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오버 타임 (Signal Over Time)

21화: 유령의 그림자
인쇄소 지하 금고에서 발견된 증거물들은 2024년의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김진욱은 이제 '유령'이 아닌 '전국 공개 수배자'가 되었지만, 정작 본인은 경찰의 수사망을 비웃듯 자취를 감춘 뒤였다.
한편, 2026년의 선우는 반지하 방의 고요함 속에서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김진욱이 눈앞에서 사라진 뒤, 방 안의 풍경이 미세하게 바뀌어 있었다.
"벽지가 깨끗해졌어……."
선우는 손가락으로 벽을 쓸어보았다. 곰팡이 자국이 줄어들고, 공기는 한층 쾌적해졌다. 과거가 바뀌면서 선우의 삶에도 긍정적인 '나비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선우는 안도할 수 없었다.
[ 선우 씨, 경찰들이 저보고 안전 가옥으로 옮기래요. 김진욱이 저를 노릴 거라고……. ]
하은의 메시지는 떨리고 있었다.
[ 하은 씨, 그게 맞습니다. 놈은 지금 쥐에 몰린 고양이 같아요.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경찰의 지시를 따르되, 절대 혼자 행동하지 마세요. ]
선우는 2026년의 아카이브에서 김진욱의 '잠적 이후'를 다시 검색했다. 그런데 결과가 충격적이었다.
'2024년 7월, 한국대 인근 주택가 원인 불명의 연쇄 방화 사건 발생. 유력 용의자 김진욱 행방불명.'
"방화……?"
선우는 미간을 짚었다. 김진욱은 단순히 도망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추적하는 수사망을 교란하고, 세상을 향한 분노를 쏟아내기 위해 '불'을 선택한 것이었다.
[ 하은 씨, 형사님께 말씀드리세요! 김진욱은 이제 칼이 아니라 '불'을 쓸 겁니다. 학교 주변 고시원이나 낡은 다세대 주택들의 소방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고요! ]
[ 불요? 갑자기 왜요? ]
[ 놈은 자신이 가졌던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세상을 다 태워버리려 할 겁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하은 씨가 살았던 자취방 주변일 가능성이 커요. ]
선우의 경고에 하은은 즉시 형사들에게 상황을 전달했다. 놈의 광기가 시공간을 피로 물들이기 전, 선우는 놈의 다음 수(手)를 먼저 읽어내야만 했다. 진정한 사투는 이제부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