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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오버 타임6화

시그널 오버 타임 (Signal Over Time)

시그널 오버 타임

6화: 암영(暗影)의 아카이브

[ 한국대학교 연쇄 ]

선우는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단어를 입력한 뒤 잠시 멈칫했다. 손끝에 가벼운 경련이 일었다. 핀셋을 오래 쥔 날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증상이었지만, 지금의 떨림은 신경계의 문제라기보단 본능적인 거부감에 가까웠다.

엔터 키를 누르자 모니터 화면이 순식간에 수천 건의 기사로 뒤덮였다.

대부분은 2024년 가을부터 겨울 사이에 집중되어 있었다. 선우는 화면을 가득 채운 자극적인 헤드라인들을 하나씩 훑어내렸다. '캠퍼스의 비극', '흔적 없는 증발', '귀가길의 덫' 같은 단어들이 시각 세포를 날카롭게 찔러왔다.

"이건가……."

선우는 마우스 휠을 천천히 내리며 사건의 타임라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사건의 정식 명칭은 '서울 서부 대학가 연쇄 실종 사건'.
피해자들은 모두 한국대학교를 비롯한 인근 대학에 재학 중인 20대 여성이었다. 범인은 비가 내리는 날, 혹은 가로등이 약한 골목길만을 골라 흔적도 없이 피해자들을 납치했다. 단 하나의 유류품도, 목격자도 남기지 않는 치밀함 탓에 경찰 수사는 매번 미궁에 빠졌고, 결국 현재인 2026년까지 진범의 윤곽조차 잡지 못한 대한민국 최악의 미제 사건 중 하나였다.

선우는 침을 삼키며 마지막 피해자의 정보가 담긴 기사를 클릭했다. 화면에 뜬 빛바랜 증명사진을 마주한 순간, 그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단정한 단발머리에, 카메라를 보며 엷게 미소 짓고 있는 선한 눈매의 여자.
의혹은 잔인한 확신으로 변했다.

'윤하은. 당시 25세. 한국대학교 대학원 시각디자인과.'

기사 입력일은 2024년 10월 18일이었다.
지금 하은이 살고 있는 5월 31일로부터 정확히 5개월 뒤였다.

"10월 18일……."

선우는 멍하니 사진 속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메신저 너머로 과제가 힘들다며 투정을 부리고, 팝스타의 내한 소식에 손을 떨며 놀라워하던 그 살아 숨 쉬는 생명이, 5개월 뒤에는 '실종자 명단'의 마지막 줄을 장식하게 된다는 뜻이었다.

범인은 그녀를 납치해 살해한 뒤, 그녀의 플립폰을 전리품으로 챙겼을 것이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2년이 지난 지금, 사설 데이터 복구 업자인 자신에게 그 피 묻은 기기를 보냈다.

"대체 왜?"

선우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소름 끼치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범인이 데이터 복구를 의뢰한 시점과 과거의 하은이 메신저로 연결된 시점이 완벽하게 일치한다. 이것이 단순한 기계적 오작동일까? 아니면 과거가 바뀌는 것에 대한 우연의 일치일까.

만약 자신이 과거의 하은에게 이 사건을 미리 경고해서 그녀가 살아남는다면, 2026년 현재 선우의 책상 위에 놓인 이 반파된 플립폰은 어떻게 되는 거지? 그리고 이 폰을 보낸 범인의 존재는 어떻게 뒤틀리는 걸까.

우우웅, 우우웅-.

생각의 고리를 끊고 서브 모니터가 요란하게 진동했다. 하은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 발신 ID: 하은_Haeun ]
[ 선우 씨, 아직 있어요? 아까 보낸 메시지 보고 자꾸 마음이 이상해서 과제가 손에 안 잡혀요. ]
[ 제 플립폰이 피투성이가 된다니…… 진짜 무슨 나쁜 일이라도 생긴다는 거예요? 아까부터 답장도 없고, 사람 불안하게 만들지 말고 말 좀 해줘요. ]

하은의 글자들에서 초조함이 묻어났다. 선우는 화면에 띄워진 그녀의 실종 기사를 다급히 아래로 내렸다. 지금 당장 "당신은 5개월 뒤에 연쇄 살인마에게 납치당해 실종됩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런 극단적인 공포는 오히려 그녀의 일상을 망가뜨리고 잘못된 돌발 행동을 유발할 수 있었다.

선우는 키보드 위에서 한참 동안 손가락을 달아올리다, 이내 감정을 억누르고 타자를 쳤다.

[ 미안합니다. 아까 의뢰받은 기기 수리 작업이 급하게 마무리할 게 있어서 잠시 자리를 비웠습니다. ]

[ 아…… 작업 때문에 바쁘셨구나. 난 또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

[ 하은 씨, 겁먹을 필요 전혀 없습니다. 미래를 알 수 있다는 건, 다르게 말하면 위험을 미리 피해 갈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가졌다는 뜻이니까요. ]

[ 무기요? ]

[ 네. 제가 하은 씨의 안전 가이드가 되어 드릴 겁니다. 그러니까 약속 하나만 해줘요. ]

[ 무슨 약속이요? ]

하은의 대답에 선우는 2024년 가을에 벌어졌던 첫 번째 실종 사건의 날짜를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첫 피해자가 발생한 날은 9월 초순. 아직 하은에게는 약 석 달이라는 평화로운 시간이 남아 있었다. 범인이 하은을 타깃으로 삼기 전, 첫 번째 사건 자체를 무산시킬 수 있다면 연쇄 범죄의 고리 전체를 끊어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선우는 단호하게 문장을 적어 내려갔다.

[ 앞으로 매일 새벽 2시, 이 시간에 저와 메신저로 하루를 공유해 주세요.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좋습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이나, 낯선 사람의 접근 같은 것들 전부 다요. ]

[ 매일 새벽 2시요? 그거야 과제 때문에 늘 깨어 있긴 하지만…… 선우 씨 피곤하지 않겠어요? ]

[ 전 괜찮습니다. 그리고 당분간은 학교 후문 가로등 밑길로 밤늦게 혼자 다니지 마세요. 멀더라도 밝은 큰길로 우회해서 귀가하세요. 알겠습니까? ]

[ 아, 거긴 제 자취방 가는 지름길인데…… 알겠어요. 미래 사람 말이니 들어야죠. 싱크홀도 피하게 해줬으니까. ]

하은의 가벼운 대답을 보며 선우는 가슴 한편이 아려왔다. 그녀는 아직 자신에게 드리운 그림자의 정체를 모른다.

선우는 서브 모니터 옆에 놓인 반파된 플립폰의 매끄러운 뒷면을 쓸어내렸다. 차가운 메탈의 감촉이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윤하은, 내가 반드시 당신의 미래를 바꿀 겁니다.'

선우는 다짐하듯 입술을 깨물었다. 2026년의 반지하 방 창밖으로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과거와 미래를 잇는 잔인하고도 다정한 연결망 위에서, 두 사람의 숨 막히는 공조가 조용히 닻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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