남은 유리 조각이 교복 바지를 찢고 살을 긁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옥탑방 앞의 비좁은 슬레이트 지붕 난간에 착지한 민우는 비틀거리면서도 낡은 철제 계단을 밟고 골목길 아래로 굴러떨어지듯 내려갔.
키에에에엑!
천장을 덮은 얼음을 기어이 찢어발긴 식인귀가 분노에 찬 괴성을 지르며 깨진 창틀을 부수고 튀어나왔다. 녀석은 허공에서 맞은편 빌라의 붉은 벽돌 외벽을 짚더니, 민우의 뒤를 쫓아 무서운 기세로 수직 하강하기 시작했다.
쉬이이익—!
청파동의 밤은 낮게 깔린 안개와 부슬부슬 내리는 빗줄기로 자욱했다. 낡은 나트륨 가로등마저 깜빡거려 그림자가 기괴하게 늘어지는 좁은 골목길은 숨이 막힐 듯 음산했다.
민우는 빗물이 고인 아스팔트를 필사적으로 달리며 이따금 뒤를 확인했다.
식인귀는 질겼다. 백랑의 한기 탓에 관절이 일부 얼어붙어 속도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양옆의 담벽과 전신주를 거침없이 교차 도약하며 민우와의 거리를 좁혀왔다. 수십 개의 붉은 눈알이 어둠 속에서 궤적을 그리며 쫓아오는 모습은 그 자체로 거대한 악몽이었다.
'골목이 좁아 피하기 까다롭다. 확실한 일격이 아니면 오히려 내가 지쳐서 죽는다.'
민우는 턱 끝까지 차오르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달릴 때마다 상처 부위에서 피가 뿜어져 나와 옆구리를 붉게 물들였다. 시야가 흐려지고 머리가 팽이처럼 돌았지만, 영안의 초점은 그 어느 때보다 명징했다.
영안의 시야 속에서, 식인귀의 도약 순간이 느린 화면처럼 분해되어 나타났다.
녀석은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날아오르기 직전, 몸을 지탱한 벽면에 붉은색 마기를 강하게 수렴시켰다. 디딤발에 모든 영력을 집중하는 약 0.2초의 아주 미세한 일시 정지 순간.
그리고 녀석의 흉부 중앙, 뼈로 이루어진 흉갑 안쪽에서 붉게 맥동하는 영석 핵(核)의 위치가 선명하게 보였다.
[호오, 제법이구나. 그 미천한 인간의 눈으로 저 귀물의 도약 타이밍과 심장의 위치를 꿰뚫어 보다니. 하지만 알아봤자 무엇 하느냐? 네놈의 육신은 이미 한계에 달했다. 저 날카로운 발톱이 네 심장을 후벼 파는 게 더 빠를 거다.]
그림자 속에서 들려오는 백랑의 목소리는 여전히 비웃음조였으나, 한편으로는 소년이 보여주는 기묘한 침착함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아니라 저 괴물이 죽는 거야."
민우는 마침내 골목길의 막다른 곳에 도달했다. 재개발 구역을 임시로 막아둔 낡은 철망 펜스 앞이었다. 뒤는 막혔고, 앞에서는 식인귀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녀석을 확실하게 가두어 처단할 수 있는 최적의 사냥터였다.
스스스스!
식인귀는 민우가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음을 직감하자 기괴할 정도로 찢어진 입을 벌리며 낮게 웃었다. 녀석은 양쪽 벽면에 네 발을 고정한 채, 민우의 목덜미를 노리고 공중으로 날아오를 자세를 취했다. 녀석의 디딤발이 닿은 벽면에 붉은 기운이 팽팽하게 응축되었다.
도약하기 직전, 바로 그 찰나였다.
"백랑, 전방 10미터 반경의 지형을 동결시켜라. 착지할 벽과 녀석이 밟고 있는 바닥까지 전부!"
민우가 소리치며 손등의 주박을 녀석을 향해 들어 올렸다.
[이 미친놈이, 이만한 영력을 한 번에 발출하면 계약선이 타버려 네놈 영혼도 파탄이 날—!]
"명령이다. 얼려버려!"
지이이이잉!
민우의 손등에서 눈이 멀 듯한 황금빛과 붉은 빛이 교차하며 폭발했다.
