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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오버 타임9화

시그널 오버 타임 (Signal Over Time)

시그널 오버 타임

9화: 공명(共鳴)하는 위협

현관문 너머의 도어락 소리가 멈췄다.
선우는 숨을 죽인 채 손에 잡히는 대로 무거운 드라이버 하나를 움켜쥐었다. 반지하 방의 좁은 창문 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소리조차 거대한 파도 소리처럼 들려왔다.

잠시 후,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문밑으로 종이 한 장이 밀려 들어왔다.

선우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종이를 집어 들었다. 그곳엔 비뚤비뚤한 글씨로 단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수리 중인 물건, 어디까지 고쳤습니까?'

소름이 끼쳤다. 범인은 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대신, 자신이 보낸 '물건'을 통해 과거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러 온 것이었다.

선우는 창가로 달려가 방범창 너머를 살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의 뒷모습이 골목 끝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마치 이 모든 상황을 즐기고 있는 포식자처럼 느긋한 걸음걸이였다.

"미친놈……."

선우는 떨리는 손으로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모니터를 켜자 하은에게서 온 메시지들이 수십 통 쌓여 있었다.

[ 선우 씨! 왜 답장이 없어요? 저 지금 미진이네 집에 왔어요. ]
[ 경찰들이 범인이 인상착의도 안 남기고 도망갔대요. 선우 씨 덕분에 미진이는 살았지만…… 전 너무 무서워요. ]
[ 선우 씨가 있는 미래에서는, 그 사람이 잡혔나요? 그 범인 누구예요? ]

선우는 키보드에 손을 올렸지만 차마 답을 칠 수 없었다. 2026년 현재, 범인은 여전히 잡히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2년 전의 실종 사건이 '미수 사건'으로 격하되면서 수사 동력은 더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 하은 씨, 미안합니다. 잠시 일이 있었어요. ]

[ 다행이다! 연락돼서 정말 다행이에요. 선우 씨, 저 이제 어떻게 해야 해요? 내일 학교 가기도 무서워요. ]

[ 하은 씨,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 잘 들으세요. 그놈은 한 번 타겟을 정하면 쉽게 포기하지 않는 놈입니다. 미진 씨를 놓쳤으니, 이제 더 자극받아서 움직일 거예요. 당분간은 혼자 다니지 말고, 항상 사람이 많은 곳에 계세요. ]

선우는 범인이 보낸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2026년의 범인은 과거가 바뀌는 것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하은을 지킬수록, 2026년의 나 역시 더 위험해진다는 뜻이었다.

[ 선우 씨도 조심해요. 아까 목소리가 너무 안 좋았어요. 미래의 선우 씨는 안전한 거죠? ]

[ 전 괜찮습니다. 걱정 마세요. ]

거짓말이었다. 선우는 책상 위의 플립폰을 바라보았다.
이 폰은 이제 단순한 통신 기기가 아니었다. 범인이 자신을 추적하는 '위치 추적기'이자, 과거를 뒤흔드는 '폭탄'이었다.

범인은 왜 굳이 데이터 복구 업자인 자신에게 이 폰을 보냈을까.
선우는 폰의 메인보드 로그를 더 깊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발견했다.
이 플립폰의 위치 정보(GPS) 데이터가 2024년의 기록뿐만 아니라, 2026년 현재의 특정 위치와 '동기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자신이 복구 편의를 위해 심어두었던 원격 진단 툴이 오히려 범인에게 하은의 위치를 전송하는 실시간 통로가 되고 있었다.

데이터가 복구될수록, 2024년의 하은의 위치가 2026년의 지도상에 실시간으로 투영되고 있었다.

"이럴 수가……."

범인은 2026년에서 선우가 복구해낸 데이터를 통해, 2024년에 살고 있는 하은의 현재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그녀를 살리기 위해 정보를 캘수록, 범인에게 그녀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브리핑해 주는 꼴이었다. 선우가 만든 원격 통로가 범인에게는 가장 완벽한 백도어가 된 셈이었다.

선우는 경악하며 플립폰의 전원 케이블을 뽑으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하은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 선우 씨! 방금 창문에 누가 돌을 던졌어요! 미진이네 집인데…… 여긴 아파트 4층인데 어떻게 돌을 던져요? ]

선우의 손이 멈췄다.
범인은 이미 2024년에서 하은을 찾아냈다.
그리고 2026년의 범인은 선우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과거와 미래의 공포가 동시에 폭발하려 하고 있었다.
선우는 차가운 땀을 흘리며, 운명을 결정짓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폰을 끄면 연결이 끊겨 하은을 도울 수 없고, 폰을 켜두면 범인이 그녀를 찾아낸다.

잔인한 게임의 두 번째 라운드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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