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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오버 타임23화

시그널 오버 타임 (Signal Over Time)

시그널 오버 타임

23화: 차가운 복도, 뜨거운 시그널

병원 폐건물 지하는 곰팡이 냄새와 습한 공기로 가득했다. 하은은 이 형사와 지원팀의 뒤에 서서 폰을 꽉 쥐었다. 액정 위에는 선우가 보내준 '2026년식 정밀 도면'이 띄워져 있었다.

[ 하은 씨, 지금 형사님들이 진입하는 복도 끝에 비상구가 하나 더 있습니다. 하지만 그 문은 안쪽에서 용접되어 있어요. 놈의 유일한 퇴로는 중앙 계단뿐입니다. ]

이 형사는 하은이 전달한 선우의 정보를 토대로 대원들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놈의 퇴로를 완벽히 차단한 포위망이 형성되었다.

그때, 하은의 폰으로 알 수 없는 번호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 윤하은, 네 옆에 그 미래의 목소리가 있지? 그놈이 널 지켜줄 것 같아? ]

하은은 소름이 돋아 자리에 멈춰 섰다. 김진욱이었다. 놈은 이미 하은이 이곳에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철컥-! 콰앙!

갑자기 복도 앞뒤의 육중한 철문이 동시에 닫히며 잠겼다.

"뭐야? 문이 왜 이래!"

이 형사가 문고리를 잡아당겼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문틀 위에는 붉은 조명이 들어온 전자기 잠금장치(EM Lock)가 강한 자력으로 문을 붙들고 있었다. 김진욱이 보안 요원 시절의 지식을 이용해 지하시설의 출입 통제 시스템을 임의로 개조해 둔 것이었다.

[ 하은 씨, 당황하지 마세요! 놈이 배전반에 타이머와 연동된 전자기 잠금장치를 설치한 겁니다. 지금 복도 중앙에 있는 화재경보기를 보세요! ]

선우의 지시에 하은은 천장의 경보기를 확인했다.

[ 놈은 경보기 배선을 타고 전력을 공급받고 있어요. 하은 씨, 아까 열었던 배전반 안쪽에 있는 파란색 'F-시그널' 선을 뽑으세요! 그러면 자력이 풀릴 겁니다! ]

하은은 선우의 말대로 날카로운 핀셋—가방에 들어있던 디자인 도구—을 꺼내 배전반 안쪽의 전선을 과감하게 끊어냈다.

치직-!

스파크가 튀며 복도의 붉은 조명이 꺼졌고, 철문의 자력이 사라졌다.

"됐다! 열려요!"

형사들이 문을 박차고 나가는 순간, 어둠 속에서 검은 그림자가 튀어나와 하은을 덮치려 했다.
"윤하은! 같이 죽자!"

김진욱의 칼날이 허공을 갈랐다. 하은은 본능적으로 몸을 피했지만, 막다른 길이었다.

[ 하은 씨! 오른쪽 벽면에 있는 배전반 뚜껑을 여세요! 거기에 소방 비상 정지 버튼이 있습니다! ]

선우의 다급한 메시지에 하은은 필사적으로 벽을 더듬었다. 뚜껑을 열고 붉은 버튼을 내리누르는 순간, 지하 전체의 전원이 차단되며 완벽한 어둠이 찾아왔다.

하지만 그 어둠 속에서도 하은의 폰만큼은 선명한 백색광을 내뿜고 있었다.

[ 하은 씨, 폰의 플래시를 범인의 눈에 직접 비추세요! 제가 지금 기기의 전압을 오버클럭해서 광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겠습니다! ]

선우의 원격 조작으로 하은의 플립폰이 섬광탄처럼 거대한 빛을 뿜어냈다.

"으아악! 내 눈!"

달려들던 김진욱이 눈을 가리며 비틀거렸다. 어둠에 적응했던 그의 시신경에 갑작스러운 고광도의 빛이 박히자 놈은 무력해졌다.

"지금이야! 잡아!"

이 형사와 대원들이 김진욱 위로 덮쳐들었다. 2년 동안 수많은 여성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악마의 손에 마침내 차가운 수갑이 채워졌다.

[ 잡았어요…… 선우 씨, 김진욱을 잡았어요! ]

하은의 메시지를 확인한 2026년의 선우는 그제야 긴장이 풀려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의 손가락 끝은 이제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마침내, 길고 잔인했던 시공간의 추격전이 마침표를 찍고 있었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도 잠시, 선우는 자신의 방 안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변화를 목격했다.
과거가 바뀌면서 발생하는 거대한 인과율의 파도가 2026년의 현실을 덮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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