동시에 민우의 입에서 붉은 선혈이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가슴 전체를 으스러뜨리는 듯한 강렬한 과부하가 걸렸지만, 민우는 정신을 잃지 않고 식인귀를 응시했다. 계약자의 의지에 강제 굴복당한 백랑의 무시무시한 힘이 그의 그림자에서 은빛 강물이 되어 터져 나왔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골목바닥에 고여 있던 빗물과 담벼락의 벽돌들이 순식간에 수십 센티미터 두께의 빙벽으로 화했다. 대기 중의 수분마저 날카로운 얼음 가시로 굳어지며 은빛의 감옥을 형성했다.
도약하려던 식인귀는 미처 벽을 차고 나가지 못했다. 디디고 있던 네 발이 벽면에 서린 강력한 얼음 속에 통째로 매몰되어 버린 것이다.
키아아아아악!
갑작스러운 동결에 녀석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어떻게든 도망치기 위해 거미 같은 몸을 마구 뒤틀었으나, 대요괴의 한기가 뿜어낸 빙결은 하급 요괴의 완력으로 깰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얼음은 순식간에 녀석의 허벅지와 몸통까지 타고 기어올라 완전히 고정시켰다.
민우는 그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았다.
그는 펜스 아래 쓰레기 더미 속에 버려져 있던 날카롭게 부러진 공사장 쇠파이프를 손에 꽉 쥐었다.
"백랑, 쇠파이프의 끝부분에 네 서리를 융합해."
[……주인이라는 놈이 나를 가장 잔인하게 부려 먹는구나.]
백랑이 억지춘향으로 중얼거렸지만, 녀석도 살기 위해 순순히 얼음의 마력을 보탰다. 쇠파이프 끝부분으로 푸르스름한 안개가 일더니, 이내 단단하기가 다이아몬드에 비견되는 날카로운 은빛 빙한의 날이 입혀졌다.
민우는 흐릿해지는 정신을 이를 악물어 붙잡으며, 동결되어 버둥거리는 식인귀를 향해 돌진했다.
쉬익!
식인귀가 최후의 발악으로 굳지 않은 앞발을 휘둘러 민우의 목을 벼려내려 했다. 바람을 가르는 칼날 같은 발톱이 민우의 뺨을 종이 한 장 차이로 스치며 붉은 자국을 냈고 핏물이 흘렀다. 하지만 민우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그의 영안이 가리키는 유일한 종착점, 붉게 빛나는 가슴 중앙의 영석 핵을 향해 쇠파이프를 힘껏 찔러 넣었다.
푸저적!
기괴하고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얼음이 깃든 쇠파이프 끝이 식인귀의 두꺼운 흉갑을 관통하고 심장처럼 고동치던 영석 핵에 명중했다.
콰드득, 쨍강!
단단한 광석이 조각조각 부서지는 유쾌한 소리가 조용한 청파동 골목길에 퍼졌다.
키아아아아아악—!
식인귀의 얼굴에 박혀 있던 수십 개의 붉은 눈들이 동시에 크게 흔들리며 번쩍이더니, 이내 검게 가라앉았다. 녀석의 거대한 육체 전체가 상처 부위에서부터 시작된 차가운 빙결에 휩싸이더니, 순식간에 시커먼 먼지와 안개가 되어 바람 속에 허무하게 바스러져 내렸다.
괴물의 모든 흔적이 허공으로 날아가며, 골목길에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바닥에는 괴물이 사라진 잿더미 한가운데, 맑은 붉은빛을 띠는 작은 결정체 하나만이 맑은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툭.
민우는 힘없이 쇠파이프를 떨어뜨리며 빗물이 고인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하아…… 쿨럭, 하아……."
온몸의 뼈마디가 통째로 으스러진 듯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옆구리의 찢어진 상처에서는 빗물에 희석된 피가 계속 흘러내렸고, 무리하게 백랑의 힘을 방출시킨 탓에 머릿속은 마치 바늘 수천 개로 찌르는 것 같은 두통이 엄습했다.
민우는 떨리는 손을 뻗어 바닥에 떨어진 붉은 결정체—귀석(鬼石)을 집어 들었다.
