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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오버 타임8화

시그널 오버 타임 (Signal Over Time)

시그널 오버 타임

8화: 뒤틀린 시간의 파동

[ 미진이요? 지금 과제실에서 같이 작업 중인데…… 왜요? 선우 씨, 왜 그렇게 다급해요? ]

하은의 답장이 화면에 뜨자 선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곧바로 시계를 확인했다. 2024년 6월 15일 오후 8시. 영상 속 비극이 벌어지기까지 남은 시간은 단 4시간뿐이었다.

[ 하은 씨, 제 말 똑똑히 들으세요. 지금 당장 미진 씨 데리고 학교 밖으로 나오세요. 과제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사람 많은 대로변으로 나가야 합니다. ]

[ 네? 하지만 내일이 과제 제출일인데…… 미진이 지금 한창 집중하고 있어서 말 걸기도 미안해요. ]

[ 하은 씨! ]

선우는 거칠게 키보드를 두드렸다.

[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 장난 아닙니다. 오늘 밤, 미진 씨에게 아주 나쁜 일이 생길 거예요. 제가 본…… 미래의 기록에 그렇게 나와 있어요. 제발, 제 말을 믿어주세요. ]

잠시 동안 하은의 답장이 없었다. 선우는 마른침을 삼키며 모니터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2026년의 반지하 방은 고요했지만, 그의 머릿속은 폭풍우가 치는 것 같았다.

[ ……알겠어요. 선우 씨가 이렇게까지 말하니까 일단 짐 챙길게요. 미진이한테는 부모님이 급하게 연락 오셨다고 둘러대고 같이 나갈게요. ]

[ 좋습니다. 학교 정문 앞에 있는 대형 카페로 가세요. 거기 1층, 통유리로 된 자리에서 절대 나오지 마세요. 제가 다시 연락할 때까지요. ]

1시간 뒤, 하은에게서 연락이 왔다.

[ 카페 도착했어요. 미진이는 영문도 모르고 끌려 나와서 투덜거리고 있어요. 근데 선우 씨, 진짜 무슨 일 있는 거 맞죠? 밖은 너무 평화로운데……. ]

선우는 실시간으로 2024년의 뉴스 아카이브와 경찰 무전 기록(이미 아카이브화된)을 뒤지고 있었다. 원래의 시간선대로라면 11시 30분경, 학교 후문 근처에서 여대생 실종 신고가 접수되어야 했다.

11시 20분.
11시 30분.
11시 40분.

정적이 흘렀다. 선우는 숨을 죽인 채 2026년의 인터넷 창을 새로고침했다.

그 순간, 기묘한 현상이 벌어졌다.
선우가 보고 있던 2024년의 실종 기사 제목이 서서히 일그러지더니, 글자들이 하나둘씩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기사가 채워지기 시작했다.

'한국대 인근 살인 미수 사건 발생, 괴한 도주 중'

실종이 아니라 '미수'로 바뀌었다. 피해자의 이름은 '이모 씨(22)'. 미진이 아니었다. 범인은 미진을 놓치자 근처에 있던 다른 여성을 습격하려 했으나, 주변에 사람이 많아 실패하고 도주한 것이었다.

"바뀌었어……."

선우는 전율했다. 과거가 바뀌자 그 여파는 실시간으로 2026년에도 미쳤다.
선우의 책상 위에 놓인 반파된 플립폰의 외관이 미세하게 떨리더니, 찍혀 있던 깊은 흠집 하나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범인이 피해자를 제압하며 바닥에 긁혔던 흔적이었을까.

그때, 하은에게서 다급한 메시지가 왔다.

[ 선우 씨! 방금 카페 밖 큰길에서 누가 비명을 질러서 사람들이 다 뛰어갔어요! 경찰차 오고 난리 났어요. 진짜로…… 진짜로 누가 다칠 뻔했나 봐요. ]

하은의 글자 끝이 떨리고 있었다.

[ 하은 씨, 괜찮습니까? 미진 씨랑 같이 카페 안에 계속 있어요. 경찰들이 현장 정리할 때까지 움직이지 마세요. ]

[ 선우 씨…… 당신 정체가 뭐예요? 어떻게 이걸 다 알아요? 무서워요. 선우 씨가 미래 사람이라는 거, 이젠 안 믿을 수가 없는데…… 너무 무섭다고요. ]

선우는 하은을 달래주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과거가 바뀌는 순간, 2026년의 선우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갑자기 반지하 방의 현관문 밖에서 낯선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문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도어락의 숫자패드를 조심스럽게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띠릭, 띠릭, 띠릭…….

선우는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이 집 주소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의뢰인은 퀵 서비스로 물건을 보냈을 뿐이었다.

'설마…… 과거를 바꾼 것 때문에 범인이 내 위치를 알게 된 건가?'

도어락의 경고음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선우는 책상 위의 플립폰을 꽉 쥐었다. 2024년의 하은을 지켜냈지만, 그 대가로 2026년의 살인마가 그의 목을 죄어오기 시작했다.

[ 하은 씨, 대답하지 말고 듣기만 하세요. 지금 당장 집으로 가지 말고 친구 집이나 안전한 곳으로 피하세요. 연락은 제가 먼저 할 때까지 기다려요. ]

선우는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모니터를 끄고 방 안의 불을 모두 내렸다.
어둠 속에서 현관문 너머의 거친 숨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시공간의 균열을 타고 넘어온 살인마의 증오가, 2026년의 문 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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