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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의 요괴 계약자16화

백야의 요괴 계약자

백야의 요괴 계약자

16화: 야간 사냥

밤 11시의 청파고등학교는 낮의 소란스러움을 모두 잃어버린 채, 차가운 침묵 속에 깊숙이 가라앉아 있었다.

구름에 완전히 가려진 달빛은 깨진 유리 파편처럼 교사동의 어두운 창문틀 마다 위태롭게 걸려 있었고, 텅 빈 운동장을 쓸어가는 바람만이 마른 모래 먼지를 허공에 날리며 쓸쓸한 마찰음을 냈다. 칠흑 같은 어둠이 드리운 교정은 낮의 배움터가 아니라 마치 버려진 고대의 무덤처럼 기괴한 압박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민우는 그림자처럼 소리 없이 열린 미술실 창틀을 조용히 짚고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실내에는 석고상들의 하얀 실루엣이 마치 어둠 속에 늘어선 묘비처럼 차갑게 배치되어 있었다. 미세한 유화 물감의 기름 냄새와 오래된 흙먼지 냄새가 섞인 공기 속에서, 옅은 자줏빛 연기가 아지랑이처럼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시간 딱 맞춰 왔네."

커다란 석고 아그리파 상 뒤편의 어둠 속에서 은하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발치에서는 사자의 갈기와 해태의 꼬리를 섞은 듯한 형상의 요괴 '맥'이 자줏빛 안개를 가늘게 뿜어내며 붉은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은하린은 몸에 밀착되는 검은색 가죽 재킷에 스키니 팬츠 차림으로, 언제든 전장을 향해 도약할 수 있는 만반의 채비를 끝낸 상태였다.

"밖의 상황은 어떤가?"

민우가 머리에 눌러쓰고 있던 검은 후드 모자를 벗으며 차갑게 물었다.

"강현 대장이 이끄는 정령청 특수 수사대가 청파고등학교 반경 500미터 지점에서 실시간 순찰 포스트를 유지하고 있어. 골목길 주택가 정밀 수색은 일단락되었지만, 교문 주변과 외곽 도로망은 여전히 그들의 엄격한 레이더망 안에 묶여 있지. 우리가 여기서 조금이라도 기척을 흘리거나 소란을 피우면, 5분도 안 돼서 영격을 장비한 정예 요원들이 들이닥칠 거야."

은하린이 품에서 스마트폰 크기의 검은색 전술 단말기를 꺼내 가볍게 스와이프하자, 청파고등학교 본관과 구관 건물의 3D 입체 투영도가 푸른 광선으로 허공에 그려졌다.

"우리의 타깃은 구관 지하 보일러실에 머물고 있어. 낮에는 평범한 야간 경비원으로 위장해서 학교를 순찰하는 자지. 하지만 그 실체는 신성그룹의 생체 주술 부서로부터 개조 수술을 받은 주술 시술자이자 요괴 숙주야. 신성그룹 놈들이 이 학교 내부 영맥 결절점에 기생종 령핵을 심기 위해 매수한 내부 조력자지."

"무력 수준은 어느 정도지?"

"스스로의 뼈와 근육 속에 기생종 요괴의 포자를 이식했어. 외형은 인간의 가죽을 쓰고 있지만, 영맥의 본질은 이미 곤충형 요괴에 가까워. 오감이 끔찍할 정도로 발달해 있어서 보일러실 주변의 미세한 진동이나 공기의 령압 변화만으로도 침입자를 잡아내지. 그리고 무엇보다…… 놈의 몸속에는 정령청 내부의 배신자가 넘겨준 '정식 요원 령격 인장'이 새겨진 금속 문패가 박혀 있어."

민우의 눈동자가 깊은 영안의 푸른빛으로 물들며 가늘게 좁혀졌다.

"그 인장을 빼앗아 흑영이 그 기척을 완전히 복제해 내면, 정령청 본부 1급 수장고의 령격 동조 결계를 내 패스포트처럼 속여 통과할 수 있다는 거군."

"맞아. 그리고 인장을 손에 넣는 순간, 보일러실 지하에 안착해 있는 기생종 령핵의 제어 흐름을 강제로 역류시켜 폭주시킬 거야. 대략 30분 정도 시차를 두고 학교 전역에 령핵이 터뜨리는 마력 폭풍이 휘몰아치겠지. 그렇게 되면 강현과 주변의 정령청 대원들은 발칵 뒤집혀서 학교로 몰려들 수밖에 없어."

은하린이 단말기의 홀로그램을 끄며 입술을 차갑게 끌어올렸다.

"본부의 감시가 가장 얄팍해지고 경비 인력이 이쪽으로 차출되는 그 틈을 타서, 우리는 본부 지하 3층의 수장고를 터는 거야."