그가 귀석을 움켜잡는 순간, 오른손등에 새겨진 황금빛 계약인이 스스로 공명하듯 은은하게 빛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스으으으…….
귀석 안에 응축되어 있던 순수하고 맑은 기운이 붉은 안개의 실 가닥으로 변하더니, 민우의 피부를 투과해 혈관 속으로 흘러들었다.
"……!"
얼음물처럼 차가우면서도 머리를 맑게 해주는 독특한 기운이 전신을 타고 퍼지자, 고통스럽던 두통이 썰물처럼 씻겨 나갔다. 벌어졌던 옆구리 상처의 열감이 가라앉으며 피가 멎었고, 텅 비어 있던 그의 영혼 그릇에 새로운 에너지가 가득 차오르는 감각이 느껴졌다. 영안의 시야는 방금 전보다 더 선명해져, 먼 곳의 미세한 마력의 흔적까지 시각적으로 포착할 수 있게 되었다.
[호오? 하급 귀석의 탁기를 그대로 삼키고도 영혼이 오염되지 않다니. 네놈의 영혼 그릇은 신화 속에나 나오던 태초의 정화 필터라도 되는 것이냐? 덕분에 나조차도 마력이 일부 흘러 들어와 기운이 조금 돌기 시작하는군.]
그림자 깊은 곳에서 백랑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전의 무시와 조롱 대신, 이제는 녀석의 음성에 숨길 수 없는 놀라움과 기묘한 기대감이 배어 있었다.
[이건 요괴들의 영혼이 사멸한 뒤 남기는 에너지의 결정이다. 내 신격을 복구하는 데 있어 가뭄의 단비 같겠구나.]
민우는 손등의 주박을 내려다보았다. 백랑의 말대로, 귀석의 에너지를 흡수하자 백랑과의 연결선이 한층 더 유연해지고 자신을 향한 백랑의 반발력도 다소 부드러워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약속했잖아. 널 원래대로 돌려놓겠다고. 난 내 약속은 지켜."
민우가 차갑게 미소를 지으며 무릎을 털고 일어섰다. 다리에 아직 힘이 온전히 들어가지 않아 비틀거렸지만, 뼈를 찌르던 피로는 완연히 가셔 있었다.
[흥, 여전히 입만 산 애송이로다. 하지만 강민우, 좋아하기엔 아직 이르다.]
백랑의 붉은 안광이 어둠 속에서 경고하듯 조용히 번뜩였다.
[방금 네가 내 힘을 강제로 끄집어내어 이 일대의 공간을 얼려버렸지. 그 반동으로 청파동의 빈약한 영적 장막은 사방이 찢겨 나갔을 터다. 피 냄새를 맡고 몰려오는 굶주린 귀물들은 물론이고…… 이 도심의 질서를 관리한다는 사냥개 놈들도 곧 움직이기 시작하겠지.]
"사냥개들?"
[이면 세계를 통제하고 요괴들을 사냥하는 인간들의 조직을 뜻한다. 그들이 이 강렬한 백색 한기의 흔적을 놓칠 리 없지. 이 냄새나는 청파동 옥탑방에서 계속 뭉개고 앉아 있을 생각이라면, 다음번엔 흔적도 없이 사로잡혀 실험체 노릇을 하게 될 거다.]
민우는 안개에 젖은 청파동 골목길 너머, 높이 솟은 도심의 빌딩 숲을 올려다보았다.
백랑의 지적은 정확했다. 평범한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민우의 영안에는 이미 서울 하늘을 가 덮고 있던 얇은 마력의 장막에 미세한 구멍들이 생기고, 그 틈으로 이질적인 기운들이 어지럽게 뒤엉켜 들고 있는 것이 똑똑히 보였다.
더 이상 이곳 청파동의 작은 옥탑방은 평온한 일상의 대피소가 되어주지 못할 것이었다.
'더 강해져야 한다. 그리고 더 큰 귀석들을 사냥해 이 힘을 완전하게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해.'
민우는 뺨에 맺힌 빗물을 거칠게 훔쳐내며 주먹을 꽉 쥐었다.
빗방울이 가늘어지는 청파동의 음산한 밤하늘 아래, 소년의 두 눈은 백색의 한기보다 더 냉혹하고 형형하게 타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