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오버 타임 (Signal Over Time)

20화: 뒤틀린 인과율의 대가
적막이 내려앉은 2026년의 반지하 방. 선우는 김진욱이 사라진 현관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생명을 위협하던 살의는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남은 것은 기묘하게 뒤틀린 가구들과 정적뿐이었다.
[ 선우 씨, 왜 답장이 없어요? 김진욱이 도망쳤대요…… 형사님들이 뒤쫓고 있는데 아직 못 잡았대요. 무서워요. ]
선우는 떨리는 손으로 답장을 적었다.
[ 하은 씨, 일단 진정하세요. 놈은 이제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습니다. 전국의 모든 경찰이 놈의 얼굴을 알게 됐으니까요. ]
선우는 2026년의 자신의 몸을 살폈다. 다행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왼손 끝이 미세하게 저려왔다. 과거를 바꾼 대가로, 하은의 폰을 고쳤던 자신의 '현재' 역시 조금씩 재편되고 있었다.
"내가 김진욱을 더 일찍 잡게 만들수록, 나에게 이 폰이 전달될 확률도 줄어들어."
선우는 깨달았다. 만약 김진욱이 2024년에 완벽하게 검거된다면, 하은의 폰은 박살 날 이유가 없었을 것이고, 2026년의 자신은 이 폰을 만질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즉, 두 사람의 연결 자체가 타임 패러독스의 위기에 처한 것이었다.
[ 하은 씨, 잘 들으세요. 이제부터 김진욱과의 싸움은 2막으로 접어듭니다. 놈은 이제 잃을 게 없는 짐승이 되었어요. ]
[ 제가 어떻게 해야 하죠? ]
[ 놈이 마지막으로 노리는 것은 하은 씨일 겁니다. 자신의 범죄를 망가뜨린 시작점인 당신을요. 당분간은 절대 혼자 다니지 말고, 경찰의 밀착 보호를 받으세요. ]
선우는 2026년의 아카이브에서 김진욱의 '탈주 이후 행적'을 뒤지기 시작했다. 원래 역사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록'들이 실시간으로 생성되고 있었다.
과거를 지키는 싸움에서, 이제는 과거를 추격하는 싸움으로 변모했다.
2026년의 선우는 이제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었다. 그는 뒤틀린 역사의 균형을 맞추고, 하은을 온전한 미래로 인도해야 하는 '설계자'의 무게를 짊어지게 되었다.