"그럴싸한 계획이군."

민우가 나직하게 읊조리며 주먹을 쥐었다 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영맥의 뻐근한 감각이 맥의 보랏빛 마력으로 억눌려 있었으나, 여전히 시한 폭탄처럼 째깍거리며 심장을 죄어오고 있었다. 살기 위해선 오늘 밤 반드시 이 사냥을 성공시키고 수장고의 주법을 훔쳐야만 했다.

[크하하! 쥐새끼처럼 숨어서 목줄을 따야 하는 사냥이라니! 내 성정에는 맞지 않으나 꽤나 짜릿하겠구나, 애송이여! 내 한기로 놈의 온몸을 뼈째로 얼려 버리면 비명 한 자락 지르지 못하고 바스러질 터인데 어떠냐?]

의식 깊은 곳의 어둠 속에서 백랑이 붉은 늑대의 이빨을 드러내며 거칠게 으르렁거렸다.

"날뛰지 마라, 백랑. 네 얼음이 깨지는 소리와 령압의 한기는 정령청 탐지기에 가장 먼저 걸리는 소음이다. 이번 전투의 주도권은 흑영이 쥔다."

[주인님, 어둠의 장막을 이미 준비해 두었습니다. 저의 그림자가 소리와 광선, 그리고 대상의 영적인 진동까지 전부 삼켜 한 줌의 흔적도 남기지 않겠습니다.]

민우의 발아래 그림자 늪 속에서 흑영이 충직하고 음산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출발하지."

민우는 주저 없이 미술실 문을 열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복도의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청파고등학교 구관으로 향하는 연결 통로는 신관의 콘크리트 복도와 달리 목조 바닥과 낡은 마감재로 덮여 있어 음산한 기운을 두 배로 풍겼다.

바닥을 디딜 때마다 삐걱거리는 마찰음이 일어날 법도 했지만, 민우의 발끝에서 잔물결처럼 번져나간 흑영의 검은 음기가 구두 굽과 바닥 사이에 얇은 충격 흡수 패드처럼 밀착되어 소리를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었다.

지하 보일러실로 내려가는 무거운 철문 앞에 당도하자, 민우는 걸음을 멈추고 벽 뒤에 몸을 숨긴 채 푸른 영안을 전방으로 개방했다.

스우우우-.

시야의 색상들이 차갑게 반전되며 영적인 마력의 흐름이 입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철문 틈새와 환기구 너머에서 뿜어져 나온 수십, 수백 가닥의 미세한 붉은 실들이 마치 거미줄처럼 지하실 계단 전체와 복도 천장에 촘촘하게 얽혀 있었다. 실 끝부분에서는 살아있는 벌레처럼 마력이 파르르 떨리며 외부의 자극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령사(靈絲)로군."

민우가 입모양으로 조용히 속삭였다.

"그래. 기생 요괴가 자아내는 초감각 탐지용 영사의 덫이야. 령격이나 물리적 접촉이 단 1밀리미터라도 저 실에 닿는 순간, 지하에 있는 경비원의 뇌로 즉시 침입 경보가 전송돼."

은하린이 경고하며 자신의 손가락 끝에 자줏빛 안개를 가늘게 뭉쳤다. 맥의 주술로 실을 마비시키려는 심산이었으나, 민우는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가볍게 잡으며 제지했다.

"네 주술의 마력 파동은 일정 주파수를 지녀서 강현의 탐침기에 흔적을 남길 우려가 있어. 내 요괴들의 힘으로 처리하겠다. 백랑, 흑영."

[흥, 잔재주를 부리라는 말이군.]

[명을 받듭니다, 주인님.]

민우가 오른손을 공중에 뻗자, 손가락 마디마디에서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극 미세한 서릿발의 기운이 안개처럼 흘러나왔다. 백랑의 절대 영도의 한기가 전방에 얽혀 있던 붉은 실의 결절점들을 차례로 타격했다. 마력의 실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하얗게 얼어붙으며 정보 전달을 담당하는 맥상의 신경계를 순식간에 차단당했다.

그와 동시에 민우의 등 뒤에서 소리 없이 촉수처럼 뻗어 나간 흑영의 그림자 올가미들이 얼어붙은 실들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얼어붙은 실들이 깨지거나 미세한 진동을 일으켜 소리를 내지 않도록 그림자의 어둠으로 완전히 봉인해 버린 것이다.

한기의 순간 동결과 어둠의 흡수 공조.

이질적인 두 요괴의 속성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가지고 놀듯 극한의 제어력을 발휘하는 민우의 모습을 지켜보며, 은하린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어제 강현 대장의 이중 필터 검문을 돌파할 때 썼던 위상 반전의 한계를 넘더니…… 영맥의 운용 능력이 하루 만에 괴물처럼 진화했어.'

