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잡몹에서 마왕까지: 던전 마스터6화

잡몹에서 마왕까지: 던전 마스터

잡몹에서 마왕까지: 던전 마스터

6화: 성대 없는 목소리

딸랑.

작은 울림 하나에 철창 너머의 어둠이 방향을 바꿨다.

굶주린 것들은 냄새를 잊은 듯 금속 고리 쪽으로 몰렸다. 바닥을 긁던 수십 개의 진동이 한꺼번에 옆으로 쏠렸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몸을 낮췄다.

고리까지 밀어 보낸 점액 조각은 벌써 힘을 잃고 있었다. 더 울리려면 또 움직여야 한다. 움직이면 들킨다.

[공기 진동 반응 확인.]
[대상 무리의 주의가 일시적으로 분산됩니다.]

"일시적이면 충분해."

나는 가죽 섬유를 두른 가장자리를 바닥에 붙였다. 마른 재를 아주 얇게 묻혀 점액 냄새를 흐렸다. 효과가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던전에서는 모르는 것이라도 쓸 수 있으면 써야 했다.

철창 너머에서 무거운 쇳소리가 다시 울렸다.

쾅.

작은 놈들이 멈췄다. 고리 쪽으로 몰리던 진동이 납작하게 엎드렸다. 그 뒤에서 느리고 무거운 것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고리를 다시 밀었다.

딸랑.

이번에는 반응이 둘이었다.

굶주린 것들이 다시 고리 쪽으로 쏠렸다. 동시에 내 머리 위쪽에서 아주 얇은 떨림이 내려왔다. 바닥을 타는 진동이 아니었다. 공기를 찢고 지나가는 가느다란 바늘 같았다.

몸 안의 공기 방울들이 일제히 터졌다.

"윽."

소리 없는 비명이 핵 안쪽에서 뭉개졌다. 귀도 없는데 귀가 찢긴 것 같았다. 점액 표면이 잔물결처럼 일어났고 내가 숨기려던 위치가 스스로 흔들렸다.

[위험: 고주파 공기 진동.]
[개체 표면 탐지 가능성 증가.]

나는 재가 묻은 쪽을 바닥에 더 눌렀다. 몸 가장자리를 얇게 펴고 움직임을 끊었다. 천장 쪽 바람이 변했다. 말라붙은 캠프 위쪽에 작고 어두운 균열이 있었다.

그 틈에서 무언가가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처음에는 찢긴 가죽 조각인 줄 알았다.

그것은 접힌 날개였다. 얇은 막이 갈비뼈 같은 뼈대 사이에 걸려 있었고 목 아래에는 물주머니처럼 부풀었다 가라앉는 주머니가 있었다. 눈은 작았다. 대신 머리 양쪽에 얇은 주름들이 여러 겹 접혀 있었다.

[대상 분석.]
[동굴박쥐형 몬스터. 하급 비행 포식자.]
[위험 요소: 초음파 탐지, 급강하, 체액 흡수.]

비행.

그 단어 하나만으로도 불공평했다. 나는 바닥을 기어야 하고 저것은 천장에서 내려온다. 나는 몸을 숨기려면 납작해져야 하고 저것은 소리로 내 표면을 더듬는다.

박쥐형 몬스터가 목 아래 주머니를 부풀렸다.

끼이이.

들리는 소리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몸은 반응했다. 공기 방울이 흔들리고 핵 주변의 점액이 잔잔하게 떨렸다. 철창 안쪽의 작은 놈들이 비명을 내듯 흩어졌다.

박쥐가 내려꽂혔다.

날개막이 내 위를 스치고 철창 틈으로 길쭉한 입이 파고들었다. 안쪽의 굶주린 것 하나가 끌려 나왔다. 작은 몸은 발버둥쳤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박쥐의 이빨이 체액을 빨아들이자 진동이 바로 꺼졌다.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 움직이면 다음은 나다.

박쥐가 다시 목주머니를 떨었다. 이번에는 금속 고리가 그 떨림을 받아 맑게 울었다.

딸랑.

박쥐의 머리가 움찔했다.

짧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분명했다. 금속의 맑은 울림이 놈의 탐지를 흐트러뜨렸다. 박쥐는 고리 쪽을 향해 날개를 접었다 폈고 철창 안 무리도 같은 방향으로 다시 몰렸다.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이 한꺼번에 왔다.

소리는 나를 죽일 수 있다.

그리고 나도 소리를 이용할 수 있다.

나는 몸 가장자리에서 아주 작은 점액 조각을 떼어 냈다. 고통은 짧았다. 조각 끝에 가죽 섬유 한 줄을 붙이고 금속 고리 안쪽으로 밀었다.

툭.

고리가 돌에 부딪히며 굴렀다.

딸랑랑.

박쥐가 즉시 반응했다. 목주머니가 부풀고 얇은 떨림이 고리 주변으로 뿌려졌다. 나는 그 반사음이 돌아오는 방향을 몸으로 읽었다. 고리 뒤쪽 벽에는 녹슨 철창의 돌출부가 있었다. 부식된 철봉 하나가 바깥으로 살짝 휘어 있었다.

덫.

내가 만든 게 아니다. 던전이 오래전에 망가뜨려 놓은 것. 나는 그것을 빌리기만 하면 됐다.

나는 고리를 더 안쪽으로 밀었다.

딸랑.

박쥐가 날았다.

그 순간 나는 몸 전체를 바닥에 붙였다. 초음파가 머리 위를 쓸고 지나갔다. 박쥐는 고리의 울림을 좇아 철창 돌출부 쪽으로 내려꽂혔다.

끼익!

이번에는 들렸다.

