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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오버 타임10화

시그널 오버 타임 (Signal Over Time)

시그널 오버 타임

10화: 거짓의 선율, 진실의 함정

"돌을 던졌다고요? 아파트 4층인데?"

선우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했다. 4층 높이까지 돌을 던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그것이 정말 돌 소리였다면, 범인이 아파트 옥상에서 줄을 타고 내려왔거나, 혹은 드론 같은 장비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컸다.

[ 하은 씨, 절대 창문 열지 마세요. 커튼 다 치고, 불 끄고 거실 한복판으로 모이세요. 미진 씨랑 같이요. 경찰 부르는 건 이미 했나요? ]

[ 네, 미진이가 바로 신고했어요. 곧 오겠대요. 근데 선우 씨, 범인이 왜 우릴 따라온 거죠? 우리가 카페에 있었던 건 어떻게 알았을까요? ]

선우는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이 데이터를 복구할 때마다 발생하는 GPS 동기화 때문이라는 사실을 차마 말할 수 없었다. 범인은 2026년의 선우를 감시하며, 선우가 보는 하은의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훔쳐보고 있는 것이다.

"내가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었어."

선우는 자책감을 털어내고 책상 위의 장비들을 살폈다. 그는 천재 하드웨어 개발자였다. 범인이 데이터의 흐름을 이용한다면, 자신은 그 흐름에 '가짜 데이터'를 흘려보내면 된다.

[ 하은 씨, 지금부터 제가 시키는 대로 하세요. 경찰이 오면 일단 상황 설명하고, 두 분은 경찰차를 타고 근처 '가장 큰 호텔'로 이동하세요. 자취방이나 친구 집은 이제 안전하지 않습니다. ]

[ 호텔요? 갑자기 그 큰돈이 어디 있다고……. ]

[ 걱정 마세요.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하은 씨, 스마트폰 설정에서 GPS 기능을 끄지 마세요. 대신 제가 보내는 '파일' 하나만 다운로드해서 실행해 주세요. ]

선우는 2026년의 시스템을 이용해 2024년의 하은에게 특수하게 제작된 앱 파일을 전송했다. 그것은 겉으로는 디자인 관련 폰트 파일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GPS 신호를 조작하는 '고스트 라우터' 프로그램이었다.

[ 됐습니다. 이제 하은 씨의 위치는 범인에게 '학교 도서관'으로 표시될 겁니다. 실제로는 호텔에 있어도 말이죠. ]

선우는 프로그램을 실행하자마자 2026년의 모니터 상에서 하은의 위치 점이 두 개로 갈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하나는 진짜 하은의 위치인 호텔(예정), 다른 하나는 범인을 유인하기 위해 만든 가짜 위치인 도서관이었다.

잠시 후, 2026년의 골목 끝에서 다시 발소리가 들려왔다.
범인이 돌아온 것이다.

선우는 고의로 모니터 하나를 창가 쪽으로 돌려두었다. 화면에는 가짜 위치 정보인 '한국대학교 도서관 4층'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범인은 창틈으로 그 화면을 엿보았을 것이다.
잠시 후, 도어락의 숫자패드 소리 대신 멀어지는 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범인은 2024년의 하은이 도서관에 고립되었다고 믿고, 2026년의 '자신의 과거'를 바꾸기 위해 혹은 하은을 사냥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 선우 씨, 경찰차 타고 호텔 도착했어요. 여긴 안전한 것 같아요. ]

[ 다행입니다. 하은 씨, 오늘 밤은 푹 자요. 내일 아침에 다시 연락할게요. ]

하은의 메시지를 확인한 선우는 그제야 의자에 몸을 기댔다.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하지만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범인을 속이는 데 성공했지만, 이것은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범인이 도서관에 하은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의 분노는 2026년의 선우를 향해 폭발할 것이다.

선우는 책상 서랍 깊숙한 곳에서 오래된 수첩 하나를 꺼냈다.
그 수첩에는 2024년 당시 미제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들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과거의 경찰이 범인을 잡지 못한다면, 내가 잡게 만들겠어."

2026년의 선우는 이제 단순한 조력자를 넘어,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설계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하은을 지키기 위한 거짓말이, 진실을 밝히기 위한 가장 강력한 함정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둠이 짙게 깔린 반지하 방에서, 선우의 눈빛만이 서늘하게 빛났다.
운명의 톱니바퀴가 거칠게 맞물리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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