민우는 그녀의 놀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얼어붙은 철문의 손잡이를 지그시 잡아 돌렸다.

철컥.

금속음조차 흑영의 그림자 속에 집어삼켜진 채, 지옥의 아가리처럼 어두운 지하 보일러실의 문이 마침내 활짝 열렸다.


지하 보일러실 내부의 공기는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뜨겁고 비릿한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사방에 늘어선 거대한 녹슨 배관들과 보일러 탱크들 표면에는 곰팡이 대신 검붉은 점액질이 굳어 달라붙어 있었고, 보일러실 중앙 벽면에는 징그럽게 맥동하는 커다란 고기 덩어리—기생종 령핵이 달라붙어 조용히 고동치고 있었다.

그 령핵 바로 앞에, 희뿌연 작업복을 걸치고 등을 구부린 사내가 서 있었다.

사내의 척추는 인간의 골격 구조를 벗어나 기괴한 혹처럼 부풀어 올라 있었고, 그의 오른팔은 이미 껍질이 단단한 전갈이나 곤충의 집게다리처럼 날카롭게 변형되어 있었다. 사내는 자신의 왼손 손목을 칼로 그어 흘러내리는 거무죽죽한 혈액을 령핵의 포자 구멍에 한 방울씩 떨어뜨리고 있었다.

"크흐흐…… 마침내 령핵이 무르익는다. 신성그룹의 대인들께서 약속하신 힘이…… 머지않아 정령청의 오만한 사냥개 놈들도 내 발밑에서 기어 다니게 될 것이다……."

사내의 갈라진 목구멍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이미 인간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쇠를 긁는 듯한 기괴한 쇳소리가 공명했다.

민우는 흑영이 전개한 그림자 은신 장막 속에서 한 걸음씩 사내의 등 뒤로 다가갔다. 영안의 시선으로 사내의 신체를 투시하자, 흉골 뼈 가장 깊숙한 곳, 심장을 직접 관통하는 형태로 황동빛 요원 인장이 강제로 박혀 있는 것이 선명하게 관찰되었다.

"인장이 심장 중앙에 완전히 접합되어 있군."

민우가 차가운 음성으로 속삭였다.

"생포해서 뜯어내는 건 불가능하겠네. 일격에 심장을 얼려 죽여야만 인장의 령격 코어가 파괴되거나 정령청의 긴급 신호가 발송되는 걸 막을 수 있어."

은하린이 품에서 검은 소음기가 장착된 특수 주술 권총을 겨누며 나직하게 응답했다.

그 순간, 녹슨 파이프 이음새에서 뜨거운 온수 한 방울이 투둑, 하고 시멘트 바닥 위로 낙하했다.

극도로 예민해져 있던 사내의 곤충 같은 안테나 귀가 흠칫 떨렸다. 그는 인간의 목뼈로는 불가능한 각도인 180도로 고개를 완전히 뒤로 꺾어 민우가 서 있는 어둠 장막을 일직선으로 째려보았다. 황색으로 물든 그의 눈동자가 잔혹한 탐욕으로 번뜩였다.

"어떤 쥐새끼가 신성한 제단을 침범했느냐……!"

사내가 비정상적으로 거대화된 벌레 집게다리를 휘두르며 민우를 향해 탄환처럼 도약했다. 날카로운 발톱이 공기를 찢어발기는 파열음이 지하실을 울렸다.

"흑영, 묶어라!"

민우의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바닥의 음영 지대 전체에서 수십 개의 검은 그림자 사슬과 촉수들이 분수처럼 솟구쳐 올라 공중에 뜬 사내의 사지와 날카로운 관절들을 단숨에 낚아챘다.

퍼어억!

"그으으으윽……!"

허공에서 단단히 결박당한 사내가 기괴한 비명을 내지르려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그가 입을 벌리기도 전에, 흑영의 진흙 같은 음기가 그의 얼굴과 목구멍 전체를 단단히 감싸 쥐었다. 비명은 단지 목구멍 깊은 곳에서 꺽꺽거리는 쇳소리로 변해 사그라들었다.

서서석!

사내의 등 가죽이 찢어지며 날카로운 독가시가 돋아난 보조 다리들이 새로 튀어나와 흑영의 그림자 밧줄을 찢어내기 시작했다. 주술 개조를 거친 기생종의 비정상적인 완력이 그림자 장막의 인장들을 조금씩 파괴하기 시작한 것이다.

민우의 등 뒤에 있는 영맥 결절점이 두 요괴의 상반된 마력 흐름으로 인해 욱신거리며 타는 듯한 작열통을 보냈다. 맥의 제어력이 흔들리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민우는 이를 악물고 하단전의 영 그릇을 더 넓게 열었다.