날개막이 녹슨 철봉에 찢겼다. 박쥐의 몸이 균형을 잃고 철창에 부딪혔다. 안쪽의 굶주린 것들이 기다렸다는 듯 달라붙었다. 박쥐가 목주머니를 부풀렸지만 울림은 삐뚤어졌다.

끼이익.

공기 바늘이 사방으로 튀었다. 내 점액 표면도 갈라질 듯 떨렸다. 하지만 놈도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했다.

나는 움직였다.

녹막 외피를 아주 얇게 세워 바닥을 긁었다. 가죽 섬유 보강을 둘러 찢김을 버티고 박쥐가 떨어뜨린 막 조각 쪽으로 몸을 던졌다.

날개막 일부와 목 아래 주머니의 찢어진 살점이 돌바닥에 붙어 있었다.

먹는다.

전부가 아니다.

필요한 만큼만.

나는 점액을 조각 위에 덮었다.

[대상 조직 접촉.]
[초음파 발생 기관 일부 분석.]
[공명낭, 박막 진동 구조, 공기 압축 반응 기록.]

맛은 거의 없었다. 가죽보다 질기고 피보다 비렸다. 하지만 구조가 있었다. 얇은 막을 떨게 만들고 작은 주머니에 공기를 밀어 넣어 날카로운 진동을 만든다.

슬라임에게 폐는 없다.

성대도 없다.

하지만 내 몸 안에는 공기 방울이 있다.

나는 그것들을 기억했다.

박쥐가 철창에서 빠져나왔다. 날개 한쪽이 찢겨 천장까지 오르지 못했다. 놈은 분노한 듯 삐뚤어진 떨림을 뿌리고 더 어두운 균열 속으로 기어올랐다. 철창 안의 무리들은 박쥐가 흘린 체액 냄새에 미쳐 있었다.

그리고 곧 나를 향해 돌아섰다.

고리의 울림은 멈췄다. 박쥐도 사라졌다. 남은 것은 내 냄새와 찢긴 조직의 비린 흔적뿐이었다.

수십 개의 작은 진동이 구멍 쪽으로 몰려왔다.

[경고: 다수 개체 재접근.]
[신규 구조 재현 가능성 낮음.]
[핵 안정도 추가 소모 예상.]

"낮아도 해야지."

나는 목이 없었다. 혀도 없었다. 성대는 당연히 없었다.

그래도 몸 안의 공기 방울을 한곳에 모았다. 박쥐의 공명낭처럼 얇은 막을 만들려고 했다. 점액은 자꾸 무너졌다. 막은 두꺼우면 울리지 않고 얇으면 찢어졌다.

처음에는 실패했다.

프슥.

바람 빠지는 듯한 떨림만 생기고 바로 사라졌다. 앞쪽의 작은 놈들이 오히려 더 빠르게 다가왔다.

다시.

더 얇게.

더 짧게.

나는 몸 가장자리를 떨었다.

프득.

소리라고 부르기 민망한 떨림이 나왔다. 철창 너머의 무리들은 멈추지 않았다.

다시.

프드득.

이번에는 금속 고리가 아주 약하게 따라 울었다. 무리의 앞쪽 진동 몇 개가 멈칫했다.

된다.

나는 떨림을 짧게 끊었다.

툭.

길게 한 번.

드르르.

짧게 두 번.

툭. 툭.

의미가 있는 말은 아니었다. 멈춰라. 저쪽으로 가라. 그런 뜻이 전달될 리 없다. 하지만 던전의 생물들은 의미보다 먼저 패턴에 반응한다. 피 냄새. 발소리. 금속 울림. 포자 떨림.

나도 패턴을 만들 수 있다.

나는 금속 고리를 향해 짧은 떨림을 세 번 보냈다.

툭. 툭. 툭.

고리가 약하게 울었다. 철창 너머 무리의 앞줄이 그쪽으로 틀어졌다. 나는 곧바로 반대쪽 바닥을 길게 떨었다.

드르르르.

무리의 움직임이 갈라졌다.

완벽하지 않았다. 몇 마리는 여전히 구멍을 향해 왔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수십 개의 이빨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것과 몇 개가 길을 잃는 것은 다르다.

나는 그 사이를 기어 빠져나갔다.

몸은 너덜거렸다. 핵 안정도가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박쥐의 기관을 무리하게 흉내 낸 막은 이미 찢어지고 있었다.

[생명력 잔존율 24%.]
[핵 안정도 39%.]
[진동막 임시 재현.]
[정식 스킬 등록 조건 미충족.]

정식이 아니어도 좋다.

나는 처음으로 내 뜻에 가까운 무언가를 밖으로 내보냈다. 말은 아니었다. 목소리도 아니었다. 그래도 내 안에서만 맴돌던 생각이 던전의 공기를 건드렸다.

성대 없는 목소리.

그 이름이 핵 안쪽에 붙었다.

나는 남은 가죽 섬유와 금속 고리를 챙기려다 멈췄다.

철창 깊은 곳에서 다른 진동이 돌아왔다.

쾅.

아니었다. 무거운 쇳소리가 아니다.

짧게 한 번.

툭.

그리고 조금 길게 한 번.

드르르.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또렷했다.

나는 몸을 낮췄다. 철창 너머의 굶주린 무리도 잠깐 움직임을 멈췄다. 더 깊은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다시 바닥을 쳤다.

툭.

드르르.

내가 만든 떨림을 따라 하는 것처럼.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하면 들킨다. 대답하지 않으면 저 존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한참 뒤 나는 몸 안의 찢어진 막을 아주 작게 떨었다.

툭.

철창 너머에서 굶주린 것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안쪽에서 같은 떨림이 돌아왔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