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오버 타임 (Signal Over Time)

24화: 무너지는 타임라인
김진욱이 연행되어 나가는 것을 보며 하은은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2024년 7월의 빗소리는 이제 더 이상 공포가 아닌, 세상을 씻어내는 정화의 소리처럼 들렸다.
[ 선우 씨, 정말 고마워요. 선우 씨가 아니었다면 전 벌써……. ]
하지만 선우의 답장은 오지 않았다. 하은은 의아해하며 폰을 확인했다.
[ 선우 씨? 대답해 보세요. 선우 씨! ]
같은 시각, 2026년.
선우의 반지하 방은 마치 필름이 타들어가듯 가장자리부터 하얗게 바래가고 있었다.
"과거가…… 너무 완벽하게 바뀌었어."
선우는 씁쓸하게 웃으며 자신의 손을 보았다. 김진욱이 2024년에 완벽하게 검거됨에 따라, 하은의 폰이 부서져 선우에게 전달될 이유가 사라졌다. 선우가 하은과 연결될 수 있었던 '시작점' 자체가 지워지고 있는 것이었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수리 장비들이 하나둘씩 먼지처럼 흩어졌다. 곰팡이 핀 벽지는 깨끗한 신축 빌라의 벽지로 변해갔고, 지하 특유의 눅눅한 냄새는 상쾌한 방향제 향기로 바뀌었다.
선우는 사라져가는 플립폰을 향해 마지막 메시지를 적었다.
[ 하은 씨, 제 말 들립니까? 이제 우리 연결이 끊길 겁니다. 우리가 나눴던 대화, 우리가 함께 보낸 2주간의 기억들…… 하은 씨의 머릿속에서도 사라질지 몰라요. ]
하은은 폰에 뜨는 글자를 보며 울부짖었다.
[ 싫어요! 안 잊을 거예요! 선우 씨가 절 어떻게 구했는지, 제가 다 기억할 거라고요! ]
[ 아니요, 하은 씨. 그게 맞습니다. 하은 씨는 공포 없는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아가야 해요. 그게 제가 과거를 바꾼 이유니까요. ]
선우의 몸이 이제 허리까지 투명해졌다. 그는 마지막으로 하은에게 꼭 전하고 싶었던 말을 자판 위에 올렸다.
[ 2026년 5월 31일 오후 2시. 한국대 앞 카페 '시그널'에서 기다릴게요. 만약 저를 잊지 않았다면…… 그때 꼭 와주세요. ]
메시지가 전송됨과 동시에, 선우의 시야가 눈부신 백색광으로 뒤덮였다.
"……선우 씨!"
하은의 비명 섞인 외침이 폰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지만, 그 소리는 이내 지직거리는 노이즈로 변해 우주의 저편으로 멀어져 갔다.
적막이 찾아왔다.
눈을 떴을 때, 선우는 깔끔한 연구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의 왼손은 상처 하나 없이 매끈했고, 창밖으로는 따스한 6월의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강 팀장님, 신제품 센서 로직 확인 부탁드립니다."
동료의 부름에 선우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머릿속에는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듯한 막연한 상실감이 남아 있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의 책상 위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낡은 플립폰의 부품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선우는 그 부품을 만지며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잃어버린 2년의 기억이, 단 한 줄의 시그널을 타고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