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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몹에서 마왕까지: 던전 마스터7화

슬라임에서 마왕까지: 던전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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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시체를 끄는 고블린

쿵.

짧게 한 번.

조금 길게 한 번.

철각 깊은 곳에서 돌아온 울림은 내가 만든 소리를 따라 한 것처럼 들렸다. 우연이라고 넘기기에는 간격이 너무 닮아 있었다. 바닥을 기던 작은 것들이 한꺼번에 멈춘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나는 금속 고리를 다시 세게 울리지 않았다.

천장 틈의 박쥐형 포식자가 아직 멀리 가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소리는 먹이를 부르고 도망칠 길도 막는다. 인간이었을 때라면 머리로 배웠을 생각을 지금은 몸이 먼저 알고 있었다. 이곳에서 진동은 빛보다 빨랐다.

나는 몸 가장자리에 붙인 가죽 섬유를 조금 떼어 고리 안쪽에 감았다. 점액을 얇게 펴서 쿠션처럼 만들자 금속의 울림이 둔해졌다.

통.

이번에는 짧고 낮았다.

저편의 움직임이 멈췄다.

작은 발들이 바닥을 긁는 감각이 내 점액 표면을 지나갔다. 한 마리가 아니었다. 열, 스물, 그보다 많았다. 크기는 입각 시체벌레보다 컸고 칠날쥐보다는 가늘었다. 그러나 움직임은 달랐다. 먹이 냄새만 쫓는 생물의 흐름이 아니었다.

앞의 것이 멈추면 뒤의 것도 멈췄다.

가운데가 흔들리면 둘레가 좁아졌다.

무리였다.

나는 철각의 녹슨 모서리를 타고 천천히 내려갔다. 시야라고 부를 만한 것은 없었지만 열과 진동과 냄새가 얇은 지도처럼 펼쳐졌다. 말라붙은 캠프의 불 냄새는 점점 옅어지고 젖은 부패와 오래된 피 냄새가 강해졌다.

그 끝에서 나는 그들을 보았다.

작고 마른 몸들.

굽은 등.

뼈가 드러날 만큼 얇은 팔.

고블린.

이름이 먼저 떠올랐다. 기억 속 낡은 삽화와 이야기에서 본 초록 피부의 하급 괴물과 닮아 있었다. 하지만 내 앞의 것들은 우스꽝스럽지도 만만하지도 않았다. 배가 붙을 만큼 굶었고 눈은 탁했다. 그래도 두 마리가 뒤집힌 동료의 팔을 잡고 끌고 있었다.

시체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니었다.

끌려가는 작은 고블린의 목 옆에서 아주 약한 진동이 새어 나왔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맥박. 다리 아래쪽은 깊게 찢어졌고 상처 안쪽에 회색 균사가 엉켜 있었다. 그 냄새가 좋지 않았다. 썩은 고기 냄새가 아니라 살아 있는 몸이 안쪽부터 젖어 무너지는 냄새였다.

내 몸이 먼저 반응했다.

먹을 수 있다.

살은 적어도 체액은 있다. 하급 지성형의 구조를 알 수 있다. 내게 없는 손가락, 뼈, 성대의 실마리를 얻을지도 모른다. 굶주린 몸이 가장 정직하게 계산했다.

그 순간 앞줄의 고블린 하나가 고개를 들었다.

나를 보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냄새를 맡았다. 그 작은 얼굴이 일그러지고 입 안에서 마른 숨이 찢어졌다.

"키익."

소리는 말이 아니었다.

그래도 뜻은 있었다.

경계.

고블린들이 끌던 동료를 가운데 두고 퍼졌다. 돌 조각과 뼈다귀, 녹슨 철편을 들었다. 무기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했다. 하지만 나를 찌르기에는 충분했다. 내 몸은 부드럽고 찢어지기 쉬웠다.

나는 멈췄다.

