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오버 타임 (Signal Over Time)

25화: 0의 시차, 새로운 시작
김진욱의 검거 이후 2년이 흘렀다. 2024년의 하은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촉망받는 디자이너가 되었다.
그녀는 지난 2년 동안 매일같이 일기를 썼다. 분명히 누군가와 대화를 나눴던 것 같은데,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미래의 은인'에 대한 기록이었다.
"그분은 잘 살고 있을까?"
하은은 자신의 주머니 속에 있는 멀쩡한 플립폰을 꺼내 보았다. 폰 안에는 아무런 대화 로그도 남아 있지 않았지만, 하은은 폰을 볼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아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드디어 약속한 날이 왔다. 2026년 5월 31일.
하은은 한국대 앞 카페 '시그널'로 향했다. 왜 이곳에 가야 하는지, 왜 오후 2시인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지만, 마치 영혼에 각인된 명령처럼 그녀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향했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익숙한 종소리가 울렸다.
딸랑-.
카페 안쪽 창가 자리에는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는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종소리에 고개를 돌려 하은을 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선우는 심장이 멎는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 2년 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그 막연한 상실감의 정체가, 바로 눈앞에 서 있는 이 여자였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저 안 피했는데요."
선우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첫 마디가 튀어 나왔다. 2년 전, 그들의 오해를 시작하게 했던 그 첫 번째 답장이었다.
하은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둑이 터지듯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사람 잘못 보신 것 같다고 하셨으면서…… 왜 이제야 오신 거예요."
하은은 선우에게 달려가 그의 품에 안겼다.
선우는 하은을 꽉 끌어안았다. 이름도, 나이도, 그 어떤 데이터도 필요 없었다. 2년의 시차를 뛰어넘어 서로의 존재를 증명해주는 주파수가, 마침내 단 하나의 지점에서 일치했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길을 찾는 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선우는 하은의 눈물을 닦아주며 미소 지었다.
카페 밖으로는 2년 전 그날처럼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신 태양 아래 있었다.
이제 더 이상 폰 너머의 문자가 필요 없는, 진짜 시간이 시작된 것이었다.
시공간을 넘어 날아왔던 그 간절한 외침.
그것은 결국 우리 모두가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었던,
"혼자가 아니야"라는 가장 따뜻한 신호였음을.
선우와 하은의 손이 맞잡혔다.
비로소 시그널은 영원히 멈추지 않는 선율이 되어,
그들의 인생이라는 악보 위를 찬란하게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