[애송이! 몸뚱이가 찢어지기 싫다면 내 힘을 조금 더 빌려 가라!]

백랑의 푸른 마력이 민우의 영맥을 타고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쩍! 쩍! 쩍! 쩍!

보일러실의 바닥과 사내의 사지를 묶고 있던 그림자 사슬 위로 푸른빛의 결정들이 눈사태처럼 번져나갔다. 단 1초 만에 보일러실 전체가 은백색의 얼음 지대로 돌변했고, 사내의 보조 다리들과 근육 조직들은 얼어붙은 조각상처럼 완벽하게 빙결되어 고정되었다.

"……!"

사내의 황색 눈동자에 비로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 짧고 결정적인 틈을 타, 은하린의 요괴 맥이 뿜어낸 짙은 자줏빛 안개가 사내의 머리를 완전히 감쌌다. 사내의 잔여 신경계가 환각의 수렁에 빠져 마지막 발악마저 멈추고 축 늘어졌다.

민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내에게 쇄도했다.

그의 오른손 끝에 절대 영도의 서리가 초 압축되며 극도로 예리한 얼음 빙결 쐐기가 형상화되었다. 민우는 얼음 쐐기를 거머쥐고, 사내의 가슴 한가운데에 박힌 황동빛 인장을 향해 깊숙이 쐐기를 내리꽂았다.

푸학!

얼음 송곳은 사내의 질긴 갑각과 흉골을 일직선으로 관통하여 심장 속의 인장을 정확히 타격했다.

"……!!!"

사내의 눈동자가 하얗게 뒤집혔다. 상처를 통해 뿜어져 나온 백랑의 극한의 한기가 사내의 체내에 흐르는 요괴의 피와 기생 포자들을 단숨에 세포 수준에서 동결시켜 버렸다. 피 한 방울 튀지 않는, 그야말로 정교하고 냉혹한 처단이었다.

파스스스-.

완전히 결빙된 사내의 육체는 서릿가루가 되어 힘없이 바닥으로 바스러져 내렸다. 그리고 그 잔해의 중심에서, 서리가 얇게 내려앉은 황동빛의 묵직한 직사각형 금속 인장이 툭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민우는 허리를 굽혀 인장을 집어 들었다.

손바닥을 타고 전해지는 묵직한 중압감과 정령청 특유의 차갑고 정제된 법륜 마력 주파수가 생생하게 전해졌다.

"확실하게 입수했군."

"훌륭해. 역시 내 안목이 틀리지 않았어."

은하린이 감탄사를 흘리며 바닥에 달라붙어 고동치던 기생종 령핵의 모체 앞으로 다가갔다.

"흑영, 지금 즉시 이 인장의 주파수를 스캔해 복제해라."

[주인님의…… 명대로 수행하겠습니다…….]

민우의 등 뒤에서 흘러나온 검은 그림자가 황동빛 인장을 빈틈없이 휘감았다. 그림자의 음기가 인장 표면에 음각된 고유 부적 문양과 영혼의 맥동 주파수를 스캔하여 그대로 그림자의 가죽 위에 모사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흑영이 두른 검은 장막 위로 은은한 금빛 마력 파동이 아지랑이처럼 덧씌워졌다. 겉보기에는 완벽한 정령청 정식 요원의 령압이었다.

"준비는 끝났어. 이제 이 장막을 두르면 수장고 결계도 우릴 침입자로 인식하지 않을 거야."

민우가 인장을 주머니 깊숙이 넣으며 차갑게 말했다.

"그럼 미끼를 던질 시간이네."

은하린은 품에서 특수 가공된 은색 기폭 침들을 꺼내 고동치고 있는 붉은 령핵의 숨구멍마다 사정없이 틀어박았다. 그리고 령핵과 연결되어 있던 구관 지하의 영맥 흐름을 역류시키는 주법을 전개했다.

꾸우우우웅-.

령핵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며 검붉은 독기와 광기 어린 마력을 사방으로 분출하기 시작했다. 기분 나쁜 고주파 진동이 지하 보일러실의 천장과 벽을 타고 청파고등학교 건물 전체로 퍼져 나갔다.

"정확히 30분 뒤에 이 일대의 모든 영맥 결절점이 역류하면서 인공 요괴들이 폭주할 거야. 강현 대장과 정령청의 시선은 완전히 이 학교에 묶이게 되겠지."

은하린이 권총을 집어넣으며 문을 향해 돌아섰다.

"가자, 민우. 30분의 골든타임 동안 수장고를 털어야 해."

민우는 어둠이 짙게 가라앉은 지하 계단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등 뒤에서 정식 요원의 령격을 복제한 흑영이 어둠의 길을 조용히 열어젖혔다. 사냥은 끝났고, 이제 목숨을 건 침투 작전의 막이 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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