도망칠 수 있었다. 위로 붙어 철각 사이로 빠지면 저들은 따라오지 못한다. 반대로 덮칠 수도 있었다. 굶주린 고블린 몇 마리는 박쥐형 포식자보다 약할 것이다. 체액을 빼앗고 구조를 배우면 다음 위협을 버티기 쉬워진다.

그런데 가운데 놓인 작은 고블린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아주 조금.

끌고 온 두 마리가 그 손가락을 보자 다시 몸을 낮췄다. 공격 자세가 아니었다. 감싸는 자세였다.

나는 그 모습에서 사람을 떠올렸다.

비 오는 날 사고 현장.

누군가를 옮기려고 팔을 잡던 손.

그때의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지금도 손은 없었다. 말도 없었다. 그래도 점액은 있었다.

나는 몸 가장자리를 아주 얇게 늘렸다.

고블린 하나가 철편을 던졌다. 녹슨 끝이 점액막을 찢고 지나갔다. 아프다기보다 뜨거운 경고가 몸 전체에 번졌다.

[위험: 표면 손상.]
[다수 개체 적대 반응.]

"알아."

소리 없는 말이 안쪽에서만 울렸다.

나는 반격하지 않았다. 대신 바닥에 붙은 가죽 섬유 한 줄을 앞으로 밀었다. 그리고 금속 고리를 아주 약하게 눌렀다.

통.

짧게.

정지.

고블린들은 움찔했다.

나는 다시 울렸다.

통.

그리고 몸을 낮췄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무해한 자세였다. 덩어리를 납작하게 펴고 가장자리를 둥글게 말았다. 칼날도 이빨도 없다는 것을 보여 주듯 천천히 다친 고블린 쪽으로 한 줄기만 내밀었다.

앞줄의 고블린이 이를 드러냈다.

나는 멈췄다.

그때 다친 고블린의 상처에서 검은 액이 흘러나왔다. 냄새가 확 바뀌었다. 부패 균사가 피 대신 체액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조금만 더 늦으면 죽는다.

나는 선택했다.

아주 작은 점액 방울을 상처 가장자리에 떨어뜨렸다.

고블린들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돌 조각 세 개가 내 표면을 찍었다. 나는 뒤로 물러나지 않고 방울만 남겼다. 방울은 피와 섞였다. 짜고 쓴 냄새가 몸 안쪽으로 밀려왔다.

[대상 분석.]
[하급 고블린. 영양 결핍. 출혈. 균사 감염.]
[치명 진행 중.]

먹을 수 있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다른 문장이 떴다.

[표면 봉합 가능.]
[부패 균사 확산 지연 가능.]
[소모 예상: 생명 의존률 3%, 안정도 4%.]

비싸다.

지금의 나에게는 너무 비쌌다.

그러나 값이 있다는 것은 방법이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말라붙은 가죽 섬유를 잘게 풀었다. 점액과 섞자 끈적하고 질긴 막이 생겼다. 칠날쥐의 얇은 인피를 흉내 낸 구조였다. 여기에 뱀늪 철가루를 아주 조금 섞었다. 먹은 것도 아니고 완성된 능력도 아니지만 표면을 거칠게 굳히는 임시 구조는 만들 수 있었다.

고블린 하나가 다시 철편을 들었다.

나는 고리를 눌렀다.

통.

길게.

스르르.

짧게.

고블린들의 귀처럼 보이는 얇은 살이 떨렸다. 저들은 말보다 먼저 패턴을 듣고 있었다.

정지.

접근.

위험 없음.

내 뜻이 그렇게 전해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공격은 한 박자 늦어졌다. 나는 그 틈에 봉합막을 상처 위로 밀어 넣었다.

작은 고블린이 몸을 뒤틀었다.

"키아아!"

비명.

무리가 다시 들끓었다. 나는 봉합막을 떼지 않았다. 막이 상처 안쪽의 균사를 덮고 체액이 새는 길을 막았다. 내 점액 일부가 검게 변했다. 부패 냄새가 내 안쪽으로 들어오자 정신이 흔들렸다.

[생명 의존률 21%.]
[안정도 35%.]
[오염 성분 격리 중.]

그만둘까.

생각은 짧았다.

하지만 작은 고블린의 맥박이 돌아왔다. 아주 약했지만 끊어지지 않았다. 끌고 오던 두 마리가 그것을 먼저 알아챘다. 둘 중 하나가 내 쪽으로 돌을 들었다가 멈췄다.

그 눈에는 이해보다 혼란이 많았다.

그래도 적의 눈은 아니었다.

나는 봉합막 바깥에 부패 억제 점액을 얇게 발랐다. 완전한 치료가 아니었다. 상처를 닫고 썩는 속도를 늦춘 것뿐이었다. 이 상태로 오래 버티지는 못한다. 물도 먹이도 필요했다. 그리고 안전한 곳도.

그런데 안전한 곳이 있나.

나는 고블린 무리 뒤쪽을 보았다.

말라붙은 캠프에서 온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더 깊은 철각 안쪽에서 도망쳐 왔다. 등과 팔에 같은 방향의 긁힌 상처가 있었다. 몇몇은 목 뒤에 굵은 손가락으로 움켜잡힌 듯한 멍이 남아 있었다.

무언가가 저들을 몰았다.

쿵.

그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깊은 곳에서 발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신호가 아니었다.

바닥이 낮게 눌렸다. 고블린들이 한꺼번에 몸을 낮췄다. 다친 고블린을 끌던 두 마리는 본능적으로 다시 팔을 잡았다. 도망치려는 동작이었다. 하지만 상처는 막 봉합된 참이었다. 끌고 달리면 다시 찢어진다.

나는 금속 고리를 몸으로 감쌌다.

통.

짧게.

정지.

이번에는 고블린 하나가 내 소리에 맞춰 목을 떨었다.

"그르."

완벽히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닮았다. 가장 작은 고블린이었다. 한쪽 귀가 찢어지고 갈비뼈가 드러난 개체. 그놈은 돌을 들지 않았다. 대신 다친 동료와 나 사이에 앉아 나를 보았다.

나는 그 앞에 가죽 조각 하나를 밀어 놓았다.

그리고 부패 억제 점액이 묻은 방향으로 길게 선을 그었다. 말라붙은 캠프의 좁은 틈. 박쥐형 포식자가 들어오기 어렵고 물 냄새가 가까운 곳.

가라.

내가 이 말을 할 수 있었다면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작은 고블린은 선을 보았다.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다친 동료의 팔을 잡은 두 마리를 밀었다. 무리의 움직임이 엉켰다. 공포와 이해가 섞여 있었다.

쿵.

더 가까워졌다.

철각 틈에서 녹가루가 떨어졌다. 어둠 안쪽에서 긴 숨소리가 밀려왔다. 고블린들이 낸 마른 울음과 달랐다. 무겁고 낮고 익숙한 배고픔을 가진 소리였다.

나는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방금 생명 의존률을 잃었다. 안정도도 잃었다. 얻은 것은 작은 봉합막 하나와 불완전한 신호뿐이다. 이득만 따지면 최악이었다.

하지만 가운데의 고블린은 아직 살아 있었다.

그리고 가장 작은 고블린은 내가 만든 선을 따라 무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규 패턴 기록.]
[정지. 접근. 피난.]
[대상 무리의 적대 반응 감소.]

나는 금속 고리를 다시 눌렀다.

통.

짧게.

스르르.

길게.

피난.

내가 만든 첫 명령은 잡아먹으라는 소리가 아니었다.

살아남으라는 소리였다.

어둠 속의 발소리가 마지막 철각 모서리를 넘어왔다.

쿵.

이번에는 고블린들이 아니라 내가 먼저 몸을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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